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195화 (195/853)

제 195장. 함정

두 환전랑과의 전투는 힘겨웠고, 매우 위험하기까지 했다. 실력을 전부 드러낼 수 없다 보니 전투에서 양준은 몇 차례나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는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조금만 방심해도 두 요수에게 갈기갈기 찢겨질 것이 뻔했다.

양준은 조금씩 두 요수의 기세를 꺾으며 그들에게 상처를 입혔다. 이렇게 한 시진 남짓하게 흘러서야 양준은 차례로 그들을 죽일 수 있었다.

양준의 몸은 피로 가득했다. 환전랑의 피도 있었고, 자신의 것도 있었다. 몸에도 상처가 적지 않았는데, 모두 두 요수들에 의해 생긴 상처였다. 심지어 한 곳은 살점이 뜯겨 통증이 매우 심했다. 현재 그의 모습은 매우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4급 요수는 이합 경지의 무인들과 실력이 비슷한데, 양준은 혼자서 둘을 상대한 데다 실력까지 감춘 상태로 싸운 것이니 이 정도 결과에 만족했다. 하지만 한쪽에 몰래 숨어 있는 사람도 꽤나 인내심이 있었다. 그는 양준이 환전랑과 싸울 때부터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양준은 숨을 크게 몰아쉬면서 그 사람이 있는 쪽을 힐끔 스쳐보았다. 그리고 제자리에 주저앉아 공법을 운행하는 자세를 취하며 두 환전랑의 혈주가 응고되기를 기다렸다.

양준의 연기가 지나치게 완벽했던 탓인지 숨어 있던 사람은 주변에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숨기는 기색이 없는 사삭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다가왔다.

양준은 눈을 번쩍 뜨고 차가운 시선으로 쏘아보았다.

고개를 들어 보니 멀지 않은 곳에 세 그림자가 거들먹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세 사람은 모두 남자였는데, 흑적색 장삼을 입고 있어 매우 눈에 띄었다.

우두머리인 듯한 남자는 방자하게 큰소리로 웃기까지 했다. 또한 양준을 바라보는 표정이 비웃음으로 가득했다.

양준은 일부러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원망이 가득한 얼굴로 일어나 경계를 취했다.

그 세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양준을 둘러쌌다.

“나한테 볼일 있어?”

양준은 메마른 입술을 핥으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이 무의식적으로 취한 행동은 그의 당황스러움을 더욱 잘 보여주었다.

“재미있는 질문을 하는군!”

큰소리로 웃던 남자는 경멸 어린 시선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무슨 용건인지 모르겠어?”

양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입을 열었다.

“나를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혈주는 너희들이 얼마든지 가져가도 좋아.”

그 남자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고작 혈주 두 알 가지고. 무인이 죽은 뒤 응고되는 혈주가 요수의 것보다 훨씬 등급이 높다는 거 몰라? 우리는 혈주도 원하고 네 목숨도 원해!”

양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난 능소각의 제자야. 너희들이 날 죽이면 내 사부님께서 가만히 계시지 않을걸!”

“하하하!”

그 남자는 이 말을 듣고 또 웃음을 터뜨렸다.

“만약 밖이라면 그 말이 통할지 몰라도 여기가 어디야? 네가 여기서 죽더라도 우리가 널 죽였는지 아무도 모를걸!”

이 말이 끝나자마자 양준은 당황하던 표정을 거두고, 냉혹하게 살기를 풍겼다. 이내 온몸에 원기가 사납게 솟구치더니 몸을 돌리는 순간, 오른손에 얇은 칼날이 나타났다. 양준은 그대로 칼을 휘둘러 자신의 뒤에 서 있던 사람의 목을 베었다.

이 세 사람은 꽤나 신중한 편이었다. 그들도 모두 이합 경지로 실력이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양준을 둘러싼 뒤 바로 공격하지 않고, 한 사람이 입을 열어 양준의 주의력을 끈 다음, 다른 사람이 몰래 공격을 펼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양준은 그들의 행동을 미리 간파하고 있었다. 다만 모르는 척, 그들의 계획을 이용했을 뿐이었다.

양준은 기회를 보다, 뒤에 있는 무인이 충분히 다가온 것을 확인하자 행동을 개시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그들의 안색이 변했다. 양준의 뒤에 있던 사람은 전혀 반응하지 못하고, 빨간 칼날이 스쳐 지나가면서 남긴 상처에 목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곧이어 뜨뜻한 액체가 목에서 솟구쳐 나왔다.

양준은 그 사람의 목을 벤 뒤, 지체하지 않고 보법을 펼쳐 두 번째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다급히 반격에 나섰다. 그의 주먹에서는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주먹 전체가 금빛으로 빛나며 그 기세가 매우 강했다.

양준은 양액으로 만든 칼을 그 사람의 주먹에 휘둘렀다.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칼날이 파고 들어간 주먹은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그 사람이 아파서 비명을 지를 때, 양준은 몸을 굽히고 그의 복부에 주먹을 날렸다.

뜨거운 원기가 흘러 들어오자 그 사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곧이어 연이은 타격 소리와 함께 그 사람은 피를 토한 채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양준은 제비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훌쩍 뛰어올라 그의 어깨를 밟고 두 발로 그의 머리를 집었다. 그리고 몸을 반 바퀴 홱 돌렸다.

뚜둑!

소리와 함께 두 번째 무인의 목뼈가 부러졌다.

순식간에 세 사람 중 두 사람을 죽여 버리자, 홀로 남은 한 사람은 그만 얼이 빠지고 말았다.

“너…….”

무인은 깜짝 놀랐다. 그는 갑작스러운 변고에 머리가 어지러웠고, 양준의 사납고 잔혹한 공격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양준은 크게 웃고 난 뒤, 입을 열었다.

“이봐, 다음에는 큰소리치기 전에 주제부터 파악해. 안 그러면 네 혀부터 잘릴 테니까.”

피를 뒤집어쓴 양준을 보면서 그는 온몸에서 미친 듯이 요동치는 원기를 느꼈다. 그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는 양준이 환전랑 두 마리와 싸울 때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우리가 염탐하고 있는 것을 진작 눈치챘었구나!”

그는 동료 두 명이 거의 동시에 당한 것을 보며 속으로 무서웠으나, 동시에 살기와 분노가 피어올랐다.

“내가 네들 속셈도 눈치 못 챘을 거 같아?”

양준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죽어!”

그는 분노에 찬 소리를 지르며 전력을 다해 원기를 운행했다. 이내 금색 인장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무슨 무공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등급이 절대 낮아 보이지 않았다.

양준은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더는 숨기지 않고 불굴지오를 꺼냈다. 원래부터 난폭하던 원기가 더욱 날뛰기 시작하면서 그를 둘러싼 기운이 기괴하게 변했다. 그는 살기를 번뜩이면서 무한한 살의를 풍겼다.

양준은 순식간에 이합 경지 정상에 도달했다. 불굴지오는 양준의 필살기였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훔쳐보고 자신의 실력을 눈치챌까 봐 평소에는 되도록 불굴지오를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마주친 적수를 상대할 때 양준은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았다. 모조리 죽여 버린다면 후환이 남을 걱정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마음껏 자신의 실력을 발휘했다.

맞은편의 적수는 표정이 또 한번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그도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그는 반짝거리는 금색 인장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양준에게 공격을 펼쳤다.

양준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한 손으로 인장을 덥석 잡았다.

그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래도 무공인지라 쉽사리 막을 수 없었다. 상대방의 입가에 일그러진 미소가 피어오르며 원기의 파동이 더욱 심해졌다.

양준의 체내 진양원기도 갑자기 폭발했다. 뜨거운 원기가 인장에 흘러들어가자, 곧이어 ‘찰칵찰칵’ 소리가 들렸다.

인장에 금이 간 것이다.

양준의 진양원기는 순도가 높고 농후하여 일반 진원 경지의 무인보다 못하지 않았다. 이 적수는 이합 경지 8단계의 실력밖에 되지 않았으니, 몸속의 원기가 진원으로 전환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니 어찌 양준의 상대가 되겠는가?

‘찰칵찰칵’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는 안색이 창백해지며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다급히 말했다.

“한 번만 봐줘. 나는 금광전(金光殿)의 제자야. 눈이 삐어서 감히 자네에게 죄를 졌으니 너그럽게 용서해 줘.”

양준은 냉소를 지었다. 그의 눈에 드리운 광기는 더욱 짙어졌다.

“난 네가 금광전의 제자라는 것을 알아.”

바로 이 때문에 양준은 두려움 없이 연기를 펼쳐 그들 세 사람을 끌어낸 것이었다. 그들이 입은 흑적색 장삼을 보고 양준이 그들의 신분을 떠올리지 않았더라면, 그도 이런 모험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금광전은 삼등 문파였다. 금광전에서 온 제자는 모두 세 사람이었는데, 다들 이합 경지의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능태허가 전에 호숫가에서 양준에게 말해준 적이 있었다.

촤락-

금빛이 하늘에 흩뿌려지며 금광전 제자의 인장이 폭발했다. 바로 이 순간, 그는 갑자기 옷소매에서 날카로운 무기를 꺼내더니 양준의 목을 베려고 했다. 방금 전의 용서를 구하던 모습은 가식에 불과했다. 두 사제가 눈앞에서 죽임을 당했는데 양준과의 원한이 쉽게 풀릴 리 없었다.

하지만 이 공격은 양준을 다치게 하지 못했다. 반쯤 찌르던 그의 동작이 중간에 멈췄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양준의 한 손이 그의 가슴을 뚫고 들어왔던 것이다.

심장이 쿵쾅거리더니 곧이어 그는 숨을 거두었다.

손을 뺀 양준은 온몸으로 열기를 풍겼지만, 표정은 싸늘했다.

양준은 순식간에 이합 경지 7,8단계의 무인들을 셋이나 죽였지만, 전혀 압박이 되지 않았다. 자신보다 강한 적을 죽이고, 혼자서 여러 명을 물리친 양준은 자신의 진정한 실력이 또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음을 느꼈다.

제자리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자 잠시 뒤, 금광전의 세 무인에게서 혈주가 나타났다.

양준은 앞으로 다가가 그것을 챙기면서 깜짝 놀랐다. 이 세 개의 혈주는 전에 그가 획득한 혈주들보다 훨씬 컸다. 무려 엄지 손톱만 했다.

양준은 그것을 세세하게 살펴볼 시간이 없어, 재빨리 환전랑 두 마리의 혈주도 챙겼다. 또 세 사람 몸에서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을 모조리 수색하여 챙긴 뒤, 황급히 그곳을 떠났다.

시간이 지나자 많은 요수들이 이곳에 모여 들었다. 공기에 퍼진 피비린내가 그들을 이곳으로 부른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양준은 이미 십몇 리 밖에 떨어져 있었다.

이 며칠 사이에 그는 많은 혈주를 수확했다. 양준은 조용한 곳을 찾아 그것을 연화하여 흡수하고 싶었다. 그래야만 그의 실력이 향상될 것이고, 더욱 강한 요수와 적수를 상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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