소설리스트

무련전봉-131화 (131/853)

제 131장. 돌아오다

소안은 멍한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이 말에는 서글픔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문득 이 사제가 비밀이 아주 많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나중에 알려 드릴게요!”

양준은 소안의 손을 토닥였다.

“응,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소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우리 이제 가요. 여기도 뭐 별거 없어요.”

양준이 일어섰다. 그들이 있는 대전은 매우 썰렁했다. 전에 있던 거대한 원기 덩어리 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두 사람이 전승을 얻자 다시 한번 빛의 장막이 나타났다. 두 사람을 보내려는 것 같았다.

양준은 소안의 손을 잡고 그 빛의 장막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의 모습이 대전에서 사라지는 동시에, 전승동천 전체에서 ‘쨍그랑’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전승동천에 머무르고 있던 세 종문의 제자들은 모두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그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미지의 원기가 전해오더니 그들을 감싸고 천천히 하늘로 떠올랐다.

*혈전방 광구에 전승동천이 열린 뒤로, 세 종문의 고수들은 줄곧 이곳에 주둔하며 긴장된 마음으로 지키고 있었다.

이미 한 달 남짓한 시간이 흘렀고, 그 기간에 많은 제자들이 전승동천에서 걸어 나왔다.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더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부상을 입었거나 너무 지쳐 더 이상 안에 머무를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통해서 세 종문의 고수들도 안의 일부 상황을 알게 되었다.

특히 최근 며칠 동안, 몇몇 제자들의 귀환에 세 종문의 고수들은 점점 더 긴장되고 걱정되었다. 전승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누가 전승을 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종문마다 뛰어난 신인을 기대하는 한편, 또 잃을까 봐 불안해했다.

능소각의 소안과 해홍진, 혈전방의 호교아와 용준, 풍우루의 방자기 등은 모두 젊은 나이대의 뛰어난 제자였다.

그리고 그 몽무애의 여제자 능소각의 하응상도 전승을 얻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몽무애는 자유로웠다. 전승동천에서 며칠간 기다렸는데도 제자가 나오지 않자, 홀로 떠나서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책임감이 없는 사부님이네!’

세 종문의 고수들은 속으로 몰래 몽무애를 헐뜯었다.

전승의 존재로 인해 세 종문의 고수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적대감과 경쟁의 분위기가 풍겼다. 특히 혈전방의 사람들은 더욱 심했다.

그들은 능소각과 풍우루의 강도 행위를 호되게 꾸짖으며, 또 한편으로는 몽무애를 저주했다. 만약 몽무애가 그날 혈전방의 고수들과 이곳에서 크게 전쟁을 치르지 않았더라면 전승동천의 존재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드러났겠는가?

‘이건 처음부터 혈전방의 재산이었어! 지금 다른 두 문파가 억지로 끼어든 거지. 보상은 좀 했지만 그까짓 보상이 강자의 전승과 비했을 때 비교나 되겠어? 젠장!’

호만은 이 며칠간 욕설을 너무 많이 퍼부어 입술이 까지고, 물집이 생겼다. 그는 감히 몽무애를 욕하지는 못하고 용재천과 용휘를 욕했다.

‘그 망할 잡것이 몽무애를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일이 복잡해졌겠어? 잘 죽었어! 그것이 죽지 않았더라면 지금 내가 갈갈이 찢어 죽였을 거야!’

호만뿐만이 아니라 혈전방의 다른 고수들도 이 일로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용재천은 한 달 전에 몽무애에게 크게 두들겨 맞은 지라 최근에는 아예 광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혈전방 내부에서 요양하고 있었다.

하지만 손자가 죽은 원한이 어찌 쉽게 풀어질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

‘언젠가 이 원수를 피로 갚을 것이다.’

실력이 크게 꺾인 용재천은 속으로 다짐했다.

세 종문의 고수들이 조급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때, 전승동천의 빛 장막이 갑자기 크게 흔들렸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파문이 한층 일었다.

다음 순간, 빛의 장막은 거품처럼 순식간에 흩어져 감쪽같이 사라지고 큰 구덩이 아래쪽의 광맥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호만은 조급해졌다. 전승동천의 입구가 사라졌지만 세 종문의 제자들은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두 딸도 안에 있는데 그들은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호만뿐만 아니라 그들 중 어느 고수가 조급하지 않겠는가? 젊은 나이대의 핵심 제자들이 전부 전승동천으로 들어갔는데 지금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걱정하고 있는 와중에 멀지 않은 곳에서 ‘아이쿠’하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풍우루의 한 장로는 안색이 변하더니 다급히 다가가 살펴보았다.

풍우루의 장로가 다시 돌아왔을 때, 그의 옆에는 온통 상처투성이인 풍우루의 제자가 따르고 있었다. 소약한과 풍우루 고수들의 질문을 받자, 그 제자는 방금 전의 상황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혈전방과 능소각의 고수들도 멀지 않은 곳에서 각자 종문의 제자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각 종문의 제자들인 것이 확인되자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들어간 제자들이 지금 모두 나온 것을 발견했다. 다만 흑풍림의 각 구석에서 발견되었을 뿐이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다들 이것이 바로 전승동천의 주인이 전승을 얻은 사람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되니 결국 누가 전승을 얻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세 종문의 고수들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흑풍림을 누비면서 각 종문의 제자를 찾아 잘 쉴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이 제자들을 대하는 고수들의 태도는 아주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비록 지금은 개원 경지밖에 되지 않는 제자라 할지라도, 전승동천에서 얻은 기연으로 인해 앞으로 세상 사람들이 존경할 만한 고수로 거듭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격이 제일 괄괄한 혈전방 방주 호만조차 얼굴에 웃음을 띤 채 돌아온 제자들을 한 명 한 명 알은 체하더니,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태도로 잘했다고 양껏 칭찬하거나 틀림없이 우리 혈전방의 기둥이 될 거라 말해 주었다.

혈전방의 몇몇 제자들은 미칠 지경이었다. 그들은 방주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제자들이 감동에 목이 메어 눈물을 흘리며 충성을 표했다. 즉석에서 방주를 따르겠노라 죽음으로 선언하며 평생 혈전방에만 몸 바칠 것을 하늘에 맹세했다.

호만은 더욱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에게 이 제자들은 전승을 얻지 못해도 끌어들일 만한 존재였다. 그들 모두 안에서 이득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풍우루와 능소각의 고수들은 당연히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호만의 가식을 멸시하면서도, 그들도 똑같이 돌아온 제자들을 살뜰히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제자들을 끌어들이는 일은 무려 반나절이나 지속되었다. 바로 종문으로 돌아갔지만 윗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 이 덕에 양준과 소안의 처지는 훨씬 좋아졌다.

물론, 소안은 의심받을 것이 뻔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때, 양준과 소안은 흑풍산의 한 구석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은 빛의 장막을 넘자 이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소안은 이곳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양준은 흑풍산에 여러 번 와 본 적이 있어서 그녀보다 잘 알았다.

한참 뒤에야 겨우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이쪽으로 이십 장 정도 가면 오매진이 나와요.”

언덕 위에 서서 양준이 한쪽 방향을 가리키며 소안에게 말했다.

“우리는 따로 떨어져서 가야 해.”

소안은 잠깐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의심받을 게 뻔하니 양준과 함께 돌아갈 수 없었다.

“네, 알아요.”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돌아가세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사저의 종적을 찾아다닐 거예요. 늦게 돌아가면 그들의 추측이 옳다고 확신만 더해 주는 꼴이 되요. 누가 물어도 절대 전승을 얻었다고 인정하지 마세요.”

“알았어. 너도 조심하고 일찍 돌아와.”

소안이 당부했다.

“사저가 말한 대로 한 달에 한 번은 절 찾아오세요!”

양준이 말했다.

소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말로 이별을 고했다. 서로 같은 종문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자꾸만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한참 기다리던 소안은 발을 구르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나 갈게.”

말을 마친 그녀는 빠른 속도로 떠나며 새하얗고 차가운 뒷모습만 남겨 두었다.

그녀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지켜보던 양준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겨 능소각의 방향으로 걸어갔다.

‘전승동천이라…….’

양준은 이번에 그가 얻은 것 중에 가장 큰 것은 전승이 아니라 소안이라고 생각했다.

*몇 시진 뒤, 양준은 느긋하게 능소각으로 돌아왔다.

이때, 능소각의 제자들과 고수들은 이미 한참 전에 돌아온 뒤였다. 하지만 여전히 뿔뿔이 흩어져서 따로 능소각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는 탓에 양준은 그 누구의 주목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다만 그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능소각 안에서 돌아다닐 때, 모르는 사형이나 사제들이 그를 다정하게 대해 준다는 것이었다. 비록 다가와서 안부를 묻지는 않아도 멀리서 공수하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그 중에는 심지어 능소각의 집사(執事)도 있었다.

자세히 생각해 본 양준은 납득이 되었다. 전승동천에서 살아 돌아왔다면 앞으로 무궁한 발전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들이 어떻게 전처럼 그를 무시할 수 있겠는가? 지금 인사를 건넨다면 나중에 친구가 될 수도 있었다.

양준이 오두막으로 돌아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밖에서 다급한 발걸음소리가 들렸다.

누군지 의아함이 들 때쯤, 소무영의 얼굴이 나타났다.

양준을 본 소무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양 사형도 무사히 돌아왔군요.”

양준은 마음이 따뜻해져, 일어나며 말했다.

“소 사제, 들어와서 앉아!”

“괜찮아요. 전 그저 사형께서 괜찮나 보러 온 거예요.”

말을 마친 소무영은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돌아가서 무공을 연마해야 해요. 하하하!”

웃음소리와 함께 소무영은 사라졌다.

양준은 깜짝 놀랐다. 문득 생각해 보니 전승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소무영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때 소무영은 어디 있었지? 수혼개운진에서 그렇게 큰 기척이 일어났는데 내가 못 봤을 리가 없어. 그때 그가 다른 일이 없었더라면…….’

방금 전 소무영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떠올리자 양준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보아하니 전승을 얻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군. 소무영 이 녀석, 운이 좋은데!’

소무영이 떠나자 양준은 오래 앉아 있지도 못하고, 밖에서 들리는 발걸음소리에 또 일어섰다. 다만 이번 발걸음소리는 가벼운 것이 여인 같았다.

양준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머뭇거리는 순간, 입구에서 녹색 그림자가 나타났다.

“꼬마 사저?”

양준은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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