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85화 (185/853)

제 185장. 비보의 위력

‘이 사람은… 능소각 공헌당의 주인이잖아.’

능소각에 와서 공헌당의 주인이 좀 괴이쩍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실력이 이 정도로 대단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두 분의 뜻은 어떠한가?”

몽무애는 여전히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어르신 말씀에 일리가 있습니다.”

백씨 가문의 두 고수는 감히 반박할 수가 없었다. 상대방의 막강한 위력으로 볼 때,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의 목숨을 앗아 갈 수 있었다. 반항은 곧 죽음을 부를 것이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이 광경은 동씨 가문과 자미곡의 신유 경지 고수들의 눈에도 들어왔다. 이 넷도 마찬가지로 몽무애가 도대체 언제 왔고, 언제 백씨 가문 고수 옆에 나타났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모든 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동씨 가문의 풍운쌍위는 비록 놀랐지만 얼굴빛이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 가문의 공자와 양준이 사촌 지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당연히 두려울 것이 없었다.

반면 자미곡의 두 고수는 경계와 두려움이 서린 눈빛으로 몽무애를 바라보았다. 머릿속으로는 천하에서 이름난 고수들의 이름을 떠올렸으나, 어느 하나 몽무애의 모습과는 맞지 않았다.

“흠, 제법 볼만하군.”

자미곡의 두 고수가 의혹에 잠겨 있을 때, 옆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고수는 얼굴색이 크게 변하며 나란히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그들 옆에도 한 노인이 나타났다.

노인은 비범한 품격을 지니고 있었다. 수염을 길게 길렀고, 소박한 장삼 차림으로 아무 인기척 없이 그들 사이에 서 있었다.

‘또 한 명의 고수로군!’

그는 가만히 서서 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두 젊은이가 미친 듯이 원기를 모으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자미곡의 두 고수는 여전히 노인의 기세가 그들의 몸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그들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아마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자그마한 능소각에서 이런 무시무시한 인물이 연이어 나오다니…….’

이 두 고수가 진을 치고 있다면 능소각의 실력은 어지간한 일류 세력 못지않았다.

자미곡과 백씨 가문의 신유 경지 고수들은 멀리서 서로 마주 보았다. 그리고 서로의 눈빛에서 놀라움과 무기력함을 보았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손을 잡고 마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듯한 처량함이 느껴졌다.

슉- 슉- 슉-

또 그림자 다섯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능소각의 다섯 장로였다. 다섯 장로는 이쪽 싸움에 놀라 웬 영문인지 알아보려고 온 것이었다. 그러나 수염이 긴 노인을 보자 일제히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급히 허리 굽혀 인사했다.

“장문인을 뵙습니다.”

노인은 뜻밖에도 종적이 묘연한 능소각의 장문인이었다.

큰 세력들이 능소각에 손님으로 왔어도, 능소각의 장문인은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고수들과 몇몇 공자들은 언짢아서 능소각 장문인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상대방의 무시무시한 실력을 알게 되자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범홍은 세상 물정에 훤한 자라 서둘러 달려와 인사를 올렸다.

“자미곡 제자 범홍, 어르신께 인사 올립니다.”

장문인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선을 전투 중인 이들에게로 돌렸다.

*이 시간 동안, 양준의 성흔이나 백운풍의 천라강 모두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고 있었다. 둘의 무공은 다른 듯하면서 닮은 듯한 모습이었다. 둘 다 살상력이 엄청나지만 기세를 끌어 올리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짧디 짧은 시간 동안, 둘의 기세가 이미 최고조에 달했다.

“양준!”

백운풍이 울부짖으며 성난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자, 덤벼!”

양준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의 손등에서 별이 반짝거렸다. 신형이 움직이면서 별빛 하늘을 끌고 다녔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두 가닥의 거대한 기운이 신속하게 접근하며 서로 맞부딪쳤다. 이와 같은 절정 무공의 대결은 신유 경지 고수가 봐도 눈가가 떨릴 정도였다.

마치 뜨거운 태양이 폭발하듯 눈부신 빛에 사람들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신유 경지 고수들은 신식으로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양준이든, 백운풍이든 체내 원기가 모두 어지러워졌다. 호흡이 순간적으로 멈추는 듯하더니 격렬한 소리가 전해지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빛이 흩어지고 둘의 가쁜 숨소리가 들려왔다. 땅 위에는 사방 십여 장 너비의 깊은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서로 삼십 장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양준과 백운풍은 휘청거리며 일어섰다.

이번 접전은 뜻밖에도 막상막하의 결과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양준은 백운풍보다 상처가 더 심했다.

그렇다 해도 이는 놀라운 일이었다.

이합 경지 절정의 무인이 진원 경지 1단계 무인과 접전을 치렀을 뿐만 아니라, 정면 무공 대결에서는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이는 바꿔 말해서 양준이 가지고 있고 있는 무공이 백씨 가문의 천라강보다 한 수 위라는 말이 아닌가.

현급의 무공임이 틀림없었다.

두 젊은이는 온몸에 선혈이 낭자한 채 멀리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백운풍의 눈에는 광기와 의혹이 일렁거렸다. 그는 자신의 무공을 정면으로 맞고도 양준이 일어설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양준은 패색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싸울수록 더 용감해졌다.

“내가 말했지, 오늘 너는 틀림없이 죽는다고. 하늘도 너를 구할 수 없어.”

백운풍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울부짖었다.

그는 양준과 은원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 싸움에서 양준은 계속 그의 예상을 뒤집었다. 백씨 가문의 공자로서 백운풍은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보고 있는데 양준을 이기지 못하면, 전에 했던 말이 다 실언이 되는 게 아닌가.

백운풍이 손을 뻗으면서 소리치자, 두루마리 같은 것이 그의 손에 나타났다. 이내 두루마리가 펼쳐지고, 그 위에 기이한 요수들이 가득 그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백씨 가문의 지급 중품 비보, 백수도(百獸圖)다!”

동경한은 안색이 변하더니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무심코 소리친 것 같지만, 사실은 양준에게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백운풍은 냉소를 연발하며 비보에 끊임없이 진원을 주입했다. 진원이 주입됨에 따라 백수도 속의 요수도 아른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강렬한 빛이 갈래갈래 튀어나오더니 허공에서 각종 모양의 요수로 변해 양준에게 달려들었다.

백운풍은 양준을 죽이기 위해 갖은 수단을 모두 동원했다. 이 비보는 그의 가장 큰 버팀목이자 최후의 공격이었다. 그는 능소각의 이름도 없는 제자가 날뛰는 요수들 가운데서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공중으로 솟구치는 강렬한 빛이 갈수록 많아지며, 천태만상의 요수들이 실체로 변했다. 그 기세는 마치 천군만마가 내달리는 것처럼 전방을 가로막는 모든 적들을 짓뭉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양준의 눈에도 살기가 넘쳐났다. 이내 그의 손에 붉은색의 장검이 나타났다.

수라검!

해외 일등 세력 수라문의 진문 비보였다.

수라검을 손에 쥐자, 원래부터 포악한 양준의 원기는 더욱 횡포해져 사람들을 놀라게 할 지경이었다. 모든 이들이 떨리는 눈동자로 검붉은 장검을 뚫어지게 지켜보았다.

그들은 검에서 짙은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장검을 보고 있으면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핏빛 기운이 자욱했다.

자미곡의 두 고수와 풍운쌍위는 이 무서운 살기의 영향을 받을까 두려워 재빨리 범홍과 동경한을 보호해 뒤로 물러섰다.

몽무애와 능소각의 장문인도 얼굴빛이 살짝 변했다. 두 사람은 양준이 이 같은 살인 무기를 꺼낼 줄은 미처 몰랐다. 이는 그들의 예상을 벗어났다.

백수(百獸)들이 달려들자 양준은 검을 들어 휘둘렀다. 이내 검기가 지나가는 곳마다 요수들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서 사라졌다.

양준은 거침없이 앞으로 달려갔다. 눈에는 피에 굶주린 빛이 서려 있었지만, 여전히 침착하고 냉정했다.

백운풍의 얼굴빛이 드디어 변했다.

그는 가장 강력한 비보를 사용해도 상대방을 어찌할 수 없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백수도에서 뛰쳐나온 요수들도 양준을 전혀 저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마리 또 한 마리의 요수가 죽어 나갔다. 양준과 백운풍 사이의 거리는 신속하게 좁혀졌다.

피비린내 나는 기운과 끝없는 살기에 영향을 받아 백운풍은 거의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단지 기계적으로 진원을 돌려 백수도에 주입함으로써 양준을 막으려고 시도했다. 이러한 행동은 그의 체내에 남아 있는 진원을 더욱 빠르게 소모시킬 뿐 아무 의미도 없었다.

잠시 뒤 양준이 백운풍 앞으로 다가갔다. 양준은 차디찬 눈동자로 그를 담담하게 보고는 수라검을 들어 아래쪽으로 내리쳤다.

모든 이의 가슴이 철렁했다. 양준이 검으로 벤 것은 백운풍이 아니라 백수도였다. 그는 뜻밖에도 이 지급 중품의 비보를 망가뜨리려 했다. 핏빛 검기가 백수도를 사정없이 베었다.

공중에서 춤추고 있던 요수 몇 마리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백수도에는 자욱한 빛무리가 일더니 검 끝에 베어 이지러졌다.

백수도는 무려 지급 중품의 비보였다. 방어가 주는 아니지만, 이렇게 일격에 무너질 수는 없었다. 검으로 한 번 베자 큰 구멍이 나다니. 검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사악-

수라검을 뒤쪽으로 걷어 올리자, 구멍이 점점 더 커졌다. 검기가 또 스쳐 지나가며, 쫘악, 소리와 함께 지급 중품의 백수도는 둘로 쪼개져 땅에 떨어졌다.

양준은 검으로 지급 중품의 비보를 망가뜨렸다. 이러한 결과는 누구도 믿을 수 없었고, 예측조차 하지 못했다.

양준은 검날을 돌려 검 꽃을 그리더니 제자리에 서서 넋을 잃은 백운풍을 찌르려 했다.

“그만두시오.”

백씨 가문의 고수들은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방금 전에는 몽무애가 견제해 감히 움직이지 못했지만, 지금 양준은 백운풍의 목숨을 취하려 하고 있었다.

그들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황급히 소리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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