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69화 (169/853)

제 169장. 최후의 수단

“온신련이 성장할 수 있어?”

양준은 좀 놀라웠다.

“물론이네, 온신련은 처음에 한 가지 색만 띠지. 그것이 온신련의 등급이라네. 색채가 많을수록 등급이 높은 것이지. 가장 높게는 칠색까지 오를 수도 있다네. 예를 들자면 단색 온신련은 백 년의 시간을 들여야 한 사람의 식해가 두 배로 확장되게 할 수 있다네. 그럼 오색 온신련은 이십 년, 칠색 온신련은 오 년밖에 걸리지 않는 것이지!”

“대단하군!”

양준은 몰래 혀를 내둘렀다. 비록 그는 아직 신식을 수련하지 않았지만, 신식을 수련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다. 지마의 말처럼 신식을 수련하는 것은 육체를 수련하는 것보다 백 배는 더 힘들었다. 하지만 온신련의 도움이 있다면 그는 힘을 들이지 않고 신식을 수련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오색 온신련도 나쁘지 않은데.”

양준은 이 정도도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생각했다. 이 물건을 얻을 수 있다는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었다. 한꺼번에 칠색 온신련을 얻기를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당연히 아주 괜찮은 보물이지. 앞으로 칠색까지 성장하면 절세의 보물이라네! 하지만 이것은 성장 속도가 아주 느리다네. 그리고 신식을 키워 주는 천재지보의 기운을 흡수해야만 오색에서 칠색으로 변할 수 있으니 주인께서는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네.”

“인연에 맡겨야지. 억지로 바랄 수 있겠나!”

양준은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만약 온신련이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 칠색으로 변한다면 그의 운이었고, 그러지 못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주인께서 그런 마음가짐이면 된다네.”

지마는 감탄했다. 양준은 나이도 어린데 침착하고 듬직했다. 양준과 지낼수록 그는 양준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젊은이와 비교하여 생각해 보면, 지마의 못된 꿍꿍이와 노련한 경험으로 진작 그 사람을 쩔쩔매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양준을 대할 때, 지마는 못된 생각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양준의 뜻에 따랐다.

“이제 나가야겠어.”

양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곳에서 한 달 넘게 있으면서 온신련도 흡수했고, 지맥도 흡수했다. 좋은 것을 모두 가졌으니 더 이상 남아 있을 필요가 없었다.

떠나기 전에 양준은 구덩이를 파고 도둑의 해골을 묻어 주었다.

밖으로 걸어 나가면서 받침대 옆을 지날 때, 양준은 한참이나 머뭇거려서야 고개를 쳐드는 못된 생각을 억누를 수 있었다. 그는 마음을 설레게 하는 비보를 보지 않은 채, 성큼성큼 걸어갔다.

받침대 위에는 비보가 세 가지 있었다. 사용할 수 없는 태일문의 인감을 제외하고, 양준은 다른 두 가지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도둑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가 이것들을 사용하는 순간, 해외의 종문에서 특수한 방법으로 감지할 수도 있었다. 이것은 양준이 스스로 추측한 것이 아니라 사실이 이러했다. 많은 종문들에서는 모두 자신의 대표적인 보물에 금기를 걸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외부인이 사용하면 반드시 알아차리게 했다.

양준은 해성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니 당연히 이 뜨거운 감자를 건드리지 않았다.

‘먼저 이곳에 두자. 은도를 떠날 때, 다시 가져가면 되지.’

위로 몇백 장 올라간 양준은 다시 산봉우리의 꼭대기로 돌아왔다. 곤충들은 아직도 책임을 다하며 부서진 석문을 지키고 있었다. 운하종의 진원 경지 고수들도 다시 돌아온 흔적이 없었다. 모두 두 독수리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 같았다.

양준은 큰 곤충에게 입구의 안개를 거두게 한 다음,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산봉우리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해성과 만 리나 떨어져 있었다. 정말 은도를 떠나려면 양염지익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양염지익을 사용하려면 원기의 소모가 너무 컸다. 단전 안의 양액은 곤충왕에게 흡수당해 이미 서른여 방울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만 리를 날아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천 리를 날아가기도 힘든데 바다에서 날씨의 변고라도 생긴다면 길을 돌아가야 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더욱 많은 양액이 필요했다. 적어도 양액 사백 방울은 모아야 이곳에서 떠날 수 있었다.

‘사백 방울. 은도에 양성을 띠는 천재지보가 이렇게 많이 있을까?’

양준은 속으로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어찌 되었든 먼저 양성을 띠는 천재지보를 찾아 단전 안의 양액을 늘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양준은 다시 안개로 동굴의 입구를 막고, 절반의 곤충들에게 입구를 지키게 한 다음, 나머지 절반을 거느리고 산봉우리를 내려갔다.

연이어 며칠 동안, 양준은 양성을 띤 천재지보를 찾았고 수확도 꽤나 있었다. 닷새도 지나지 않아 단전 안의 양액은 백 방울을 돌파했다.

가슴팍의 양원인이 가리키는 대로 가다 보니 삼백 장 내에 있는 천재지보들은 모두 양준의 탐색을 벗어나지 못했다.

양준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전체 은도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아마도 그 한 명일 것이다. 실력이 강한 요수들을 빼고는 양준이 이 은도의 주인인 셈이었다.

양준은 계속해서 탐색과 수집을 반복하며, 천재지보를 마주치면 모두 채집했다. 양성을 띠는 물건이면 당장 양액으로 흡수했고, 양성을 띤 것이 아니라면 남겨서 보따리 안에 넣었다. 이따금씩 요수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풀이나 꽃도 발견했는데, 양준은 곤충을 시켜 요수의 주의를 끌게 한 다음 그 틈을 타서 채집했다. 이렇게 아슬아슬한 수확이 이어졌다.

처음에 강씨 부인에게서 얻은 지도가 큰 도움이 되었다. 전에 양준은 지도에서 중점적으로 표기한 위치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나중에 무의식 중에 그중 한 곳으로 갔다가 6급 요수를 마주친 뒤에야 중점적으로 표기한 곳은 위험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이후로 양준은 그 표기를 한 곳을 멀찌감치 피해 다녔다. 그렇게 움직이니 역시나 별다른 위험이 없었다.

사방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다 보니 보름도 되지 않아 양준은 은도 전체의 탐색을 마쳤다. 그러면서 채집할 수 있는 천재지보도 모두 얻었다. 그의 보따리는 이미 가득 차 있었다. 이 물건들은 모두 지급, 천급의 좋은 물건들이었다. 처음에 운하종의 오른쪽 섬에서 얻은 것보다 훨씬 많았다.

양성을 띠는 물건들도 많이 얻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양준의 단전 안의 모인 양액은 삼백 방울밖에 되지 않았다. 운이 좋다면 양액 삼백 방울로 해성까지 날아갈 수 있겠지만, 그건 가능성일 뿐이지 확신이 아니었다.

만약 날아가지 못하고 바다에 빠진다면 죽을 것이 뻔했다. 익사가 아니더라도 바다에 있는 요수는 충분히 그의 목숨을 취할 수 있었다.

반드시 양성을 띠는 물건을 더 찾아 사백 방울을 채워야만 안전할 수 있었다.

‘설마… 정말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건드려야 하는 건가?’

한참 생각하던 양준은 모질게 마음을 먹었다.

전에 양준은 위험한 곳을 지날 때, 양성을 띠는 보물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곳은 지도에서 특별히 표기된 곳이라 양준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은도 전체에서 양성을 띠는 물건들은 모두 채집을 마쳤는데 양액 사백 방울을 모으려면 그곳밖에 남지 않았다. 다만 그곳에 어떤 요수가 진을 치고 있을지 알 수 없을 뿐이었다.

반드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만약 전에 보았던 독수리 같은 요수를 마주친다면 양염지익이 있어도 그들의 추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하루의 시간을 거쳐서 양준은 그 위험한 곳의 다다랐다.

한참 생각하던 양준은 그제야 곤충들에게 수비를 맡기고,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과 대응책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계획을 다 세운 뒤에야 몸을 움직였다.

가슴팍의 양원인이 다시 뜨겁게 반응했다. 앞으로 몇백 장 되는 곳에는 양성을 띠는 물건이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다. 게다가 등급도 낮지 않아 보이는 것이 기운이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양액 사백 방울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성공과 실패는 이번 모험에 달렸다. 이 순간, 양준도 두려움 따위를 집어 던지고 천천히 한 걸음씩 양원인이 반응하는 곳으로 걸어갔다.

공기 중에는 비릿한 냄새가 풍겼고 주변에는 요수가 출몰한 흔적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앞쪽에 막대한 위험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앞으로 백 장 더 가까이 가자 비릿한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양준은 멀지 않은 앞쪽에 검붉은색을 띠는 거대한 암석이 우뚝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양원인이 반응하는 양기가 바로 이 바위에서 흘러나왔다.

양준은 순간 매우 기뻤다. 그는 집으로 돌아갈 희망을 본 듯했다. 이렇게 큰 양성을 띠는 바위라니. 만약 양기를 전부 흡수한다면 양액 사백 방울은 손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바위는 혈전방이 채집해낸 양염석과 닮은 듯했지만, 양염석보다 재질이 훨씬 좋아 보였다.

앞으로 계속 조심스럽게 다가간 양준은 암석의 아래쪽에 깊지 않은 동굴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동굴 안에서 영리해 보이는 요수가 자주색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양준은 마음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는 자신의 행방이 이렇게 드러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 요수는 양준을 쫓아 나올 생각이 없는 듯, 동굴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음침한 눈으로 그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곳은 요수의 보금자리였다. 요수가 생존할 수 있고, 수련할 수 있는 근원이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요수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

양준이 앞으로 삼십 장 더 가까이 다가가자 요수는 위협의 의미로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렸다. 자주색 눈에서도 잔혹한 빛이 번뜩였다. 요수는 천천히 일어나 한 발자국씩 동굴 밖으로 나왔다.

이 순간이 되어서야 양준은 그것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늑대의 형상을 한 요수였다. 다만 온몸이 검붉은색이었고, 키가 이 장 정도 되며 입에는 칼처럼 뾰족한 송곳니가 나 있었다. 그것은 이를 드러낸 채, 양준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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