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0장. 은도에서 탈출하다
보이지 않는 압력이 전해지자 양준은 숨을 쉬기도 힘들어졌다.
6급 요수가 분명했다. 전에 보았던 독수리보다 못하지 않았다. 이런 요수라면 양준이 전력을 다해 싸워도 죽일 수 없었다.
천천히 허리를 숙인 양준은 한편으로 요수의 기척을 경계하며 또 한편으로는 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는 요수에게 힘껏 돌멩이를 던졌다.
이건 분명한 도발이었다. 이 행동은 검붉은색 늑대 요수를 격노시켰다. 양준은 그것의 눈이 붉은빛을 번뜩이더니 이미 그와 삼십 장 거리까지 가까워진 것을 발견했다.
‘속도가 너무 빨라!’
양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보법을 펼치며 신속히 물러났다.
등 뒤에서 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가 들렸다. 요수가 신속하게 다가오는 소리였다. 양준은 소름이 오싹 돋는 기분이었다. 한기가 등골에서 느껴졌다. 그는 속도를 극한까지 올린 뒤, 끊임없이 몸을 움직였다.
“주인, 큰일 났네. 저것이 곧 주인을 따라잡겠네!”
지마가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소리를 질렀다.
“도와줘!”
양준은 조금도 다른 곳에 주의력을 돌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이동했다. 지마가 바로 파혼추를 감싼 채, 검은 연기로 변해 늑대 요수를 덮쳤다.
요수도 반응이 민첩했다. 그것은 달리는 와중에 입을 쩍 벌리고 파혼추를 한입에 물었다.
지마는 깜짝 놀라 비명을 꽥꽥 질렀다. 하지만 뜻밖에도 늑대 요수는 파혼추를 물어뜯지 않았다. 요수는 파혼추가 단단하여 씹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토해냈다.
지마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 일로 양준은 요수와 거리를 꽤나 벌렸다.
또 앞으로 백 장 가까이 가자 드디어 전에 함정을 설치한 곳에 도착했다. 양준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몸을 돌려 그 요수를 바라보았다. 요수는 그를 덮치려 그림자처럼 몸을 허공에 날리고 소름 끼치는 빛을 발산하는 송곳니를 드러냈다.
양준은 두 발을 움직여 순식간에 십몇 장 밖에 나타났다. 그가 제대로 착지하기도 전에 늑대 요수가 또 나타났다. 요수의 속도는 전에 보았던 서천충과 비슷했다. 양준은 순간 거대한 압박을 느끼며 보법을 펼쳐 요수를 피했다.
이때, 지마도 도착했다. 그는 양준에게 협조하며 늑대 요수의 주의력을 끌었다. 그렇게 양준의 위기를 모면해 주었다.
양준과 지마, 그리고 늑대 요수는 사방 십 장 되는 범위에서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몇 번이고 양준은 요수에게 덮쳐질 뻔했는데 항상 가장 위험한 순간 위기를 모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준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기동 경지 9단계의 실력으로 6급 요수를 상대하기에는 한참 역부족이었다. 만약 스스로 창조해낸 보법이 없었더라면, 그는 이 요수와 마주치자마자 이미 물려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은도를 떠나기 위해 양준은 모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 뛰어다닌 양준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제야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의 등 뒤로 양염지익이 ‘촤락’ 하고 펼쳐지더니 하늘로 솟아올랐다.
“지마, 이 곤충들과 함께 요수를 상대해 줘. 난 갈게!”
양준은 당부하고 나서 그 거대한 바위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주인, 빨리하게. 소인은 정말 이것이 날 삼켜버릴까 봐 두렵다네.”
지마는 불안해하며 말했다. 비록 파혼추에 몸을 숨기고 있어 별다른 위험은 없었지만, 정말 요수에게 삼켜진다면 그것도 참 무서운 일이었다.
요수는 양준이 떠난 방향을 보고 그가 자신의 보금자리를 노린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분노에 차서 울부짖더니 바로 달려갔다. 하지만 얼마 달려가지 못하고 안개에 맞닥뜨렸다.
치이익-
늑대 요수는 울부짖으며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것은 겁에 질린 눈으로 눈앞의 하얀 안개를 쳐다보았다.
이 안개는 역시나 양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강한 6급 요수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강한 부식성이 늑대 요수의 앞길을 막았다.
늑대 요수는 총명했다. 이 안개의 살상력이 강하다는 것을 알아챈 요수는 다급히 방향을 틀어 다른 쪽으로 뛰쳐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요수는 크게 한 바퀴를 돌고는 사방 십 장 되는 곳이 안개에 둘러싸였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늘을 뒤덮는 안개로 인해 그는 하늘로 솟구칠 수도 없었고, 땅으로 꺼질 수도 없었다.
이것이 바로 양준이 설치한 함정이었다. 그는 미리 큰 곤충들더러 이곳에 크게 안개를 뿜어내게 한 다음, 일부러 흠집을 내어 늑대 요수를 끌어들였다. 그리고 입구를 봉한 뒤, 자신은 양염지익을 펼쳐 떠난 것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이 강한 6급 요수를 죽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요수를 죽일 능력이 없었고, 그저 가두어 두기만 할 생각이었다.
스사삭-
지하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렸다. 전체 지면이 들끓는 것 같았다. 곧이어 수많은 곤충들이 땅에서 기어 나와 두려워하지 않고 늑대 요수를 향해 공격을 펼쳤다.
늑대 요수는 분노에 차 울부짖으며 온몸으로 불빛을 쏘았다. 곤충들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우수수 떨어졌다.
지마는 더더욱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옆에서 끊임없이 날아다니면서 늑대 요수의 주의력을 분산시켰다.
*다른 한쪽에서 양준은 이미 큰 바위의 옆까지 날아왔다. 그는 두 손을 뻗어 바위를 누른 뒤, 미친 듯이 진양결을 운행하기 시작했다. 그는 바위 안의 양기를 몸속으로 흡수했다.
이 바위에 담긴 양성 기운은 양염석보다 훨씬 좋았다. 그 늑대 요수가 이곳에서 수련하고 있는 것은 이 바위가 요수에게 크나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었다.
양성을 띤 기운은 들끓으며 몸속으로 들어왔다. 눈 깜짝할 새에 경맥이 확장되었다.
똑-
양액 한 방울이 단전으로 흘러 들었다.
똑-
양준은 평생 이토록 아름다운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전 안의 양액은 한 방울, 한 방울씩 늘어나고 있었다.
삼백이십 방울, 삼백오십 방울, 삼백 팔십 방울…….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양준은 예상했던 목표를 달성했다. 그는 이 바위에서 양성을 띠는 기운을 거의 십 분의 일 정도 흡수했다.
하지만 양준은 손을 거두지 않고 계속해서 진양결을 운행했다.
늑대 요수의 울음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요수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살기가 섞여 있었다. 6급 요수인지라 양준은 그 안개가 얼마 동안이나 요수를 잡아 둘 수 있을 지 알지 못했다. 만약 요수가 마음먹고 뛰쳐나온다면 곤충들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또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단전 안의 양액은 이미 오백 방울이 되었다. 이 정도 양이면 충분히 양준이 해성으로 날아갈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바로 이때, 검은 연기가 갑자기 그의 옆에서 날아왔다. 바로 파혼추였다. 지마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 어서 도망치게. 그 녀석이 뛰쳐나왔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양준은 새빨간 그림자가 신속하게 그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늑대 요수는 불길을 내뿜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바로 이 불길이 안개의 부식을 막아내 상처를 최소화한 것이었다.
백 장, 팔십 장, 오십 장, 삼십 장…….
늑대 요수는 바람과 같은 속도로 뛰어왔다.
촤락-
양준의 등에서 양염지익이 다시 한번 펼쳐졌다. 늑대 요수가 힘껏 그를 덮치는 동시에 그는 공중으로 재빨리 날아올랐다.
고개를 숙이고 보니 늑대 요수는 자주색 눈동자로 그를 노려보며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양준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사실 네 양기를 얼마 쓰지도 않았어. 그저 십 분의 이만 흡수했을 뿐이야. 너무 원망하지는 않을 거지?”
마치 양준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늑대 요수는 양준의 뻔뻔스러운 태도에 화가 나서 더욱 크게 울부짖었다.
양준은 더 이상 그것과 실랑이를 벌이지 않았다. 양염지익을 유지하려면 원기를 소모해야 했다. 그는 양염지익을 펼치며 신속하게 날아갔다.
늑대 요수도 자신의 분수를 잘 알고 있었다. 요수는 하늘을 나는 적수를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더 이상 양준을 쫓지 않았다.
전에 있던 곳으로 돌아온 양준은 천재지보를 담은 보따리를 거두고 살아남은 곤충을 거느리고는 산봉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이틀 뒤, 산봉우리에 도착한 양준은 동굴 안의 받침대에서 물건들을 다 챙겼다. 이 물건들은 비록 무모하게 연화할 수는 없어도 계속해서 이곳에 남겨둘 수도 없었다. 만약 잘 이용한다면 이곳의 모든 물건은 대단한 살상 무기가 될 수도 있었다.
이제는 양액도 다 모았겠다, 은도를 떠나야 할 때였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에서 한 그림자가 신속하게 날아갔다. 이 그림자의 등 뒤에는 큰 새의 날개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다만 이 날개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지나가는 길마다 공기마저 달궈 놓았다.
양준이 은도를 떠난 지 하루가 되었다. 하루 동안 날아다닌 그의 손에는 커다란 보따리가 들려 있었다. 한 보따리 안에는 은도에서 수집한 천재지보가 들어 있었고, 다른 보따리는 받침대 위에서 챙긴 물건들이었다.
보따리 두 개를 들고 날아다니는 것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양준은 몇 번이고 이것들을 전부 바다에 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단단히 먹을 수밖에 없었다.
단전 안의 양액은 시시각각 줄어들고 있었다. 양염지익이 소모하는 원기는 너무나도 컸다. 하루 사이에 양준은 양액을 이백 방울이나 써 버렸다. 사전에 준비를 완벽하게 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더라면 해성까지 돌아가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그는 곤충들을 모두 은도에 남겨 두었다. 비록 곤충들은 말을 아주 잘 들었고, 때로는 매우 쓸모도 있었지만, 양준은 그것들을 어떻게 데려가야 할지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바다는 끝없이 펼쳐졌고 새파란 바닷물은 그의 아래에서 출렁거리며 씻은 듯이 맑은 하늘을 비추었다. 양준은 스스로가 한없이 작게 느껴져 두려웠다.
다행히도 이 며칠간 날씨가 좋아 양준이 걱정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