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3장. 음양요삼
양준이 그것을 꺼내자 음양요삼의 표정은 마치 양준을 보며 미소를 짓는 듯했다.
지마는 이런 물건은 음양 두 기운이 공존하는 기이한 환경에서만 자랄 수 있다고 했다. 전에 양준은 전승동천에 왜 음양요삼이 있는지 알지 못했으나 전승을 얻은 뒤로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그곳은 원래 음양 수련의 전승 소재지였다. 이런 천지 영물이 자랄 수 있을 만한 곳이었다.
손을 뻗어 양액을 짜낸 양준은 음양요삼에게 양액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그것은 순식간에 양액을 흡수하고 살아 있는 사람처럼 표정이 점점 더 즐거워졌다.
순간 빛이 맴돌더니 음양요삼은 양준의 손을 벗어나 스스로 날았다. 그리고 한동안 동굴 안을 마음껏 날아다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찾아 뿌리를 내리고 앉았다.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양준은 곤룡골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양기가 끊임없이 음양요삼에게 흡수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그의 주변에 있는 양기도 훨씬 짙어졌다.
‘이런 효과도 있었어?’
양준은 깜짝 놀랐다.
그가 마음속으로 읊조리자 파혼추 위의 금제(禁制)가 풀어지더니 지마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인, 주인을 뵙네!”
“이 음양요삼은 왜 이런 거야?”
양준이 물었다.
지마가 바로 답했다.
“이 물건은 원래 음양 두 기운을 흡수하며 사는 영물이네. 이곳은 양기가 짙어 이것의 성장 환경에 아주 적합하네. 하지만…….”
“나랑 말할 때는 머뭇거리지 마!”
양준이 차갑게 호통쳤다.
지마는 그 소리에 몸을 흠칫 떨었다. 비록 그는 양준과 함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양준을 매우 무서워하고 있었다. 양준은 그의 영혼을 자주 파혼추에 가두어 넣고 툭하면 그에게 벌을 주었다. 지마는 양준이 단호하고 매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지라 다급히 말했다.
“그것은 음양 두 가지 기운을 흡수해야 하네. 이곳은 양기밖에 없어 당분간은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음기를 흡수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이것은 자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작아질 수도 있네. 이 영물은 양기만 있어도 안 되고, 음기만으로도 자랄 수 없네. 이것이 바로 음양요삼이라네!”
“결국 음기가 부족하다는 거지?”
양준이 물었다.
“주인의 말씀이 맞다네!”
‘이건 쉽지. 나중에 소안에게 진원을 좀 불어넣어 달라고 하면 해결되겠네.’
잠깐 뜸을 들인 양준은 이상한 표정으로 물었다.
“전에 네가 음양요삼은 서로 사랑하는 남녀를 만나게 되면 그들이 정을 나눌 때, 두 가지 원기로 변해 남녀의 몸에 나눠진다고 했잖아. 맞아?”
“맞네!”
지마가 대답했다. 곧이어 그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주인께서는… 흠흠… 정을 나눈 건가?”
지마는 자신이 봉인되기 전과 달리, 지금은 양준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던 순수한 양기를 잃은 것을 발견했다. 이건 분명 여인과 정을 나눈 뒤에야 있는 결과였다.
“누가 너더러 날 훔쳐보라고 했어?”
양준이 싸늘하게 호통쳤다.
“주인, 용서해 주게! 소인은 궁금했을 뿐이네.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겠네.”
“당연히 그러지 않는 게 좋겠지!”
양준이 덤덤하게 일깨워 주었다.
양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많은 생각을 했다.
비록 그는 지마의 내력을 알지 못했지만, 지마는 아는 것이 많고 음양요삼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대전에서 그가 소안과 수련을 할 때, 음양요삼은 줄곧 옆에 있었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이렇게 보면 한 가지로 밖에 해명되지 않았다. 바로 그와 소안의 감정은 아직 서로 사랑하는 정도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양준도 이해가 되었다. 두 사람은 비록 이미 부부의 정을 나누었지만, 그때는 전승의 유도로 완성한 것이지 서로 원해서 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음양합환공이 아니었다면, 그들이 서로 호감을 가질 일도 없으니,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소안은 아직 마음의 문을 활짝 열지 못했고, 양준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지금 아주 친밀하게 느껴지고 상대방을 위해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다고 여기지만, 이 모든 것은 다 쌍수공법의 특별한 작용의 결과였다.
남녀간의 사랑은 하룻밤 사이나 공법 하나로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 수련 없이도 두 사람이 서로를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여길 때에야 비로소 진정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지마의 점잖지 못한 목소리가 또 울렸다.
“주인, 낙심하지 말게. 소인은 여자들이 쉽게 다스릴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네. 이미 그들의 몸을 얻었으니 언젠가 그들의 마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네. 이 점은 소인이 목숨으로 장담하겠네!”
“넌 진작에 죽었잖아?”
양준이 가볍게 웃었다.
지마는 그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주인의 말씀이 맞네. 그럼 소인이 영혼으로 장담하겠네. 여인은 자신의 몸을 가져간 첫 남자에게 영원히 특별한 감정이 남아 있다네. 주인께서 약간의 수단을 사용하기만 하면 그들이 주인께 온 마음을 바쳐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네. 그때가 되면 이 음양요삼은 거대한 작용을 일으키게 될 거라네.”
말을 마친 지마는 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다만 이 음양요삼은 두 남녀에게만 사용할 수 있네. 만약 두 여인이 모두 주인과 연관되어 있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네.”
“두 여인?”
양준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부터 지마는 계속해서 ‘그들’이라고 표현했다. 양준은 지마가 생각 없이 하는 말인 줄 알았으나 지금 생각해 보니 바로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지마는 내가 정을 통한 것이 호씨 가문 자매라고 생각하고 있나 보군. 이놈을 봉인할 때, 마침 호교아와 호미아 두 사람과 함께 계단을 오르고 있었으니.’
봉인된 뒤로 지마는 바깥의 상황을 느낄 수 없으니, 당연히 후에 대전 안에서 벌어진 일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양준도 굳이 지마에게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내가 어떤 여인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네가 스스로 신식을 봉인하도록 해.”
그는 나중에 혹시 소안과 다정한 시간을 보낼 때, 지마의 존재를 잊어 어색한 상황이 연출될까 봐 걱정되었다.
지마는 이 소리를 듣고 다급히 억울함을 호소했다.
“주인, 걱정하지 말게. 소인은 비록 사악하지만 그런 것을 훔쳐보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네.”
“알면 됐어!”
“소인, 마음속에 깊이 새기겠네.”
잠시 뒤, 지마가 말했다.
“주인, 만약 괜찮다면 곤룡골 밑으로 내려가 보고 싶네.”
“응? 아래에 뭐가 있어?”
양준은 흥미가 생겼다. 그도 곤룡골 아래쪽이 궁금했지만 지금 실력이 부족하여 내려가서 탐색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소인도 아래쪽에 뭐가 있는지 모르지만 강한 양기를 느낄 수 있네. 이건 소인의 영혼과는 상극이지. 그리고 짙은 사악한 기운도 느껴지는데, 대립되는 두 기운이 어떻게 동시에 나타난 것인지 모르겠네. 소인은 아래쪽의 사악한 기운을 빌려 영혼의 힘을 회복하여 나중에 주인의 도움이 되고 싶네.”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마가 아래쪽에 사악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한 것을 양준도 이해할 수 있었다. 곤룡골 자체가 실력이 뛰어난 마두가 검은 휘둘러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마두도 곤룡골 밑에서 죽었다고 하니 사악한 기운이 짙게 남아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지마가 이 사악한 기운을 빌려 자신의 영혼을 회복하겠다는 말에 대해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는 지마가 강해진 다음에도 자신의 통제를 받을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만약 통제하지 못한다면 제 발등을 제가 찍는 격이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양준도 너무 걱정할 것이 없다고 느껴졌다. 그의 신식과 지마가 융합되어 있다 보니 지마의 생사도 그의 생각에 달려 있었다.
지마가 긴장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때, 양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갔다 와!”
양준은 파혼추에 원기를 조금 넣어 지마가 이 비보를 움직일 수 있게 한 다음, 지마를 풀어주었다.
“주인, 고맙네!”
지마는 감격에 목이 메었다. 지마는 파혼추를 감싼 채, 검은 연기로 변해 곤룡골 아래로 내려갔다.
지마가 떠난 뒤, 양준은 품에서 염낭을 꺼냈다.
이 염낭은 남초접의 것이었다. 안에는 적자심의 씨앗이 두 알 들어 있었다. 눈앞에서 그녀의 얼굴이 얼핏 떠오르자 양준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이 어여쁜 사저는 꿍꿍이만 좀 적어도 분명 사랑받을 텐데.’
처음 그녀와 마주친 것은 흑풍시장이었다. 그는 돈을 들여 그녀의 씨앗을 샀고, 나중에 전승동천에서 그녀와 우연히 다시 마주쳤다. 이것도 인연이라고 할 수 있었다.
원래도 동문인 데다, 미지의 곳에서 함께 전투하며 어려움을 같이 헤쳐 나가다 보니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만약 그때 그녀의 행동에 정이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양준도 그녀를 대우하지 않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에 그녀가 섭영을 습격한 뒤로 양준에게 호감을 표했지만, 양준은 이미 그녀의 현실적이고 모진 모습을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이용 가치가 있을 때, 그녀는 한없이 품어 주었다. 섭영이 전에 양준을 귀찮게 찾아오며 조롱할 때도 남초접은 한 번도 양준의 역성을 든 적이 없었다. 아마 그때, 그녀에게는 섭영의 이용 가치가 양준보다 컸을 것이다.
양준은 그녀를 질책하지 않았다. 누구라도 자신의 생활 방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간섭할 수 없었다. 그녀가 현실적이고, 세력에 빌붙어 출세하려고 하는 것은 모두 그녀의 선택이었다. 이 점을 알고 더는 그녀와 깊게 사귀지 않으면 되는 것이었다.
염낭에서 씨앗 두 알을 꺼낸 양준은 염낭을 곤룡골에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