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4장. 온신련의 기묘한 작용
상황이 좋지 않았으나 역경에 놓일수록 양준은 점점 더 침착해졌다. 그는 머리가 어지러워 통증이 몰려오기 전에 모든 정신을 집중해서 곤경에서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다.
양준이 정신을 집중하는 사이, 별안간 머릿속에서 서늘한 기운이 전해졌다. 시원한 감각이 퍼지자 양준의 의식이 순간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이내 머릿속의 통증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 느낌은 가뭄의 단비처럼 창백하던 양준의 안색도 상기되게 만들었다.
“응?”
양준은 얼굴에 의혹을 띠고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갑자기 나타난 변화를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느껴 보기 시작했다.
“주인?”
지마가 가볍게 불렀다.
양준은 대답하지 않고 그 느낌에 흠뻑 빠져들었다. 잠시 뒤, 짧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격렬한 통증이 또 시작되었다. 그것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 고통은 한동안 지속되었다. 고통이 일정한 정도에 이르자 다시 익숙한 어지러움이 찾아왔고, 또 이와 동시에 머릿속의 시원한 느낌이 퍼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어지러운 느낌과 함께 통증도 사라졌다.
방금 전의 상황과 똑같았다.
이번에 양준은 더욱 세세하게 느껴 본 뒤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고통은 안개가 영혼을 공격할 때 느껴지는 것이었고, 머리가 어지러운 것은 영혼이 다쳤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몇 번 반복되어도 양준은 자신의 영혼이 다쳤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다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 강해진 느낌마저 들었다.
이 사실에 양준은 매우 기뻐했다.
이내 양준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웃음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또 신음을 흘리며 머리를 움켜쥐고는 경련을 일으켰다.
한참 뒤, 양준은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지마는 못 참고 다급하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건가?”
“온신련이 작용을 일으켰어!”
양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온신련이 내 다친 영혼을 복구하고 있어!”
지마는 깜짝 놀랐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노마두도 방금 전까지는 경황이 없어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 양준이 일깨워 주자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때, 은도에서 양준은 오색 온신련을 흡수했었다. 그것은 신식을 키울 수 있는 보물이었다. 다만 양준이 줄곧 신유 경지에 오르지 않아 오색 온신련이 그의 머릿속에 있어도, 직접적인 효능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양준이 영혼을 다치자 온신련이 작용을 발휘한 것이었다. 이런 보물이 있는데 주변의 안개를 두려워할 필요가 있겠는가?
안개와 오색 온신련은 파괴하고 복구하기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양준의 영혼은 점차 단련되고 있었다. 다만 이 과정은 고통스러워 일반 사람들이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주인은 참 운이 좋은 것 같군. 나는 주인이 무사할 줄 알았다네.”
지마가 열심히 아부를 떨었다.
양준은 희미하게 웃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안개가 자신을 감싸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곳은 비록 위험한 곳이었나 영혼을 수련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언제 또 이렇게 좋은 곳을 찾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양준은 마음먹고 이곳에 잠깐 머무르기로 했다. 온신련이 영혼을 복구할 때마다 매우 조금씩 단련되었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시간만 충분하다면 분명 영혼을 수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통이 물밀듯이 밀려들었지만 양준은 계속 강력한 의지력으로 참았다. 고통 뒤에는 어지러움이 일었고, 그와 동시에 온신련이 영혼을 복구해 주었다. 그 과정은 매우 더뎠지만 양준은 만족스러웠다.
반나절 뒤,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양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가 나는 방향을 살펴보았다. 자맥의 사형 적혈이 안개 속에서 휘청거리며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아주 초라한 모습이었는데, 일그러진 얼굴로 이리저리 부딪히며 끊임없이 진원과 각종 무공들을 마구 퍼부어 대고 있었다.
그는 양준처럼 운이 좋지 못했다. 그에게는 영혼이 다치지 않게 보호해 줄 온신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듯 보였다.
양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차가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잠깐 고민하던 양준은 그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이대로 내버려 두어도 곧 죽을 것 같았지만, 그는 진원 경지 7단계의 고수였다. 죽은 뒤 만들어지는 혈주는 당연히 평범한 무인과 다를 것이다.
적혈은 양준을 6급 요수와 떨어뜨려 홀로 해치우기 위해 이 안개속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오히려 자신의 무덤을 판 꼴이 되어 버렸다. 안개가 이토록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는 절대 이곳으로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적혈에게 성큼성큼 다가간 양준은 그의 앞에 서자마자 주먹을 휘둘렀다. 적혈은 피하지도 않고 본능적으로 양준에게 공격을 날렸다.
양준은 몸을 옆으로 돌려 적혈의 공격을 피하고, 염양삼첩폭을 그의 몸에 가격했다.
양준의 주먹에 맞은 적혈은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던 적혈은 전혀 양준의 적수가 되지 못했고, 짧은 시간에 양준의 일격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가 죽은 뒤의 혈주를 거둔 양준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계속해서 영혼을 수련했다.
이 외지에는 해와 달이 없어 시간이 흐르는 것을 파악할 수 없었다. 양준은 그저 감각으로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판단했다.
안개 속에서 대략 보름 정도 수련했을 때, 양준은 드디어 이합 경지 9단계에 오르게 되었다.
이는 수련 외에도 팔십 개가 넘는 혈주의 작용도 한몫했다. 이 혈주는 모두 그날 진학서와 작별하면서 얻은 것이었다. 대다수는 요수의 혈주였고, 다섯 개만 비범한 기운이 담긴 진원 경지 고수의 혈주였다.
방대한 기운을 흡수하고 또 보름의 수련을 거치자 양준은 진급했을 뿐만 아니라 이합 경지 9단계를 공고히 하고, 진원 경지로 올라갈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이 보름 동안, 양준은 서서히 머릿속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익숙해졌다. 심지어 그것을 무시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통증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이미 양준에게 그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었다.
영혼이 손상되었다가 복구하는 과정에서 영혼은 천천히 강해졌고, 감지 능력도 더욱 확대되었다.
보름 뒤, 양준은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주변을 탐색한 양준은 여전히 안개가 자욱한 밀림 속에서 출구나 다른 사람을 찾지 못했다.
양준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조급해졌다. 심지어 양염지익도 사용해 보았지만, 여전히 이 기괴한 곳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날, 양준이 탐색하고 있는데 갑자기 주변의 안개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 변화는 매우 미묘하여 자세히 느끼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것도 양준의 감지 능력이 강해졌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보름 전이었다면 분명 발견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한참 뒤에야 양준은 옆에 있는 안개가 서서히 고정된 방향으로 모여들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사실을 발견한 양준은 곧바로 안개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깊이 들어갈수록 안개의 이동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또 간혹 바람소리도 들리는 것이 마치 앞쪽에서 무언가 안개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양준은 경계하면서 발걸음을 늦추고 살금살금 다가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윙윙거리는 소리가 전해졌다. 마치 바람이 구멍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소리였다.
온 정신을 집중하고 감지 능력을 최대로 발휘한 양준은 조심스럽게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다가갔다.
잠시 뒤, 무언가를 발견한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모양새가 매우 기이한 바위가 그와 멀지 않은 곳에 우뚝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안개가 흘러드는 곳은 바로 바위에 난 작은 구멍이었다.
이 바위는 마치 입이라도 달린 것처럼 안개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위험이 없다는 것을 발견한 양준은 서서히 긴장을 풀고 다가가 살펴보았다. 그제야 그는 이 바위의 속이 비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흥미진진하게 바위를 둘러본 양준은 그제야 이 바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위의 겉면에는 공격당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옅게 흔적만 남았을 뿐, 바위는 파괴되지 않았다. 이 흔적은 분명 누군가 바위를 공격하면서 생긴 것이었다. 이곳에 올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진원 경지일 텐데 진원 경지의 무인이 공격해도 겉면에 옅은 흔적밖에 남기지 못했다면 평범한 바위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 일반적인 바위였다면, 진원 경지의 무인에게 공격을 당했을 경우 진작 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양준은 시험 삼아 바위를 공격해 보았다. 양준이 전력을 다해 내리친 일격은 바위에게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이 바위가 보물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양준은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 큰 바위는 적어도 몇 천 근은 되어 보여, 도저히 가져갈 수가 없었다.
한숨을 내쉬던 양준의 시선이 바위의 아래쪽으로 향했고, 이내 양준은 천천히 웅크려 앉았다.
안개가 나오는 작은 구멍 아래에는 작은 구덩이가 있었다. 구덩이는 콩알만 했는데, 구덩이 안에는 투명하고 호박색을 띠는 액체가 있었다.
다가가 냄새를 맡자 향긋한 내음이 가득 느껴졌다.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온신련이 영혼을 복구할 때 드는 느낌과 비슷했다.
이건 확실한 보물이었다!
양준은 이 액체가 도대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보물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것도 신식에 큰 도움이 되는 보물이었다.
이 액체를 바라보는 양준의 눈은 이미 탐욕으로 가득 물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