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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련전봉-198화 (198/853)

제 198장. 공중격전

아래로 십몇 장 떨어진 양준은 고개를 돌리고 위를 바라보았다. 우성곤이 날개를 활짝 핀 새처럼 빠른 속도로 그를 향해 덮쳐오고 있는 것을 본 양준은 얼굴에 음산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사실 그는 우성곤이 자신을 쫓아오지 않을까 봐 걱정했었다. 만약 우성곤에게 그럴 용기가 없다면 그는 헛수고를 한 셈이었다. 우성곤이 벼랑을 뛰어내린 것을 보자 양준은 오히려 안도하였다.

두 사람은 비록 앞뒤로 벼랑에서 뛰어내렸지만, 뛰어내릴 때 마음가짐이 다르다 보니 속도도 차이가 있었다. 양준을 잡기 위해 힘을 주어 뛰어내린 우성곤의 속도가 양준보다 훨씬 빨랐다.

“넌 죽더라도 내 손에 죽어야 해!”

우성곤은 머리를 아래로 향한 채, 사납게 양준에게 달려들며 소리를 질렀다.

우성곤이 공중에서 손을 휘저으며 손바닥을 펼치자, 일그러진 사람의 얼굴 형상이 튀어나왔다. 이는 지마와 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것과 비슷했다. 사람의 얼굴 형상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원한과 살기가 섞인 울부짖는 소리를 냈다. 그것은 마치 귀신처럼 순식간에 양준의 앞으로 덮쳐왔다.

양준은 손을 벌려 귀신 같은 형상에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아무런 타격감이 없었고, 오히려 이 형상은 그대로 양준의 몸속으로 스며 들어왔다. 순간 팔에서 한기가 느껴지더니 양준은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 어느새 그의 팔에는 서리가 가득했다.

우성곤은 의기양양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넌 이제 죽었어!”

이 무공은 귀왕곡의 사악한 무공인 귀왕인(鬼王印)이었다. 사람의 혼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산 사람을 잡고 끊임없이 괴롭히면서 바로 죽이지 않고, 그 사람이 분노와 원한으로 가득 차게 만든 뒤에 죽이는 기술이었다. 이런 특별한 방법으로 원혼을 흡수하여 몸속에 넣고 수련하는 것이었다.

귀왕곡 제자의 이 공격은 평범한 수단으로 막아낼 수 없었다. 일단 원혼이 몸속에 들어오면 할 수 있는 것은 죽음을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

우성곤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양준을 빠르게 죽여 그의 혈육으로 만들어진 혈주를 취하려고 했다. 방금 전의 공격이 먹히자 그는 더욱 대담하게 양준을 덮치며 그를 손에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때, 우성곤의 몸은 저도 모르게 흠칫 떨렸다. 이내 그의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방금 전, 그는 자신의 원혼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것을 느꼈다. 이 원혼은 그의 기혈과 진원, 그리고 영혼과 연결되어 있어 원혼이 사라지자 우성곤은 큰 타격을 받았다.

“어찌 된 일이지?”

우성곤은 깜짝 놀라며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양준의 팔에 맺혔던 서리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녹고 있었고, 양준은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낄낄낄낄…….”

지마는 양준의 몸속에서 미친 듯이 웃었다.

“뜻밖이네, 뜻밖이야. 내가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맛있는 영혼을 갖다 바치는구먼! 좋아, 좋아. 이 원혼은 살기가 가득해 아주 맛있어!”

원혼은 이미 지마에게 먹힌 뒤였다. 지마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주인, 원혼이 더 없는지 물어보게. 몇 개 더 준다면 내가 배불리 먹을 수 있겠는데.”

“아마 없을 거야.”

양준은 우성곤이 다친 것을 보고, 그 원혼이 그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와 연결된 원혼이 또 있을 리 없었다.

우성곤의 표정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너구나! 무슨 수를 썼길래 내 귀왕인이 사라진 거지?”

양준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아맞혀 봐!”

“죽여 버리겠어!”

우성곤은 대노하며 손을 뻗어 양준의 얼굴을 치려고 했다. 그의 손은 섬뜩한 빛을 번뜩이며 살기를 가득 담은 채 날아왔다.

촤락!

이때, 두 줄기의 붉은빛이 양준의 등에서 나타났다. 강렬한 원기 파동을 느낀 우성곤은 깜짝 놀라며 다급히 양준을 잡았던 손을 풀었다. 그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그와 함께 떨어지던 양준은 제자리에 멈춰 섰다.

고개를 들어 양준을 본 우성곤의 동공은 순식간에 확장되었다. 그는 양준이 공중에 우뚝 선 채, 차가운 시선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마치 땅을 내려다보는 독수리처럼 양준의 몸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등에는… 새빨간 날개가 달려 있었다!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는 날개는 주변의 공기마저 일그러지게 하였다.

양준은 공중에서 하늘을 찌르는 기세로 도도하게 서 있었다.

우성곤은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이게 무슨 비보지? 아니야, 여기선 비보가 효능을 발휘하지 못하잖아. 그럼 무공인가? 저런 신묘한 무공이 있다고!?’

깜짝 놀란 우성곤은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양준은 양염지익을 펼치며 신속하게 아래로 내려갔다.

방금 전의 상황과 다르게 지금 두 사람의 위치는 완벽하게 바뀌어 있었다. 우성곤도 이번에는 방심하지 않고 진원을 폭발시키며 아래로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었다. 그도 곧 멈춰 설 기세였다.

양준이 그에게 그럴 기회를 줄 리가 있겠는가? 양준은 순식간에 우성곤의 코앞까지 날아가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우성곤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진원 경지의 고수였지만, 고작 진원 경지 3단계밖에 되지 않았다. 방해물이 없다면 공중에서 날 수 있었지만, 적이 공격해 오는데 그가 어찌 평온하게 날 수 있겠는가? 진원 경지의 무인은 이제 막 터득한 탓에 아직은 비행 중 다른 사람과 접전할 능력이 없었다.

양준이 그에게 일격을 가하자 그는 온몸의 진원을 움직여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

쿵!

서로의 공격이 맞부딪히며 우성곤은 아까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탓에 밑으로부터 불어오는 역풍은 그가 눈을 뜨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가 다급히 진원을 움직여 추락하는 속도를 늦추려는 순간, 머리 위에서 또 살기가 엄습해 왔다. 우성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양준의 속도가 이토록 빠를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다급한 와중에 그는 양준의 공격을 막아내려고 했지만, 다급히 펼치는 수단이 어찌 전력으로 폭발하는 힘과 맞먹을 수 있겠는가?

우성곤은 두 손에서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뜨겁게 끓어오르는 원기가 그의 경맥으로 들어와 하마터면 단전으로 흘러들 뻔했다. 그제야 그는 이 능소각의 제자가 절대 보이는 것처럼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양준은 그의 귀왕인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든 데다, 등 뒤에 날개가 달리는 무공까지 사용했다. 또한 양준의 원기는 말도 안 될 정도로 순수했다. 그는 양의 탈을 뒤집어쓴 늑대임이 틀림없었다.

전에 보여준 약한 모습들은 모두 자신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다.

우성곤은 매우 후회되었다.

‘이 녀석의 단약에 눈이 멀어 함께 벼랑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아니었어.’

지금 허공에 있다 보니 실력을 3할밖에 발휘하지 못해 금방이라도 질 것 같았다. 고개를 쳐들고 보니 양준이 또 공격을 펼쳐왔다. 머리 위에는 더 이상 벼랑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 짧은 순간에 이미 오백 장이나 떨어졌던 것이다. 지금 다시 날아오르려 해도 불가능했다.

쿵!

어깨에 큰 타격을 느낀 우성곤은 비명을 질렀다. 원래도 느리지 않았던 추락 속도는 타격에 의해 더욱 빨라졌다. 이런 속도로 떨어진다면 땅에 닿았을 때, 그의 시신은 산산조각 날 것이다.

순간 죽음의 기운이 덮쳐왔다. 우성곤은 마음을 졸이며 양준에게 용서를 빌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입을 벌리자마자 입안으로 강풍이 불어와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공중에서 두 그림자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래쪽에 위치한 우성곤은 추락하는 것이었고, 위쪽에 위치한 양준은 용맹한 기세로 양염지익을 펼치며 우성곤을 쫓아가는 것이었다.

쿵- 쿵- 쿵-

공격마다 시간 차가 점점 벌어졌다. 우성곤의 떨어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 양준이 뒤쫓으려 해도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이 벼랑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었지만, 양준과 우성곤 두 사람은 모두 구름처럼 새하얀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연속으로 공격을 당한 우성곤은 한쪽 어깨가 망가졌고, 두 팔의 뼈도 부러져 피가 철철 흘러 넘쳤다. 그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공중에서 양염지익의 도움을 받는 양준이야말로 이 순간 진정한 하늘의 주인이었다.

머리 위에서 또 한 번 살기가 덮쳐왔다. 고개를 들어 양준을 바라본 우성곤은 그가 또 자신에게 공격을 펼치는 것을 보고 당황한 눈빛으로 겁먹은 티를 감추지 못했다. 그의 팔은 이미 완전히 망가져 더 이상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때, 놀랍게도 양준이 안색을 바꾸며 취하던 공격을 거두어들였다. 등 뒤의 날개가 힘껏 움직이더니 떨어지는 속도가 갑자기 느려졌다. 금방이라도 멈추어 설 것 같은 기세였다.

위기를 모면한 우성곤은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그는 양준이 왜 갑자기 공격을 멈추고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었는지 짐작이 되기 때문이었다. 내려다보니 역시 그가 짐작한 것이 맞았다. 아래로 몇십 장이면 바로 지면이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진원을 움직이며 무사히 착지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몇십 장의 거리는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퍽-

공중에서 천천히 내려오던 양준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우성곤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흑적색 선혈이 커다란 꽃처럼 땅에 퍼졌던 것이다. 사방으로 부러진 뼈와 흩어진 살들이 튀어 섬뜩하게 느껴졌다.

진원 경지 3단계의 무인과 정면으로 대항한다면 양준은 전혀 승산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지형을 이용한다면 양준에게도 승산이 있었다.

‘그러니까 절대 그 어느 순간에도 상대를 얕보면 안 되지!’

양준은 씨익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우성곤이 죽는 순간, 벼랑 끝까지 뛰어온 금호와 여인은 저도 모르게 안색을 흐렸다.

그들에게는 서로의 위치와 생기를 알아볼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었다. 우성곤이 죽자, 금호와 여인은 이를 바로 알아챘다.

“우 사형이 죽었어?”

여인은 입이 떡 벌어진 채,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금호는 벼랑 끝까지 뛰어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래쪽이 온통 구름과 안개에 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그가 분노에 차서 말했다.

“분명 능소각 녀석에게 속아 같이 떨어져 죽었을 거야!”

“조심성도 없이 이게 무슨 봉변이야!”

여인은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

“우리가 능소각 녀석을 너무 얕봤어. 그 녀석은 분명 대단한 수단을 숨기고 있었을 거야. 그래서 우 사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걸려들어서 당한 거겠지!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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