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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련전봉-202화 (202/853)

제 202장.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진학서와 서소어는 어두운 안색으로 진원을 휘두르며 공격을 펼쳤다. 그들은 비록 4급 요수 몇 마리를 죽였지만, 상황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요수의 수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요수들은 사방에서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는데, 특히 5급 요수 세 마리는 매우 총명하여 그들이 4급 요수와 접전할 때 계속 옆에서 습격했다. 진학서의 몸에 난 상처는 이렇게 허점을 노리는 5급 요수에 의해 생긴 것이었다.

결투 중 진학서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가 스쳐 지나갔다. 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사매, 내가 최선을 다해 돌파구를 만들 테니 넌 전속력으로 도망가. 내가 남은 요수들을 잡고 있을게.”

그의 말을 들은 서소어는 그가 무슨 계획인지 알아채고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가려면 함께 가고 죽어도… 함께 죽는 거야!”

“내 말대로 해!”

진학서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진원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지금 상태로는 영영 벗어날 수 없을 거야! 한 사람이 남아서 시간을 끌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도망칠 기회가 있어. 이곳을 벗어나면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안전한 곳으로 피해 숨어. 그리고 숨어 있다가 이곳이 닫히면 그때 다시 문파로 돌아가!”

“싫어, 싫단 말이야!”

서소어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

진학서가 계속해서 설득하려 했지만, 서소어는 굳센 의지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한마디만 더 하면 지금 바로 뛰쳐나가 이 요수들을 찢어 죽일 거야!”

“너 왜…….”

진학서는 화도 나고, 마음도 아팠다.

“내가 못할 거 같아?”

서소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그래!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 그럼 우리 함께 살아서 나가자! 이 요수들에게 우리 영월문의 기세를 보여주자고!”

진학서는 정신이 번쩍 들면서 죽으려던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서소어는 생긋 웃더니 진학서와 나란히 서서 몸속의 진원을 움직여 손을 마주하며 공격을 날렸다.

곧이어 공중에서 초승달 모습이 나타나더니 달빛이 쏟아져 내렸다. 이 달빛은 거대한 살상력을 담고 있었는데, 그들을 둘러싼 열몇 마리 요수들의 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4급 요수는 그 자리에서 절반 넘게 죽었다. 심지어 5급 요수 한 마리도 중상을 입고 피를 철철 흘렸다.

이는 영월문의 절세 무공 원월당공(圓月當空)이었다.

이 무공의 위력을 모두 끌어 올렸다면 열몇 마리 요수는 반드시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진학서와 서소어는 힘을 다 소진한 상태인지라, 연합하여도 초승달 모양밖에 만들어내지 못했다. 때문에, 절세 무공의 위력도 대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요수들은 이 공격에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진학서와 서소어는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여한이 없이 온통 애정뿐이었다. 그들은 이미 최선을 다했다. 온몸의 진원을 거의 다 쓴 탓에, 다시 한번 요수가 달려들면 더 이상 막아낼 힘이 없었다.

남아 있는 요수들은 이 점을 알아차린 듯 잠시 물러섰다가 또다시 이를 드러내며 모여들었다. 그것들은 음산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며 금방이라도 덮칠 것처럼 자세를 취했다.

두 사람은 마냥 죽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진학서는 서소어 옆에 붙어서 그녀를 보호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의 얼굴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사사삭-

이내, 남은 요수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진학서와 서소어는 동시에 낮게 소리를 지르며 마지막 진원을 발휘했다.

가장 앞에서 덮치던 4급 요수는 두개골이 깨져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다른 4급 요수도 똑같이 당해 울부짖으며 나가떨어졌다. 그것도 곧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요수의 수가 너무 많았다. 접전하는 와중, 아직 쌩쌩한 두 마리의 5급 요수가 옆에서 두 사람을 습격했다. 그것들은 일제히 상대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은 진학서를 물어뜯으려고 달려들었다. 섬뜩한 이빨에서 죽음의 기운이 풍겼다.

이때, 한 인영이 갑자기 공중에서 나타나더니 여유롭게 진학서와 서소어의 앞을 막아섰다.

두 사람의 눈에는 놀란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들에게 달려들던 두 요수의 몸에서 연이어 소리가 들려오더니, 뜨거운 기운이 흩어지면서 온기가 느껴졌다.

그 사람은 같은 속도로 순식간에 연이어 주먹을 네 번 더 날렸다.

앞으로 달려오던 4급 요수 네 마리는 주먹에 맞아 일제히 나가떨어졌다. 바닥에 쓰러진 요수들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너구나!”

서소어는 깜짝 놀라 입을 떡 벌렸다. 곧이어 그녀는 흥분되고 기쁜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양 사제!”

진학서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죽을 고비에서 살아 돌아온 기분은 너무나도 감격스러웠다.

“이따가 얘기하자!”

양준은 발밑에 바람을 일구며 빠른 속도로 뛰어갔다.

5급 요수 두 마리에게 날린 주먹은 그들을 쓰러뜨리긴 했지만, 단번에 죽이지는 못했다. 위기를 느낀 두 요수는 으르렁거리며 위협하는 한편, 천천히 뒤로 물러서며 도망칠 준비를 했다.

양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두 요수들의 앞까지 달려갔다. 그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손을 들어 그중 한 마리의 머리를 내리쳤다.

요수의 반응도 꽤나 빠른 편이었다. 요수는 곧바로 양준의 일격을 피했다. 하지만 요수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양준이 내리친 손바닥은 옆으로 날아갔다.

퍽-

양준의 손바닥이 5급 요수의 얼굴을 가격했다.

커다란 요수는 팽이처럼 공중에서 구르더니 십몇 장 밖으로 날아가 나무에 부딪힌 뒤 떨어졌다.

양준은 이어서 다른 5급 요수에 이마를 향해 염양삼첩폭을 날렸다.

소리가 세 번 들리더니 요수의 단단한 이마에 빨간색 금이 갔다. 이내 요수가 술에 취한 것처럼 휘청휘청거렸다. 양준은 발을 들어 그것을 걷어차 똑같이 날려 보내고는, 바람과 같은 속도로 뒤쫓아가 두 주먹으로 요수를 마구 때렸다.

퍽, 퍽, 퍽, 퍽.

요수의 울부짖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다가 점점 약해졌다.

영월문의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서소어의 입은 떡 벌어진 채, 다물어질 줄 몰랐다. 옆에 있던 진학서도 똑같이 경악했다.

잠시 뒤, 양준은 숨을 몰아쉬며 피투성이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왜 그래?”

진학서와 서소어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진학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양 사제, 지금 경지가 몇 단계까지 오른 거야?”

“이합 경지 7단계야!”

양준은 웃더니 손을 뻗어 5급 요수가 죽은 뒤 만들어진 혈주를 서소어의 입에 쏙 밀어 넣었다.

“아…….”

서소어는 깜짝 놀라며 다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기쁨과 놀라움이 뒤섞여 있었다.

“이합 경지 7단계라고?”

진학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

서소어는 비록 양준이 그녀에게 준 혈주가 고마웠지만, 말도 하지 않고 입에 밀어 넣는 행위에 은근히 화가 났다.

“너희들을 왜 속이겠어.”

양준은 하하 웃으며 손에 든 다른 혈주 하나도 진학서에게 건네주었다.

진학서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다가 손을 내밀어 혈주를 받았다.

“큰 은혜는 말로 하지 않는 법이지. 내 마음에 새겨 두겠어!”

“그럴 것 없어. 우선 진원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으니 혈주를 흡수해서 빨리 회복해.”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지고 있던 혈주를 모두 흡수했다.

“먼저 이곳을 떠나자.”

진학서는 경계 어린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양준과 서소어를 데리고 신속히 떠나갔다. 그들은 급히 이동하는 와중에도, 혈주의 기운을 연화하고 흡수했다.

혈주 덕분에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진원을 회복할 수 있었다. 대략 반시진 뒤, 양준은 또 멀지 않은 곳에서 싸우는 소리가 전해오는 것을 들었다.

“여기야!”

진학서와 서소어는 정신을 차리고 일제히 그 방향으로 뛰어갔다. 양준은 호기심을 억누르고 그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투하는 곳에 도착한 양준은 눈앞에 펼쳐진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그곳에서 각양각색의 요수 몇십 마리가 무인들을 둘러싼 채 공격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방금 전, 진학서와 서소어 두 사람이 처했던 상황과 같은 모습이었다.

“양 사제, 끼어들고 싶지 않으면 옆에서 구경만 해. 우리가 이쪽 상황을 다 해결하고 나면 자세히 얘기해 줄게!”

진학서가 엄숙한 표정으로 당부하고 나서 서소어와 함께 전투하는 곳으로 뛰어들었다.

“진 형이 돌아왔어!”

저쪽에서 진학서와 서소어를 발견한 사람들이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진 형의 실력은 역시 대단해. 그렇게 많은 요수들을 뚫고 살아 돌아오다니!”

또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진학서는 쓴웃음을 지었다. 오직 그와 서소어만이 방금 전 그들이 하마터면 요수에게 물어뜯길 뻔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결정적인 순간, 양준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어찌 살아 있겠는가?

칭찬을 들은 그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영월문의 두 사람은 소리 없이 무인들의 옆으로 다가가 요수들과 격전을 벌였다.

진학서와 서소어가 무사히 돌아온 것이 그들에게 힘이 된 건지 혹은 요수들이 계속해서 싸워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건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부터 귀를 찌를 듯한 요수의 포효가 들려왔다. 이 소리를 들은 몇십 마리 요수들은 무인들을 버려 두고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이내 요수들은 수풀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전쟁터에는 요수의 시체 열몇 구와 무인의 시신 하나가 남아 있었다.

양준은 옆에 서서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상황을 바라보며 궁금해했다.

그는 이 사람들이 어떻게 모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들 문파도 달랐지만, 마음과 힘을 합쳐 함께 요수를 물리치고 있던 것이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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