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65화 (165/853)

제 165장. 드디어 탈출한 동굴

동굴 안에는 유오청 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 말고도 세 사람이 더 있었다.

그중 두 사람은 운하종의 젊은 제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운하종의 장로였다. 양준은 배에 있을 때, 그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맹성원(孟星遠). 실력은 비록 유수평과 비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진원 경지 7단계의 고수였다.

‘저들이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지?’

양준은 깜짝 놀랐다.

맹성원을 포함한 운하종 제자들이 이곳에 나타난 것은 유오청의 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날, 배가 산산조각 난 후, 운하종 제자들은 이리저리 흩어졌다. 맹성원은 유오청과 같이 제자들을 모아서 은도를 탐색하는 한편, 같은 종문 사람들을 찾아다닌 것이다.

그들 일행도 은도에서 며칠을 보내며 많은 위험을 맞닥뜨렸고, 제자들도 많이 죽거나 다쳐 지금은 결국 두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탐색하다 이곳까지 오게 된 그들은, 밖을 감싸고 있는 안개가 이상하다고 여겨 탐색하던 중, 제원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 곤충 동굴까지 찾아낸 것이다.

동굴 입구에서 유오청의 치마로 보이는 천 쪼가리를 발견한 맹성원은 두 제자와 함께 몰래 동굴 안으로 잠입해 들어온 것이었다. 잠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들은 아무런 공격도 받지 않고 손쉽게 유오청을 찾았다.

그들은 곤충들이 전부 양준에게 불려 가서 이토록 순조롭게 들어왔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유오청은 겁에 질린 상태로 자신이 며칠 동안 겪은 일과 함께 장옥, 나천천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해 주었다.

말하고 있는 와중에 양준이 나타난 것이다. 양측은 모두 깜짝 놀랐다.

맹성원은 운하종에 이런 제자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했고, 유오청은 양준이 살아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유오청의 마음속에는 원한과 분노가 치밀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맹 사숙, 이 사람은 우리 운하종의 제자가 아니라 배에 잠입한 나쁜 놈이에요. 제원도 저 녀석이 죽인 거예요. 맹 사숙께서 제원 사제의 복수를 해 주실 거라 믿어요!”

그녀는 양준이 그녀를 덮치려고 한 일은 말하지 않았다. 소문이 나면 난감해질 것을 염려한 듯했다.

전에 그녀는 양준을 어찌하지 못했다. 이곳에 그녀와 양준 두 사람밖에 없어 동병상련인 것도 있었고, 몸과 마음이 지쳐 양준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맹성원과 운하종 제자들이 이곳을 찾았으니 그녀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러니 어찌 양준을 가만두겠는가? 그녀는 양준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양준만 죽는다면 그날의 일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그녀는 여전히 고귀한 운하종의 공주님일 것이다.

유오청은 고개를 쳐들고 이 말을 하면서 도도하게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는 복수심이 가득했다.

맹성원도 안색이 차가워지면서 소리쳤다.

“네 이놈, 간도 크구나! 감히 우리 운하종의 제자를 죽이다니! 저 녀석을 죽이거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운하종의 두 제자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양준에게 공격을 날렸다.

양준은 아무 말없이 유오청을 바라보았다. 이내 그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서렸다.

운하종 제자들이 먼저 공격을 날리자, 양준은 몸을 움직이더니 서 있던 곳에서 십몇 장 떨어진 곳에 나타났다. 운하종의 두 제자가 쫓아오자, 양준은 또다시 몸을 피했다. 연속 몇 번이나 그는 이렇게 종적을 감추었다.

‘빠르군!’

맹성원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의 보법은 아주 기묘한 것이, 무슨 단계의 무공인지 알 수 없었다.

“오청아, 걸을 수 있겠느냐?”

맹성원이 물었다.

“네.”

유오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숙과 함께 나가자. 난 저 녀석이 어떻게 안개를 뚫고 나가는지 보아야겠다.”

맹성원은 코웃음을 치며 조급해하지 않았다. 밖이 안개로 둘러싸인 이상, 진원 경지 이하의 무인들은 떠날 생각을 말아야 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비보라도 있지 않는 이상, 나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사숙, 꼭 저 인간을 죽여야 해요. 저 자는 전에 나천천 사매를 겁탈하려고도 했어요. 제가 한사코 막지 않았더라면 사매는 겁탈당할 뻔했다고요.”

유오청은 눈을 깜빡이며 전혀 미안한 기색 없이 양준에게 오물을 뒤집어씌웠다.

맹성원은 그 말에 버럭 화를 냈다.

“감히 우리 운하종의 제자를 괴롭히려고 하다니, 정말 간도 크구나! 오청아, 걱정하지 말아라. 사숙이 저 놈을 잡으면 가죽을 벗겨 놓을 테니까!”

유오청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맹성원과 유오청이 얼마 걸어가지 못했는데, 밖에서 격렬한 전투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뒤, 양준을 쫓아갔던 운하종의 두 제자는 초라한 몰골로 돌아왔다.

“어찌 된 일이냐?”

맹성원이 물었다.

“사숙, 곤충이 너무 많습니다.”

그중 한 명이 난처한 안색을 띠며 다급히 대답했다.

그가 대답할 필요도 없이 사방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순간, 맹성원은 새까만 연기 같은 것들이 그들에게 덮쳐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검은 연기의 정체는 모두 크기가 주먹만 하고 등에 날개가 달린 곤충들이었다. 이 곤충들은 통로를 완전히 가로막고 있었는데, 그 수가 매우 많았다.

유오청은 비명을 질렀다.

“사숙, 우리는 이 곤충들에게 잡혀온 거예요.”

맹성원이 차가운 안색으로 소리쳤다.

“내 뒤로 물러서 있거라!”

그는 운하종 제자들의 앞으로 뛰어가 팔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진원이 무서운 기세로 솟구쳤다.

곤충들은 맹성원의 공격에 가을의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그렇게 공간 하나가 펑 뚫렸다.

“사숙, 대단해요!”

운하종의 제자 중 한 명이 찬탄을 금치 못했다.

“나와 함께 나가자!”

맹성원은 앞장서며 공격을 펼쳐 곤충들을 죽이며 나아갔다. 운하종의 두 제자들은 유오청을 가운데 두고 보호하며 맹성원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

한 걸음씩 밖으로 나아가면서 맹성원이 공격을 날릴 때마다 곤충이 몇십 마리씩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이 곤충들은 너무도 많아 끝없이 나타났다. 연속으로 무공을 펼친 맹성원은 숨이 차서 발걸음을 멈추고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끓어오르는 기혈을 누르고 다시 한번 맹렬한 공격을 펼쳤다.

그들이 지나간 곳마다 온통 곤충의 시체가 두텁게 쌓여 있었다.

대략 쉰 장 정도를 걸어 나간 맹성원은 창백해진 얼굴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쿠구구-

동굴에서 진동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머리 위에서 흙이 떨어지며, 곧이어 ‘쿵’ 하는 소리가 귓가에 전해졌다. 이내 동굴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동굴이 무너지려고 해. 어서 도망가자!”

맹성원의 뒤에 있던 유오청과 운하종의 두 제자도 안색이 창백해지며 다급히 그를 따라갔다.

하지만 앞쪽에 수많은 곤충들이 길을 막고 있어 그들은 빨리 나가려고 해도 나갈 수가 없었다. 맹성원은 젖 먹던 힘까지 짜냈지만, 곤충들을 물러서게 하지 못했다. 다급한 와중에 그의 공격을 피한 곤충들이 뒤에 있는 세 사람을 공격했다. 그들은 한동안 허둥지둥했다.

또 삼십 장 가까이 달리자 앞쪽의 통로가 갑자기 무너지며 그들의 앞길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맹성원과 운하종의 두 제자는 사색이 되었다. 유오청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희망을 보자마자 이토록 암담한 절망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쿠우우-

소리는 끊임없이 귓가에 울렸다. 양준은 이미 동굴 입구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가 동굴을 벗어나는 순간, 발 밑의 땅이 맹렬하게 아래로 가라앉았다.

양준은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앞으로 날아갔다.

방금 전 운하종의 두 제자에게 공격을 당할 때, 양준은 이미 곤충들에게 동굴을 무너뜨리라고 지시를 내렸다. 자신의 실력으로 진원 경지의 고수와 정면으로 대결해 봤자 승산이 없었다. 지금 곤충들을 조종할 수 있으니 그는 당연히 이것을 이용하려고 했다. 이 곤충들은 동굴을 파는데 능하니 자신의 굴을 망가뜨리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었다.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기척이 전해지자 양준은 한걸음에 몇 리나 날아간 뒤에야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곤충 동굴을 중심으로 사방 몇 리의 땅이 전부 움푹 내려앉은 상태였다.

곤충 동굴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양준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이렇게 땅이 무너져도 진원 경지의 고수를 죽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곤충들에게 지하에서 운하종의 사람들을 찾으라고 시켰다. 반드시 그들의 씨를 말릴 생각이었다.

조용히 몇 분을 기다린 결과, 양준은 지하에서 처참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들었다.

그것은 맹성원의 비명소리였다. 곤충들이 그를 찾아내서 전투를 벌이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서서히 약해지더니 결국 사라졌다.

진원 경지인 맹성원도 죽었으니 그보다 실력이 훨씬 떨어지는 운하종의 제자들은 당연히 살아남을 수 없었다. 어쩌면 동굴이 무너지는 순간, 이미 매장되었을 수도 있다.

“아리따운 소녀가 아깝게 되었군.”

지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유오청은 흔치 않은 미인이었다. 하지만 마음씨가 고약하고 악독하여 죽어 마땅했다.

양준은 침묵을 지켰다. 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땅이 꿈틀거리더니 무수한 곤충들이 땅에서 기어 나와 양준을 둘러싸고 그의 명령을 기다렸다. 이 곤충들은 양준이 은도에서 생존하고 탐색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운하종으로 섞여 들어가 양준은 지금까지 항상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움직였다. 지금 이 순간, 운하종의 사람들에게서 벗어난 그는 자유로운 기분을 느꼈다.

이 곤충들은 모두 날 수 있었고, 속도도 느리지 않아 양준은 그것들을 데려가지 못할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곤충들을 이끌고 안개 가까이에 간 양준은 안개를 치우라는 명령을 내렸다.

바로 큰 곤충 몇 마리가 날아와 안개를 물어뜯었다. 그러자 사방 십몇 리를 감싸고 있던 안개에 선명한 흠집이 생겼다.

이 안개는 큰 곤충들만 분출할 수 있는 것인 듯했다. 작은 곤충들은 이런 재주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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