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6장. 수상한 석문
며칠 동안, 양준은 은도를 먼저 탐색하지 않고, 은폐된 곳을 찾아서 양염지익을 익혔다.
며칠 뒤, 양준은 양염지익으로 상공에서 섬 전체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위에서 바라보니 이 신비한 섬의 모든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몇 달 전, 강씨 부인에게서 얻은 지도에 비교해 보자, 양준은 자신의 위치를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또 정확한 길도 찾아냈다.
앞으로 한동안 날아간 뒤, 양준은 땅에 착지하여 보법으로 이동했다.
양염지익을 사용하면 속도는 빨랐지만 원기도 많이 소모되었다. 이런 신비로운 섬에서 양준은 단전 안의 양액을 너무 많이 써 버리는 것이 불안했다. 그리고 하늘에 떠 있다 보면 노출되기 쉬웠다. 날아다니는 요수나 운하종의 고수들에 눈에 띌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훨씬 느리긴 하지만, 보법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식이었다.
연이어 며칠 동안, 양준은 계속해서 이동했다. 길에서 천재지보를 발견하면 망설임없이 바로 먹어 치워, 금신으로 흡수시켰다.
은도에는 위험이 가득했고 강한 요수도 많았다. 양준이 신중을 기하지 않았더라면, 진작 큰 전투에 맞닥뜨렸을 것이다.
며칠 동안, 그는 운하종의 사람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양준은 이미 운하종의 사람들이 전부 죽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최종 목적지가 가까워지자 양준은 드디어 사람이 지나간 흔적을 발견하고, 더욱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은도의 정중앙에 위치한 것은 높이가 백여 장 정도 되는 작은 산봉우리였다. 산봉우리는 바위가 수두룩하고 풍경이 독특했다. 양준은 부인이 보여준 지도를 떠올렸다. 그는 지도가 최종적으로 가리키는 곳이 바로 이 산봉우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운하종의 다른 사람들도 이곳을 목표로 정한 듯했다. 그들이 모두 몇 명인지,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뿐이었다.
산봉우리 밑에 다다른 양준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이를 악문 채, 산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고 호흡을 가다듬은 양준은 절반 정도 올라가다가 위쪽에서부터 전해지는 격렬한 진동을 느꼈다. 그 진동에 산봉우리 전체가 흔들렸다.
양준은 흠칫 놀랐다. 위쪽에 무슨 변고가 생긴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그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한참 뒤, 양준은 드디어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그는 한쪽에 몰래 매복하여 소리가 난 쪽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몇십 장 떨어진 곳에서 운하종 제자들이 맹렬하게 석문 하나를 공격하고 있었다.
한참 동안 그들을 관찰하던 양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 중에 운하종의 태상장로인 곽향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두머리는 유수평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진원 경지의 고수였다.
그들은 무척 초라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은도에서 고생을 많이 한 듯했다. 대부분 몸에 상처가 있었고,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그들이 이런 상태였던 덕분에, 양준이 근처까지 잠입했는데도 발각되지 않은 것이었다.
그들은 무기를 지니고 각자의 무공을 펼쳤다. 자신들의 앞을 막아선 석문을 끊임없이 공격하며 부수려고 했다. 공격을 할 때마다 석문이 진동하며 자욱한 빛이 뿜어져 나오면, 그들의 공격은 아무런 작용도 일으키지 못했다.
“유 사형…….”
그중 한 사람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이제 어떡하죠?”
유수평은 어두운 얼굴로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다.
“어쩌긴 뭘 어째? 계속해서 공격해. 반드시 이 석문을 부수어야 해! 우리 운하종은 이번 일로 손해가 막중해. 태상장로가 두 분이나 돌아가셨는데, 아무런 수확도 없이 무슨 염치로 돌아가라는 거야?”
이 말을 들은 양준은 크게 기뻐했다.
‘곽향란도 죽었구나!’
신유 경지의 고수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 소식은 양준에게 희소식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유수평은 앞으로 뛰쳐나가 필사적으로 진원을 운행하며 계속해서 석문을 공격했다. 그는 석문을 공격하며 악에 받친 고함을 내질렀다.
“두 태상장로께서 돌아가신 데다, 운하종의 제자들도 사상자가 많이 나왔고, 내 딸마저 행방불명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이 문짝 때문인데 열지 못한다면 난 이곳에서 자결할 것이다. 더 이상 이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없다!”
유수평의 광기에 다른 사람들의 안색도 썩 좋지 못했다. 이번에 은도로 탐험을 떠난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 이렇게 위험할 줄 알았더라면 그들이 운하종을 떠났을 리가 있겠는가? 운하종은 아직 은도를 탐색할 자격과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유수평의 말은 다른 사람들의 마지막 남은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몇몇 이들은 회복하던 것도 멈추고 함께 석문을 향해 공격을 펼쳤다.
이 석문은 매우 견고했지만, 그렇다고 뚫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진원 경지의 고수들이 쉬지 않고 공격을 펼치자, 산봉우리에서는 석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한 시진도 되지 않아 석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희망을 본 운하종 제자들은 점점 더 힘을 썼다.
석문에 간 금이 점점 더 커졌다. 곧 부서질 것 같았다.
하지만 이때, 갑자기 독수리의 울음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왔다.
석문을 공격하던 운하종 제자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큰 독수리다.”
한 사람이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
“태상장로를 찢어 죽인 큰 독수리야.”
그들은 전에 곽향란의 인도 하에 은도에서 탐색을 펼쳤고, 수확도 적지 않게 했다. 며칠 전, 그들은 벼랑에서 새 둥지 하나를 발견했는데, 안에는 채 자라지 못한 새끼 새 한 마리가 있었다.
비록 덜 자랐지만 영기가 흐르는 것이 척 보아도 등급이 낮은 요수 같지 않았다.
곽향란은 매우 기뻐하며 날아가서 새끼 새를 키우려고 잡아왔다. 그런데 새끼 새를 잡아온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그 새의 부모가 찾으러 나선 것이다. 그 두 마리는 매우 크고 무섭게 생긴 것이 적어도 6급 정도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독수리였다.
신유 경지의 고수인 곽향란은 한 마리는 그럭저럭 대응할 수 있지만, 새끼를 잃어 화가 난 두 독수리가 함께 공격하자 도저히 당해낼 수 없었다. 곽향란은 반 시진도 버티지 못하고 독수리에게 갈기갈기 찢겨 죽었다.
그 때, 유수평을 포함한 운하종 제자들은 혼이 쏙 빠질 정도로 놀라서 수풀에 숨은 채, 나오지 못했다. 감히 도우러 나설 엄두도 나지 않았다. 독수리들은 곽향란을 찢어 죽인 뒤, 하늘을 맴돌다가 천천히 떠나갔다.
그때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두 짐승이 아직까지 원한을 품고 있을 줄이야. 독수리들은 오늘에야 그들의 행방을 찾아낸 것이었다.
독수리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유수평과 운하종 제자들은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잠시 뒤, 멀리서 또 독수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넋 놓고 바라보니 동쪽과 서쪽에서 각각 검은 점 하나가 신속하게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서… 어서 이 문을 부숴야 한다!”
유수평이 겁에 질려 큰소리로 말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다 죽을 거야.”
두 마리의 6급 요수는 진원 경지의 무인들의 실력으로 상대할 수 없는 적수였다. 일단 잡히는 순간 죽은 목숨이었다.
유수평이 일깨워 주자 남은 몇 사람들은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석문을 공격했다. 석문에 금은 점점 늘어났지만, 여전히 굳건하게 그들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
독수리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자 석문에 공격을 펼치던 제자 중 한 명이, 이런 죽음의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다급히 보법을 펼치며 밑으로 도망쳤다.
“돌아와! 장 사제, 돌아와!”
유수평은 크게 소리를 질렀다.
“더 힘을 쓰면 이 석문을 부술 수 있어. 그러면 석문 안으로 들어가 도망칠 수 있다고. 네가 지금 도망친다고 해도 어디로 도망칠 수 있겠어?”
하지만 장 사제라 불린 운하종 제자는 그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는 발 밑으로 바람을 일구며 필사적으로 밑을 향해 도망쳤다.
사람들은 안 그래도 희망을 보지 못했던 찰나에 한 명이 탈주하자, 자극을 받고 또 누군가가 물러섰다. 그는 다급히 말했다.
“어서 도망치자고. 이 석문은 당분간 열릴 것 같지 않아. 지금 도망친다면 그래도 살 희망은 있잖아!”
말을 마친 그는 부랴부랴 밑으로 도망쳤다.
일손이 원래도 부족한데 또 한 사람이 줄어들자 점점 더 희망과 멀어졌다. 다른 사람들도 발을 구르고는 다급히 흩어지더니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다.
오직 양준만이 근처에 꽁꽁 숨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몰래 시선을 들어 살펴보니 공중에서 두 독수리의 모습이 나타났다. 비록 몇백 장의 거리가 있었지만, 얼핏 보기에도 이 독수리들에게서는 영기가 흘러 넘치고 위풍당당했다. 양준이 가늠해 보니 그것들은 적어도 길이가 칠팔 장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독수리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발 밑에서 이리저리 도망치는 운하종 제자들을 노려보더니 곧장 그들을 향해 덮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처참한 비명소리가 멀리서 전해져 양준의 귀에 들어왔고, 그는 몸을 흠칫 떨었다. 달아나던 운하종의 제자들도 그 소리에 하나같이 겁을 잔뜩 먹었다. 그들은 또 누군가 독수리에게 크게 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비명소리가 끝나자마자 또 다른 비명소리가 들렸다.
진원 경지의 고수라도 6급에 달하는 공중의 제왕 앞에서는 갓난 아기처럼 나약하기 그지없었다. 양준은 경거망동하지 않고 제자리에 엎드린 채,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두 독수리와 운하종 제자들이 모두 모습을 감춘 뒤에야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양준의 얼굴은 겁에 질려 있었다. 다행히 양염지익을 믿고 도처를 날아다니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독수리를 마주치기라도 했다면 그도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양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석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잔뜩 금이 가 쩍쩍 갈라진 석문을 바라보며 원기를 운행하여 주먹을 날렸다.
석문이 진동하더니 금이 더욱 촘촘해졌다. 석문은 자욱한 연기에 휩싸이더니 전처럼 견고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 점을 발견한 양준은 정신을 번쩍 차리고 한 번, 또 한 번 석문을 향해 맹렬한 공격을 펼쳤다.
몇백 번 주먹을 휘둘렀는데도 석문은 여전히 부서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군!”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한참 생각한 그는 마음속으로 곤충들을 불렀다. 그러자 윙윙 소리가 들리더니 양준의 뒤를 따르던 곤충들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