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3장. 뜻밖에 보물을 얻다
“주인, 이건…….”
지마는 깜짝 놀랐다.
“그것을 배 터지게 해서 죽일 생각인가?”
“배 터져 죽는다면 가장 좋고, 그렇지 못한다면 네가 들어가 싸워줘야겠어.”
양준은 간략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성도 공간에 원기를 주입하는 것에 몰두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성도 공간으로 들어간 곤충왕도 점차 어찌할 바를 몰랐다.
놈은 그래도 영리한 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수하를 지휘하여 사냥감을 이토록 많이 포획하지 못했을 것이다. 곤충왕은 잡아온 사냥감의 몸에서 먼저 각종 원기를 빨아들인 다음, 사냥감의 피와 살을 삼켰다.
하지만 이번 사냥감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새로 온 사냥감의 몸에는 원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는데 전혀 마를 것 같지 않았다. 비록 처음에는 무척 기뻐하며 배불리 먹었지만, 곧이어 몸이 부풀기 시작했다.
놈은 더 이상 먹기 힘들었다. 하지만 원기가 계속해서 끊임없이 흘러 들어와 자신의 몸을 덮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성도 공간에서 이리저리 부딪혔다.
하지만 들어오기는 쉬워도 나가는 것도 어디 쉬울까?
양준은 놈과 겨루어 본 적이 있어 곤충왕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단 놈이 자유를 얻는다면 다시 잡기 힘들 것이니, 당연히 그것을 놓칠 수 없었다. 원기가 끊임없이 흘러들게 한 것은 그것이 도망치지 못하게 출구를 봉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양준의 진양결은 극한까지 운행되었다. 단전 안의 양액도 이미 절반 이상 터뜨려 전부 성도 공간으로 흘러들어 곤충왕에게 깨끗이 먹혔다.
손등에서는 계속해서 ‘윙윙’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곤충왕이 도망치려고 발버둥치는 소리였다.
양준의 입가에는 잔인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양준은 또 양액 몇 방울을 터뜨려 금신에서 추출한 원기와 함께 성도 공간으로 흘러 들어가게 했다.
끊임없이 터뜨린 양액으로 인해 양준은 지금 피와 살이 새빨개졌고, 뜨거운 햇볕 아래서 그을리고 있는 것처럼 체온이 올라갔다. 어느새 피부에서는 피가 새어 나왔다.
“지마!”
양준은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속으로 불렀다.
지마는 양준이 이토록 단호한 것을 보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는 용감하게 파혼추를 감싸고 성도 공간으로 들어갔다.
양준은 지마와 곤충왕이 손등의 성도 공간에서 대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처음에는 지마가 곤충왕의 상대가 안 되었지만, 곤충왕이 원기를 대량으로 흡입한 뒤, 몸집이 뚱뚱해져서 속도가 훨씬 느려졌다. 이제 지마는 곤충왕과 막상막하였다.
시간이 흐르자 곤충왕이 흡입하는 원기도 점차 많아졌고, 지마도 천천히 형세를 변화시켜 우세를 차지했다. 파혼추가 큰 위력을 부려 곤충왕을 연속으로 공격했고 곤충왕도 점차 상처가 늘어났다.
손등이 뜨거워졌다. 이토록 강한 위력의 충격을 감당하다 보니 양준도 피해를 입었다. 고개를 숙이고 손등을 보니, 원래 숨어 있던 성도 문양이 반짝거리며 빛을 내뿜고 있었다. 이내 커다란 성공(星空)이 눈에 들어왔고, 양준은 그 성공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와 금빛 그림자 하나가 뒤엉키는 것을 보았다.
조금씩 타는 냄새가 전해졌다. 진양원기를 너무 많이 주입한 탓에 손등이 데이고 말았다.
양준은 이를 악물며 버텼다. 그는 여전히 안으로 진양원기를 주입했다. 방대한 원기의 양에 곤충왕은 힘들어했고, 지마도 영향을 받았다.
지마의 신혼과 파혼추는 사악한 것이었다. 진양원기는 그들과 상극이었다. 양준이 원하지 않았더라면 지마는 파혼추와 함께 그의 몸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평소에는 별문제가 없었지만, 지금 지마는 뜨거운 진양원기에 녹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마는 불안해져서 다급히 양준에게 생각을 전했지만 양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기나긴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그제야 지마는 양준이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나와!”
지마는 하마터면 눈물, 콧물을 다 쏟을 뻔했다. 그는 심지어 양준이 그와 곤충왕을 함께 없애려고 모질게 마음을 먹어서 불러도 반응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또 주인이 부르는 소리를 듣자 지마는 감동이 밀려왔다.
그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양준이 성도 공간에서 구멍을 내는 틈을 타서 순식간에 밖으로 튀어 나갔다.
곤충왕도 따라서 나가려고 했지만, 양준은 지마가 빠져나오자마자 구멍을 닫아 버렸다.
“성흔!”
양준은 낮은 소리로 외치며 오른손을 천천히 들었다. 광활한 성공의 모습이 그의 옆을 맴돌더니 음산한 동굴을 반짝거리는 별바다로 만들었다.
쿵!
소리와 함께 곤충 동굴 전체가 흔들렸다. 양준은 순간 선혈을 내뿜었다.
주변에는 성흔으로 인한 흔적이 아무것도 없었다. 지마는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소리를 질렀다.
“주인!”
“괜찮아!”
양준은 연이어 피를 토했다. 그는 안색이 창백했고 더없이 무기력하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오른손의 손등은 이미 피로 얼룩져 있었다. 심지어 혈관과 새하얀 뼈도 볼 수 있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느껴 본 양준은 웃음이 나왔다.
곤충왕은 이미 죽어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미 곤충왕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았다.
억지로 원기를 잔뜩 흡입하고 또 지마에 의해 중상을 입은 뒤, 나중에는 성흔까지 맞았는데 살아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적이었다.
지마는 속으로 흠칫 놀랐다. 그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주인… 소인은 정말 감탄했네!”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양준의 성흔은 공격 대상이 없으니 바로 그 손등을 건드렸다.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겼다면 양준이 죽었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양준이 절제를 아주 잘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성흔을 사용할 때 대부분의 살상력을 모두 곤충왕에게 가하고, 자신에게는 위력을 조금밖에 남겨두지 않았다.
자신에게조차 이토록 매정한 것은 일반 사람들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지마는 진심으로 탄복했다.
“주변을 경계해. 난 며칠 동안 회복해야 될 것 같으니까!”
양준은 옷을 찢어 다친 손을 감쌌다. 그리고 다급히 당부하고는 눈을 감았다.
성흔의 위력은 대단했다. 한 방으로 6급 요수도 쓰러뜨릴 수 있으니, 지금 그가 위력을 조금만 받았다고 해도 기동 경지 5단계의 무인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다.
오른손에서 격렬한 통증이 느껴지며 원기가 혼란스러워졌다. 오장육부도 그 진동에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나마 안심되는 것은 손등이 피투성이가 되었어도, 성도 공간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더 이상 성도 공간을 쓰지 못할까 봐 걱정할 일은 없었다.
많은 심혈을 기울여서야 양준은 날뛰는 원기를 가라앉혔다. 그는 끊임없이 진양결을 운행하며 몸속의 진양원기로 다친 부위를 적시고 어혈을 풀었다.
이틀 뒤에야 양준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가장 먼저 지마에게 물었다.
“곤충들이 들어오지 않았지?”
이건 그가 가장 걱정하는 문제였다. 곤충들은 등급이 낮아 걱정할 필요가 없었지만, 수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사람 크기만한 곤충은 등급이 낮지 않은 요수였다. 어느 한 마리도 운하종의 제자들보다 못하지 않았다.
“없었네.”
지마가 대답했다.
“여기는 곤충왕의 거처니 곤충들은 감히 이곳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네.”
“그러면 다행이고.”
양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상처가 회복되는 속도가 전보다 훨씬 빨라진 것을 느끼고 오른손을 감쌌던 천을 풀었다. 비록 손등은 여전히 피투성이였지만 빠른 속도로 낫고 있었다. 이미 새하얀 뼈와 힘줄은 보이지 않았다.
지마는 양준의 의혹을 느낀 듯, 설명을 덧붙였다.
“주인께서 지난번 운하종의 오른쪽 섬에서 응혈주를 제련하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기혈이 크게 늘어나 당연히 회복하는 게 전보다 훨씬 빨라진 것이라네. 기혈이 많으면 생명력도 왕성해지는 법이지.”
“그렇군.”
양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 곤충왕은 죽었지만 그가 주인에게 뭔가를 남겨 주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가?”
지마는 양준이 의아해할 만한 질문을 던졌다.
“그게 뭔데?”
“소인은 모르네. 주인이 직접 느껴 보게!”
지마가 진지하게 말하자, 양준도 마음을 가다듬고 몸속에 변화를 느껴 보았다.
한참 뒤에 그는 정말로 몸속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단전 안에 있었는데, 이것은 절대 수련으로 얻은 진양원기도 아니었고, 금신에 의해 흡수되지도 않았다. 그렇게 그냥 단전 안에 머물러 있을 뿐이었다. 지마가 일깨워 주지 않았더라면 양준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곤충왕이 남긴 기운이야?”
양준이 물었다.
그의 말을 들은 지마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그렇군!”
“너 뭐 알고 있지? 자세히 말해 봐.”
“주인께서는 이 곤충왕이 소인이 알고 있던 상고이충과 비슷하다고 말한 것이 기억 나는가?”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인은 그저 의심만 할 뿐, 확신하지 못했네. 나도 직접 이런 것을 본 적이 없고, 그냥 들어서 알고 있었을 뿐이네. 그러다 그것과 겨루면서 절반의 확신이 생겼던 것이라네. 지금 주인께서 다른 점을 느꼈다고 하니, 이제 확신할 수 있네. 그것은 진짜 상고이충이 맞다네.”
“무슨 곤충이라고?”
“바로 서천충(噬天蟲)이라네!”
지마는 이름을 부른 뒤, 다급히 축하를 올렸다.
“주인, 또 보물을 얻은 것을 축하하네. 주인이 복이 많아 소인이 아주 부럽다네.”
“말을 알아듣게 해.”
양준은 자세를 바로 하고 지마에게서 중요한 얘기를 들을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