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4장. 폭주하는 요수
“안 돼!”
요계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속으로 신속하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그녀가 조종하고 있는 요수 몇십 마리가 바람과 같은 속도로 일제히 이곳으로 뛰어왔다.
양준은 안색이 차가워지더니 일격으로 요하의 목숨을 취하고, 바로 보법을 펼쳐 요계의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주먹을 꽉 움켜쥐고 그녀를 마구 난타했다.
요계는 착지하자마자 등에 염양삼첩폭을 맞았다.
쿵!
진양원기가 그녀의 몸속으로 주입되며 경상이 순식간에 중상으로 바뀌었다. 곧이어 자맥도 날아왔다.
자맥은 두 손바닥을 번갈아 날리며 진원을 운행했다.
팟, 팟, 팟!
그녀는 연속으로 요계를 서너 번 공격했다. 그 수법은 단호했고 표정은 차가웠다.
그제야 요계도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자맥의 공격을 막았다. 그녀는 크게 숨을 몰아쉬며 새된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당장 죽여버려!”
그녀가 소리를 지르며 부른 것은 당연히 그녀에 의해 공혼충을 심게 된 대한의 무인들이었다.
16~7명의 무인들은 그녀와 요하가 각각 절반씩 조종하고 있었다. 그 말은 즉, 그녀는 아직도 8명 정도의 무인들을 조종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대한의 무인들은 누구도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건 너희들이 자초한 일이야.”
요계가 창백한 안색으로 다가오는 양준과 자맥을 바라보며 악독하게 비명을 질렀다.
대한의 무인들이 있는 곳에서 갑자기 두 사람이 쓰러지더니 고통스럽게 배를 움켜쥐고 데굴데굴 굴렀다.
양준과 자맥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더욱 행동을 빨리했다.
요계는 진원 경지 4단계의 무인인지라 양준도 손쉽게 그녀를 죽일 수 있었다. 더구나 중상까지 입었는데 어찌 진원 경지 6단계인 자맥의 적수가 되겠는가?
몇 수 겨루다 보니 요계는 자맥에 의해 팔 한쪽이 망가졌다. 곧이어 양준이 양액 한 방울로 장검을 만들어 요계의 머리를 잘랐다. 죽을 때까지도 요계는 눈을 부릅뜬 상태였다.
양준이 갑자기 폭주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요계를 죽이기까지 단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전투는 전광석화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았다.
두 동문이 죽고 자맥은 여전히 표정이 없었다.
양준이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요수가 폭주하기 시작한다! 전력 수비하고 목숨을 지켜!”
근처의 백여 마리의 요수들은 모두 요하와 요계의 조종을 받고 있었다. 지금 두 사람이 죽자 요수들은 주인이 없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자맥이 알려준 바에 의하면 요수는 일단 조종에서 벗어나는 순간, 화가 나서 폭주하며 사람을 해친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압력을 가하기만 한다면 도망칠 것이라고 했다.
대한의 무인들은 이렇게 많은 요수들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현재 그들의 수로는 요수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양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요하가 조종하던 요수 오십 마리가 대한 무인들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들었다.
그들은 모두 각 종문의 최우수 제자인 데다, 또 냉산이 사전에 일러준 덕분에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공혼충에 의해 기진맥진하게 시달린 두 사람을 중간에 두고 둘러싼 뒤, 힘을 합쳐 덮쳐오는 요수들에 대항했다.
만화궁의 네 소녀들은 작은 결계를 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원기를 쳤다. 네 갈래의 원기는 공중에서 서로 융합되었다.
한소칠이 나지막이 말했다.
“사상결인(四象結印)!”
융합된 원기는 하늘에서 내려오며 마치 새장처럼 서너 마리의 요수들을 가두었다. 곧이어 네 소녀가 손의 형태를 바꾸자 새장 안에서 꽃이 활짝 폈다. 꽃잎들은 마치 단검처럼 새장 안에서 날아다니며 무한한 살기를 뽐냈다. 요수들은 이리저리 피해다녔지만, 새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짧은 시간에 요수들은 무수한 꽃잎들에 베여 피투성이가 된 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수라문의 야청사와 주패, 두 사람은 온몸에 핏빛이 돌더니 살기를 내뿜었다. 야청사는 여인인지라 전투할 때도 부드러워 보였다. 각종 핏빛에 휩싸인 무공을 사용했지만 요염한 느낌만 들 뿐이었다. 오히려 무쇠 같은 주패는 아예 4급 요수 한 마리를 집어들더니 강하게 찢어버렸다. 포효와 함께 4급 요수는 순식간에 두 쪽으로 나뉘었다. 선혈이 마치 샘처럼 솟아오르더니 내장이 바닥 가득히 흩어졌다. 그 바람에 피가 잔뜩 묻은 주패는 사신처럼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주패가 씨익 웃자 뾰족한 이가 드러났다. 그는 요수의 시체를 입가에 가져가더니 한 입 크게 베어 물고는 쩝쩝거리며 씹었다. 피로 가득 물든 그의 모습은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진학서와 서소어는 힘을 합쳐 요수들을 죽였다. 영월문의 불전지비 원월당공이 또 한 번 나타났다. 달빛이 마구 쏟아지며 요수들의 몸을 관통했다. 이것은 큰 범위의 공격 비보였다. 그러자 사람들의 압력이 훨씬 줄어들었다.
쌍자도, 비우각, 문심궁… 각 대종문의 무인들은 필사적으로 진원을 운행하며 공격을 펼쳤다. 짧은 시간에 요수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그칠 줄 모르고 들려왔다. 오색찬란한 색이 번쩍이며 상황이 점차 안정되었다. 비록 포위를 뚫지는 못했지만, 한동안은 요수들에게 수비가 뚫릴 일도 없었다.
“우리 둘이 문제군!”
양준과 자맥은 서로 등을 맞대고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요계가 죽기 전에 그녀가 조종하고 있던 요수들에게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린 탓에, 그들 둘은 이미 오십여 마리의 요수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가서 저들과 뭉치자!”
자맥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양준의 허리를 끌어안고 발을 굴렀다. 그러자 두 사람은 하늘을 날아오르게 되었다.
“이…….”
양준은 숨을 들이쉬었다. 체면이 영 말이 아니었다.
“내가 네 목숨 한 번 살렸어!”
자맥이 가볍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
“이걸로 빚을 청산하지!”
양준은 크게 웃으며 대한의 무인들에게 말했다.
“자리를 내줘!”
냉산은 고개를 들고 그들을 바라보더니 곧이어 옆으로 몸을 옮겼다.
자리가 비자마자 자맥과 양준이 끼어들어가 다른 사람들과 뭉쳤다. 여러 명의 무인들은 큰 원을 이루면서 등을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었다. 이 순간, 거의 열 개에 달하는 종문의 최우수 제자들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요수들이 끊임없이 포효하며 쓰러졌다. 무인들은 최선을 다해 진원을 흩뿌렸다.
피비린내가 퍼지자 요수들의 야생성도 점점 극에 달했다. 놈들은 미친 듯이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요수 오십여 마리 정도는 대적하기에 그나마 여유가 있었지만, 양준과 자맥의 합류로 다른 오십여 마리의 요수들까지 합세하자 한 순간, 상대하기 버거워졌다.
처참한 비명소리와 함께 한 무인은 하마터면 5급 요수에 의해 배가 찢길 뻔했다. 비록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피를 뚝뚝 흘리는 모습이 적어도 중상인 듯했다. 그는 눈치껏 뒤로 빠지며 사람들로 둘러싸인 공간에 들어갔다. 주변의 사람들도 재빨리 그의 빈자리를 채웠다.
“요수를 조종할 수 있어?”
양준이 다급한 와중에 자맥에게 물었다.
“지금 노력하고 있어. 하지만 쉽지 않아!”
자맥이 이를 악물며 공격을 펼쳤다. 그러면서 공혼충을 내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요수들은 모두 재빠르게 피하고 있어 공혼충이 뚫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몇십 분이 지났는데도 자맥은 요수를 다섯 마리밖에 조종하지 못했다. 그마저도 조종당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요수의 공격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진원의 소모와 함께 사람들이 다치자 상황은 점점 위험해지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자맥은 조급해서 땀을 뻘뻘 흘렸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요수들은 겨우 서른 마리 정도 죽었을 뿐이었다. 그것도 대부분은 4급 요수였다. 살아남은 5급 요수야말로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였다.
양준은 이를 악물었다. 잠깐 생각에 잠긴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모두들 진원을 조금이라도 남겨 둬. 정 안 된다면… 날아서 도망가야 해! 하지만 누구라도 먼저 무리를 이탈하면 안 돼!”
한소칠이 소리를 높여 말했다.
“명령을 내려! 우리는 네 말을 따를 테니까!”
야함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넌 어떡해? 넌 이합 경지잖아…….”
다들 날 수 있었지만 양준만 날 수 없었다. 그때가 되면 그는 분명 요수들에게 갈기갈기 찢겨질 것이 분명했다.
“내가 데려갈 거야!”
자맥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바쁜 와중에도 그녀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진원 경지의 무인은 비록 날 수는 있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게다가 진원을 너무 많이 소모하여 요수들이 추격해 온다면 더욱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
치열한 전투는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다쳐서 뒤로 물러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요수들도 많이 죽어가고 있었다.
양준은 무거운 표정으로 상황을 관찰하며 도망치기 가장 적합한 순간을 가늠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긴 틈에, 요수 몇 마리가 갑자기 필사적으로 옆에서 뛰어오더니 자맥과 냉산 앞으로 달려들었다. 동시에, 두 마리의 5급 요수가 요수 무리를 훌쩍 뛰어넘더니 허공에서 입을 쩍 벌리며 자맥과 냉산을 공격했다. 요수의 뾰족한 송곳니에서 음산한 빛이 번뜩였다.
두 여인은 깜짝 놀랐다. 순식간에 찬물을 뒤집어쓴 듯, 몸이 차가워졌다. 그녀들은 지금 눈앞에 요수들을 상대하기도 버거운데 어떻게 5급 요수를 상대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의 도움은 더욱 바라기 힘들었다. 다들 눈앞에 요수들을 상대하느라 바빴다. 양준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이 5급 요수들에게 물린다면 죽지 않아도 중상을 입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녀들이 당황해하고 있는 순간, 양준은 눈앞에 요수를 신경 쓰지 않고, 그것이 자신을 물어뜯게 내버려 두었다. 이내 양준의 표정이 더없이 무거워지더니 진지한 얼굴로 양손바닥에 원기를 실어 전력을 다해 내보냈다.
왼손의 백호인과 오른손의 신우인이 한데 합쳐지며, 은색 빛이 쏘아졌다.
노수인은 5급 요수 중 한 마리에 적중했다.
곧이어 이 5급 요수는 이를 드러내며 동료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요수 두 마리가 한데 엉키며, 자맥과 냉산의 위기도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그녀들은 겁먹은 얼굴을 돌려 양준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빛에는 감격이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