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81화 (181/853)

제 181장.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데

“나는 너희 양씨 가문이고, 양씨 가문 사람이고 다 싫어. 너희 양씨 가문 사람들은 너무 냉혹하고 무정해.”

동경한이 입을 삐죽거렸다.

양씨 가문에서 자제를 양성하는 방식은 한 사람을 단련할 수는 있지만, 가문 사람들 사이에 끈끈한 정을 가지기 어려웠다. 그들은 가문의 위세를 이어 가기 위해 그 누구든 희생시킬 수 있었다.

“양씨 가문 자제는 밖에서 십 년 동안 수련해야 해. 십 년을 다 채워야 돌아갈 수 있잖아. 이제 4년도 채 안 되었어. 고모께서는 아직 6년을 더 기다려야 널 볼 수 있단 말이지. 그때까지 고모가 버티실지 모르겠다.”

동경한의 말투에는 슬픔이 묻어 있었다.

“이번에 돌아가면 대신 안부 좀 전해줘.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알았어. 내 친고모거든!”

동경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능소각에 온 이유는 전승동천 때문이야?”

양준이 물었다.

“물론이지. 아니면 내가 이런 외진 곳까지 왜 왔겠어?”

동경한은 입술을 실룩이더니 화제를 바꾸었다.

“너희 종문에 정말 천재들이 몇 되는 것 같더라. 특히 소안이라는 낭자는 실력도 출중하고, 미모도 경국지색이라며.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동경한은 말하면서 의미심장하게 양준을 바라보았다. 양준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무슨 소문을 들은 듯했다.

“그 사람은 네가 제수씨라고 불러야 하거든!”

양준도 그에게 에둘러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동경한은 저도 모르게 입을 크게 벌리고 멍하니 양준을 바라보았다.

‘소문이 사실이었군. 양준이 능소각의 기린아를 차지하다니. 역시 양씨 가문 사람들은 여러모로 뛰어나구나.’

“백씨 가문과 자미곡의 두 바보와 같이 가지 않길 잘했네. 아니면 네 여인을 건드릴 뻔했군.”

동경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동씨 가문의 공자로서 지위가 높고 인물 또한 잘생겼으며 나이도 젊었다. 성격도 소탈하여 아무 구애도 받지 않았다. 때문에 지나가는 곳마다 곳곳에 정을 주며 여인들을 끌어들여, 얼마나 많은 미인들과 놀아났는지 모른다. 하지만 양준에 대해 탐문할 때 소안과 양준 사이에 소문을 듣고, 신중을 기하기 위해 백씨 가문과 자미곡 사람들과 의기투합하지 않았다.

방금 전에 넌지시 물어본 것도 사실 확인차였다. 뜻밖에도 소문은 사실이었다.

‘소안을 건드리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집안싸움 날 뻔했잖아.’

양준도 동경한의 성격과 개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깔끔하게 인정한 것이다.

“여자 복까지 타고났구나.”

동경한은 빙그레 웃었다. 능소각은 비록 작은 종문이었지만, 소안의 실력은 이미 진원 경지 4~5단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런 자질은 천하를 둘러봐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천재였다. 더욱이 그녀는 전승동천에서 강한 전승을 얻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은 인물이었다. 이런 인재는 중도 8대 가문에 가더라도 서로 다투어 영입하려 하고 귀빈으로 떠받들어질 것이다.

“제수씨인 이상, 우리 동씨 가문에는 영입할 수 없겠군.”

동경한은 또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인재들을 많이 영입하지 않았어?”

양준이 고개를 들어 그를 흘끔 보았다.

동경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하지만 예상만큼 많이 영입하지 못했어. 너도 전승동천에 들어갔었잖아. 그곳에 대해서 자세히 좀 얘기해 봐.”

양준은 잠깐 침묵하다가 전승동천에서 겪은 일들을 간략하게 말해 주었다. 하지만 누가 전승을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모두 평범한 정보였지만 동경한은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와, 이런 곳에 전승동천이 나타나다니. 정말 의외다. 이곳에 있는 세 종문의 제자들만 그냥 좋아 죽는 거지. 왜 우리 동씨 가문이 있는 지역에서는 안 나타나는 거지?”

동경한은 한숨을 내쉬며 탄식했다. 속으로는 하늘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전승동천이 나타난 뒤 한동안 세 종문은 모두 비밀을 고수했다. 후에 사실이 점차 알려져서야 큰 세력, 대종문에서 전승받은 자를 찾기 위해 사람을 파견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까지 전승자를 찾은 곳은 없었다. 그저 전승동천에서 나온 비보와 무공들을 조금씩 사들였을 뿐이었다. 다만, 비보들은 모두 심하게 파손되어 더는 사용할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수천 년 전에 강한 무인들이 제련해 낸 비보들로서 연구 가치가 있을 따름이었다. 그래도 무공은 등급이 낮은 편이 아니었다. 적어도 지급이었고, 심지어 천급도 있었다.

이곳에 찾아온 세력들은 세 종문에서 비보와 무공들을 마구 사들였고, 이번 전승동천의 출현으로 능소각과 혈전방, 풍우루는 단시간 내에 모두 부를 누리게 되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일부 제자들이 유혹을 이기지 못해 자신의 종문을 이탈해 이들 큰 세력에 의탁했다는 점이었다. 능소각에서도 이탈한 이가 적지 않았다.

다섯 장로들도 이에 대해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상대가 실력이 탄탄해 제자 몇 명을 빼간 것을 어찌하겠는가? 위석동과 소현무 역시 이런 제자들을 눈감아 주고 있었다. 그들은 큰 세력의 공자와 고수들이 빨리 떠나 능소각이 조용해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둘이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바깥에 있던 풍운쌍위가 전음으로 말했다.

“백씨 가문과 자미곡에서 왔습니다.”

양준과 동경한은 서로 마주 보았다. 동경한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빨리도 왔네. 아마 네 무공을 알아내기 위해서 찾아왔을 거야.”

양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몽무애에게 들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전승동천에서 펼친 성흔에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격에 6급 요수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무공이면 절대 등급이 낮지 않았다. 백씨 가문과 자미곡은 분명, 성흔 때문에 온 것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동경한은 느긋하게 양준을 바라보았다.

‘저 두 멍청이가 요 며칠 계속 제수씨한테 집적거리던데. 양준은 지금 속에 불이 일겠지.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군.’

만약 양준이 진짜 신분을 드러낸다면 백씨 가문과 자미곡은 그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 뻔했다. 아마 사과하고 줄행랑을 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양준이 신분을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동경한은 사촌 동생이 눈앞의 난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기대되었다. 통통한 그의 얼굴에는 유쾌한 미소가 넘쳤다.

“저들이 하는 거 봐서 결정할 거야. 조건이 맞으면 앉아서 얘기해야지.”

양준의 표정은 냉담했다.

성흔은 그의 손에서 빛을 발할 수 있었지만, 남의 손에서도 똑같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팔아도 별 손해가 없었다.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할 작정인데?”

동경한은 눈을 가늘게 떴다.

양준은 그를 힐끗 보더니 냉소를 흘렸다.

동경한도 웃으면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좋은 구경거리나 보려는 표정이었다.

‘눈이 정수리에 붙어 있는 저 두 바보가 좋은 태도를 보일 리가 없지.’

얼마 안 되어 밖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문 쪽으로 동경한과 비슷한 나이의 남자 두 명이 들어섰다. 한 명은 눈처럼 흰 백의를 입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화려한 자의(紫衣)를 입고 있었다.

백의를 입은 이는 백씨 가문의 공자 백운풍(白雲風)이었고, 자의를 입은 이는 자미곡의 제자 범홍(範鴻)이었다. 두 사람 뒤로 능소각 제자 두 명이 따라왔다. 한 명은 눈에 익으나 이름을 알 수 없었고, 다른 한 명은 집법당의 제자 조정문이었다.

양준은 조정문과 두 번의 마찰이 있었다. 지난 번에 능소각을 떠나기 전, 그가 양준에게 장로회의 진급령을 전달했으나 양준이 거절했다. 이로 인해 그는 체면을 구겼을 뿐만 아니라 대장로에게도 질책을 받았다. 그는 양준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다.

능소각의 두 제자는 모두 전승동천에 들어갔었다. 지금 백운풍과 범홍의 뒤를 따라온 것을 보니 유혹에 넘어가 그들을 따른 모양이었다. 지금 그들은 더는 능소각의 제자가 아니라 백씨 가문과 자미곡의 제자였다.

“동 형은 참 운치가 있네, 이곳에서 차나 마시고 있다니. 우리도 좀 부르지 그랬어?”

백운풍은 크게 웃으면서 양준을 힐끗 스쳐보고는 손에 든 접선을 거두었다. 아주 거만한 모습이었다.

범홍도 웃으며 말했다.

“동 형은 미색에 연연하지 않다니 참 감탄할 따름이야. 우리 둘은 다락방에서 보름 동안 기다렸는데도 미인의 얼굴 한 번 보지 못했어. 차라리 동 형처럼 여기서 차나 마시며 즐길 걸 그랬군.”

양준의 입가에 가벼운 냉소가 피어올랐다. 지금 말하는 다락방은 틀림없이 소안의 거처일 것이다.

동경한은 미소를 머금은 채 손을 뻗어 두 사람더러 앉으라고 했다. 그러고는 양준을 힐끗 보며 말했다.

“얼마 전에 아버지께서 중매를 알아보셔서 이젠 그럴 정신도 없어. 자네들처럼 자유롭지 못하지.”

백운풍과 범홍이 자리에 앉자, 조정문과 또 다른 능소각 제자가 각각 두 사람 뒤에 섰다.

백운풍이 말했다.

“무슨 그런 농담을. 며칠 전에 능소각에서 여제자 하나를 영입했다고 들었는데, 첩으로 들일 건가?”

동경한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여제자를 영입한 건 맞지만, 가문을 위해 무인을 들인 거야. 그 제자도 전승동천에서 기연을 얻었고, 자질 또한 괜찮은 편이어서 적당한 자원만 있으면 훗날 크게 발전할 수 있겠지.”

백운풍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더 이상 캐묻지 않고, 그는 고개를 돌려 양준을 힐끗 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경멸과 세상을 굽어보는 도도함이 서려 있었다.

백운풍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 친구가 바로 양준인가? 둘이 얘기 잘 나눴어?”

말이 너무나 경망스러웠다. 양준을 앞에 두고서도, 그는 완전 무시하고 동경한에게 물어본 것이다.

“아직 상의 중이야!”

동경한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결정 내리지 못했는데 자네들이 온 거지.”

백운풍과 범홍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럼 우리 둘에게도 기회가 있는 건가?”

범홍은 양준을 보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듣자 하니 네가 전승동천에서 대단한 위력의 무공을 얻었다고 하던데 사실이야?”

양준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범홍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그 무공에 관심이 있는데 원하는 조건이 뭐야?”

“넌 뭘 줄 수 있는데?”

양준이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범홍은 가볍게 웃고는 품 속에서 은자 한 묶음을 꺼내 양준 앞에 밀어 놓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 무공의 수련 방법을 적어 주면, 여기 이 은자 십만 냥을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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