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213화 (213/853)

제 213장. 요수를 조종하는 비밀

양준은 아연실색하며 야차금영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놈이 점점 더 괴로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놈의 몸속에 들어간 노수인과 미지의 물건이 놈에 대한 제어권을 다투고 있었다. 두 호랑이가 싸우다 보면 반드시 한쪽은 상처를 입게 되는 법, 어느 쪽이 이기든 결국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은 야차금영표였다.

양준은 잠시 고민하고는, 원기를 더 많이 주입했다. 그는 모든 과정을 조심스럽게 제어했다. 야차금영표의 요단이 머리 쪽에 있기에 요단이 파괴되는 순간, 야차금영표는 결국 죽게 될 터였다.

야차금영표가 적응할 때까지 기다린 뒤에야 양준은 주입하는 원기의 양을 늘렸다. 이렇게 서너 번을 거치자, 놈의 머릿속에 있던 물건이 끝내 버티지 못하고 신속하게 밖으로 뚫고 나오려 했다. 이를 발견한 양준은 정신을 집중했다. 그는 천랑국 무인들이 도대체 무슨 수단으로 요수를 조종하는지 알고 싶었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나자, 야차금영표의 이마에서 길이가 손가락 한 뼘쯤 되는 벌레가 튀어나왔다. 양준은 단번에 그것을 낚아채 손에 쥐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벌레는 지네 같기도 하고, 거머리 같기도 했다. 그러나 양준이 미처 제대로 보기도 전에 벌레는 양준의 손가락을 따라 그의 체내로 뚫고 들어갔다.

양준은 순간 당황했으나, 이내 재빨리 원기를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벌레는 뜨거운 진양원기에 싸여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양준은 벌레가 진양원기를 두려워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야차금영표의 몸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진양원기가 벌레의 천적이기에 그는 걱정할 것이 없었다.

자세히 감지해 보니, 벌레는 경맥 안에서 벌벌 떨며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벌레의 체내에는 알 수 없는 기운이 흐르고 있었는데, 너무 미약한 나머지,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가 없었다.

“지마, 이 벌레 좀 봐. 뭔가 이상해!”

양준이 눈썹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지마는 바로 벌레가 갇혀 있는 곳으로 들어가 한참이나 살펴보고 나서야 말했다.

“주인, 벌레 속에 천랑국 무인의 영혼이 있네.”

“영혼이라고? 그들은 진원 경지밖에 안 되잖아. 아직 신식을 수련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영혼을 심을 수 있지?”

양준은 바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주인, 잊은 건가? 주인도 신식을 수련하지 않고도 내게 영혼을 주입하지 않았나?”

양준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러니까… 누군가 그들을 도와줬다는 거야?”

“그렇네. 아마 종문 내의 고수일 가능성이 높지. 그들을 도와 영혼을 벌레에 주입해 준 거야. 그러니 그들이 벌레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것이지.”

“그들이 벌레를 조종하고, 벌레가 요수의 체내에 들어가면… 요수도 조종할 수 있는 것이고…….”

양준은 눈이 번쩍 뜨였다. 마음속의 의문이 순식간에 풀렸다.

얼마 전에 진학서가 그에게 천랑국 무인들은 사람마다 백여 마리의 요수를 거느리고 있다고 알려 준 적이 있었다. 천랑국 무인들이 무슨 재주로 그렇게 많은 요수를 조종할 수 있는지 줄곧 의문만 가지고 있었던 양준은 지금 이 순간에야 비로소 그들이 조종하고 있는 것은 요수가 아니라 이 기이한 벌레이며, 벌레를 통해서만 요수의 움직임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준은 한창 생각하던 와중에, 급히 금호가 죽은 곳으로 달려가 가루를 헤집었다. 과연 그의 짐작대로 그 속에서 똑같은 벌레를 찾아낼 수 있었다.

양준은 벌레를 손으로 잡은 뒤, 벌레가 체내로 들어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지마가 살펴보자 이 벌레의 체내에도 영혼 낙인이 찍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금호는 천랑국의 무인들과 결탁한 게 아니었군…….”

양준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금호는 아마 이 벌레가 몸속에 들어가 하는 수 없이 천랑국의 무인들의 말에 따르는 것 같았다. 이는 그와 함께 온 요수 세 마리가 왜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 금호는 요수들과 동등한 지위였다. 슬픈 일이지만 사실이었다.

‘자맥… 금호가 방금 전 이 이름을 불렀지. 그를 조종한 천랑국 무인의 이름이 자맥인가 보네.’

양준은 두뇌 회전이 빨라지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지마, 만약 내가 진양원기로 벌레를 죽이면, 그 천랑국 무인의 영혼도 타격을 입겠지?”

“물론이네. 영혼이 두 가닥밖에 안 되지만 타격이 클 걸세.”

“하하!”

양준은 저도 모르게 음험하게 웃었다. 뇌리에서 재빨리 이용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지마가 다시 말했다.

“주인, 내게 좋은 생각이 하나 있는데 들어 보겠는가? 낄낄낄…….”

“뭔데? 들어나 보자.”

양준은 지마의 간사한 웃음소리를 듣자마자 틀림없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자맥은 자신의 요수 대군을 이끌고 금호가 죽은 곳으로 갔다. 가루를 한참 동안 헤집었지만 끝내 자신의 공혼충(控魂蟲)을 찾지 못했다. 그녀의 얼굴빛이 흐려지며 차갑게 바뀌었다.

천랑국 무인의 공혼충은 하나하나가 더없이 진귀했다. 벌레 자체의 가치가 높아서가 아니라 벌레의 몸에 그들의 영혼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공혼충이 적의 손에 떨어져, 불에 타 없어지기라도 하면 그들의 신식이 손상되었다. 만약 접전 중에 이런 타격을 받으면 여지없이 패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때문에, 매번 그녀는 조종하던 요수가 죽으면 곧장 달려가 공혼충을 회수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혼충을 회수하지 못했다.

자맥의 등 뒤에 서 있던 냉산은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고 냉소를 연발했다. 얼굴에는 기쁨이 넘쳤다.

자맥은 두 눈을 감고서 자세히 감지해 보았다.

그녀는 신식을 수련하지 않아 넓은 범위를 수색할 수는 없었지만, 밖에 흩어진 영혼과 그녀 자신의 영혼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기에 멀지 않은 범위에서는 모두 감지할 수 있었다.

주변을 감지해 보던 자맥의 예쁜 얼굴에는 괴이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는 뒤돌아 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며, 눈동자에는 이채가 돌았다.

곧이어 수십 마리의 요수들이 신속하게 흩어져 그 지역을 포위했다.

냉산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자맥의 움직임과 표정에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자맥이 뼈에 사무치도록 미웠다. 전에 자신의 정조를 마음대로 금호에게 허락한 것도 미웠고, 자신에게 제멋대로 행동한 것도 미웠다. 원래 자맥이 이번에는 큰 타격을 입을 거라 생각하고 고소한 심정으로 구경이나 하려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발전할 줄은 미처 몰랐다.

‘금호를 죽인 고수가 아직 여기에 남아 있는 건가? 그럼 스스로 올가미에 걸려든 게 아닌가?’

솨아악-

수풀 속에서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한바탕 들려왔다. 냉산의 눈에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자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수십 마리의 요수들이 그림자가 있는 방향으로 일제히 달려갔다. 자맥은 깔깔깔 웃으며 소리쳤다.

“도망가도 소용없을걸? 네 몸 속에 공혼충이 들어간 이상, 넌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어. 순순히 나를 따르면 고통스럽게 하지 않을게.”

“젠장, 어쩐지 벌레가 이상하다고 했어.”

수풀 속에서 거친 욕설이 들려왔다. 이 소리가 들려오자 자맥은 더욱 우쭐거리며 몸을 마구 흔들어 대더니 크게 웃었다.

냉산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속에 솟아오르던 작은 희망도 한순간에 깨지고 말았다. 금호를 죽인 자도 공혼충에 당하고 만 것이다.

‘이 자는 바보인 거야, 아님 닭대가리인 거야?’

숲속에서 도망치던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 마리의 요수에게 포위되어 꼼짝 못 하고 잡혔다. 그리고 건들거리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본 냉산은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 눈망울에는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다.

금호가 양준을 알아봤는데 냉산이 어찌 그를 몰라볼 수 있겠는가. 그러나 바로 그를 알아보았기에 냉산은 더욱 이상하게 여겼다. 그녀는 양준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머리를 재빨리 굴려 개중의 이해득실을 따져 보았다.

양준은 내키지 않는 표정을 한 채 어쩔 수 없이 되돌아왔다. 그는 자맥과 냉산에게서 삼십 장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발걸음을 멈춘 채, 쓴웃음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벌레야?”

“우리 천랑국에만 있는 공혼충이다. 이 벌레에 당하면 넌 이제 내 수하나 마찬가지야.”

자맥은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아래위로 양준을 훑어보고 나서, 양준이 아직 소년인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금호를 죽인 이가 이렇게 젊을 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시체에 손대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휴.”

양준은 길게 탄식하며 비통에 잠긴 척하다가 곧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따르는 수밖에 없지. 밤에 상대해 주면 되는 거야?”

자맥이 입을 오므리며 요염하게 웃었다.

“좋아. 네가 날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상대방이 이렇게 거리낌 없이 나오자 오히려 양준이 눈을 희번덕거렸다. 자맥은 그의 표정을 훤히 들여다보며 요망하게 웃었다.

“이봐, 내가 유용한 정보를 알려 주면 날 풀어줄 생각이 있어?”

냉산이 입을 열었다. 말하면서도 아름다운 두 눈은 양준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정보?”

자맥이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저 녀석에 관한 거야.”

냉산이 무표정한 얼굴로 양준을 가리켰다.

양준은 담담하게 웃었지만, 속으로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몰래 원기를 돌려 경계했다. 귀왕곡 여제자가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에게 불리한 내용임은 틀림없었다.

주위에 수십 마리의 요수들이 둘러싸고 있어 일제히 몰려오면, 양준도 양염지익을 펼쳐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먼저 대답부터 해.”

냉산이 흥정을 했다.

“널 풀어줄 순 없어.”

자맥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냉산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고 그녀의 뒷말을 기다렸다. 처음부터 자유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대신… 너에게 잘해 줄게. 다시는 널 괴롭히지 않을게.”

“약속 꼭 지켜.”

냉산은 목적을 달성하자 양준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놈은 양성 공법을 수련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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