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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련전봉-238화 (238/853)

제 238장. 무승의와의 대결

곧이어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무승의는 십여 장을 날아가서야 안심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네놈이었어?”

“흐흐, 예상 못 했나 봐.”

양준은 음산하게 웃으면서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무승의를 훑어보았다.

유명산에서 수련할 때, 그는 어떡해서든 무승의를 찾아내 죽이려 했다. 그러다가 적혈을 먼저 만났고, 그를 뒤쫓아 안개가 자욱한 수풀 속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지금 여기서 만나게 된 것이다.

양준은 마음속의 차오르는 기쁨을 억누르고, 자맥에게 눈썹을 찡긋해 보이고는 건들거리며 말했다.

“일진이 안 좋네!”

“그래. 네가 조금만 늦었으면 죽었을지도 몰라.”

자맥은 그를 샐쭉 흘겨보며 속으로 기뻐했다.

자맥은 몇 달 만에 양준과 다시 만나게 되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원래는 평생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리고 더는 남이 자신의 영혼을 괴롭힐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우연처럼 두 사람은 또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영혼이 지배당할까 두려운 게 아니라, 오히려 기쁜 마음이었다. 어쨌든 양준이 왔으니 더 이상 죽을 걱정은 없었다. 그 외의 것은 살아남은 다음에 다시 생각해도 되었다.

양준은 고개를 갸웃하고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너 삼라전의 핵심 제자 아니었어? 어쩌다 이 꼴이 된 거야?”

“네가 뭘 알아! 너도 조심해. 저 녀석 엄청 강하다고. 진원도 나보다 훨씬 순수하고 거대해.”

자맥은 이를 악물었다.

“강하지 않으면 무승의가 아니지.”

양준이 냉소했다.

무승의의 진원이 자맥보다 순수하고 거대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무승의도 원기를 수련하는 유염액을 복용했을 터인데 순수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했다.

“너 같은 녀석이 아직도 살아 있을 줄은 몰랐다. 운이 좋네.”

무승의는 경멸하는 눈초리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이 그를 무시하는 태도였다.

“운이 안 따랐으면 벌써 네 사제 손에 죽었겠지.”

양준의 눈빛은 칼날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

“내가 네놈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았어야지. 운이 항상 좋을 수는 없잖아.”

무승의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동문 사제의 죽음에 대한 일말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싸울 거면 빨리 시작해. 남자들이 뭔 말이 그리 많아?”

자맥은 방금 전까지 무승의에게 당한 만큼, 그에게 빨리 되갚아주고 싶었다. 양준의 실력을 아는 그녀는 자신과 양준이 같이 공격하면 무승의를 손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네 말이 맞네.”

양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바라던 바다.”

무승의는 콧방귀를 뀌며 천천히 검의(劍意)를 끌어 올렸다.

“양준, 넌 옆에서 도와주기만 해. 저 녀석은 내가 상대할 거야.”

자맥이 소리쳤다.

“아니, 네가 옆에서 도와주기나 해!”

양준은 짧게 말하고는 바로 무승의에게로 돌진했다. 달려가는 와중에 양준의 몸에서 거대한 파동이 일어났다.

“너…….”

자맥의 눈에는 온통 놀라움뿐이었다. 그녀는 경악에 빠진 채 양준에게서 전해지는 압박감을 느꼈다.

‘벌써 진원 경지에 오른 건가?’

넉 달 전 그녀와 헤어질 때, 양준은 겨우 이합 경지 8단계밖에 안 됐었다. 게다가 그마저도 이제 막 이합 경지 8단계에 오른 상태였다. 그런데 넉 달 사이에 벌써 진원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경지를 돌파하는 속도가 그녀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양준은 그냥 기적 같은 남자였다. 이렇게 빨리 진원 경지를 돌파한 것도 그리 이상할 것이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양준은 무승의와 접전을 벌였다. 무승의가 검법을 펼치자, 검기가 살기등등하게 쏟아졌다. 양준은 두 주먹을 번개같이 휘둘렀다. 그의 신형이 하늘을 뒤덮은 검영 사이로 춤을 추듯 오갔다. 양준은 온몸으로 뜨거운 기운을 내뿜었고, 그의 몸 주변은 불같이 타올랐다.

둘의 접전에 천지의 기운이 어지러워졌고, 광풍이 휘몰아쳤다.

자맥은 저도 모르게 실눈을 뜨고 지켜보았다. 양준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끼어들어야 할지 몰랐다.

둘은 맞붙자마자 조금도 망설임 없이 전력을 쏟아부었다. 모든 살기와 기운이 한데 뒤엉켜 있었다. 이 순간 자맥이 억지로 끼어들면, 오히려 그녀가 휘말릴 수도 있었다. 자맥에게는 그럴 담력이 없었다.

양준이 그녀에게 도와달라고 한 것은 그저 그녀의 체면을 생각해 한 말일 뿐이었다.

“나쁜 자식!”

자맥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가볍게 뛰어올라 뒤로 백 장이나 날아가서야 멈췄다.

치열한 전투 가운데, 무승의의 얼굴에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과 함께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는 쓰레기라고 여겼던 상대가 자신과 맞서 싸울 실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검영은 생기자마자, 양준의 난폭한 주먹에 의해 흩어졌다. 양준의 공격은 대범하고 시원스러웠고, 무승의의 검기는 날렵하고 현묘했다. 각자 특징이 있어 우열을 가릴 수가 없었다.

짧은 시간 동안, 둘은 수백 합을 겨루며 진원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무승의는 싸울수록 두려움을 느꼈지만, 양준은 싸울수록 더 포악해졌다.

쾅-

커다란 작열음과 함께 두 사람이 떨어졌다.

무승의는 신음을 흘리며 뒤로 날아갔고, 입가에는 피가 흘러내렸다.

양준도 역시 상처를 입었다. 복부가 무승의의 장검에 베여 피가 줄줄 흘렀다.

둘은 각자 서른 장 남짓 물러나서야 비로소 천천히 몸을 가누었다.

“하하! 통쾌하군.”

양준은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렸지만,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싸움이었다. 양준은 마음속에서부터 무승의를 싫어했고, 그에게 원한도 있었지만, 무승의가 실력이 강한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 대단하네!”

무승의는 양준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눈에는 괴로운 기색이 역력했다. 아마도 이등 종문의 제자가 자신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과찬이야.”

양준의 표정은 냉담했다.

“내가 너를 너무 얕봤다. 내 사제도 네 손에 죽은 거였군.”

무승의가 장검을 천천히 돌리자 검의가 다시 솟아올랐다.

“그자를 보내 나를 급습했을 때, 결과를 생각했어야지.”

“인정하면 됐다.”

무승의는 계속해 장검을 돌렸다.

“그래서 복수라도 할 거야?”

양준이 냉소했다.

“실력이 부족해서 죽은 걸 누굴 탓하겠나! 내게 맞서는 놈은 절대 봐주지 않는다. 구성검파와 내 자존심을 짓밟으면 안 되지. 중도 8대 가문 공자들도 나를 우러러본다고. 네가 뭔데 함부로 덤벼? 검신!”

무승의의 외침과 함께 그의 몸 밖에서 떠돌던 검기들이 검명을 울리더니 실제 검이 되어 그의 몸을 에워싸고 돌았다.

이 기술은 공격과 방어를 겸비하고 있었다. 양준은 일찍이 제검성에게서 이 기술을 겪어 봤었다. 똑같은 기술이었지만 무승의가 펼치니 더욱 멋있어 보였다.

화려한 검신은 거대한 살상력을 품고 있었다.

“깔끔하게 보내줄게!”

검신을 펼친 무승의는 자신이 천하무적으로 느껴졌다.

그는 칼집에서 방금 튀어나온 절세의 검처럼 그곳에 서 있었다. 무시무시한 검의가 사방 몇십 장을 뒤덮었다. 공기 중에 떠돌던 검기는 가벼운 소리를 내면서 칼날처럼 하늘과 땅을 베었다. 땅에는 순식간에 자잘한 검흔(劍痕)이 갈래갈래 생겨났다.

양준은 냉소하며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도 온몸의 진원이 극한에 이르렀다. 난폭한 힘이 용솟음쳤고, 몸에서는 연이어 폭발음이 들려왔다.

폭발음과 함께 양준의 기세도 급속하게 상승해 절정에 이르렀다.

둘의 기세는 전혀 달랐다. 무승의는 막강해 보였고, 양준은 광적이고 사나웠다. 둘은 서로 맞붙기도 전에 기세로 접전을 벌였다. 평지에 광풍이 몰아치더니 두 사람 가운데로 모여 흩어지지 않았다.

“자, 간다!”

무승의는 분노하며 외쳤다. 흉악한 표정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그는 장검을 날쌔게 두 번 휘둘렀다.

공간이 마치 십자형으로 잘린 것만 같았다. 무승의의 묵직한 외침 속에서 그 위치에 십자형 검기가 나타나더니 마치 별똥별처럼 양준을 향해 날아왔다.

양준이 발을 크게 구르자 땅이 들썩였다.

사나운 힘이 그의 발밑에서 폭발하면서 지면은 사분오열되었다. 거미줄처럼 생긴 틈이 그의 두 발을 중심으로 밖으로 십여 장 뻗어 나갔다.

그는 사나운 기세로 무승의에게 돌진했다.

양준은 돌진하는 가운데 주먹을 휘둘러 십자형 검기를 적중했다.

굉음이 울리며 검기가 흩어졌다. 양준의 신형은 조금도 방해받지 않았고, 기세도 줄어들지 않았다.

무승의는 동공을 수축하더니 각종 정교한 검법을 펼쳤다. 그는 장검으로 춤을 추듯이 양준을 베었다.

양준은 이리저리 그의 검기를 피하다, 도저히 피할 수 없으면 주먹으로 부숴 버렸다.

짧은 시간에, 이미 양준은 무승의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양준의 난폭한 기운은 마치 정면으로 덮쳐 오는 성벽과도 같았다. 무승의는 숨을 쉴 틈도 없이, 전력을 쏟아 부으면서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어딜 도망가.”

양준이 입가에 미소를 짓자, 얼굴이 더욱 흉악하게 변했다. 그는 계속해서 무승의를 뒤쫓아가며 진원으로 감싼 주먹으로 연이어 무승의를 공격했다. 무승의는 검을 들어 양준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의 검법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라 현묘하기 그지없었다.

화려한 빛과 검법이 폭발하며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곧이어 두 사람의 그림자가 흐릿해더니, 잠시 뒤 완전히 하나로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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