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37화 (137/853)

평소 몽 주인은 이 두 화분을 정성껏 보살폈었는데, 지금은 하응상에 의해 이곳으로 옮겨진 것제 137장. 수련을 떠나다

능소각에서는 양준이 장로희의 지령을 거절한 일로 인해 은밀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대장로의 거주지에서 조정문이 씩씩거리며 과장을 보태 아침에 벌어진 일들을 보고했다. 그 말을 들은 위석동은 입에 머금은 차를 내뿜었다.

“거절했다고?”

대장로는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지만, 양준이 이토록 간이 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네.”

조정문은 분이 풀리지 않는지 씩씩거리며 대답했다.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제 사매들 앞에서 장로회의 위엄을 깎았습니다. 대장로님, 그가 전승동천에서 알 수 없는 무공으로 크게 위세를 떨쳤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그것 때문에 자신이 뭐라도 된 줄 알고 장로회를 안중에 두지 않는 듯합니다. 양준에게 반드시 엄벌을 내리셔야 합니다. 아니면 앞으로 다른 사람들을 다스리기도 힘들어질 것입니다. 아무 제자나 다 장로회의 지령을 거절한다면…….”

“닥치거라!”

위석동은 탁자를 두드리며 분노한 얼굴로 조정문을 바라보았다.

“그가 거절한다면 지령을 억지로 넘겨줘서라도 받게 해야 할 것 아니냐?”

조정문은 막막한 표정을 지었다.

‘놈이 거절했는데 내가 왜 굳이 체면 구겨지게 그래야 되는 거지? 오히려 잘 된 일 아닌가? 이 기회에 놈을 실컷 혼내 줄 수 있을 텐데 대장로는 왜 화를 내는 거지?’

하지만 대장로의 어두운 안색을 보자 조정문도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가거라. 가서 네가 무릎을 꿇든 다른 방법을 쓰든 어떻게든 양준이 이 지령을 받게 하거라!”

“아…….”

조정문은 그만 얼이 빠졌다.

‘무릎을 꿇으라고?’

“가지 않고 뭘 하느냐!”

대장로는 격노하며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리쳐 가루로 만들었다.

“네!”

조정문은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다급히 물러났다.

*이 장로의 각루에서 소현무는 양반다리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바둑판이 있었는데 흑백 바둑이 섞여 있었다. 검은 바둑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해서 흰 바둑이 꼼짝달싹 못하게 꽉 잡고 있었다. 바둑판은 이미 막판에 들어섰다.

옆에 있던 제자는 사건을 보고했다. 얘기를 전해 들은 소현무는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거절했다고?”

그 제자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네, 안하무인 격으로 대놓고 거절했습니다.”

소현무는 안색이 확 변했다가 한참 뒤에야 웃음을 터뜨렸다.

“잘했구나. 아주 잘했어! 대사형이 제 발등을 제가 찍은 격이군.”

그날 몽무애는 장문 옥패를 들고 양준을 일반 제자로 진급시키라는 명령을 장로회에 전했다. 그런데 위석동이 굳이 중간에서 손을 쓴 것이다. 원래는 떠볼 생각이었겠지만, 사건이 그가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양준의 거절로 그는 주도권을 잃고 손을 댈 틈을 잃게 되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소현무는 기분이 좋아졌다.

“이 장로님, 우리는 손을 쓸 필요가 없나요? 양준이 거절했으니 분명 우리도 시끄러워질 것입니다.”

제자가 덧붙여 말했다.

“아니!”

소현무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 일은 신경 쓰지 말거라. 우리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네!”

제자는 비록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위석동아, 위석동. 네가 이번에 어떻게 장문인에게 보고하는지 보자꾸나!”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소현무는 손에 든 흰 바둑을 내려놓았다.

막판까지 기울어진 형세가 순식간에 다시 살아날 기미를 보였다. 둘러싸였던 흰 바둑은 용처럼 고개를 쳐들고 수세에 몰렸던 판을 뒤집고 나올 것 같았다.

*이때, 양준은 동굴 입구에서 가부좌를 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연루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루 뒤, 양준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마음속으로 지마를 불렀다.

순식간에 검은 바람이 곤룡골 밑에서 올라오더니 양준의 손가락 사이를 맴돌다가 사라졌다.

“밑에서 뭐 좀 발견했어?”

양준이 물었다.

“소인은 감히 너무 깊게 들어가지 못했다네. 겨우 천 장 아래쯤에서 사마지기(邪魔之氣)를 흡수했을 뿐, 별다른 발견은 없었네. 하지만 주인께서는 안심하시게. 소인이 기운을 회복한 다음 내려가서 다시 잘 살펴보겠네.”

지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양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쪼그리고 앉아 음양요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것에게 양액 한 방울을 건네더니 말했다.

“여기서 양기를 흡수하고 있어. 하지만 전에 보았던 그 두 여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온다면 반드시 도망쳐야 해. 알았지?”

음양요삼은 표정으로 알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주인께선 멀리 나가려는 건가?”

지마가 물었다.

“응, 나가서 둘러보려고. 같이 가자.”

“그럼, 주인이 가는데 소인이 당연히 따라 가야지.”

지마의 말투는 흥분이 담겨 있었다.

“주인, 이번 외출에서 죽여야 할 사람을 만나면 절대 놔주지 말게. 소인의 파혼추는 영성을 잃어 사람의 혼으로만 채워질 수 있다네. 흡수하는 혼이 많을수록 파혼추가 발휘할 수 있는 작용도 커지지. 만약 완전히 본모습을 찾게 된다면 흐흐, 주인께서 이 보물로 천하를 호령할 수 있을 것이네!”

양준은 옅은 미소만 지을 뿐, 지마의 말에 넘어가지 않았다.

양준이 외출하려는 것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방금 전에 진급령을 거절했으니 남아 있다가는 골치 아파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로는 소안을 위해서였다. 이전의 수련으로 인해 그녀는 그리움을 통제할 수 없었다. 만약 자신이 계속해서 이곳에 남아 있는다면, 그녀가 마음을 통제하는 것이 힘들어질 것이다. 소안이 수련하는 빙심결은 마음이 크게 흔들리면 안 되는 무공이었다. 자신이 떠난다면 그녀도 결사의 각오로 열심히 수련에 매진할 것이고, 그녀의 수련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 번째로는 그 자신 때문이었다. 기동 경지의 수련은 그저 앉아만 있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고생해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소안과 자신의 실력 차이를 떠올린 양준은 더는 종문에 남아서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동굴 안에 서신을 남겨놓고 양준은 가벼운 차림으로 길에 올랐다.

*양준이 볼 수 없는 나무 꼭대기의 가지에서 녹색 그림자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그녀는 양준을 붙잡지도 않고, 앞으로 다가가 이별을 고하지도 않은 채, 그저 묵묵히 바라만 보았다.

밤바람이 불어오자 얇은 면사포가 흔들리며 경국지색의 미모가 드러났다.

한참 뒤, 노쇠한 목소리가 그녀의 등 뒤에서 들렸다.

“제자야, 밤이 깊었으니 어서 잠자리에 들거라.”

그 말투에는 안타까움과 애틋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네.”

*양준은 능소각을 떠나서 어디로 갈 것인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무작정 한 방향으로 길을 떠났다. 그의 두 발 아래로 갑자기 붉은빛이 나타나더니 양준은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하룻밤 사이에, 양준은 능소각에서 이삼백 리 떨어진 곳에 도착했다.

하루 내내 달리자, 양준은 몸에서 어떤 각성의 전조가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달리는 동안 두 다리의 원기 변화를 느낄 수 있었고, 속도를 올릴 때마다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구음 산골짜기에서 양준은 어떻게 원기를 움직여 속도를 높이는지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전승동천에서 몇 번 시험해 보니 효과가 꽤 괜찮았다. 하지만 이건 그저 원기를 일시적으로 활용한 것에 불과했다.

상대와 겨룰 때, 위력이 강한 무공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보법(步法)도 어우러진다면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 주는 셈이었다. 그렇게 되면 더욱 손쉽게 적의 공격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양준은 과거 용휘와 겨뤘을 때, 이 점에 대해 깊이 느꼈다. 양준은 당시, 용휘의 신묘한 보법으로 인해 한참이나 애를 먹었었다.

지금 양준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보법이었다. 하지만 양준은 자신의 수준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는 겨우 기동 경지의 무인으로, 지금 그의 실력으로는 정교한 보법을 만들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다만 그는 걷거나 뛰면서 어떻게 속도를 높일 것이고, 또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원기를 소모하여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등의 가장 효율적인 원기의 운용 방식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렇게 스스로 터득한 것은 가장 높은 등급도 아닐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소용없을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었다.

강한 무공은 모두 실력이 높은 강자들이 끝없는 터득을 거쳐서 만들어낸 것으로, 자신의 실력과 사상이 결집된 것이었다.

양준이 터득하는 방식은 다소 괴이했다. 얼굴은 혼이라도 나간 것처럼 막막한 표정인데, 두 다리는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때로는 동쪽으로 수십 리를 달려갔다가 또 때로는 방향을 돌려 남쪽으로 수십 리를 걸었다. 그러다 또 서쪽이나 북쪽으로 향했다. 산을 만나면 산을 넘고, 강을 만나면 강을 건넜다. 속도는 때로는 빨랐다가 또 늦어지며 방향도 없이 무작정 떠돌았다.

그러다가 가끔씩 나무에 부딪힐 때도 있었고, 물 웅덩이에 빠져서 모양새가 초라해지고 행색이 볼품없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양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체력이 전부 소진되어야만 그는 멈춰서 휴식을 취했다. 야생 열매를 따 배를 채우고, 어느 정도 회복이 되면 또 이 끝없는 여정을 계속했다.

지마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의 식견으로는 양준이 뭘 하는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알기 때문에 놀란 것이었다.

한낱 기동 경지의 무인이 이 정도로 무아지경에 빠져서 천지와 일심동체가 된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지마의 기본 상식을 뒤집어 놓았다.

감탄스럽긴 했으나 양준이 뭔가를 해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양준의 실력이 너무 낮은 탓에 뭔가를 터득하고 창조하려고 해도 심도 있는 것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지마는 양준이 이렇게 뛰어다닐 바에 타고 날아다닐 수 있는 비보를 제련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비보의 도움이 있다면 굳이 두 다리로 걸어다닐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양준의 성격을 떠올린 지마는 결국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알고 있는 비보의 제련 방법은 죄다 사악하기 그지없는 것이라 사람의 몸과 뼈가 필요했고, 영혼을 봉인해야 했다. 이걸 말한다면 양준이 또 싫어할 것이 뻔했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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