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84화 (184/853)

제 184장. 현급 무공

“나는 또 뭐라고? 비보의 위력에 의지한 거였군!”

양준은 비웃는 눈빛으로 백운풍을 바라보며 냉소했다.

백운풍은 방금 전에 여러 번 이런 신기한 신법을 펼쳤다. 그것은 양준이 만들어 낸 보법보다 더 신속하고 괴이했다. 싸우는 와중에 양준은 백운풍의 허리춤에 있는 옥패 하나가 빛을 반짝이는 것을 보게 되었고, 이내 신묘한 보법의 비밀을 금세 알아차렸다. 그것은 보법이 아니라 비보의 효력으로 자신의 시선을 분산시켰을 뿐이었다.

백운풍은 얼굴이 확 붉어졌다. 진원 경지 무인이 이합 경지 무인을 대적하는 데 비보를 사용한 것은 낯부끄러운 일이었다. 양준이 이를 밝히자 백운풍은 더욱 화가 나 큰소리쳤다.

“비보가 없다고 해도, 네가 내 적수가 되기나 할 것 같아?”

백운풍은 두 발을 엇갈려 디디며 곧바로 양준에게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불굴지오!

양준의 온몸의 원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원기에는 살기와 함께 더할 나위 없이 잔인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이내 그의 얼굴이 흉악하게 변했고, 눈은 피에 굶주린 듯한 횡포한 빛을 띠었다. 그의 체내에서 돌연 들끓는 힘이 폭발하며 몸에서 시커먼 불길이 솟아올랐다.

이 순간의 양준은 마치 사마가 강림한 것만 같았다. 온몸이 활활 타오르고 공기마저 뒤틀렸다. 양준은 손바닥을 들어 맹렬한 불꽃을 내뿜으며 사납게 백운풍을 후려쳤다.

양준의 모습이 크게 바뀌자 백운풍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양준의 급등한 실력과 활활 타오르는 원기를 감지한 순간, 이 일격의 위력을 알아차렸다. 경악하는 한편, 망설일 사이도 없이 서둘러 체내의 원기를 돌려 그 역시 공격을 펼쳤다.

“천라망(天羅網)!”

열 손가락 사이에 진원이 마치 명주실처럼 응결되더니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순식간에 그의 눈앞에 하나의 큰 그물이 만들어졌다. 순수한 진원이 응결되어 만들어진 큰 그물은 옥을 자를 수 있을 만큼 날카로워 일반적인 지급 무기 못지않았다.

세찬 불길과 천라망이 부딪치자 백운풍의 진원 명주실은 불길을 뚫으면서도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양준을 덮쳤다.

양준이 의념을 발동하자 더욱 세찬 기운이 체내에서 용솟음쳐 나왔고, 불길의 온도도 한층 더 높아졌다. 명주실은 한순간에 완전히 용해되어 버렸고, 곧이어 양준이 백운풍의 어깨에 일격을 날렸다.

양준과 백운풍은 동시에 뒤로 물러서며 조심스럽게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양준의 몸에는 천천히 갈래갈래 작은 혈흔이 나타났다. 이는 방금 전의 천라망에 베인 것이었다. 진원 명주실 가닥마다 모두 그의 살갗을 조금씩 뚫고 들어갔다. 하마터면 그는 토막 시체가 될 뻔했다.

이때, 백운풍도 낭패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어깨는 인두에 데인 것처럼 따가웠고, 타는 냄새까지 났다. 온 힘을 다해 진원을 돌려 공격의 여파를 겨우 해소할 수 있었다.

“쓰읍!”

신유 경지 고수들이 숨을 한껏 들이쉬고는 경악한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이합 경지 실력으로 진원 경지와 맞서 싸우다니. 비록 살짝 밀리기는 했지만 접전이었다.

‘저놈 정체가 뭐지?’

게다가 실력이 향상되는 것도 괴상했다. 이합 경지 1단계에서 삽시간에 이합 경지 절정으로 수직 상승했고, 실력이 향상되는 동시에 그의 모습과 기질도 크게 달라졌다.

만약 좀 전에 양준이 단지 평범한 소년이었다면, 지금의 모습은 마치 주화입마에 빠질 기미가 보이는 듯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의 원기가 백운풍의 진원 명주실을 녹여 버렸다는 것이었다. 이는 그의 체내 원기의 순수도와 농밀도가 진원 경지 1단계 고수 못지않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진원 명주실을 녹일 수 있단 말인가?

이합 경지와 진원 경지, 두 경지 사이는 비록 한 단계의 경지 차이밖에 없지만, 본질적인 구분이 있었다.

앞사람의 체내에는 원기가, 후자의 체내에는 진원이 주를 차지한다는 것이었다.

이합 경지 절정의 무인 열 명이 덤벼도, 진원 경지 1단계의 무인을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원기가 진원으로 바뀌는 순간, 무인의 실력도 질적으로 향상되기 때문이었다.

오늘 이 전투를 보기 전에 누군가 이 자리에 있는 신유 경지 고수들에게 이합 경지 절정이 진원 경지 1단계와 막상막하로 싸울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들은 그냥 농담으로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바로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이기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눈썰미가 좋은 신유 경지 고수들은 양준은 이미 전력을 다했고, 백운풍은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둘 사이에는 실력의 차이가 확실하게 존재했다.

백운풍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연신 냉소를 흘렸다.

“방자할 밑천은 있구나. 나도 너 같이 용기가 있는 사내를 좋아하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 백씨 가문에 들어와 나를 주인으로 섬겨라. 그러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없었던 걸로 해주겠다.”

양준은 어두운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관심 없어!”

“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기회를 제 발로 차다니. 나를 원망하지 마.”

백운풍은 이제 인내심이 바닥났다. 그는 진원 경지 고수로서 쉽게 양준을 굴복시키고 그 무공의 수련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양준과 접전을 치르면서 우스운 꼴이 되었다. 그는 이제 더는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

백운풍의 온몸의 진원이 요동치자 몸 밖으로 유백색 빛이 쏟아져 나왔다. 백운풍은 또다시 몸을 날려 양준에게 달려들었다.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달려가는 동시에 천라망을 다시 펼쳤다. 수많은 진원 명주실로 만들어진 커다란 그물이 양준을 덮쳤다.

둘 사이에 경지 차이도 있는 데다, 백운풍의 보법이 너무 빠른 탓에 양준이 만들어 낸 보법으로는 당해 낼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하는 것은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오직 정면 돌파할 수밖에 없었다.

양준은 한 손을 칼로 만들어 미친 듯이 체내의 기운을 짜내었다. 원기가 세차게 용솟음치자 양준은 손날로 상대방의 천라망을 베어 버렸다.

진원 명주실이 끊어지며 양준에게 접근하기 전에 파열되었다.

“천라인(天羅印)!”

백운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입가에 거만한 미소를 머금고 두 손을 움직이자, 거대한 손바닥이 양준의 가슴 앞으로 덮쳐 왔다.

상대의 공격 변화가 너무 빨라, 양준은 공격을 바꿀 틈도 없이 가슴팍을 맞았다. 그는 멀리 나가떨어지며 입에서 선혈을 뿜었다. 비틀거리며 겨우 지면에 착지했으나 얼굴이 창백했다.

그러나 주위에 있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양준을 바라보았다. 양준이 이처럼 끈기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백씨 가문의 천라인은 천급 무공으로 공격력이 대단했다. 하지만 양준은 천라인에 적중되고도 쓰러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직 더 싸울 힘이 있어 보였다. 이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백운풍은 아예 양준에게 숨 돌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의 신형이 바람처럼 다시 양준에게 덮쳐 왔다.

양준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다시 한번 천라인에 적중되어 십여 장을 날아갔다.

뜻밖에 백운풍도 비명을 지르며 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의 가슴팍에서 격렬한 폭발음이 들려오는 동시에 입가에서는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몸 밖의 우윳빛 진원도 어른거리면서 하마터면 흩어질 뻔했다.

백운풍의 얼굴빛이 흉악해지더니 음침하게 말했다.

“너는 오늘 반드시 내 손에 죽을 것이다.”

이제 현급 무공도 다 필요 없었다. 백운풍은 이렇게 많은 이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게 되자 살기가 솟구쳐올랐다. 그냥 이대로 양준을 죽여 마음속 울화를 풀고 싶었다.

“백 형, 정말로 죽일 생각이야? 여기는 남의 문파 안이라고.”

동경한이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흐흐.”

백운풍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면서 동경한이 하는 말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가 손을 쫙 벌리자 살기가 넘치는 불안정한 기운이 나타났다. 백운풍이 손에 미친 듯이 진원을 주입하자, 기운이 점점 더 거세게 들끓었다.

“천라강(天羅罡)!”

동경한은 저도 모르게 낯빛이 변했다. 그는 백운풍이 백씨 가문의 천라강까지 수련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천라강은 천라망과 천라인의 위력을 훨씬 뛰어넘는 무공으로 백씨 가문에서 외부로 전수하지 않는 비밀 무공이었다.

동경한이 양준에게 조심하라고 말해주려는데, 양준 쪽에서 별빛이 반짝이며 포악한 기운이 전해졌다.

양준의 오른손이 덜덜 떨렸다. 마치 통제할 수 없는 힘이 어디선가 폭발한 듯이 대낮에 아련하고 찬란한 별빛 하늘이 떠올랐다.

성도(星圖)!

모든 이가 형형한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면서 그의 무공의 위력을 느꼈다. 이 순간, 모두의 얼굴빛이 변했다.

그들은 진작 양준이 전승동천 안에서 신비한 무공으로 6급 요수를 물리쳤다는 말을 전해 들었었다. 지금 양준의 모습을 보고, 그 무공을 펼치려는 것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공자! 조심하십시오.”

백씨 가문의 신유 경지 무인이 놀라서 소리쳤다. 그들은 백운풍이 이번 접전에서 손해를 볼까 두려워 서둘러 몸을 날려 양준을 해치우려 했다.

그들이 몸을 움직이자마자 커다란 손이 양쪽으로 각각 그들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둘은 멈칫하면서 곧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온몸의 진원을 움직일 수 없었고, 어깨는 마치 우뚝 솟은 큰 산에 눌린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놀라서 넋이 나간 그들은 이내 간담이 서늘해졌다. 이 둘은 신유 경지 4, 5단계 실력밖에 안 되지만, 일대 고수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소리 없이 제압당했다. 이 사람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미루어 알 수 있었다.

‘능소각 같은 작은 곳에 어떻게 이런 무서운 인물이 있을 수 있지?’

“젊은이들 일에 우리 늙은이들이 끼어들 필요가 있겠소?”

한쪽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둘은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놀라서 고개를 돌리니, 옆에는 한 노인이 서 있었다. 노인은 주름투성이 얼굴에 미소를 띤 채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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