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8장. 온신련
“보물이야?”
양준은 입술을 핥으며 흥분에 젖어 물었다.
“보물일 뿐이겠나? 이것은 천재지보라네, 주인.”
지마는 흥분된 나머지 말에 두서가 없어졌다.
“이 온신련은 모든 무인들이 꿈꾸는 보물이라네. 실력이 얼마나 높든, 경지가 얼만큼 강하든, 이 보물만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되지. 난 왜 예전에 이런 걸 찾지 못했던 거지?”
양준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네 말을 들으니 이 물건은 네가 흡수할 수 없는 것인가 보네.”
지마는 몸서리를 치면서 말했다.
“주인, 농담이 지나치군. 소인은 지금 그저 영혼일 뿐인데 흡수하기는커녕 저 녀석에 닿기라도 한다면 소인이야말로 흡수될 거네.”
“그럼 이 물건은 도대체 무슨 효능이 있는 거야? 그리고 예전에 마두였던 놈이 호들갑 좀 떨지마.”
지마는 말문이 막혀 한참이나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무식하면 겁도 없지. 이게 얼마나 희귀하고 대단한 보물인지 몰라서 이토록 덤덤할 수 있는 거야. 만약 이것의 용도를 알게 된다면 분명 나처럼 추태를 부릴 텐데. 젠장, 난 왜 이렇게 운이 좋지 못한 거야? 오히려 주인의 운이 정말 대단하군. 앞서 천도의 기운을 연화하여 비천지력을 얻더니만 지금은 또 온신련을 마주치다니. 얼마나 대단한 운을 가져야 연속으로 이렇게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지?’
부러운 마음 절반, 질투 나는 마음 절반을 안은 채, 지마는 한참이나 끙끙거리다가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온신련, 이름 그대로의 뜻이네. 신식을 키우는 천재지보라는 말이지. 신식이 뭔지는 주인도 알고 있겠지? 비록 주인은 지금 기동 경지여서 신식을 수련할 수 없지만, 그것은 주인의 머릿속에 존재하고 있다네. 주인의 인식은 신식에서 비롯된 것이니까. 신유 경지에 도달하면 주인도 신식을 수련할 수 있을 것이네. 신식이 강할수록 강점은 더욱 분명해진다네. 실력이 비슷한 두 사람이 전투를 벌인다면 신식이 강한 사람이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지.”
이 말을 들은 양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귀찮은 듯이 그의 말을 잘랐다.
“핵심만 얘기해!”
‘이 마두가 날 세 살 어린애로 생각하는 건가?’
양준은 비록 신식을 수련할 수는 없지만 그에 대한 지식은 있었다.
“알겠네.”
지마는 울적한 마음으로 계속해서 말했다.
“신식을 수련하는 것은 육체의 실력을 키우는 것보다 훨씬 어렵네. 하지만 신식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천재지보가 있는데, 그게 바로 온신련이라네. 이런 천재지보는 영원히 사라지지도 않고, 연화되지도 않는다네. 사람에게 흡수당해도 무인의 신식 안에서만 존재하니 그것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네. 그것은 끊임없이 무인의 신식을 키워서 신식이 점점 강하고 단단해지게 한다네.”
“연화될 수도 없고, 사라질 수도 없다고?”
“맞네. 세상 사람들 중에서 온신련을 연화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라네. 가장 최고봉에 있는 강자들도 불가능하네!”
지마의 말투는 아주 엄중하고 진지했다.
“이건 아주 특별한 천재지보라네. 가치로 따지면 주인이 전에 연화했던 서천충보다 훨씬 귀한 것이네. 이것은 평생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지. 이것을 흡수한 순간부터 목숨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쭉 함께한다네. 시도 때도 없이, 쉬지 않고 말이네. 주인은 신경 쓸 필요도 없이 앉아서 그 성과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네.”
“좋은 물건이군! 흡수해야겠어!”
지마의 말을 들은 양준은 두 눈을 반짝이며 온신련을 덮치려고 했다.
“잠깐!”
지마가 소리를 질렀다.
“주인, 절대 경거망동하면 안 되네.”
지마는 깜짝 놀랐다. 방금 전까지 심드렁해 있던 양준이 이렇게 갑자기 달려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빠른 변화에 그는 당황스러웠다.
“왜?”
양준은 행동이 가로막히자 기분이 언짢았다.
“주인, 이 온신련의 주변에 액체 같은 것이 있는 게 보이지 않나? 이게 뭔지 아는가?”
지마가 물었다.
“뭔데?”
“이건 강한 자가 죽고 남겨둔 신식의 바다네! 그의 신식이 담겨 있어 주인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덮치면 기동 경지의 실력으로는 바로 죽을 수 있네!”
“식해(識海)?”
양준은 깜짝 놀랐다.
“사람이 죽은 뒤에도 식해가 보존된다고?”
신식의 바다는 원래도 형상이 없었다. 그것은 신식의 힘이었다. 사람이 죽으면 신식도 자연스럽게 보존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안 되지만 온신련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죽은 뒤, 식해가 보존된다네. 이것이 바로 온신련이 대단한 점이라네.”
지마가 해명했다.
“주인도 만약 온신련을 흡수한다면 죽은 뒤, 이렇게 된다네.”
양준은 참지 못하고 눈을 흘겼다. 고개를 숙이고 내려다보니 온신련의 아래쪽에는 정말 해골이 놓여 있었다. 살펴보니 아마도 그때 떠들썩하게 이름을 날렸던 그 도둑인 것 같았다.
그는 이곳에서 죽으면서 온신련과 그의 식해를 남겨 둔 것이다.
양준은 눈썹을 치켜 뜨고 물었다.
“지마, 너도 이런 신식의 힘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어?”
지마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주인의 말이 맞네. 주인이 다른 분부가 없다면 이 사람의 식해를 삼키려고 했다네.”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데?”
“그건 장담할 수 없네. 한 달이 걸릴 수도 있다네.”
지마가 대답했다.
“이 사람은 생전에 약하지 않은 데다가 또 온신련이 돕고 있으니 식해가 그나마 괜찮은 편이네.”
“한 달 안에 끝내도록 해. 내가 널 보호할게.”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필요 없네. 주인, 저쪽을 좀 살펴보게나. 이곳에는 보물이 온신련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네.”
양준이 고개를 돌리고 바라보자 동굴 옆에는 순수한 안개 속에 눈에 보이는 원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곳에 들어온 뒤부터 양준은 오색 연꽃에 시선이 빼앗겨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이게 뭐지?”
“순수한 천지 기운이네. 지맥(地脈)이라고도 할 수 있다네! 주인은 운이 참 좋군. 먼저 지맥 중의 천지 기운을 흡수하여 자신을 수련하고 계시게나. 소인이 이쪽의 식해를 다 삼킨 다음, 주인이 다시 온신련을 흡수하게.”
“이게 지맥이라고?”
양준은 깜짝 놀랐다. 삼백 년 전의 도둑이 수련할 곳을 정말 잘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둑이 삼십 년 만에 각 대종문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정도로 실력을 쌓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온신련뿐만 아니라 지맥의 도움도 받았던 것이다.
“작은 지맥일 뿐이네. 게다가 곧 고갈되겠군.”
지마가 말했다.
“알았어, 난 신경 쓰지 말고 너 먼저 일 봐.”
지마는 크게 기뻐하며 다급히 파혼추를 감싼 채, 식해의 변두리부터 삼키기 시작했다.
*
양준은 지맥이 있는 곳까지 걸어왔다. 자욱한 천지 기운으로 둘러싸이자 그는 온몸이 편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원기를 운행할 필요도 없이 온몸의 모공이 열리면서 피와 살, 그리고 세포 하나하나가 기쁨에 춤을 추는 느낌이 들었다.
짙고 순수한 천지의 기운에 양준은 매우 흥분되었다.
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진양결을 운행하자, 마치 고래가 물을 마시듯 지맥의 원기가 몸속으로 빨려들어왔다.
그때, 그 도둑이 삼십 년 만에 해외의 각 대종문들마저 골치 아플 정도로 실력이 향상된 것은 분명 온신련과 지맥의 도움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온신련은 정신을 키우고 지맥은 몸을 키워 주웠다. 이 두 보물을 가지고 있는데,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건 작은 지맥이어서 천지의 기운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 또 이미 도둑이 삼십 년이나 흡수하여 지맥에 있는 기운은 얼마 남아 있지 않았고, 거의 고갈될 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양준에게는 크나큰 선물이었다.
그는 몸이 특별해서 예전의 그 도둑보다 천지의 기운을 빨리 흡수할 수 있었다. 금신은 끝이 보이지 않는 밑 빠진 독이었다. 기운을 얼마나 들이붓든 모조리 삼킬 수 있어서 감당하지 못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지맥에 숨겨진 기운은 순수하고 짙어서 연화할 필요도 없었다. 경맥 안에서 주천을 운행한 뒤, 금신의 크나큰 창고로 흘러들어 비축되었다.
양준은 지맥의 기운을 흡수하고 있고, 지마는 도둑의 식해를 흡수하고 있었다. 둘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흡수하는 데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보름 뒤, 양준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천천히 눈을 떴다.
이곳의 지맥은 양준에게 사정없이 먹힌 탓에 전부 고갈돼 버렸다. 안개가 자욱하던 천지 기운도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세심하게 현재의 경지를 느껴 본 양준은 한없이 기뻤다.
그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새에 그의 실력은 이미 기동 경지 9단계까지 올라 있었던 것이다. 이합 경지와는 마지막 한 단계만 남겨 두고 있었다. 그리고 양준은 몸속의 원기가 질적이든, 아니면 양으로든 모두 이합 경지의 정도에 도달했다고 짐작했다. 부족한 것은 무도의 깨달음뿐이었다.
큰 경지에 오를 때마다 모두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필요했다. 개원 경지로 진급할 때도 그랬고, 기동 경지로 진급할 때도 그랬다. 이제 이합 경지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깨달음이 필요했다.
다만 양준은 아직 그 구속감을 느끼지 못했다. 이건 인연과 운이 결합된 것으로, 열심히 수련만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고개를 들고 바라보자 지마는 이미 온신련 주변의 식해를 깨끗이 흡수하고, 심심해하며 양준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에 보이는 것은 오색 온신련이었다. 양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신식을 키워주는 이 영물 앞으로 다가갔다.
“지마, 흡수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없어?”
양준이 물었다.
“그런 건 없네. 만약 주인이 신유 경지의 고수라면 이것과 한바탕 싸움을 벌여야겠지만 주인은 아직 신식을 수련한 적이 없지 않나. 그래서 이걸 흡수만 하면 된다네.”
주의할 점이 없다니 양준도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손을 뻗어 오색 온신련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손가락이 연꽃에 닿자마자 그것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양준은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이 예전 그 어느 때보다도 또렷한 것이 감지 능력도 전보다 많이 강해진 듯했다.
양준은 저도 모르게 깊게 숨을 들이쉬면서 개운하게 몸서리를 쳤다.
마음을 가다듬고 살펴보았지만 그는 온신련의 행방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양준은 그것이 분명히 자신의 머릿속에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직 신식을 수련해야만 온신련을 느낄 수 있었다.
“휴, 오색 온신련이…….”
지마는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났다.
“하하.”
양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주인, 앞으로 신식을 키울 수 있는 천재지보를 찾아 이 온신련이 흡수하도록 제공해야 되네. 그것이 칠색으로 변하면 주인에게 훨씬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