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9장. 양 공자를 뵙니다
“몽 주인, 저 돌아왔어요.”
양준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몽무애는 허허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 잘 돌아왔다.”
그의 태도는 온통 무성의와 건성으로 일관되었고, 조금도 즐거워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말하는 동안 몽무애의 낯빛이 급변했다. 그는 신식으로 양준의 몸을 훑더니 깜짝 놀랐다.
“너… 이합 경지에 올랐느냐?!”
“네.”
양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몽무애는 하마터면 혀를 깨물 뻔했다.
‘이제 얼마나 지났다고?’
넉넉히 잡아도 양준이 능소각을 떠나서 지금까지 겨우 반년밖에 안 되었다. 반년 전에 그는 갓 기동 경지에 오른 상태였는데, 지금 이합 경지에 이르다니. 상승 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어떻게 수련한 것이냐?”
몽무애는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양준을 바라보았다.
“뭐 수련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양준은 씩 웃었다.
몽무애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녀석이 계속 이 속도로 실력을 키운다면 장차 큰 인물이 될 지도 모르겠군. 그럼 응상이 짝으로도 괜찮겠어.’
그는 다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필 이런 시국에 돌아왔구나. 지금 너를 찾는 이들이 수두룩하단다.”
“저를 왜 찾는 거죠?”
양준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야 네 무공에 대해 알아내기 위함이지. 네가 전승동천에서 6급 요수를 물리쳤을 때 사용했던 그 기술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더구나.”
몽무애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양준은 가볍게 웃었다.
“제가 만족할 만한 제안을 한다면, 그 기술쯤은 알려 줘도 상관없습니다.”
성흔은 위력이 대단하나, 일회성 기술이었다. 또한 원기를 모으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공격을 펼친다 해도 육신의 강도가 너무 약하면 오히려 자신에게도 상해를 입힐 수 있었다. 알려 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마음에 들 만한 제안을 한다면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아무튼 조심하거라. 백씨 가문과 자미곡은 소안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동씨 가문 녀석이 특별히 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거 같더구나. 나한테 여러 번 와서 너에 대해 물었거든.”
“저도 그 녀석이 궁금하네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양준이 호탕하게 웃으며 물었다.
“네가 살던 오두막에서 묵는다더구나. 그 녀석도 참 이상해. 백씨 가문과 자미곡 사람들은 모두 편안한 곳에서 머물고 있는데, 그놈은 하필 네 오두막을 고집했거든. 널 반드시 얻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이니 잠깐 피하는 건 어떠냐? 아니면 한동안 나가서 숨어 있는 게 좋을 것이다.”
몽무애는 눈알을 굴리더니 양준에게 한사코 피하라고 종용했다.
‘놈이 한동안 밖에 있다가 돌아오면 응상이가 잊어버릴 수도 있어.’
양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나를 찾지 않아도 찾아가려던 참이었는데. 내가 왜 피해?’
몽무애와 작별하고 양준은 전에 살던 오두막으로 걸어갔다.
“양준! 양준이다. 이런 시국에 돌아오다니!”
누군가 양준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세 곳의 세력이 지금 양준을 찾고 있는데 아직 모르나?”
“명문 세가에서 제안하면 쟤도 따라갈까?”
“당연히 따라가겠지. 요즘 그들을 따라간 제자가 적으냐? 양준은 몇 해 동안 종문에서 고생만 한 데다, 아직도 예비 제자일 뿐이잖아. 지금 좋은 곳에서 부르는데 종문에 남아 있으려 하겠어? 세 곳이 제시하는 조건도 좋을 테고.”
“또 하나의 양심 없는 배신자가 나오겠군.”
양준을 향한 멸시와 약간의 부러움, 그리고 질투가 뒤섞인 소리들이 들려왔다.
양준은 냉담한 표정으로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소속은 능소각의 예비 제자지만, 지금 실력은 오로지 내 힘으로 이뤄냈어. 종문의 어떤 지원도 받은 적 없다고. 가든지 남든지 내 마음이지. 설령 종문을 떠난다 해도 내가 심리적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어.’
얼마 안 가 그는 오두막 앞에 도착했다.
오두막 밖에는 노인 두 명이 서 있었다.
양준은 그들을 보고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두 노인도 양준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단지 실눈을 뜨고 밖에 서서 느긋하게 햇볕을 쬐고 있을 뿐이었다.
양준이 오두막에 점점 가까워지자, 신식 두 갈래가 양준에게로 향했다. 살의는 품지 않고 경고의 의미만 담겨 있었다. 두 갈래 신식은 바다에 가라앉은 돌덩이처럼 그의 체내에서 어떤 파문도 일으키지 못했다. 온신련의 도움으로 경고 정도로는 양준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양준은 차분하고 단호한 걸음으로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두 노인은 그제야 번개같이 눈을 떠, 형형한 눈빛으로 의아하게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 젊은이가 이렇게 괴이할 줄 생각지도 못했던 게 분명했다.
그들이 당장 공격 태세를 취하려는데 오두막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기세를 멈추세요.”
소리가 전해지자, 두 노인은 기세를 거두어들이고 다시 고분고분한 상태로 바뀌었다. 다만 경계 어린 시선으로 시종일관 양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오두막에서 청색 장삼을 입은 스무 살 전후의 청년이 걸어 나왔다. 외모도 빼어나고 풍채도 늠름하며 기질도 평범하지 않은 것이 한눈에 봐도 대가문의 공자였다. 다만 체형이 약간 통통하여 귀염성 있어 보였다. 피부도 일반 여인들보다 훨씬 더 희고 부드러워 보였다.
이때, 청년과 양준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한 사람의 눈빛에는 경멸이, 한 사람의 눈빛에는 신중함이 보였다.
잠시 뒤 청년은 양준에게로 걸어갔다.
“공자!”
두 노인 중 한 명이 이 광경을 보고 저도 모르게 다급히 불렀다.
“끼어들지 마세요.”
청년이 콧방귀를 뀌었다.
“예.”
양준도 그에게로 다가갔다. 잠시 뒤 둘이 맞부딪치며 거의 동시에 공격했다. 주먹과 손바닥이 뒤엉키면서 둘의 신형이 모두 흔들리며 뒤로 물러섰다.
“어?”
청색 장삼의 청년은 눈에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다. 곧 냉소를 짓더니 다시 공격했다.
청년과 양준은 마치 화가 잔뜩 난 듯 필사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했다. 게다가 방어는 없고, 오직 공격뿐이었다.
양준이 청년의 가랑이를 발로 차려고 하자, 청년은 두 다리를 오므려 막았다. 그리고 그는 다시 두 손가락으로 양준의 눈을 찔렀다. 양준은 고개를 틀어 황급히 피했다. 둘의 초식은 예측할 수 없이 변화무쌍했다. 또한 음험하고 악랄했으며 비열하게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 사용했다.
두 노인은 놀라움에 눈가가 떨렸다. 이상한 것은 능소각의 제자든, 동씨 가문의 공자든, 모두 원기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둘은 그저 손발의 타격술로만 싸우고 있었다.
‘저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이지? 왜 저런 시정잡배 싸움을 하고 계시는 거야.’
두 노인의 안색이 붉어졌다.
‘이런 모습이 밖에 전해지면 공자는 앞으로 어떻게 낯을 들고 다니려고 저러시지?’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양준이 눈두덩을 맞아 한순간 눈에서 별이 번쩍이고 몸이 흔들렸다.
또다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양준이 동씨 공자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동씨 공자는 하마터면 앞니가 부러질 뻔했다.
“이게 죽으려고!”
동씨 공자가 노하여 호통쳤다.
양준이 냉소했다.
“누가 먼저 죽나 보자.”
둘은 다시 필사적으로 싸웠다. 혼전 가운데 동씨 공자가 양준을 땅바닥에 쓰러뜨리고 그의 다리를 잡았다. 무릎으로 양준의 배를 누르고, 두 손으로 그의 팔을 비틀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때, 이래도 계속 덤빌 거야?”
양준은 이를 악문 채 팔의 골절을 무릅쓰고 몸을 뒤집더니 역으로 상대방을 짓눌렀다. 이내 그의 한쪽 팔을 비틀어 부러뜨리고 잔인하게 웃었다.
“졌어, 안 졌어?”
동씨 공자는 아파서 연신 숨을 들이켜며 한쪽 손으로 땅바닥을 두들겼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두 노인에게 말했다.
“계속 그렇게 가만히 서 계실 거에요?! 이놈이 날 때려 눕혔잖아요!”
동씨 공자는 입이 먼지투성이가 되어 좀 전의 우아한 품위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구경하고 있던 두 노인이 그제야 꿈에서 깬 듯 서둘러 다가왔다.
양준은 입을 삐죽거렸다. 순간 그의 신형이 번쩍하더니 십여 장 밖으로 물러섰다.
두 노인은 그를 뒤쫓지 않았다. 공자가 두들겨 맞았지만, 반나절을 구경한 결과 눈앞에 능소각 제자와 공자는 일찍부터 알고 지낸 것이 분명했다.
‘공자가 어찌 이런 작은 문파의 제자를 알고 계신 거지?’
동씨 공자는 급히 일어나 양준을 째려보았다. 그가 한 손을 늘어뜨린 채 이를 갈며 말했다.
“쳇, 싸움 좀 하는데?”
양준 역시 왼손이 탈골되어 아무 힘도 쓰지 못했다. 그는 동씨 공자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네가 사람을 부르지 않았으면 네 어머니도 알아보지 못하게 두들겨 팼을 거야!”
동씨 공자는 심호흡을 하고서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좀 있다 보자.”
그리고 한 노인을 불렀다.
“가서 손목을 끼워 맞춰 주세요.”
“필요 없어!”
양준은 오른손을 뻗어 왼손을 받쳐 들고 당겨서 밀어 넣었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손목은 원래대로 끼워 맞춰졌다.
동씨 공자는 입을 벌리고 바라보다가 마음을 모질게 먹고 그대로 따라 했다. 그러나 너무 아픈 나머지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났다. 그래도 결국 팔을 끼워 맞췄다.
“풍운쌍위(風雲雙衛)?”
양준은 두 노인을 담담하게 훑어보고는 무심코 물었다.
두 노인은 깜짝 놀라며 양준을 바라보았다. 양준이 그들의 신분을 한눈에 알아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저 녀석, 정체가 뭐지?!’
동씨 공자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 놀랄 것들 없습니다. 이 녀석은 양씨에요!”
‘양씨였군!’
풍운쌍위는 안색이 다시 한번 변했다. 양준의 신분을 알아챈 그들은 황급히 공수 인사했다.
“양 공자를 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