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55화 (155/853)

제 155장. 요수에게 습격당하다

운하종의 제자들은 하나둘씩 온몸의 원기가 다 빠져나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운하종 제자 이십여 명이 번갈아 가며 원기를 주입하고 나서야 거북 등딱지는 배가 찬 듯했다. 뿜어져 나오는 무지갯빛도 태양처럼 눈부셨다.

정갑자와 곽향란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자, 곧이어 거북 등딱지에서 자욱한 빛이 폭발했다. 둘은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거북 등딱지는 빛이 되어 하늘로 날아갔다.

“사숙!”

유수평이 크게 놀라 부르짖었다. 정갑자와 곽향란은 곧 몸을 가누었다. 얼굴이 좀 창백했지만 손을 저어 괜찮다고 알렸다.

거북 등딱지는 몇백 장을 날아 신기루 위에 떨어졌다. 줄기줄기 무지갯빛이 발산되자 아름다운 신기루는 점차 산산이 흩어졌다.

신기루가 사라지면서 마치 무형의 장막이 무너져 내리듯 사람들의 시야에는 아무 징조도 없이 운하도보다 훨씬 더 큰 섬이 나타났다.

“은도다.”

유수평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배 위에 있는 운하종 제자들은 잠깐 침묵하고 있다가 껑충껑충 뛰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은 크게 소리치며 마음속의 흥분을 분출했다. 이번 출항의 목적은 바로 은도를 찾는 것이었다. 비록 도중에 적지 않은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결국 뜻하던 바를 이루게 되었다.

은도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출세하여 천하에 이름을 날릴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운하종 제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흥분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모두 은도에 대해 얼마간 들어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살아생전 직접 보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상륙 준비!”

유수평은 기쁨을 억누르고 일사불란하게 각종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배에 탄 사람들이 제자리로 복귀하기도 전에 왠지 모를 불안한 느낌이 몰려왔다. 원래 평온하던 해수면에 파도가 일었다. 배 옆의 바닷물에서 기포가 솟아오르며 마치 바다가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무슨 일이야?”

누군가 놀라 물었다.

정갑자와 곽향란은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곧 신식을 펼쳐 보더니 얼굴빛이 확 바뀌며 동시에 외쳤다.

“조심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배의 좌측으로 거대한 파도가 밀려왔다. 촉수같이 보이는 생명체가 바다 밑에서 튀어나왔다. 촉수는 무시무시한 힘을 지니고서 곧장 갑판을 내리쳤다.

미처 피하지 못한 몇몇 일반인들은 그 자리에서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굉음과 함께 갑판은 산산조각 난 채 사방으로 흩어졌다.

운하종의 제자들은 두 태상장로의 지휘 하에 일제히 촉수를 공격했다. 일순간 각양각색의 무예와 무기들이 하늘을 날았다.

그러나 어떠한 공격으로 촉수를 적중해도 전혀 타격을 줄 수가 없었다. 심지어 두 태상장로의 실력으로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촤악-

큰 배의 다른 한쪽에서 또 다른 촉수가 공중으로 날아올라 힘껏 내리쳤다. 이번 일격은 뱃머리를 가격했다. 길이가 이십여 장 되는 큰 배의 꼬리 부분이 위로 들렸다.

격렬한 진동으로 모든 이가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진원 경지 이상의 고수는 진원을 이용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외 제자들과 일반인들은 허둥지둥 도망쳤다.

“진정해, 모두 진정해!”

유수평은 목청껏 고함을 쳤다. 그러나 어찌 인심을 진정시킬 수 있겠는가?

촤악- 촤악- 촤악-

일고여덟 개 촉수가 동시에 튀어나와 큰 배를 휘감더니 바다 밑으로 끌고 갔다. 사람들은 거대한 힘에 의해 배가 급속히 가라앉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섬을 지키는 요수다.”

정갑자는 이 광경을 보고 놀란 얼굴빛을 했다. 섬을 지키는 요수의 실력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그 혼자의 실력으로 대적할 수가 없었다. 그는 즉시 곽향란을 불렀다.

“우리 같이 쫓아 버릴 수 있는지 시험해 보세!”

곽향란은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미처 준비하기도 전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짝 놀라 정갑자에게 소리쳤다.

“정 사형, 뒤를 조심하게!”

정갑자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등 뒤에서 바람소리가 엄습해 오는 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다음 순간, 등 뒤에 호된 일격이 가해졌다. 그는 천둥을 맞은 듯 왈칵 피를 내뿜으며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처럼 바다로 내리꽂혔다.

그가 바다 속으로 떨어지는 와중에 바다 밑에서 촉수가 튀어나오더니 정확하게 그를 말아 올렸다.

정갑자는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이와 함께 몸에서는 뼈가 우두둑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죽기 살기로 진원을 돌렸으나 여전히 촉수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는 한 손을 곽향란에게 뻗으며 슬프게 외쳤다.

“난 사매, 구해 줘…….”

운하종의 두 태상장로는 젊은 시절 인연이 있었다. 서로 죽도록 사랑해 부부의 연까지 맺은 사이였지만, 후에 무슨 변고가 있었는지 둘은 더 이상 예전처럼 친밀하지 않았다. 사적으로 왕래는 있으나 전처럼 사이가 좋지는 않았다.

정갑자가 도움을 청하자 곽향란은 잠깐 멍하니 있다가 곧이어 신법을 펼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은도 쪽으로 날아갔다.

요수는 한 번의 일격으로 정갑자에게 심한 타격을 주었다. 도저히 그녀가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곽향란은 감히 여기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정갑자든, 배 위에 남은 운하종의 제자든 누구도 돌볼 겨를이 없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목숨을 건지는 것이었다.

정갑자는 처량하게 웃었다.

“몹쓸 년!”

말이 끝나자마자 정갑자의 몸은 곧바로 두 토막이 났다. 짙은 선혈이 뿜어져 나오고 살점이 흩어졌다. 부릅뜬 눈알은 바다로 떨어졌다.

태상장로마저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운하종의 제자들은 싸울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횡포한 요수가 아직 모습을 다 드러내지도 않았는데 이처럼 위용을 과시했다. 모습을 다 드러내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은도를 찾은 기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오직 깊은 두려움만 남게 되었다.

큰 배는 이미 절반 정도가 바다 밑으로 끌려 내려간 상태였다. 게다가 거대한 촉수가 끊임없이 선체를 내리치고 있었다. 한 번 내리칠 때마다 배는 점점 더 너덜너덜해졌다.

“어떡하지?”

운하종의 제자 한 명이 울면서 소리쳤다. 그는 아직 젊고, 아름다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 여기서 죽을 수 있단 말인가.

말을 마치는 순간, 그는 웅대한 포부만 남긴 채 촉수에 맞아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생지옥처럼 피비린내 나는 이곳에서 무인과 일반인은 거의 구별이 없었다. 거대한 촉수의 공격을 받아 적중되기만 하면 누구든 죽음뿐이었다.

진원 경지의 고수들은 곽향란이 도망치는 것을 보자, 당연히 몸을 날려 은도로 도망쳤다. 누구도 제자들의 생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진원 경지의 고수들도 바다 요수의 공격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허공에서 난다고 꼭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촉수들은 마치 눈이 달린 듯 정확하게 허공에서 날아가는 진원 경지 고수들을 휘감았다.

양준의 얼굴빛은 차갑고 엄숙했다. 그는 시종일관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거대한 촉수가 나타나서 지금까지 겨우 몇 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운하종 제자들은 이미 절반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당연히 일반인들은 더 많이 죽었다.

배에 있어도 안전하지 못했다. 조금만 더 지나면 배는 곧 산산조각 날 것이다. 산산이 부서지지 않더라도 바다로 끌려 들어가게 될 터였다.

바다에 뛰어들어 도망치면 그나마 일말의 생존 기회가 있었다. 그것도 단지 가능성뿐이었다.

양준은 가만히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고 싶지 않아 급히 소리 질렀다.

“바다에 뛰어들어!”

호의로 남에게 주의를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다만 혼자 배에서 뛰어내리면 촉수들의 주목을 받기 쉬웠다. 모두 함께 배에서 뛰어내리면 바다 요수들의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양준의 고함소리에 허둥대던 사람들은 그제야 잠에서 깨어난 듯 급히 뱃전으로 달려가 주저 없이 뛰어내렸다.

아래에서 한 송이 또 한 송이 피 꽃이 피어올랐다. 배에서 뛰어내린 사람들 역시 재난을 피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이들은 운이 좋아 은도로 열심히 헤엄쳐 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양준도 서둘러 몸을 날려 바다로 뛰어내렸다.

바다 전체가 마치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수십 명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헤엄쳐 갔다.

양준은 수영하는 한편,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이내 한 가지 현상을 발견했다.

빨리 도망가는 사람일수록 더 쉽게 목표물이 되었다. 운하종의 제자들은 많든 적든 모두 신법을 갖추고 있었다. 비록 많은 이들이 날 수는 없었지만, 수영 속도는 당연히 일반인보다 훨씬 빨랐다.

그러나 앞쪽에서 도망치던 이들은 수시로 바다 밑에서 뻗어 나온 촉수에 휘감겨 끌려갔다. 그들은 몇 개의 기포를 일으키고는 곧 종적을 감추었다.

오히려 뒤쪽에 있는 일반인들이 공격을 받는 빈도가 적었다.

양준은 바다 밑 요수들이 어떻게 방향을 판단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발견했으면 물론 이용해야 했다.

그는 숨을 죽이고 온몸의 기운을 감추었다. 심장 박동을 극한까지 억누른 다음, 마치 바다 위의 부평초처럼 천천히 은도로 접근해 갔다.

촉수는 과연 그를 노리지 않았다.

한창 가슴을 졸이고 있는데 뒤쪽에서 촤악촤악 거칠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양준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운하종의 한 제자가 창백한 얼굴로 그가 있는 쪽으로 헤엄쳐 오고 있었다. 헤엄치는 소리가 마치 기름 솥에 소금을 뿌리는 것 같았다.

양준은 마음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운하종의 제자는 재빨리 양준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어깨에 손을 걸친 채 힘을 빌리려 했다.

바로 그때 두 사람의 등 뒤로 촉수가 다가왔다.

양준과 운하종 제자는 동시에 등 뒤의 위험을 알아챘다. 운하종 제자는 약삭빨랐다. 양준의 어깨에 걸쳤던 큰 손에 힘을 주더니 양준을 잡아 촉수에게 던지려 한 것이다.

그러나 원기를 주입하자 양준은 약간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오히려 양준이 손을 뒤로 하여 그의 어깨에 공격을 날렸다. 거세고 순수한 원기가 쏟아지며 그를 뒤쪽으로 날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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