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228화 (228/853)

제 228장. 벗지 않으면 안 돼?

자맥은 사람들의 표정을 보더니 경멸 어린 말투로 말했다.

“굳이 지금 공혼충을 제거하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 다만 너희들이 나에게 맡길지가 문제지!”

사람들은 쓴웃음을 지으며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자맥의 말을 그다지 믿지 않았다. 만약 이 천랑국의 여인이 또 무슨 수단을 써서 그들을 조종한다면…….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두기에도 불안했다. 단전 안에 벌레가 있다고 생각하자 너무 찝찝했다.

자맥은 실컷 비웃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대신 우리 주인님이 너희들을 도와줄 수 있을 거야.”

“우리 주인님…….”

진학서는 저도 모르게 목을 가다듬었다.

양준도 흠칫 놀라더니 자맥에게 눈을 흘겼다.

“양 사제, 정말… 쟤를 하인으로 삼은 거야?”

진학서가 부러운 얼굴로 말하자 서소어는 옆에서 그를 꼬집었다. 그 바람에 진학서는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감히 소리를 내지 못했다.

“아니야! 쟤가 그냥 하는 말이야!”

양준은 다급히 부인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에게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한데, 사람에게 사용해 본 적은 없어.”

공혼충은 뜨거운 것을 무서워했다. 그의 진양원기는 공혼충과 상극이었다. 지금 요하와 요계의 통제가 없으니 양준이 진양원기를 사용한다면 그들의 몸속에서 공혼충을 제거할 수도 있었다.

전에 양준은 이 방법으로 5급 요수인 야차금영표의 머리에서 공혼충을 꺼내면서 공혼충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목표가 사람이라면 양준도 감히 장담할 수 없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각 종문의 최우수 제자인데다 공혼충이 존재하는 곳은 민감한 단전 안이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심각한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양준이 머뭇거리는 것을 보고 사람들도 불안해졌다.

“나한테 써 봐!”

문심궁의 여심원이 갑자기 허약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어차피 내 경지는 이미 파괴되었는데 뭐. 양 사제가 연습도 할 겸, 다른 이들에게 힘을 보태는 셈 치지 뭐.”

좌방이 다급히 말했다.

“사형, 그런 말 하지 마! 단전이 망가졌어도 치료할 방법이 있을 거야. 좋은 단약을 찾으면 되잖아. 연습한다고 해도 내가 먼저 할게!”

“사제.”

여심원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할 것 없어. 만약 양 사제가 실수한다고 해도 그저 목숨을 잃는 것뿐이잖아? 이렇게 사는 건 죽는 것보다 못해…….”

“싸우지 마! 나도 아직 장담할 수 없어.”

양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자맥을 향해 손짓했다.

“왜?”

자맥은 짜증이 난 표정을 지었지만 순순히 다가왔다.

그녀가 이렇게 말을 듣는 것을 보고 대한의 사람들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그들은 속으로 그녀와 양준이 정말 주종관계가 아닌지 의심했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 줘.”

양준이 엄숙하게 말했다.

자맥은 양준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녀가 말한 방법은 양준이 전에 야차금영표에게 썼던 방법과 비슷했다. 다만 동작이 좀 더 조심스러워야 할 뿐이었다. 번개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공혼충을 불태워 그것이 반응할 시간을 주지 않든지, 아니면 부드러운 수단으로 그것이 스스로 나오게 하든지 두 가지 방법이었다. 하지만 절대 공혼충이 불안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되었다. 자극이 심해지면 오히려 그것이 단전을 파괴할 수도 있었다.

이 점을 알게 된 양준은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정말 나한테 맡겨도 되겠어?”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볼게. 하지만… 결과는 책임 못 져!”

양준은 이 일로 번거로운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

한소칠이 웃으면서 말했다.

“당연하지. 우린 널 믿어.”

다른 사람들도 이의가 없었다. 모두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듯했다.

양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참 생각하다가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첫 번째 방법은 속도는 빨랐지만 부작용도 많았다. 일단 양기를 잘 통제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것이 뻔했다.

그는 여심원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

“먼저 네 몸에다 해볼게!”

여심원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좌방이 뭐라고 말을 하려 했지만 여심원의 노기 어린 시선에 곧 입을 다물었다.

여심원은 옷을 들고 배를 드러냈다. 만화궁의 네 소녀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으나 고개를 돌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얼굴을 붉히고 여심원의 배를 바라보았다.

양준은 손을 뻗어 여심원의 단전을 덮고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는 자신의 진양원기를 억누르며 조금씩 여심원의 몸속으로 흘려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준은 공혼충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정신을 집중하며 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진양원기를 수많은 실로 나뉘어 공혼충을 감싸고 그것이 반응하기 전에 겹겹이 둘러쌌다.

여심원의 얼굴이 갑자기 빨개지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폐인이나 다름없어 뜨거운 원기가 들어오자 감당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의 인내심은 대단했다. 배가 불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워도 여전히 소리를 내지 않고 이를 악문 채, 참고 있었다. 이마에서 실핏줄이 튀어나오며 땀이 주룩주룩 흘렀다.

양준은 그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조금만 참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진양원기에 둘러싸인 공혼충을 조금씩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공혼충은 계속해서 발버둥 쳤고, 여심원은 점점 더 고통스러워했다. 사제인 좌방은 옆에서 이 모습을 보자 안절부절못했다. 그는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공혼충은 금방 단전에서 나왔고, 양준도 그제야 마음껏 진양원기를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여심원의 복부에 점 하나가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 양준은 재빨리 손을 뻗은 뒤, 그곳에 상처를 내어 공혼충을 끄집어내고는 불로 태웠다.

그와 동시에 여심원도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축 늘어졌다.

“사형!”

좌방이 깜짝 놀라며 얼른 다가가 부축했다.

잠시 뒤, 여심원은 허약한 몸으로 눈을 뜨고는 웃으며 말했다.

“정말 괴로웠어… 하지만 홀가분해.”

그가 무사한 것을 보자 모든 사람들이 마음속의 돌덩이를 내려놓은 듯 안심했다.

양준도 자신감이 생겨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음은 누가 할래?”

“나!”

진학서가 급히 나서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양준의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성공한 선례가 생기자 양준은 움직이기 훨씬 편해졌다. 하지만 진학서와 여심원은 달랐다. 그의 몸속에는 진원이 있어 아무리 힘을 풀고 있어도 진원은 저도 모르게 양준의 진양원기를 방어했다. 양준은 하는 수 없이 원기를 많이 내보냈다. 한참 뒤에야 그는 공혼충을 꺼낼 수 있었다.

반나절이 지나자, 이제 남은 사람은 여인들뿐이었다.

수라문의 야청사와 수월당의 풍천흔, 영월문의 서소어, 그리고 만화궁의 네 소녀들만 남았다.

가장 요염한 야청사를 제외하고 다른 여인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운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유는 바로 양준이 공혼충을 꺼낼 때, 한 손은 단전의 위치를 덮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전은 바로 배꼽이 있는 복부였다……. 여기까지 생각한 여인들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

야청사는 입을 다물고 생긋 웃었다.

“내가 먼저 할게. 부끄러울 게 뭐가 있어? 우리를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흠흠…….”

양준이 정색하며 말했다.

“날 조롱하지 마.”

주변에 있는 남자들의 표정도 이상하게 변했다.

양준의 앞으로 와서 가부좌를 틀고 앉은 야청사는 부드러운 눈으로 웃음기를 흘리며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옷의 단추를 풀었다.

무거운 숨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녀가 웃옷을 벗으려는 것을 보고 남자들은 아름다운 몸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누군들 이렇게 강한 유혹을 견뎌낼 수 있겠는가?

“깔깔…….”

야청사는 어색해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웃기까지 했다.

남자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한소칠은 차가운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 감아. 눈 감으라고!”

서소어는 계속해서 손으로 사형의 눈을 가렸다. 진학서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야청사는 행동을 멈추고 웃으며 물었다.

“너희들… 계속 남아 있을 거야?”

“히히…….”

좌방과 저경산 등 사람들은 순식간에 어색하게 웃으며 입술을 핥았다.

“우리는 네가 신경 쓰지 않는 줄 알았지.”

야청사가 그들을 흘겨보며 말했다.

“너희들의 체면을 봐줬을 뿐이야. 눈치라고는 전혀 없네. 굳이 쫓아내야겠어?”

“가자, 가자!”

좌방은 여심원을 부축한 채, 다른 남자들과 함께 자리를 피했다.

그들은 아쉬움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진학서는 주패에게 안기다시피 하여 전혀 반항하지 못하고 밖으로 끌려갔다.

“사매가 아직 저쪽에 있어, 내가 기다려야 한다니까…….”

“썩 꺼져!”

서소어는 진학서의 그런 모습이 창피하기만 했다.

모든 남자들이 백 장 밖으로 물러났다. 그들이 볼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여인들은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양준은 침착한 얼굴로 야청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할게.”

야청사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서 이를 악문 채, 옷섶을 풀기 시작했다.

야함의 눈알은 튀어나올 듯이 커다래졌다. 그녀는 화끈한 얼굴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우리… 모두 이렇게 해야 되는 거야? 벗지 않으면 안 돼?”

양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문제가 생겨도 괜찮다면 그래도 돼. 하지만 직접 피부와 닿아야 원기를 통제하기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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