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38화 (138/853)

제 138장. 새로운 보법

열흘이 넘게 지났지만 양준은 여전히 보법을 터득하는 데 심취해 있었다. 그가 얼마나 많이 이동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 원기를 통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깨우친 것이 있었다.

이건 정말 참새 그물에 기러기가 걸리는 꼴마냥 정작 노력한 건 이뤄지지 않고 다른 것을 얻은 격이었다.

양준의 속도가 급증할 때마다 양쪽 발밑에는 불빛이 생겼었다. 하지만 지금 불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심지어 원기의 파동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걷고 뛰고 하는 와중에 흔적도 찾을 수 없이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원기를 운행할 때 폭주하던 것도 점차 누그러졌다.

또 한동안 시간이 지났다. 분주히 움직이던 양준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느긋하게 걸었다. 잠시 뒤, 그의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다시 나타났을 때에는 십여 장 밖이었다.

그의 모습이 안정되기 전에 다시 흐릿해지더니,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양준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마치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는 것처럼 홀가분한 발걸음으로 여유롭게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잠시 뒤, 이런 신기한 상황은 또다시 연출되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반복적으로 시험하다가 결국 어느 날, 양준의 몸은 또 번쩍하더니 다시 나타났을 때는 이미 백 장 밖이었다.

양준은 홍조를 띤 얼굴로 거세게 숨을 몰아쉬고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지마의 웃음소리가 적절하게 울려 퍼졌다.

“주인께서 자신만의 보법을 창조하신 것을 축하드리네. 주인, 대단하군. 소인이 감탄해 마지 않는다네!”

“아부 그만 떨어.”

양준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

“네가 보기엔 이 보법이 어떤 것 같아?”

지마는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주인께서는 진실을 들으시겠나 아니면 거짓을 들으시겠나?”

“먼저 거짓을 말해봐.”

지마의 목소리가 금방 울렸다.

“이 보법은 인간 세상에서 본 적 없는, 세상에 둘도 없는 보법일세. 순식간에 감쪽같이 종적이 사라지는 것에 소인은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네. 평생 이런 신묘한 보법을 본 적이 없어 도저히 평가를 내릴 수 없다네.”

양준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거짓이 과하잖아. 어디 진실을 말해봐.”

“흐흐.”

지마는 갑자기 정색하더니 말했다.

“주인께서 기동 경지에 이런 보법을 창조한 것은 소인이 감탄할 만하네. 하지만 이 보법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주인께서 터득한 것도 너무 조악하여 이 보법으로 동급의 무인을 대적하기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나, 실력이 주인을 뛰어넘는 적수를 만난다면 펼치기 어려울 것이네. 그리고 이 보법은 작은 범위 안에서만 순간이동을 할 수 있어 장거리에는 적합하지 않네. 또 소인이 관찰한 바로는 주인께서 이 보법으로 일곱 번 움직인 뒤에는 힘들어하던데, 그게 아마 주인의 한계인 듯하네.”

“맞아.”

양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마의 말을 인정했다.

지금 그의 실력은 너무나 낮아서 심오한 것을 터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양준은 자신만의 보법을 창조할 수 있었다는 것에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나중에 실력이 더 강해진 다음, 수련하며 보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보법을 창조해낸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그는 이번 여정에서 자신의 원기 파동을 어떻게 숨기는지 깨우쳤다. 다른 사람과 겨루지 않을 때는 일반 사람과 다름이 없었고, 싸우더라도 불굴지오를 쓰지 않는 한, 전처럼 모습이 사악하게 변하지 않았다.

이런 이점들은 가만히 동굴 안에 앉아서 수련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양준은 나오기로 마음먹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내가 떠난 지 얼마나 되었지?”

양준이 물었다.

“서른다섯 날 되었네.”

지마가 대답했다.

‘그렇게 오래 되었구나.’

양준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무예를 한 번 터득하는 데 이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행히 단전 안에는 양액이 적지 않게 저장되어 있었다. 모두 하응상이 그에게 준 단약으로 제련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터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서른다섯 날이나 지났네. 소안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군.’

하지만 양준은 그녀에게 믿음이 있었다. 소안은 절대 평범한 여인이 아니었다. 지난번, 그녀가 참기 힘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그가 능소각에 있어 그녀의 마음이 흔들렸던 탓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멀리 나와 있으니, 그녀는 솟구치는 흥분을 오로지 필사적인 수련을 통해 잠재워야 했다.

‘소안은 분명 해낼 거야. 다음번에 만났을 때, 소안의 실력이 많이 강해져 있겠군.’

“여기는 어디지…….”

양준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서른다섯 날이 넘게 달려온 양준은 이미 능소각과 매우 멀리 떨어져 있었다.

어리둥절하던 참에, 양준의 귀가 움직였다. 그가 뒤를 돌아보자 멀리서 기척이 들렸다. 조용히 제자리에 서서 잠깐 기다리니, 마차가 다가오는 것이 양준의 눈에 들어왔다.

양준은 옆으로 길을 비켜서며 마차들을 눈여겨보았다.

이 무리는 모두 마차 세 대로 이루어져 있었고, 마차 옆에는 검을 장착한 무인들이 커다란 말을 탄 채로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길옆에 서 있는 양준은 당연히 이 무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자신을 향한 경계 어린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양준은 느긋한 표정으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

한 달이 넘는 수련을 통해 그는 이미 몸속의 원기를 완전히 감출 수 있게 되었다. 가만히 서 있을 때는 물론이고, 손을 쓸 때도 원기의 파동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 무인들은 실력이 높지 않아, 양준의 실력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를 대충 훑어보고는 더 이상 경계하지 않았다.

마주 오는 첫 번째 말 위의 한 중년 남자가 양준에게 소리를 질렀다.

“거지, 길을 막지 말고 얼른 비켜!”

이 말을 들은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으나 사소한 일로 실랑이하고 싶지 않은 데다, 먼지를 뒤집어쓰기 싫어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양준은 원래 이 사람들에게 여기가 어딘지 물으려고 했지만, 무인들의 경계 어린 모습을 보자 그 생각을 접었다. 괜히 무슨 오해라도 사면 시끄러워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말 몇 마리가 그의 앞을 지나가자, 연이어 마차들도 그의 앞을 지나갔다.

양준은 그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마차 세 대 중 중간에 있는 마차 바퀴가 지나간 흔적이 가장 깊었다. 아마도 귀중한 물건을 실은 듯했다.

맨 마지막 마차가 앞에서 지나갈 때는, 은은한 향기가 풍겼다. 차창에서 맑은 눈 한 쌍이 양준의 눈과 허공에서 마주쳤다.

이 마차 안에는 여인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마차들이 떠나갈 때까지 기다린 뒤에야 양준은 큰길까지 걸어가서 그들이 간 방향을 따라갔다.

그는 이곳이 어딘지 몰랐다. 하지만 마차들이 이 방향으로 갔으니 앞쪽에는 인적이 있는 곳임이 분명했다.

‘나도 따라가 봐야지.’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양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양준은 아까 그 무리의 한 사람이 방향을 틀어 말을 타고 자신 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사람은 바로 방금 전에 그에게 소리를 지른 중년 남자였다.

‘왜 저러지? 강도 짓이라도 하려는 건가?’

양준은 저도 모르게 냉소를 지었다. 실력이 강해져 대담해진 그는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년 남자는 말을 양준 앞에서 세우고 고삐를 당겼다. 커다란 말이 발길질을 하면서 울부짖었다.

양준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중년 남자는 귀찮은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거지야, 너 오늘 운이 좋구나. 우리 아가씨께서 너무 착한 나머지, 이곳이 허허벌판이라 강도나 요수들이 나타날까 걱정된다며 널 태우란다.”

말을 마친 중년 남자는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어 양준의 옷깃을 들었다.

양준은 반항하고 싶었으나 곧바로 참았다. 이 사람은 비록 태도가 좋지는 않았지만, 악의는 없었다. 그리고 그도 원래 그들을 따라 인적이 있는 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이렇게 된 거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했다.

중년 남자는 양준을 들어 올려 그를 말 등에 얹어 놓고, 두 다리로 말의 복부를 차며 ‘이럇’ 하고 외쳤다. 그리고 말머리를 돌려 무리를 쫓아갔다.

덜컹거리는 말 등에 놓여진 양준은 어지러워 고민하고 있던 중, 이미 무리로 돌아온 중년 남자가 양준의 옷깃을 들어 올리고 허공에 던지면서 말했다.

“오씨, 받게.”

그 소리에 첫 번째 마차 위에서 말을 몰던 마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손에 든 채찍을 휘둘러 양준의 허리를 감싸더니 가볍게 당겼다. 그러자 양준은 그의 옆에 무사히 앉게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차는 잠시도 멈춘 적이 없었다.

‘이 노인은 고수군!’

양준은 놀란 눈으로 마부를 바라보며 적어도 그가 진원 경지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능소각 같은 종문에서 진원 경지는 별로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젊은 나이대의 제자인 소안과 해홍진 모두 이미 진원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하지만 세력이 작은 가문에서 진원 경지는 우러러보는 존재였다. 심지어 이합 경지에 도달하면 일부 작은 곳에서는 왕처럼 군림할 수도 있었다.

오씨라 불린 노인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눈을 내리깔고 있었는데, 얼굴에는 주름이 깊게 패인 것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양준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는 옆에서 주전자를 들어 양준에게 넘겨주었다.

“감사합니다.”

양준은 받아서 한 모금 마시더니 곧이어 ‘풉’ 하고 뱉어냈다.

앞에서 말을 타고 가던 몇몇 무인들은 이 장면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 중에서 누군가 입을 열었다.

“오씨, 그를 죽이려는 건가? 자네의 술은 우리들도 감히 못 건드리는데, 그에게 그런 술을 권하면 어떡하나.”

양준은 목이 타들어가는 기분이 들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술을 먹어 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처럼 독한 술은 처음이었다.

“돌려드릴게요.”

양준은 주전자를 노인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오씨 노인은 주전자를 받고서 벌컥 들이켰다. 그러자 노쇠한 얼굴에 생기가 도는 듯하더니, 마차를 모는 모습도 기운이 넘쳐 보였다.

다른 사람의 신세를 진 양준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오씨 노인 옆에 앉아 있었다.

마차의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여인들도 태웠으니 그들을 신경 써야 했다. 저녁 무렵이 되었는데도 겨우 칠팔십 리밖에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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