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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련전봉-241화 (241/853)

제 241장. 괴롭힌 보상으로 주는 거야

반나절 뒤, 자맥이 되돌아왔다. 그녀는 적지 않은 나뭇가지들과 들짐승도 한 마리 가져왔다.

그녀는 먼저 모닥불을 피우고 사냥감을 구웠다. 그러고는 모닥불 옆에 앉아 불을 쬐면서 양준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사흘 뒤.

자맥이 한창 이를 갈며 양준에게 악담을 퍼붓고 있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은은하게 검의가 느껴졌다. 자맥은 순식간에 얼굴빛이 변하더니 경계하며 일어섰다. 그녀는 검의가 느껴진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검의는 양준이 있는 동굴에서 느껴지는 것이었다.

또한 아주 익숙한 느낌이었다. 바로 며칠 전 무승의가 놀라운 공격을 펼쳤을 때 쏟아지던 검의였다. 그런데 지금 양준에게서 다시 나타난 것이다.

자맥은 미심쩍게 바라보다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검의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고, 상승 속도도 무척이나 빨랐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검의는 자맥이 아연실색할 정도로 강해졌다.

마치 죽은 무승의가 부활해 다시 한번 감탄할 만한 초식을 펼치는 것 같았다.

콰앙-!

양준이 있던 동굴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온 하늘에 먼지가 휘날렸다. 그림자 하나가 그 속에서 붉은빛을 띤 채 뛰쳐나왔다.

자맥은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치는 동시에 놀란 눈빛으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양준은 눈을 감은 채 손에 핏빛 장검을 들고서 꼼짝도 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의 온몸의 진원이 요동을 치며 막강한 기세로 마치 예리한 검처럼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촤악-!

핏빛 장검에서는 경쾌한 검명이 울려 퍼졌고, 검명이 울리는 동시에 양준의 진원도 순식간에 몇백 갈래의 검기가 되어 그의 주위에 나타났다.

또 몇백 갈래…….

잠시 뒤, 천지는 다시금 검의 세계로 변했다.

며칠 전에 봤던 장면과 똑같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자맥은 입을 가리며 경악했다.

그날 무승의는, 이 검법이 구성검파의 비밀 공법이라고 했었다.

‘양준이 어떻게 따라할 수 있는 거지?’

또한 양준이 만들어 낸 검기는 무승의보다 훨씬 더 많았다. 무승의는 그날 온몸의 진원을 동원해 이천여 갈래의 검기를 만들어 냈지만, 지금 양준은 삼천여 갈래나 만들어 냈다.

삼천여 갈래는 현재 양준의 극한이었다. 지금, 그의 얼굴은 매우 힘겨워 보였다.

장검이 진동하자 삼천여 갈래의 검기가 순식간에 융합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백 갈래의 검기밖에 남지 않았다.

거대한 파괴력을 가진 검기는 검 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콰앙, 콰앙, 콰앙-!

검기가 날아간 곳은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어 산산조각 났다.

양준은 진중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서 느낌을 감지했다.

‘구성검파의 비밀 공법, 현급 검법의 위력은 대단하군.’

이 검법의 위력은 성흔의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위력 못지않았다. 마찬가지로 소모되는 진원도 무척이나 많았다.

‘어쩐지 무승의가 이 검법을 사용하고 힘들어 보인다 했더니.’

그러나 만검귀일은 성흔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 검법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한 부분은 진원으로 공격용 검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다른 한 부분은 검기를 융합하는 것이었다. 제대로 펼치면, 천지를 뒤흔들 수 있는 위력을 낼 수 있었다.

무승의는 당시 완벽하게 검법을 펼치지 못했다. 양준도 마찬가지였다.

양준은 이 검법을 익힌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적어도 앞으로 수라검을 쓸 때 무조건 내려치기만 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는 괜찮은 검법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체내에서 생긴 지 얼마 안 된 진원이 이 깨달음 속에서 다시 융합되고 모이더니 칼끝처럼 날카로워졌다. 진원은 경맥을 따라 빠르게 흘렀다. 양준은 진중한 표정으로 꼼짝하지 않았다.

반 시진 뒤, 보이지 않는 기운이 밖으로 확 퍼져 나갔다. 양준은 몸을 흠칫 떨고는 두 눈을 떴다.

진원 경지 2단계!

현급 무공을 각성하는 동안에 그의 실력이 또 한 단계 올랐다.

양준은 빙긋 웃으며 수라검을 거두어들였다.

등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양준이 뒤돌아보니 마침 자맥이 야릇한 표정으로 그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거리가 십여 장쯤으로 좁혀지자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의 얼굴은 미소를 머금은 채 요염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두 눈에는 어떻게 해도 감출 수 없는 경계심과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방금 전, 그녀의 눈앞에서 양준이 또 한 번 경지를 돌파했다. 이번 돌파는 아무 조짐도 없어 너무나 괴이쩍었다. 자맥은 부러우면서도 감탄했다.

긴 침묵이 흐른 뒤, 자맥이 입을 열었다.

“깨어났으니, 난 이만 가볼게.”

그녀는 양준에게 무승의의 검법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묻지 않았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위험했다. 자맥은 영리한 여자로서 당연히 눈 감아 줘야 할 때를 알았다.

“어디로 가려고?”

양준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웃으며 물었다.

자맥은 잠깐 당황하다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천랑국밖에 더 있어?”

그녀는 다시 입을 가리고 추파를 던지며 말했다.

“왜? 나 집에 가면 안 돼?”

“가지 마. 앞으로 내 곁에 있어.”

양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박력 넘치게 말했다.

자맥은 잠깐 어리둥절해하다가 애교스럽게 웃었다.

“널 왜 따라가? 나 천랑국 사람이야. 너와 함께 종문에 돌아가면 가는 곳마다 눈총을 받을 게 뻔한데, 싫어.”

“옷만 제대로 입으면 천랑국 사람인지 모를 거야. 음, 마침 하인이 한 명 필요하던 참이었거든. 차 따라 주고, 잠자리도 봐 주고.”

자맥은 얼굴빛이 살짝 변하더니 억지로 웃으며 물었다.

“진심이야?”

“네 생각엔?”

자맥은 끝내 참을 수가 없었다. 미소가 점차 사라지고 눈에는 온통 한기와 억울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발을 구르며 말했다.

“무슨 이런 뻔뻔한 자식이 다 있어? 선의를 베풀어서 사흘 동안 옆에서 지켜줬더니. 뭐 깨어나자마자 나보고 하인이 되라고? 이럴 줄 알았으면 치료하는 동안 콱 죽여…….”

자맥은 말을 잘못 뱉은 것을 깨닫고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불안해서 양준의 반응을 살피고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냥 생각만 했어. 정말 어쩌려고 한 건 아니니까, 진정해…….”

“하하하!”

양준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자맥은 더욱 불안해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양 미간에는 갈등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양준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장난이야. 뭐가 그렇게 진지해?”

양준이 웃으며 말했다.

“뭐 장난이라고?”

자맥은 표정이 점점 더 음산해지더니, 이를 악물고 또박또박 되물었다.

“그래. 널 데리고 가지 않을 거야.”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 여자 있어?”

자맥은 눈앞이 환해졌다.

양준은 마냥 웃기만 했다.

자맥은 양준이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 유명산에서 양준이 그녀를 함부로 대하던 것이 떠올라 화가 치밀었던 것이다. 그녀는 담대하게도 하늘하늘 걸음을 옮겨 양준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그에게 꼭 붙어 서서 팔짱을 끼었다.

“생각이 바뀌었어. 너랑 갈래. 어떤 여인이기에 너같이 뻔뻔스러운 남자가 홀딱 반했는지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자맥은 턱을 살짝 쳐들고 도발적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양준은 웃으며 흥미진진하게 곁눈질로 그녀를 보았다.

“왜 그럴 배짱은 없어?”

자맥이 비웃었다.

“장난 그만하시지.”

자맥은 아연실색했다. 문득 유명산에서의 일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빠르게 양준에게서 멀리 떨어지더니 속으로 이를 갈았다.

‘영혼이 지배당한 마당에 도발해 봤자 무슨 소용이야…….’

“나 돌아갈게. 그냥 평생 보지 말자. 네 여자가 널 차 버리고, 넌 평생 홀아비로 살기를 기도할 거야.”

자맥은 독기를 품고 저주했다.

“잠깐만!”

양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또 뭐?”

자맥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는 한시도 양준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경계하고 서 있는데 양준이 바지 주머니에서 병 몇 개를 꺼내더니 그중 두 병에서 각각 액체를 한 방울씩 쏟아내 그녀에게 던져 주었다.

자맥은 병을 받고서 미심쩍어하며 물었다.

“이게 뭔데?”

“유염액과 세혼로 한 방울씩이야!”

자맥은 표정이 흔들렸다. 그녀는 놀란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표정은 놀라움과 기쁨으로 뒤섞였다.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병 입구를 열고 냄새를 맡아 보았다.

“이걸 나한테 준다고?”

자맥은 유염액과 세혼로를 확인한 뒤, 보물처럼 두 손으로 꽉 틀어쥔 채 가슴에 안았다.

양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널 괴롭힌 보상으로 주는 거야.”

자맥의 예쁜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양준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한참 뒤에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너도 그렇게 나쁘지 않아…….”

“왜? 반했어? 지금이라도 따라올래?”

양준이 씩 웃었다.

“꺼져!”

자맥이 눈을 흘기며 소리쳤다. 그러고는 얼굴빛이 진중해졌다.

“걱정하지 마. 이것들은 몰래 사용할게, 네가 줬다는 건 알리지 않을 거야. 나중에 천랑국에 오면 삼라전으로 와. 내가 잘 대접해 줄게…….”

자맥은 살짝 웃더니 가볍게 뒤로 날아갔다. 신법을 펼치자 금세 종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제 양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어!’

자맥은 드디어 큰 시름을 덜게 되었다.

비록 머릿속에는 여전히 양준의 낙인이 남아 있지만, 양준은 대한국에 있고 그녀는 천랑국에 있으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종문에 돌아가면 사부님께 머릿속 낙인을 지워 버릴 방법이 없는지 물어봐야지.’

양준은 자맥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뒤돌아 빛의 속도로 떠나갔다.

가는 길에 며칠 전 무승의와 접전을 치른 곳을 지나게 되었다. 무승의의 시체는 이미 사라지고 근처에 새로 파낸 흙더미가 있었다. 자맥이 뒤처리를 한 모양이었다.

‘참, 영리하고 세심하다니깐.’

하루 뒤, 양준은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로 가서 마차를 빌렸다. 마부에게 목적지를 알려주고는 마차 안에서 폐관 수련을 하며 경지를 공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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