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200화 (200/853)

제 200장. 끝나지 않은 싸움

짧은 시간 동안 양준은 이합 경지 4단계의 정체기를 돌파하고, 경지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파죽지세로 이합 경지 5단계까지 돌파한 뒤 계속해서 실력이 상승했다.

갑작스러운 진급에 양준은 좀 당황스러웠다. 그는 비록 빠르게 강해지고 싶었지만, 이런 광기 어린 기운은 이미 그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온몸의 살들이 조여지며 양준의 몸은 갑자기 팽창하기 시작했다. 겉에 드러난 그의 피부와 살들은 마치 몸속에 수많은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것처럼 아주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

잠시 뒤, 양준의 피부에 수많은 금이 생기더니 몸속의 근육들이 툭툭 끊어지며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거대한 압력을 받자 금신도 전보다 더욱 빠르게 연화된 기운을 삼켰다. 양준은 진양결을 한계까지 끌어 올려 운행하고 있었지만, 원기가 주입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툭, 툭, 툭.

몸속에서 끊임없이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피 안개가 폭발했다. 곧이어 무수한 붉은빛들이 몸속에서 뿜어져 나왔다. 사방 백 장의 범위는 순식간에 이 기운에 드리워졌다.

지마는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지만, 여전히 양준에게서 대답이 없자 조급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양준은 온몸에서 오는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이를 악물었다. 그의 몸은 끊임없이 떨렸고, 방대한 기운의 주입과 더불어 양준은 몸이 또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계속해서 이렇게 나아간다면 그는 이 방대한 기운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양준이 마주한 위기는 방대한 기운뿐만이 아니었다. 기운과 함께 마음 속에 들어오는 것은 요기와 살기였다.

이는 두 요수의 기운이었다. 그들은 죽은 뒤, 이곳의 규칙에 따라 혈주로 응고되었지만, 너무 강한 나머지 본연의 기운이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양준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요수의 기운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동시에 그는 머리를 굴려 이 기운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사실 이것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몸속에서 이 기운을 연화하는 진양결의 속도가 기운이 주입되는 속도를 따라갈 수 있으면 되었다. 비록 방법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진양결은 이미 극한까지 끌어 올린 상태라 더는 빨라질 수 없었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몸속의 진양원기가 더욱 순수하고 농후해지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진양원기는 불길과도 같았고, 그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원기는 철과 같았다. 불길이 순수하고 짙을수록 온도는 더 높아질 것이고, 철을 녹이는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다. 이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양준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이를 악문 채 단전 안의 양액 한 방울을 터뜨렸다. 양액 한 방울은 양준의 경맥에 담긴 원기의 총합과 같았다. 그 바람에 원래 꽉 차 있던 경맥은 더욱 비좁아지며, 경맥에서 느껴지는 압박과 살이 찢기는 고통에 양준은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

이렇게 힘들게 한동안 버티자 압력이 많이 줄어든 듯했다. 양준이 미친 듯이 진양결을 운행하자 경맥 안의 진양원기는 서로 융화되며 더욱 순수해졌다. 원기가 순수해지면서 진양결의 운행 속도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몸속으로 들어간 원기도 더욱 빠르게 녹아 들었다.

이 점을 느낀 양준은 정신이 번쩍 들어 더욱 열심히 경맥을 압박하며 원기의 융합을 통제했다.

시간이 흐르자 몸속의 진양원기는 점차 순수해졌고, 제련하는 효율도 점차 빨라졌다. 겉으로 보는 양준의 몸은 구멍 뚫린 풍선처럼 미세한 속도로 원상 복구되고 있었다.

지마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파혼추에 숨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양준의 생사와 그의 생사가 연결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몸속의 진양원기가 융합되는 속도가 점차 느려질 무렵, 양준은 양액 한 방울을 다시 터뜨렸다. 자신을 사지까지 몰아넣는 방법으로 그는 빠르게 원기를 융합시켰다.

반나절 뒤, 진양원기가 기운을 제련하는 속도는 겨우 두 혈주의 기운이 주입되는 속도를 따라잡았다. 양준의 팽창했던 몸도 원상태로 복구되었다.

목숨의 위험이 사라지자, 양준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몰래 눈을 뜨고 살펴보니 손에 든 두 개의 혈주는 별로 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여전히 처음 주웠을 때와 같은 크기였다.

힘든 고비를 넘긴 양준은 실력이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무언가 깨달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합 경지의 무인들이 수련해야 하는 임무 중에 진원 경지로 진급하기 위한 준비도 있었다. 몸속의 원기가 점차 순수해지고 일정한 정도에 다다르면 원기는 진원으로 전환되고 순조롭게 진원 경지에 진급하게 된다.

그러나 양준은 반나절 전에 위기의 순간을 맞이한 후, 그것을 돌파하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수련 방식을 찾아냈다. 이 발견은 이합 경지에서 뭘 해야 할지 확실하게 알려 주었다.

마음속 깨달음에 양준은 온몸이 홀가분해졌다.

두 혈주의 기운은 여전히 양준의 몸속으로 주입되고 있었다. 그것은 기세등등하게 밀려 들어와 양준의 힘으로 전환되었다. 기운은 양준의 몸속에서 연화되었지만, 요기와 살기는 사라지지 않고 경맥에서 빠져나와 양준의 몸 밖에 뭉치더니 바람에도 흩어지지 않았다.

이것 또한 두 요수의 강함을 나타내는 현상이었다. 요수들은 죽은 지 오래되었지만, 혈주로 응고되어서도 요기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마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방대한 기운을 흡수한 양준이 줄곧 진급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양준의 경지는 줄곧 이합 경지 5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마침내 두 혈주가 사라진 뒤, 마지막 살기가 양준의 몸속에서 흘러나와 바깥에 응집되었다.

열흘 뒤, 양준이 앉은 자리는 이미 살기로 가득했다. 그 살기는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는데, 양준의 옆을 둘러싼 채 마치 두 요수가 살아 있을 때처럼 서로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사방 백 장의 범위는 어둑어둑하게 드리운 음산한 살기로 뒤덮여 있었다. 마지막 기운이 모여들자 대치하던 두 살기는 갑자기 강렬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두 갈래의 살기는 꿈틀거리면서 점차 두 요수의 모습을 띠었다.

왼쪽에는 새하얀 빛에 덩치는 삼 장 정도 되고, 이마에 위풍당당한 왕(王)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두 송곳니를 드러낸 채, 채찍 같은 꼬리를 매섭게 휘두르며 울부짖었다.

이것은 백호의 형상이었다!

오른쪽은 거대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는데, 족히 사오십 장은 되는 듯했다. 그것의 몸은 구름 속으로 들어가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체형으로 볼 때, 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한천백호(撼天白虎), 열지신우(裂地神牛)!”

지마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두 요수는 모습을 드러내더니 모두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산골짜기 전체의 날씨가 갑자기 변하더니, 곧이어 두 요수의 형상은 회색 기체로 전환되어 양준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기체가 몸으로 들어오는 순간, 양준의 몸이 흠칫 떨리더니 몸속의 기운이 솟구치면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더 이상 눈앞에 경치가 아니라 광활한 천지 간에서 호랑이와 소가 용맹하게 싸우는 모습이었다. 각양각색의 요수 비기(秘技)가 하늘을 흩날리면서 천지가 뒤흔들렸다.

이것은 서로를 향한 두 요수의 생전 원념이 실체를 띤 채 벌이는 결투였다. 그들은 죽은 뒤에도 결투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들이 싸우는 전쟁터는 그들의 정수를 흡수한 양준의 몸속이었다.

양준은 조금도 괴로움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에 잠깐 놀라고 당황스러운 것 말고는 금방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히 두 요수가 결판을 내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런 결투는 그 같은 수준의 무인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비록 요수들끼리 싸우는 것이지만, 관람하다 보면 어느 정도 깨달음이 있었다.

양준은 시간을 잊고 모든 정신을 두 요수에 몰두했다. 그는 이 결투의 유일한 관중으로 정신을 집중하여 구경했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그의 몸에서 요기가 충천하여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지만, 전혀 그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외지의 산골짜기 정중앙쯤 되는 곳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있었다. 이 구덩이는 전에 양준이 혈주를 찾으면서 판 것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흙모래가 뒤덮였고, 이미 대부분 채워져 일 장 깊이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 이 작은 구덩이의 주변에는 하늘을 찌르는 살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고 살펴본다면 어렴풋이 이 살기가 두 쪽으로 나뉘어 격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두 살기의 전투는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누구도 양보하지 않고 있었다.

어느 날, 두 살기는 갑자기 소리 없이 모습을 감추었다. 어두컴컴하던 세상이 갑자기 밝아지며, 천지가 다시 맑아졌다.

한참 뒤, 한 인영이 구덩이 속에서 뛰쳐나왔다. 건장한 그의 몸은 제비처럼 날렵하게 움직여 가볍게 땅에 착지했다. 온몸의 먼지를 털어내고 깊게 숨을 들이쉰 그는 제자리에 조용히 서서 미간을 찌푸리더니 생각에 잠겼다.

양준이 드디어 출관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