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235화 (235/853)

제 235장. 신식을 수련하다!

손가락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원기를 통제한 뒤, 양준은 이 호박색을 띠는 액체를 구덩이에서 꺼냈다.

자세히 관찰하기도 전에 주변의 안개가 갑자기 일렁이더니 아까보다 열몇 배는 빠른 속도로 바위 속 구멍으로 흘러 들어갔다. 안개는 신묘한 힘에 의해 전부 바위 속으로 흘러 들어간 뒤, 사라졌다.

양준은 놀란 눈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바위 속 콩알만 한 구덩이에는 서서히 물안개가 서렸고, 아래쪽에는 호박색을 띠는 실이 응고되었다.

‘내 손에 있는 이 액체는 이런 천연적인 조건에서 안개가 응결되어 만들어진 건가?’

이것은 추측에 불과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상황을 볼 때 확실한 듯했다.

양준은 원래 이 액체를 보관하려고 했으나, 지금 이곳에서 액체가 또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 생각을 접었다.

잠깐 생각해 보던 양준은 호박색을 띠는 액체를 입으로 가져가 꿀꺽 삼켰다.

달콤한 향내가 입안 가득 퍼졌다. 마치 신선이 만드는 술을 마신 기분이 들었다. 양준은 호박색 액체의 기운이 단전으로 흘러 들어가, 경맥을 따라 머리끝까지 올라가는 것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순간, 그는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개운한 기운이 안으로부터 퍼져 나와 온몸의 피와 살, 그리고 세포들을 춤추게 만들었다.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맑고 개운했다.

감각, 시각, 청각이 확대된 느낌이었다. 고개를 돌려서 보니 심지어 백 장 밖에 있는 초목 하나하나도 또렷이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안개로 뒤덮여 있어 양준은 원래 어렴풋이 십 장 정도 범위밖에 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각이 열 배로 확장되었고, 그 외에 감각도 모두 현저하게 향상되었다.

자신이 삼킨 액체가 대단한 보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양준은 지체하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호박색 액체의 기운을 연화하기 시작했다.

그 기운을 흡수하자 점점 많은 이점들이 느껴졌다. 우선 육체에 대한 것이었다. 양준은 천지 기운이 그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흔적과 동향을 느낄 수 있었다. 오장육부의 움직임은 손바닥을 보듯 훤했다.

머릿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간지럽기도 하고, 마치 머릿속에 보이지 않는 뭔가가 막고 있는 듯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양준은 이 느낌의 정체를 알 수 없어 조급해졌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집중했다.

이 상황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한순간에 이 구속감이 사라졌다.

간질거리는 기분은 찰나의 순간 통쾌한 기분으로 전환되었다. 양준은 자신의 정신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장을 겪었다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감지 능력도 더욱 강해졌다.

그가 지나간 곳, 주변의 자욱한 안개, 초목들은 마치 직접 보는 것처럼 하나하나 머릿속에 또렷이 기억되었다.

양준은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빛에 순간 놀라워하는 기색이 스쳐 지나가더니, 이내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한참 뒤에야 양준은 괴이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반짝였다.

“지마… 내가 신식을 수련한 것 같아.”

양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지마가 깜짝 놀라 물었다.

“주인, 정말인가?”

“그래. 정말로 신식을 수련한 것 같아.”

양준의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 그는 자신이 느낀 감상을 말했다.

그의 설명을 들은 지마는 너무 놀라 오래도록 말을 잇지 못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그건 신식이 분명하네!”

지마의 말투에는 놀라움과 감탄이 가득 담겨 있었다. 눈을 감고도 주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게 신식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신유 경지에 다다르기 전에 무인들은 감지 능력으로 주변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감지라는 이름도 애매한 이것은 본능에 가까웠지만, 후천적으로 강해질 수 있었다. 자신의 실력과 더불어 청각, 시각, 후각은 주변 공기의 흐름과 결합하여 근처의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감지는 만능이 아니었고 쉽게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신유 경지에 이르지 못한 무인은 이 수단으로 보이지 않는 정보를 획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유 경지에 다다르면 상황이 달랐다. 신식이 깨어나면 주변의 상황들이 직접 보는 것처럼 일목요연하게 펼쳐졌다.

‘하지만… 신식은 신유 경지의 고수들만 수련할 수 있는 건데, 주인은 이제 겨우 이합 경지 9단계잖아!’

중간에 무려 대경지 하나와 소경지 하나의 차이가 있었다.

양준을 따라다니며 그의 신비롭고 강한 힘을 여러 번 경험한 지마지만 지금의 상황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주인께서 신식을 각성했으니 식해도 형성되었겠군.”

“그런 거 없어!”

양준도 이 점이 의아했다. 그도 식해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 자세히 살펴보았음에도 식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럴 리가!?”

지마는 소리를 지르며 또 한 번 물었다.

“주인, 몸 속, 특히 뇌 속의 상황을 잘 살펴보게. 뇌 속의 온신련이 보인다면 식해가 생겼다는 뜻이네.”

“안 보여.”

양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난 외부의 물체밖에 볼 수 없는 것 같아.”

양준의 상황은 특별했다.

천 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하는 상황이었다. 이합 경지 9단계밖에 안 되었는데 신식을 수련한 것은 일반 무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신식은 신유 경지만의 특징이었고, 이합 경지의 무인은 신식을 수련할 수 없는 것이 정상이었다.

게다가 양준은 지금 신식만 있고 식해는 없는 상황이라 더욱 기묘했다.

식해. 신식의 바다!

무인이 신유 경지에 이르러 신식을 수련하면 무수한 신식이 모여서 바다와 같은 존재를 만들어내는데 그것을 신식의 바다라고 불렀다. 식해의 크기와 깊이는 무인이 가진 신식의 강도와 비례했다.

양준의 지금 상황에 대해 지마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 호박색의 액체가 바로 탁온이 말했던 세혼로인가 보군!”

양준은 눈을 반짝거리며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그때 호숫가에서 진학서와 서소어의 사부인 탁온이 말한 적이 있었다. 삼십 년 전에 누군가 이곳에서 대단한 보물을 얻은 적이 있다고 말이다.

그중 하나가 유염액이었고, 다른 하나는 바로 세혼로였다.

이 두 가지 보물에 이끌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이곳에 수련하러 오게 된 것이었다.

제검성을 죽이고 양준은 우연치 않게 유염액 몇 방울을 얻어 원기를 수련할 수 있었다. 지금은 또 적혈을 쫓다가 세혼로 한 방울을 얻게 되었다. 그는 정말 운이 좋았다.

게다가 세혼로는 한 방울뿐이 아니었다.

양준은 고개를 돌리고 구덩이 아랫부분을 바라보았다. 호박색을 띠는 투명한 실이 조금 전보다 많아져 있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세혼로 한 방울을 또 얻을 수 있었다.

“주인, 지금 신식을 전력으로 펼치면 얼마나 큰 범위를 볼 수 있나?”

지마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한 2, 3리 정도 되는 것 같아!”

지마는 숨을 들이쉬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주인, 복이 참 대단하네. 이 정도의 신식은 이미 갓 신유 경지에 들어온 무인들보다도 훨씬 강하다네. 대략 신유 경지 2, 3단계 정도 되는 수준이지.”

“그래?”

양준이 헤벌쭉 웃었다.

“일반 무인들이 신유 경지를 돌파한다고 해도 금방 생긴 신식은 아주 약하다네. 이때는 신식을 확산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백 장 범위밖에 살펴볼 수 없지. 신식을 천천히 키워야만 그 작용이 점점 커지는 것이라네.”

지마는 경험이 풍부하고 아는 것이 많았다. 비록 때로는 믿음직스럽지 못할 때도 있긴 했지만, 그의 경험과 지식은 양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마는 양준에게 신식이 강해지면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을 세세하게 나열해 주었다. 지마의 말을 들은 양준은 매우 기뻐했다.

신식이 생기면 더욱 쉽게 몸을 숨기고 잠입할 수 있었다. 신유 경지 5, 6단계 되는 고수도 양준의 실력을 알아챌 수 없을 것이다.

지마와 한참이나 대화를 나눈 양준은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또 바위에 뚫린 구멍을 바라보자 아래쪽의 호박색을 띠는 실이 몇 가닥 더 늘어난 것 같았다. 세혼로가 만들어지는 속도는 너무나 느렸다.

최소한 열흘은 넘어야 한 방울이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주변의 안개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바위 위쪽에 뚫린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 구덩이에서 모인 뒤, 세혼로의 일부분이 되었다.

안개는 신식을 공격하지만, 안개가 모여서 만들어진 세혼로는 신식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안에 도대체 어떤 현묘함이 숨어 있는지, 이 기이한 바위와 연관이 있는지, 양준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굳이 알 필요도 없었다. 그는 그저 조용히 세혼로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렸다가 세혼로를 거두면 그만이었다.

“지마, 세혼로가 만들어지면 불러 줘. 이참에 진원 경지에 오를 때까지 수련할 거야!”

“응, 걱정하지 말게.”

눈을 감은 양준은 단전 안에 있는 양액 열몇 방울을 한 번에 터뜨렸다. 순식간에 경맥은 진양원기로 가득 차서 더 이상 팽창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고, 곧이어 시큰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양준은 소리를 내지 않고 진양결을 운행하며 외부로부터 천지 기운을 흡수했다. 한편으로 몸속의 원기를 억누르며 경맥과 함께 꿈틀거렸다가 수축하고 확장하며 끊임없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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