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67화 (167/853)

제 167장. 석문 안의 비밀

이 곤충들은 줄곧 양준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양준은 위험이 생기면 곤충들을 부를 생각이었지만, 오는 길에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양준은 큰 곤충 몇 마리를 불러내 석문을 향해 안개를 내뿜게 했다. 그 괴상한 안개가 과연 석문을 부식시킬 수 있을지 궁금했다.

큰 곤충들도 순순히 명령을 받고 석문 앞으로 와서 입을 벌리고 하얀 안개를 내뿜었다.

치이익-

안개에 닿자 석문이 부식되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본 양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곤충에게 계속해서 안개를 내뿜게 했다. 그리고 그는 옆에 앉아 원기를 회복했다.

한 시진이 지나지 않아, ‘치이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양준이 눈을 떠 보니 석문은 이미 부서져 검은 동굴 입구를 드러낸 상태였다.

양준은 무모하게 들어가지 않고, 곤충들을 먼저 들여보내 안쪽을 살펴보게 했다.

밖에서 반나절 기다리자, 석문 안쪽으로 들어갔던 곤충들이 무사히 돌아왔다. 안에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신한 양준은 그제야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양준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곤충들에게 동굴 입구를 지키게 했다. 또 큰 곤충들은 안개를 뿜어내 동굴 입구를 막도록 지시했다.

곤충들과 안개가 동굴 입구를 막고 있으니, 양준은 운하종 제자들이 독수리의 추격을 피해 다시 돌아온다 해도 이곳으로 들어올 걱정은 하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 동굴은 곧게 뻗은 것이 아니라 구불구불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았는데, 양준은 갑자기 온몸이 아주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동굴 안에 천지의 기운이 아주 농후한 것 같았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이런 감각은 더욱더 강해졌다.

몇백 장 정도 내려간 양준은 이미 산봉우리의 밑에 다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그는 이 길의 끝을 볼 수 있었다.

아래쪽은 거대하고 널찍한 공간이었고, 석벽에는 빛이 반짝이고 있어 매우 아름다웠다. 길의 양쪽에는 돌로 만든 받침대가 있었는데, 여러 층으로 나뉘어져 층마다 물건들이 올려져 있었다.

양준은 앞으로 걸어가 돌 받침대 앞에 섰다. 그리고 빛을 빌려 가장 위쪽을 살펴보았다.

“태일문(太一門)?”

양준은 받침대에 새겨진 세 글자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 종문에 관해서 그는 해성에서 노닐 때, 들은 적이 있었다. 이 종문은 해외에서 유일하게 중도의 8대 가문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뛰어난 세력이었다. 문하의 제자는 수두룩했고, 고수도 많았으며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태일문이 이곳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거지?’

태일문이라고 새겨진 받침대 위에 보인(寶印)이 있었다. 손을 뻗어 들어 보니 묵직한 것이 아마도 진귀한 재료로 조각하여 만들어진 것인 듯했다. 심지어 이 보인 자체가 비보라고 할 수 있었다.

자세히 살펴본 양준은 보인의 아래쪽에서 ‘태일’이라고 적힌 두 글자를 발견했다.

‘이건 역시 태일문의 보물이었어! 그런데 왜 이곳에 있는 거지?’

양준은 의아함을 품고 아래칸을 살펴보았다.

아래칸도 똑같이 글씨가 새겨져 있었는데 양준이 들어 본 적이 있는 종문이었다.

“고운도(古雲島)!”

이 문파는 실력이 태일문보다 못하지만 해외에서 그래도 일류에 속했다. 이 받침대에 놓인 것은 공법 한 권이었다.

양준이 안쪽을 살펴보니 등급이 낮은 것 같지 않았다. 적어도 천급 단계의 공법인 듯했다.

하지만 양준은 진양결을 수련한 데다 또 음양합환공도 수련하여 이 공법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공법을 다시 내려놓고, 계속해서 아래를 살펴보았다.

양준의 안색은 점차 이상해졌다.

이 받침대에는 층층마다 종문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그 위에 물건이 놓여 있었다. 물건들은 하나같이 무공이나 공법, 또는 비보나 신물 등 여러 문파의 보물들뿐이었다.

게다가 이 문파들은 전부 해외에서 내노라하는 세력들이었는데, 족히 열몇 곳은 되었다. 운하종 같은 삼류 세력은 이 받침대에 새겨질 자격조차 없었다.

양준의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이 받침대 위의 물건들은 정말 각 문파의 보물들일 것이다. 그런데 왜 전부 이곳에 모여 있는 것일까?

물끄러미 바라보던 양준은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다.

그것은 해성의 한 찻집에서 들은 기이한 소문이었다.

삼백 년 전에 한 사람이 해외의 크고 작은 종문을 돌아다니며 제자로 들어가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자질이 너무 보잘것없는 탓에 매번 종문에서 쫓겨났다. 심지어 어떤 종문의 제자는 그를 비꼬면서 손을 써 혼내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꾸준히 모든 해외에 있는 종문들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결국 어디에도 입문하지 못했다.

낙담한 그는 절망했고, 자신을 받아 주지 않는 문파들을 증오했다. 그래서 수련할 길을 찾겠다고 맹세했다.

원래 이건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명성을 날린 유명한 문파는 해마다 들어오려는 제자들이 넘쳐나 그만큼 거절당하고 쫓겨나는 사람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도 그중 한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삼십 년 뒤, 해외에서 큰일이 벌어졌다. 태일문 장문인의 인감이 사라진 것이다. 어떤 대담한 도둑이 문파로 잠입한 것인지 그만 장문인의 인감을 도둑맞고 만 것이다.

곧이어 해외에 있는 여러 종문들에서 소식이 전해졌다. 모두 대단한 보물들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어떤 물건은 아주 귀중했고, 또 어떤 물건은 귀중하지는 않았지만 종문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한순간에 각 종문에서는 인심이 흉흉해지며 의심이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 도둑이 자기네 종문의 보물도 노릴까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방어하든 결국 도둑질 당하는 운명은 피하지 못했다.

신출귀몰하는 도둑은 가장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들의 엄밀한 수비를 뚫고 물건을 훔쳐갔다.

이 일은 그때 해외에서 떠들썩하게 퍼졌다. 보물을 잃은 대종문에서도 체면을 크게 잃고 말았다. 연이어 열몇 곳의 보물들이 도둑맞자 각 종문들도 분노했다.

각 종문의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 다년간 문을 꾹 닫고 있던 늙은이들도 일제히 움직여 그 도둑의 행방을 알아내어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으려고 했다.

하늘도 노력한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몇 달간의 수색을 거쳐 드디어 실마리를 잡아냈다. 많은 흔적들에서 대종문 열몇 곳의 보물을 훔쳐간 도둑이 삼십 년 전에 그들에게 쫓겨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 사람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모르지만, 삼십 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실력이 놀라울 지경에 이르렀다.

그제야 각 대종문에서는 어째서 자신들의 보물을 훔쳐가는지 알게 되었다. 바로 자신을 무시했던 종문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종문의 고수들은 그 사람을 찾아가 훔쳐간 보물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양측은 바다 위에서 목숨을 내걸은 전쟁을 벌였다.

이 사람은 혼자의 힘으로 열몇 종문의 고수들이 손잡고 펼치는 공격을 상대했다. 그 전쟁으로 해외의 섬들이 몇 곳이나 부서졌고, 대종문의 고수들도 많이 죽거나 다쳤다. 그 도둑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 전쟁에 참여한 고수들이 돌아온 뒤,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는 그가 죽임을 당했다고 말했고, 또 어떤 이는 그가 중상을 입고 도망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구도 진실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때 전쟁에 참여했던 고수들은 모두 죽었고, 이 일도 점차 잠잠해졌지만 도둑 당한 물건은 줄곧 찾지 못하고 있었다.

양준도 이것은 그저 옛사람들이 아무렇게나 꾸며낸 이야기인 줄 알았다. 이토록 오랫동안 기이한 소문이라고 났던 것들은 모두 이야기꾼들이 밥벌이를 하려고 꾸며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열 개 중 세 가지가 진짜면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 세 가지도 무수한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지면서 점차 원래의 의미를 잃고 많은 첨가물을 함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 보니 양준은 그것이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태일문 장문인의 인감은 반드시 태일문의 전용 심법(心法)으로 움직여야만 공격 비보로 쓸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 보물은 받침대의 가장 위층에 놓여 있었는데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상태였다.

고운도의 무상 공법, 수라문의 대표적인 비보, 낙화교(落花教)의 천예혈해당(千蕊血海棠)…….

이들 모두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었고, 종문에 있어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 받침대에 놓인 물건들 자체는 별로 가치가 없다고 해도, 그 문파들에게는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보물이었다.

‘그때 그 사람이 훔쳤던 물건이 모두 이곳에 있었구나!’

양준은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그는 만약 이 물건들을 가지고 나갈 수 있다면 해외의 세력에게 큰 파문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어? 이 비보들은 단계도 그럴 듯한 것이 수비용으로 몇 개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도 좋지 않겠나?”

지마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이곳의 비보는 많지 않았는데, 겨우 세 개밖에 되지 않았다. 태일문의 심법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인감을 제외하고, 다른 두 비보는 양준이 쓰고 싶다면 쓸 수도 있었다. 이 비보들의 등급은 적어도 천급 정도로 보여, 양준은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밖에서 쓰다가 실마리라도 잡혀 누군가에게 발견된다면 골치만 아파질 뿐이었다. 그래서 양준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지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물건을 받침대에 올려놓은 채 한 걸음씩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더없이 농후하고 순수한 천지의 기운이 덮쳐왔다. 오색찬란하게 반짝이는 빛은 사람 마음을 간지럽혔다.

양준은 얼굴빛이 밝아지며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빨리했다.

모퉁이를 돌고 나자 거실 같은 공간에 들어서게 되였다. 오색찬란한 빛은 그곳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시선을 들어 올려다보니 대야만 한 연꽃이 허공에 떠 있었다. 오색 연꽃은 액체 같이 보이는 물질에 감싸여 있었다. 연꽃을 감싸고 있는 것은 액체처럼 보였으나, 액체는 아니었다.

양준은 이상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마치 그의 영혼이 불안정하게 들썩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온신련(温神莲)이네!”

지마가 소리를 질렀다.

“정말 온신련이야! 게다가 오색 온신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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