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71화 (171/853)

제 171장. 해성으로 돌아온 양준

오랫동안 날아다닌 뒤, 양준은 다소 지쳐 있었다. 그를 향해 불어오는 역풍에 그는 얼굴이 마비될 것 같았다. 체력 소모가 엄청났지만 정신적으로는 별로 피곤하지 않았다. 양준은 아마도 온신련과 연관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천지 영물이 그의 몸에 흡수된 뒤, 정신을 키워 주고 있으니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실눈을 뜨고 바라보니 앞쪽에서 오십 리 되는 곳에 한 섬이 보였다. 양준은 안색이 바뀌더니 다급히 방향을 틀어 그쪽으로 날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 착지할 수 있었다.

섬에 도착한 양준은 그제야 이것이 섬이라고 하기는 애매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곳은 반경이 몇 장 정도 되는 바위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그런데 왜 바다에서 드러났는지 그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양준은 손에 든 두 보따리를 내려놓고 바위에 축 늘어져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한참 뒤에야 조금 기운을 차린 양준은 두 손으로 힘껏 얼굴을 비비며 얼굴의 감각을 되찾으려 했다.

“주인의 실력이 아직 진원 경지에 도달하지 못해서 힘든 것이라네. 진원 경지에 도달하면 진원이 보호하고 있어 날아도 이렇게 힘들지 않을 거라네.”

지마가 위로를 건넸다.

“진원 경지 이하의 무인들이 왜 비행 비보가 있어도 쉽게 사용하려 하지 않는지 알겠어. 이 느낌은 정말 괴로워.”

한참 동안이나 체력을 회복한 양준은 다시 몸을 움직였다.

또 하루 내내 날아갔다. 양준은 그제야 저 멀리에 육지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등 뒤의 양염지익이 너무나 시선을 끌고 있었고, 또 손에 든 두 보따리는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다. 발각되었다가는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것이다. 양준은 하는 수없이 구석진 곳을 찾아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착지할 수 있었다.

그의 단전 안에는 양액이 몇십 방울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틀이 넘는 시간 동안 사백 방울이나 넘게 소모한 것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감당할 수 없을 소모량이었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보니 아주 낯선 곳이었다. 하지만 양준은 이곳이 해성과 멀지 않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는 운하종의 배에 있을 때, 매일같이 방향을 관찰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은도를 떠났을 때도 그는 반대 방향으로 날아온 것이다.

한참 걷자 드디어 큰길에 들어섰다. 먼지를 가득 뒤집어쓰고 해진 옷을 입은 그는 가난한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다만 손에 든 보따리 두 개가 좀 눈에 띄어 만약 길에서 강도라도 만난다면 골치 아픈 일이었다.

큰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던 그는 한 찻집을 지나게 되었다. 찻집 주인 부부에게 말을 물어서야 양준은 그가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곳은 해성과 족히 천 리나 떨어져 있었다. 위치를 확인한 뒤, 양준은 다시 양염지익을 펼치고 해성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곳에는 아직 끝맺음을 못다한 은원이 있었다.

한 시진 뒤, 양준은 해성 부근에 도착했다. 그는 바로 성곽으로 들어가지 않고 전에 있던 해변가에서 조손 두 사람을 찾았다.

허름한 문이 활짝 열려져 바닷바람이 방 안으로 마구 밀려들었다. 집은 유난히 썰렁하게 느껴졌다. 발을 떼고 안으로 들어가자 양준은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의 배열이 그가 잡혀가던 그날 밤과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노인과 말을 하지 않은 소녀는 보이지 않는 것이 아마도 진작 멀리 떠난 것 같았다.

그날 밤, 그가 떠나면서 노인에게 많은 은자를 주었으니 노인이 소녀와 평생 걱정 없이 지내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가 조심만 한다면 앞으로도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근처에서 안전하고 은폐된 곳을 찾은 양준은 두 보따리를 잘 숨겨 두었다. 그리고 은자로 바꿀 지급 중품의 영약만 따로 챙겼다.

*하루 뒤, 양준은 해성에 나타났다.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사방에서 도움이 될 만한 소식들을 알아보았다. 며칠 동안 양준은 각 방면의 소식을 알아보고 밤에는 해변의 허름한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사흘 뒤, 양준은 드디어 움직이기로 했다. 그의 목표는 운하종이었다. 비록 강씨 가문의 세 여인의 죽음과 운하종은 크게 연관이 없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상관이 있었다. 더구나 양준과 운하종은 풀릴 수 없는 갈등이 있지 않은가? 말하지 않는 소녀의 부모도 운하종에서 죽은 것이 분명했다.

그날 밤, 양준은 조용히 날아간 뒤, 무언가를 살짝 설치했다.

더 이상 뭘 할 필요 없이 그저 벽 위에 앉은 채, 관찰만 하면 되었다.

*새벽, 고운도.

제자들은 일어나 각자의 직책대로 섬의 대소사를 처리했다.

해외 일류의 큰 세력으로서 고운도는 섬을 세 개 정도 차지하고 있었다. 운하종 같은 세력에 비했을 때, 자금이나 문하 제자의 소질이나 모두 훨씬 우수했다.

고운도는 세 개의 섬에서 생산하는 자원에 의존하고 있었고, 제자들의 자질도 매우 뛰어났다. 몇백 년 만에 나타난다는 인재들도 속속 나타났다. 비록 태일문 같은 뛰어난 대문파와 겨루기는 부족했으나 고운도도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고운도의 제자들은 모두 자신의 종문에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삼백 년 전에 잃어버린 무상 공법이었는데 지금까지 찾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비밀은 해외의 각 세력들이라면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이런 일에 호기심이 동했다. 조금이라도 이 일을 아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들은 끝까지 캐물었다. 이렇게 하나, 둘 소문이 퍼지면서 다들 몰래 수군거렸다. 그들은 종문의 선배들 앞에서만 이 얘기를 꺼내지 않으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종묘(鐘妙)는 고운도의 일반 제자였다. 그녀는 자질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섬에 들어와서 몇 년이 지났지만 겨우 기동 경지 2단계까지밖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녀는 고운도의 외딴 곳에 보내져 섬에 있는 공작새의 양육을 도맡았다. 이 공작새는 고운도의 장로가 아끼는 애완동물이었다. 그녀는 평소에 별다른 일이 없었다. 이 공작새 몇 마리를 보살피는 것 말고는 열심히 수련할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처럼 평범한 자질을 가진 사람이 인재가 가득한 고운도에서 성공할 확률은 극히 낮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아침에 깨어났을 때, 종묘는 전처럼 방문을 열고 자신보다도 고귀한 공작새에게 먹이를 주려고 했다. 하지만 문턱을 나서자마자 그녀는 방문에 비수가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비수 아래에는 서신도 함께 있었다.

‘이상하네, 누가 서신을 두고 간 거지?’

종묘는 의아해하면서도 비수를 뽑아 서신을 확인해 보았다. 내려다보니 서신에는 큼직하게 글 한 줄이 쓰여 있었다.

“고운도 장로께!”

종묘는 입을 삐죽거렸다. 그녀는 어떤 사저나 사형이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에 이런 일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실력이 낮고 지위가 낮은 데다 인맥도 없고 예쁘지도 않다 보니 얄미운 사저 사형들이 그녀를 놀리는 것으로 재미 삼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이 서신에 쓰여진 글자도 너무 이상했다. ‘고운도 장로께’라니.

‘고운도 장로께 보내는 거라면서 왜 내 방문에 꽂아둔 건데!’

종묘는 가슴을 들썩거렸다.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 사람들이 너무나 얄미웠다.

살짝 화가 난 그녀는 그래도 서신을 열어서 누런색을 띠는 종이를 꺼냈다.

그것을 본 그녀는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화생파월공(化生破月功)?”

소리 내 읽은 그녀는 깜짝 놀랐다.

‘왜 이렇게 귀에 익지?’

이 누런 종이는 보기만 해도 오래된 것 같았다. 적어도 몇백 년 된 골동품 급이었다.

“화생파월공?”

종묘는 또다시 중얼거려 보았다. 그러자 머릿속으로 한 정보가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손은 저도 모르게 바들바들 떨렸다.

‘이건… 이건 그 무상 공법의 이름이잖아?’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들어 알고 있었다. 삼백 년 전, 종문에서 잃어버린 공법이 바로 화생파월공이었다.

며칠 전, 그녀는 공작새를 보러 온 장로가 중얼거리는 것도 들었었다.

“화생파월공을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제자들의 수련 속도가 지금보다는 훨씬 빨랐을 텐데.”

‘그런데 이것이 진짜인가?’

종묘는 순간 심란해져서 울고 싶어졌다.

다시 그 누런 종이를 살펴본 그녀는 다급히 서신을 숨겼다. 그리고 공작새를 돌보지 않고 치마를 잡고서 종종걸음으로 뛰어갔다.

길에서 얄미운 사형, 사저를 몇 명이나 만났지만 종묘는 그들이 자신을 비웃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연이어 십몇 리를 뛰어서 그녀는 드디어 공작새의 주인인 한조(韓詔) 장로의 거처에 도착했다.

아직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그녀는 두 사형에게 가로막히고 말았다.

“뭐 하는 짓이야?”

그중 한 사람이 싸늘하게 호통쳤다.

종묘는 숨을 헐떡이며 한참 지나서야 숨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형 두 분, 전 한 장로님을 만나야겠어요. 그분께 할 말이 있어요.”

그녀는 비록 지위와 실력이 낮았지만 함부로 화생파월공을 언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형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로께서 폐관하시느라 누구도 만나지 않으신다.”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반드시 지금 보고해야 해요.”

종묘는 조급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말하면서 안으로 쳐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문을 지키고 있는 사형에게 밀쳐졌다.

“고작 공작새나 키우는 계집애 주제에 무슨 중요한 일이 있겠어?”

다른 한 사람이 가볍게 웃었다. 이 사매를 무시하는 것이 분명했다.

종묘는 심통이 나서 두 사형을 노려보았지만 그들은 어찌 말해도 그녀를 들여보내지 않았다. 그녀는 다급한 도중에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디에서 생긴 용기인지 그녀는 두 손을 모아 입가에 대고 힘껏 소리를 질렀다.

“한 장로님, 큰일 났어요. 공작새가 전부 죽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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