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4장. 묘씨 저택으로 쳐들어가다
최근 몇 달간 묘화성은 운이 활짝 피어 수확이 대단했다.
앞서 강씨 가문에서 유족들이 값진 물건을 잔뜩 가지고 그에게 온 것으로 인해 묘씨 가문의 재산은 하룻밤 사이에 배나 불어났다. 나중에 또 신비한 거북 등딱지를 운하종에 바쳐서 운하종의 장로는 직접 앞으로 그의 아들 묘림을 잘 키워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에게 수련할 수 있는 단약도 주었다.
아들이 중용되자 묘화성은 더없이 기뻤다. 심지어 운하종이 은도를 탐색하는 중요한 일에도 아들을 데리고 갔다. 이를 통해 운하종의 성의를 볼 수 있었다.
묘림은 그에게 앞으로 반드시 유오청이라는 낭자를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아들이 그렇게만 한다면 묘화성의 지위도 자연스레 올라갈 수 있었다. 그는 유오청이 운화종 장로의 무남독녀라는 것을 조사하여 알고 있었다. 만약 아들이 정말 그녀를 손에 넣는다면 묘씨 가문은 전도 유망할 것이다.
유일하게 아쉽다고 느끼는 건 그날 강씨 부인이 너무 심하게 반항하는 탓에 미처 그녀를 어찌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녀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리자 묘화성은 화가 치밀었다. 그날 그가 욱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녀를 천금매취루에 팔아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집안에 남겨 두고 그녀가 얌전해질 때까지 길들인 후, 노리개로 삼았을 것이다.
나중에 그가 천금매취루로 가서 즐기려고 할 때, 포주에게서 그녀가 스스로 얼굴을 긋는 것으로 절의를 표하며 손님을 받지 않을 것을 맹세해, 하는 수 없이 운하종으로 팔아 넘겼다는 말을 들었다.
‘흥, 운하종에 들어가면 좋은 꼴을 볼 수 있겠어?’
묘화성은 냉소를 지었다.
‘예뻐해 줄 때, 받아들이지. 고집을 피우더니 이런 결과나 맞이하고.’
독한 술을 한 모금 마신 묘화성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아름다운 시녀를 끌어안았다. 한순간, 그는 모든 고민이 사라진 듯한 기쁨에 빠졌다.
한 팔에 하나씩 끌어안은 시녀들은 모두 최근에 돈을 써서 천금매취루에서 사들인 여인들이었다. 아름답고 요염한 것이 묘화성은 이 며칠간 그녀들과 침대에서 뒹굴었다.
이때, 문밖에서 갑자기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 비명소리에 묘화성은 속으로 흠칫 놀랐다. 그와 동시에 그는 펄쩍 뛰어올랐다.
밖에서는 호위가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뭐 하는 놈이냐? 감히 묘씨 가문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호위들이 일제히 나와 고함을 질렀다. 이미 전쟁이 시작된 것이 틀림없었다.
묘화성은 급히 나가지 않고 귀를 기울였다. 잠시 뒤, 그는 안색이 변하고 말았다. 그는 침입자의 실력이 매우 강해 자신의 호위들이 하나, 둘 살해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검은색 옷을 입은 양준이 묘씨 가문의 대문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죽은 호위가 떨어뜨린 칼이 들려 있었다. 검광이 번뜩일 때마다 누군가 목숨을 잃었다.
이런 작은 가문의 무인은 종문 세력의 제자들과 비할 수 없었다. 많은 호위들은 대부분 무도에서 가망이 없어 수련을 포기하고 이런 가문으로 들어와 생계나 유지할 뿐이었다. 묘씨 가문은 대가문이 아니었다. 묘씨 가문에게 고용된 호위들의 실력이 또 얼마나 강할 수 있겠는가?
양준은 며칠 동안 이미 묘씨 가문의 모든 것을 자세히 알아보았다. 묘씨 가문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은 바로 묘화성이었는데, 이합 경지의 절정에 달했다. 다른 호위들도 몇몇은 이합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기동 경지의 무인들이었다.
그들은 자질이 평범하여 이삼십 년, 심지어 더 오랫동안 수련했어도 겨우 이 경지밖에 도달하지 못했고, 묘화성에게 영입되어 묘씨 가문에 호위가 된 것이다.
양준이 쳐들어왔을 때, 이미 이 호위들에게 발각되었다. 한바탕 겨룬 뒤, 잠깐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실력이 기동 경지 9단계인 그는 실력만으로도 묘씨 가문의 많은 호위들보다 강했다. 더구나 양준은 분노의 마음을 품고 온 터라 원기가 폭발하며 들끓는 기운으로 사람들을 몰아붙였다. 그 모습은 마치 사마 같았다. 어둠 속에서 그의 새빨간 두 눈은 잔혹한 빛을 내뿜었다.
이 살기에 묘씨 가문의 호위들은 심장을 졸였다.
운하종을 상대하려면 양준은 고운도의 손을 빌려야만 했지만, 묘씨 가문을 상대하는 데는 양준 혼자면 충분했다. 은원을 직접 끝내야 비로소 진짜로 매듭을 짓는 것이었다.
“네 이놈, 도대체 뭐 하는 놈이냐? 어느 섬의 제자냐?”
묘씨 가문의 호위 중 이합 경지의 무인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기동 경지의 절정에 올랐다면 해외 세력의 제자가 아닐 수 없었다. 해성의 가문들에서는 이런 사람을 키울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이 호위는 아주 꺼려졌다. 해외의 세력들 중, 묘씨 가문이 건드릴 만한 문파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젊은이를 죽여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큰일이었다. 그는 비록 묘화성의 돈을 받았지만 묘씨 가문을 위해 일을 하다가 자신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람은 매우 이상했다. 그는 들어와서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고 사람만 죽였다. 참으로 화나는 일이었다. 원수도 이유가 있는 법인데 묘씨 가문을 모조리 멸하고 싶다고 해도 이유를 대야 할 것이 아닌가??
“젊은이, 도대체 사부님이 누구야? 알려 줄 수는 없나?”
이합 경지의 무인이 조심스럽게 또 물었다.
양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피가 떨어지는 칼을 든 채, 안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젠장!’
양준의 태도는 묘씨 가문의 호위들을 제대로 격노시켰다. 아까까지 말을 걸려고 하던 호위는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
“죽여 버려!”
“어느 섬의 제자면 어떡하죠?”
누군가 불안해하며 물었다.
“이 자는 사기로 가득한 것이 물어도 대답도 하지 않고, 분명 이미 미친 것이 틀림없어. 어느 섬에서 이런 사악한 무인을 키웠겠어?”
이 말은 매우 일리가 있었다. 양준은 들어와서부터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들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길을 가면서 사람만 죽이는데 풍마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여기에 생각이 미친 묘씨 가문의 호위들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들은 이합 경지 고수들을 따라 일제히 양준을 덮쳤다.
양준은 손을 휘두르며 검은 기운을 내뿜었다. 그는 손에 든 검으로 마주 오던 기동 경지의 호위를 둘로 쪼갰다.
상대는 검으로 맞서려고 했다. 하지만 검끼리 부딪히는 순간, 그의 검이 둘로 쪼개지며 뜨거운 진양원기가 흘렀다. 양준의 손에 든 검은 그 사람의 검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몸마저 둘로 쪼개 버렸다.
피가 비처럼 쏟아졌고 내장이 바닥에 흩어졌다.
옆에 있던 두 이합 경지의 고수들은 양준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것을 들었다. 혼을 빼앗는 듯한 그 소리에 그들은 소름이 끼쳤다. 그들은 숨겨진 고수가 옆으로 숨어든 줄 알고 흠칫 놀랐다.
그 바람에 그들은 감히 양준을 덮치지 못했다.
지마는 이미 파혼추를 감싼 채, 그들의 코앞까지 당도해 있었다. 어둠 속에서 지마는 은밀하게 손을 썼다.
위기가 닥친 것을 느낀 이합 경지 고수 두 명은 다급히 막아섰다.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지마는 한 번도 맞지 않고 바로 도망쳤다. 파혼추는 순식간에 기동 경지 5단계인 호위 앞으로 와 그의 가슴팍으로 들어갔다가 등으로 빠져나오며 그의 혼을 삼켰다.
운하종의 오른쪽 섬에서 지마는 소마두의 원기를 삼켰고, 또 은도에서 그 도둑의 식해를 삼켰다. 지금 지마의 전투력은 그전과 많이 달랐다. 기동 경지의 무인을 단숨에 죽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더구나 그는 파혼추를 감싼 채, 자신의 신식으로 이 비보를 움직이며 사람들의 수비를 손쉽게 뚫었다.
지마가 위엄을 부리는 동시에 양준도 기동 경지의 호위 두 명을 죽였다. 다른 기동 경지의 무인들은 양준이 이토록 잔인한 것을 보고 감히 앞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오직 남은 이합 경지의 무인 세 명만이 진퇴양난에 빠져 양준을 경계하면서 지마를 방어했다. 그들의 손등과 손바닥은 온통 땀으로 흥건했다.
세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마음을 모질게 먹고 소리쳤다.
“네 이놈, 죽어라!”
세 사람이 동시에 공격하자 양준은 검을 들고 싸움에 맞섰고, 지마는 옆에서 공격했다. 둘로 셋을 상대하지만 그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쨍강-
소리와 함께 양준의 칼이 부러졌다. 양준과 붙은 이합 경지의 고수는 그 힘에 뒤로 물러나다가 제대로 서지도 못한 상태였는데, 양준은 이미 그의 앞까지 다가와 날쌔게 주먹을 휘둘러 그의 가슴팍을 쳤다.
퍼퍼퍽-
소리가 세 번 울리더니 그 사람은 목구멍에서 피를 왈칵 토했다.
일격만으로 그는 중상을 입었다. 염양삼첩폭의 위력은 엄청났다.
다른 두 사람이 구할 틈도 없이 양준은 이미 몸을 뺐고 지마도 따라붙었다. 그 사람의 원기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지마는 파혼추와 함께 그 사람의 목구멍으로 들어가 몸속에 잠깐 머물렀다가 다시 빠져나왔다.
“하하하! 드디어 제대로 된 신식을 먹게 되었구나.”
지마의 웃음 소리가 들리면서 쩝쩝거리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남은 이합 경지의 무인 두 명은 안색이 크게 변한 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들이 정신을 차리자 눈앞이 번쩍이며 십몇 장 밖에 있던 양준이 갑자기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달군 쇠처럼 새빨간 손바닥이 그들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왔다.
두 사람은 괴성을 지르며 원기를 움직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손바닥으로 양준의 손바닥을 막았다.
팍팍!
양준은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급속히 뒤로 물러났다. 두 사람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손바닥에서 화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짐과 동시에 몸속으로 용맹하고 뜨거운 원기가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다급히 도망쳤다. 뜨거운 원기를 풀자 또다시 기운이 밀려들었다. 세 기류가 파도처럼 그들의 경맥에 밀려들어 그들의 팔을 폭발시켰다. 폭발하며 튄 핏방울이 사방으로 퍼졌다.
비명소리가 전해지자 양준은 다시 돌아왔다. 그가 만든 보법은 신비롭기 짝이 없었는데 순식간에 두 사람의 등 뒤로 가서 주먹을 날렸다.
퍽- 퍽- 퍽-
두 사람은 양준의 주먹을 몇 대 맞고 그제야 황급히 몸을 피했다. 하지만 그들의 몸속으로 들어간 진양원기는 그들의 몸에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의 안색이 새빨개지며 전력을 다해 뜨거운 원기를 몰아내려고 했다.
이때, 지마가 다시 한번 그들을 덮쳤다. 두 사람이 부주의한 틈을 타 깔끔하게 두 목숨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