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225화 (225/853)

제 225장. 분명 치료하는 방법을 알 거야!

자맥과 냉산 모두 이전까지 양준을 죽이려고 했으나, 일이 잘못되어 오히려 양준에게 조종당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비록 겉으로는 고분고분하게 구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머릿속의 낙인을 없애기 위해 양준을 어떻게 죽일까 궁리하고 있었다. 그 생각은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방금 전, 양준이 자신의 몸을 던져 그녀들을 도와주는 모습에 두 사람은 감동을 받았다. 이 순간만큼은 그녀들의 동문보다, 그녀들을 조종하고 여러 번 괴롭혔으며 심지어 전혀 아껴주지 않는 소년이 더 믿음직스러웠다.

“젠장!”

양준이 욕설을 퍼부었다. 방금 전의 지체로 그는 앞에 있는 요수에게 살이 뜯겼다. 비록 상처가 깊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분노하며 원기를 폭발시켜 맹렬하게 공격을 펼쳤다.

5급 요수의 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전쟁터에 있던 요수들도 기세를 잃었는지 한동안 공격하다가 그대로 도망쳐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요수들이 전부 도망쳐 버렸다. 남은 요수들은 죄다 시체들뿐이었다.

사람들은 제자리에 서서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모두 온몸이 피투성이였고, 매우 지친 상태로 바닥의 널브러진 요수의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이때, 누군가 갑자기 크게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잔잔하던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모든 사람들을 승리의 기쁨에 몰아넣었다. 웃음소리는 연이어 울려 퍼졌다. 여인들도 입을 다물고 방긋방긋 미소를 지었다.

살았다! 살아남았다!

요하와 요계 두 사람에게 조종당한 뒤, 그들은 언젠가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살아남은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다 양준의 공이었다.

그가 갑자기 나타나 요하를 죽이고, 또 자맥과 함께 요계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분명 죽을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너한테 목숨을 빚졌어!”

문심궁의 좌방이 고개를 돌리더니 진심을 담아 말했다.

양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모두 너한테 목숨을 빚졌어!”

한소칠이 웃으며 말했다.

큰 전쟁을 치른 뒤 사람들은 몰골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앉아 휴식을 취했다. 전쟁이 치열했던 만큼, 멀쩡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몸조리만 잘하면 기껏해야 보름이면 회복될 수 있을 정도의 상처들이었다.

양준도 아끼지 않고 건곤대에서 요상단을 꺼내 다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람들은 한층 더 양준에게 고마워했다.

죽을 고비를 넘긴 기쁨이 지나자 또 수심이 찾아왔다. 이는 요계에게 당한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두 사람 때문이었다.

요계는 죽기 전에 조종하고 있는 무인들에게 양준과 자맥을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누구도 말을 듣지 않자, 화가 난 요계가 두 무인에게 손을 쓴 것이었다.

한 사람은 좌방의 사형인 문심궁의 여심원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양준을 비웃던 필수명의 사제였다.

사람들은 그들의 곁을 둘러싼 채, 걱정을 금치 못했다.

“좀 어때?”

양준이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며 물었다.

좌방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쓴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사형의 단전이 공혼충 때문에 파괴되었어.”

양준도 낯빛을 흐리며 뜸을 들였다.

“그렇다면 그의 무공은…….”

좌방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단전이 파괴되면 원기가 모두 흩어져 버린다. 비록 생명의 위험은 없지만, 이제부터는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전락하여 평생 수련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단전을 치료할 수 있는 희대의 약을 찾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단약은 전설에만 존재하는데 어디 가서 찾으라는 말인가?

여심원은 문심궁의 최우수 제자였다. 이런 곳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자질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셈이었다. 하지만 지금 한낱 작은 벌레 때문에 다시는 수련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여심원은 풀이 죽은 얼굴로 멍하니 있었는데, 넋이 빠진 사람 같았다. 이런 충격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침묵을 지키는 그와 달리 똑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한 사람은 훨씬 난폭했다. 그는 필수명의 사제였는데 필수명과 함께 몇 번이나 양준을 비웃었다. 악행이 벌을 받은 것인지 요계가 그들에게 벌을 내릴 때, 마침 그도 포함되었다.

그는 필수명을 꽉 움켜쥐고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사형… 나 아직 수련할 수 있는 거지? 내 단전은 망가진 거 아니지? 그렇지?”

필수명은 굳은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다.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사람들은 침묵을 지키며 우울한 기분에 빠졌다. 비록 다들 전에 그와 사이좋게 지낸 것도 아니었고, 그가 양준을 대하던 태도도 악랄했지만 그래도 대한의 무인이었다.

“사형, 말해 줘. 나 정말 폐인이 된 거야?”

그 사람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질렀다.

필수명은 그제야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리가 없어!”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그럴 리 없어! 겨우 벌레 한 마리가 어떻게 내 단전을 파괴할 수 있어? 난 종문에 들어온 지 십 년도 안 돼 이미 진원 경지 3단계를 돌파할 정도로 자질이 뛰어나다고! 조금만 더 수련하면 신유 경지의 고수가 될 거고, 세상에서 내로라하는 강자가 될 수 있었는데, 내가 어떻게…….”

소리를 지르던 그는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시선을 옆에 있는 자맥에게 돌렸다.

“저 여자가 천랑국의 무인이니 분명 치료하는 방법을 알 거야!”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눈을 반짝였다. 여심원도 저도 모르게 자맥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기대와 긴장감이 가득 담겨 있었다.

자맥은 평온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망가진 단전을 치료하는 방법은 없어.”

여심원의 눈빛은 또다시 음울해졌고, 필수명의 사제는 광분하여 소리쳤다.

“천한 것. 넌 천랑국의 인간이잖아. 그 벌레도 너희들이 가져온 것인데 네가 어떻게 모를 수 있어? 알고 있으면서 알려주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자맥은 싸늘한 얼굴로 살기등등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양준의 표정도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진학서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말하지 마. 벌레는 비록 그들이 가져온 거지만 너한테 손을 쓴 건 이 낭자가 아니잖아. 게다가 단전이 파괴된 것을 누가 치료할 수 있겠어?”

필수명의 사제가 냉소하더니 말했다.

“뭐라고? 전에 이 계집이 우리를 공격했잖아. 지금 넌 이 계집 편을 드는 거야? 눈 똑바로 뜨고 잘 봐. 얘는 천랑국의 잡것이야. 나야말로 대한의 무인이라고!”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갑작스러운 변고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막말을 퍼부었다.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미간을 찌푸렸다.

“욕 좀 그만해!”

서소어가 나서서 소리쳤다. 그녀는 원래 그의 처지를 매우 동정하고 있었는데, 지금 그가 이토록 날뛰며 진학서까지 싸잡아서 욕하는 것을 보니 동정심이 다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진학서는 그녀를 붙잡더니 고개를 저어 보였다.

진학서는 그가 받은 충격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을 알고는 그에게 따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점점 더 심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자맥을 노려보며 욕설을 퍼부었다.

“천한 것, 내 단전을 치료할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한다면 고통스럽게 죽여주겠어!”

자맥도 만만한 여인이 아니었다. 요 며칠 간 머릿속의 낙인이 찍혀 양준에게 굴복한 와중에, 동문에게 배신까지 당해 그녀는 지금 가뜩이나 화가 잔뜩 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을 협박하는 말을 듣자 울분이 치솟았다. 그녀는 피식, 웃더니 비꼬며 말했다.

“네까짓 게? 설령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도 네놈한테 알려주지는 않을 거야!”

이 말은 홧김에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는 듣자마자 크게 기뻐하며 필수명의 팔을 덥석 잡고 흥분에 겨워 말했다.

“사형, 들었지? 역시 쟤한테 방법이 있대. 어서, 빨리 잡아서 내 단전을 치료하게 해줘! 난 폐인이 되기 싫단 말이야!”

필수명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자신의 사제를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서서히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했다.

“그래, 저 계집이 네 단전을 고치지 않겠다고 하면 저 계집도 경지를 없애 버리고, 평생 네 시중을 드는 하인으로 만들어 버릴게!”

말을 마친 그는 천천히 일어나 어두운 얼굴로 자맥을 바라보았다.

자맥은 살기를 띤 얼굴로 차갑게 그를 노려보았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진학서가 나서서 상황을 제지시켰다.

“필수명, 이 낭자가 방금 전에 그저 홧김에 한 소리라는 걸 너도 알잖아? 더구나 그녀는 아까 우리를 살려줬다고. 이 낭자가 양 사제와 손을 잡고 연기를 펼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요하와 요계에게 조종당하고 있을 거야. 은혜를 갚지 않는 건 그렇다 쳐도 해치려고 하는 건 경우가 아니잖아?”

“우리 목숨을 살려줬다고?”

필수명은 냉소를 하더니 말을 이었다.

“저 여자가 두 천랑국 놈들과 함께 우리를 공격하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남에게 조종당하는 신세가 되지는 않았을 거야! 쟤가 우리를 살려줬다고? 쟤는 그저 자신의 목숨을 살리려고 한 것뿐이야! 쟤가 살린 건 그저 자신의 목숨이라고. 진학서, 네 성격이 좋다는 건 알지만 이 일에서 넌 빠져!”

진학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그는 필수명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필수명이 한 말이 맞는 말이라 부정할 수 없었다.

자맥이 전에 요수를 거느리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한 적이 있었다. 그들이 요하와 요계의 조종을 받게 된 데에는 자맥도 큰 책임이 있었다. 방금 전, 양준과 함께 요하와 요계를 죽일 때도 자맥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 누구를 살리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필수명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에 진학서도 난처해진 것이었다. 그도 자맥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자맥이 양준과 함께 왔으니 두 사람 사이에 친분이 있는 것을 아는지라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막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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