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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련전봉-208화 (208/853)

제 208장. 이젠 내 차례야

짧은 시간 동안, 양준은 한 번도 공격하지 못하고, 시종일관 방어만 했다. 반면 제검성은 연이어 공격하고 있었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끊임없이 양준을 조롱하고 비웃었다.

양준은 계속된 방어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탓에, 비틀거리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제검성이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그는 곧바로 장검을 가로로 베며 양준의 목을 노렸다.

양준은 당황한 가운데 방패를 들어 막았다. 그러나 제검성은 진작 그 수를 경계하고 있었다. 장검을 내지르는 와중에 베기에서 찌르기로 바꾸었다. 양준도 임기응변으로 방패를 아래쪽으로 내리쳤다.

제검성은 연신 냉소했다.

이때, 핏빛 방패가 한바탕 꿈틀거리며 형태가 바뀌었다. 방패는 신속하게 수축하더니 이내 비수로 바뀌었다.

이에 제검성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눈을 뻔히 뜨고 핏빛 비수가 장검을 베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쨍그랑-

장검은 비수에 의해 바로 두 동강 났다.

애당초 개원 경지일 때에도 양준은 양액으로 무기를 만들어 범급 방어 비보를 망가뜨린 적이 있었다. 지금 실력이 이합 경지가 된 만큼, 원기는 더욱 순수하고 농밀해졌다. 제검성이 들고 있던 검은 강철로 만든 예리한 무기일 뿐이었다. 비보도 아닌데 양액으로 만든 비수를 당해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양준은 이 기회를 애타게 기다렸다. 곧이어 비수가 꽃 사이로 춤추듯 움직였다.

경쾌한 소리가 전해지며 제검성의 장검은 여러 토막으로 산산조각 났다. 그가 빨리 물러나지 않았다면 검을 쥐고 있던 손마저 그대로 잘릴 뻔했다.

“너…….”

제검성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경악스러운 눈길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전에 검법을 현란하게 펼쳐, 장검을 사용해 양준과 정면으로 부딪칠 일이 없었다. 따라서 무기가 손상될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방어용 방패가 한순간에 비수로 바뀔 지 그가 어떻게 알았겠는가.

한순간에 방심으로 인해 그의 검은 순식간에 망가졌다. 검법을 수련하는 구성검파의 제자는 무기가 사라지면, 실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내 차례야.”

양준이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초라하고 약해 보이던 모습을 던져 버리고, 두 눈을 반짝이며 전의를 내뿜었다. 그러고는 거만하게 제검성을 바라보았다.

제검성은 그제야 알아챘다. 양준은 줄곧 연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에 그가 부셔 버린 방패를 포함해, 모두 고의로 약하게 보여 서서히 자신이 경계를 늦추게 만들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참아온 것은 바로 그의 장검을 망가뜨릴 기회를 찾기 위해서였다.

‘참 대단한 속셈이군.’

그러나 그는 여전히 양준이 두렵지 않았다. 그는 조각 난 칼자루를 내동댕이치며 도도하게 말했다.

“무기가 없어도, 넌 여전히 내 적수가 못 돼!”

제검성은 장검이 없으면 손가락으로 검을 만들어 쓸 수 있었다. 실력이 진원 경지에 이르면 이만한 수단은 펼칠 수 있었다. 다만, 살상력이 실제 무기에 비해 줄어들 뿐이었다. 원래 실력의 9할 정도의 위력밖에 발휘할 수 없었다.

‘1할의 위력이 적어진다고 한들 아무 문제없이 저 녀석을 이길 수 있어.’

제검성은 냉소를 연발했다.

그가 공격하려는 순간, 양준이 크게 웃으면서 두 손바닥을 밖으로 내질렀다.

바로, 수혼기였다. 한참이나 참아 온 양준은 마침내 자신의 모든 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백호인, 신우인이 동시에 나타났다.

호랑이의 용맹한 포효와 소의 우렁찬 울음소리에 제검성은 얼굴색이 돌변했다. 흉악하게 생긴 요수 두 마리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두 요수는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붉은 몸뚱이는 매우 위협적이었고, 벌건 눈에는 살기가 흘렀다.

제검성은 가슴이 섬뜩해졌다.

그는 급히 두 손가락을 붙여 검으로 만들었다. 손가락 끝에 빛이 날카롭게 반짝였다. 그가 힘껏 소리치며 손가락을 휘둘렀다.

“분뢰검(奔雷劍)!”

빛에서 불꽃이 튀며 손가락 끝에서 뿜어져 나와 요수의 몸에 적중했다. 하지만, 빛이 닿는 순간 요수의 몸은 붉은 빛만 탁해졌을 뿐, 전혀 저지할 수가 없었다.

“부풍검(扶風劍)!”

제검성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지검(指劍)을 연신 휘둘러 각종 구성검파의 검법을 펼쳤지만, 여전히 두 요수를 저지할 수 없었다.

요수들이 당장 그의 앞으로 달려들 것 같자, 제검성은 공포에 질려 다리를 굽히더니 훌쩍 위로 도약했다. 그가 겨우 한 장 높이 만큼 뛰어올랐을 때, 그의 머리 위로 무서운 살기가 엄습했다. 고개를 들어 보니, 양준이 흉악하게 웃으며 거꾸로 선 채 그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양준은 진작에 그를 간파하고 퇴로를 봉쇄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검성은 당황한 가운데 이를 악물고 손가락을 모아 하늘을 가리켰다. 곧이어 세 갈래의 빛줄기가 양준을 공격했다.

양준은 주먹을 연속해서 세 번 날려, 세 갈래의 빛줄기를 모두 부셔 버렸다. 그러나 잠시 동안의 지체로, 제검성은 몸을 틀어 급소를 피할 수 있었다. 양준의 공격은 그의 어깨에 적중했다.

비명소리와 함께 제검성이 땅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생사가 걸린 위급한 순간, 구성검파의 최우수 제자는 전례 없는 잠재력과 전투력을 발휘했다. 그는 양손을 끊임없이 휘둘러 높은 수준의 검법으로 달려드는 두 요수를 공격했다. 두 요수는 하마터면 검법에 당해 그대로 흩어질 뻔했다.

백호와 신우가 달려들어 그를 물어 뜯었지만, 제검성을 조금도 다치게 할 수 없었다. 그의 검신은 여전히 무수히 많은 검들로 그의 몸을 감싼 채 그를 보호했다. 백호와 신우의 공격은 매번 이 방어막에 의해 가로막혔다.

짧은 시간에 백호와 신우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는 양준이 자신의 원기로 만들어 낸 요수이기 때문에, 원기가 소진되면 당연히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흐흐흐…….”

제검성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의기양양하게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생각으로 방대한 원기를 소모해 이런 요수의 허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 그는 양준의 실력으로는 두 번 다시 요수를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의 웃음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양준이 비소를 머금은 채, 방금 전과 똑같이 수혼기를 펼쳤다.

“말도 안 돼!”

제검성은 엉겁결에 비명을 질렀다.

“난 손을 대지 않고도, 이 공격만으로도 널 괴롭혀 죽일 수 있어.”

양준이 차갑고 매서운 표정으로 제검성을 바라보았다.

제검성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졌다. 그는 양준이 큰소리를 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원기로 만들어진 두 요수는 상대하기 어려웠다. 그의 검신은 이미 망가지기 일보 직전으로, 한 번만 더 충격을 받게 되면 무너질 것이 뻔했다. 진원을 너무 소모하다 보니, 더는 좀 전과 같은 의기양양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난 너와 달리, 어떤 상대든 무시하지 않지. 그래서 난 끝까지 공격할 거야.”

말이 끝나자마자 양준은 두 수혼과 협공을 펼치며 제검성에게 달려들었다. 제검성은 가만히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울부짖으며 지검을 다시 휘둘렀다.

이번에는 둘 다 전력을 다해 결투에 임했다. 작은 허점이라도 보이는 경우,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전투는 아주 격렬하고 위험했다.

두 요수가 다시 한번 흩어져 사라졌다. 양준도 제검성의 지검에 적중되어 하마터면 몸이 뚫릴 뻔했다.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자, 그의 옷이 붉게 물들었다.

제검성은 더욱 볼품없었다. 일 대 삼으로 싸우다 보니 그의 검신은 이미 완전히 파괴된 상태였다. 온몸의 진원도 거의 다 소진되었다. 그는 초라한 행색으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한쪽 팔을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팔뚝은 피투성이가 되어 여기저기 잇자국이 가득 나 있었다. 백호에게 물어뜯긴 것이었다.

그는 앞가슴도 움푹하게 내려앉고 갈비뼈도 몇 대 부러졌다. 이는 신우가 들이받은 것이었다. 신우 머리에 달린 외뿔에 의해 하마터면 몸에 구멍이 뚫릴 뻔했다.

둘은 십여 장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았다. 양준의 눈은 냉담했고, 제검성은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자신이 이합 경지 무인에게 패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치욕감과 씁쓸함으로 인해 그는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양준은 공격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진원 경지 무인이 죽음을 앞두고 폭주할까 봐 경계를 하고 있었다. 우선, 제검성의 기세가 누그러들기를 기다렸다.

“흐흐…….”

제검성도 전혀 걱정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는 여전히 냉소를 멈추지 않고, 몇 번 거칠게 숨을 몰아쉬더니 어두운 얼굴빛으로 말했다.

“인정하지. 네가 웬만한 진원 경지의 무인보다 강하네. 하지만 네가 날 이겨서 또 어쩔 건데? 난 진원 경지야. 아무리 날 이겨봤자 날 죽일 수는 없어.”

제검성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두 발로 땅바닥을 박차더니 곧장 삼십 장 높이로 도약했다. 그는 휘청거리며 공중에 선 채, 한 손을 늘어뜨리고, 다른 한 손으로 가슴 쪽 상처를 부여잡고 양준을 굽어보며 말했다.

“이게 바로 진원 경지와 이합 경지의 차이다. 난 날 수 있지만, 넌 날 수 없거든. 그래서 난 아무 때나 떠날 수 있지.”

제검성은 말하다가 피를 토했다. 힘들게 손으로 입가에 피를 닦아 내고서 반쯤 정신이 나간 표정으로 양준을 바라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의 치욕은 잊지 않으마. 다시 만나면 꼭 네 목숨을 취할 거다. 그때까지 무사히 살아 있어라.”

제검성은 말을 마친 뒤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마치 양준의 얼굴을 마음속에 새기는 듯했다.

아래쪽에서 양준은 무관심한 표정으로 그와 마주 보았다.

잠시 뒤 제검성은 뒤돌아서 비틀거리며 날아갔다. 그는 증오와 굴욕감을 가득 안고서 자리를 떴다.

‘반드시 복수하고 말 거다.’

제검성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때, 그가 삼십 장도 채 날아가지 않았는데 등 뒤에서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곧이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제검성의 얼굴빛이 돌변했다. 그가 혼비백산하여 뒤를 돌아보니 양준이 날아서 쫓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등 뒤에는 눈부시게 활활 타오르는 커다란 날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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