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250화 (250/853)

제 250장. 연단을 할 줄 모릅니다

“사형, 이쪽은 제 호위인데 얘도 도전해 볼 수 있을까요?”

동경연이 양준을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

“호위라고?”

진택은 양미간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양준을 스쳐 보았다. 비록 혐오감까지는 아니지만, 대놓고 경멸감을 드러냈다.

“이 호위는 어렸을 때부터 절 따라다니며 보호하던 사람이라…….”

진택은 의미심장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동경연과 양준 사이에 오랫동안 함께한 정이 있다고 오해한 것이 분명했다.

그는 더 깊이 따지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도전이야 해볼 수 있지. 소 사숙께서 제련한 독단도 많이 남아 있으니까.”

그는 말을 마치고 무심코 물었다.

“몇 등급의 연단사지?”

동경연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는 연단을 할 줄 모릅니다…….”

“연단을 할 줄 모른다고? 아니 연단도 못 하면서 무슨 시험을 보겠다는 것이야. 연단이 장난인 줄 알아? 약왕곡이 그렇게 만만해 보이는가? 연단할 마음도 없으면서 어떻게 시험을 통과할 수 있겠는가?”

진택은 얼굴빛이 흐려지더니 크게 꾸짖었다.

양준은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소 대사님께서 이 관문을 만들 때, 연단 경험이 없으면 시험 볼 자격이 없다고 하셨나요?”

진택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사숙께서는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연단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자가 앞으로 단도(丹道)에서 멀리 나갈 수 있을 리가 없다. 평생을 연단하는 데 바칠 생각이 없다면 함부로 장난질하지 마. 여긴 네가 장난할 곳이 아니다.”

양준은 표정을 바꾸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알기로는 소 대사님께서도 스물예닐곱 되어서야 처음으로 연단술을 접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겨우 열일곱 살입니다. 소 대사님께서 연단술을 처음 접한 나이보다 십 년이나 어리다고요.”

이 정보들은 방금 전에 귀동냥으로 알게 된 것이었다.

진택은 미간을 찌푸리며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아래쪽에서 대뜸 누군가 욕설을 퍼부었다.

“네가 뭔데 감히 소 대사님과 비교하는 거야?”

“그분은 타고난 재능이 있기 때문이야. 스물예닐곱 살이 아니라 사오십 대에 접하셨다 해도 충분하다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대사님과 비교할 수가 있단 말이냐?”

“그만!”

진택이 노하여 고함을 치자, 아래쪽은 바로 조용해졌다.

진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양준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이나 지나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말도 일리가 있다. 사숙께서 연단사만 참가해야 된다고 말씀하시지 않은 이상, 너도 자격이 있어. 그럼 가서 독단을 먹어 보거라.”

양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약왕곡 세 제자들의 냉소를 받으며 독단 한 알을 꺼내 입에 넣었다.

동경연은 초조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양준은 빙그레 웃어 보이고는 한쪽에 걸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진양결을 돌리자 양준의 몸에서 뜨거운 기운이 내뿜어졌다. 진택은 눈썹을 꿈틀하더니 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에는 양준을 얕잡아보았지만, 지금 그의 진원을 감지하고는 그리 평범한 소년이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어린 나이에 이미 진원 경지에 이르렀군. 이런 자질로 단도에 한눈팔지 않고 무도만 닦는다면 훗날 큰 성과를 이룰 수 있겠어. 일개 호위가 이 정도라니… 동씨 가문도 만만치 않군.’

독단은 양준의 뱃속에 들어가자마자 완전히 녹아들면서 곧장 경맥으로 흘러들었다. 독 기운은 경맥 속에서 진양원기에 의해 융해되었고, 양준은 몇 주천을 돌리고 나서 독소들이 더는 작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감지했다.

다시 약 기운을 위로 끌어 올리자 입속에서 탁기(濁氣)로 모였다.

양준은 순간 ‘아차’ 싶었다.

동경연은 이십 분의 시간을 들여서야 시험을 통과했다. 그런데도 진택은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만약 자신이 고작 원기를 몇 주천 돌리고 관문을 통과한다면,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알 수 없었다.

‘너무 빨리 독을 해소했어!’

여기까지 생각한 양준은 탁기를 입안에 가둬 둘 수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입 밖으로 뱉어 내지 않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공법을 계속 펼쳤다.

양준은 이십 분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몰래 원기를 돌려 입속의 탁기를 미간 쪽으로 내몰았다.

곧이어 양준의 양미간에 검은 기운이 옅게 생겨났다.

진택은 깜짝 놀랐다.

이는 분명 시험이 마지막 고비에 이르러서야 나타나게 되는 증상이었다. 지금까지 시험을 치른 몇백 명의 연단사 중에서 왕제인과 동경연만이 여기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전자는 실패하고, 후자는 성공했다.

‘어떻게 호위가 여기까지 할 수 있는 거지? 또 한 명의 연단 귀재인가?!’

진택은 양준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긴장한 나머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소 사숙께서는 이번 시험에서 합격자가 한 명만 나와도 만족한다고 하셨는데.’

현재 동경연은 이미 통과되었다. 만약 또 한 명이 통과된다면…….

‘사숙께서 엄청 기뻐하시겠지? 운은봉의 미래가 더욱 밝아졌어.’

진택이 긴장하고 있을 때, 양준의 양미간에 감돌던 검은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진택은 숨을 죽이고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지켜보았다.

이제, 승패는 다음 순간에 달려 있었다.

애타게 기다리는 동안, 양준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한참이나 지나서 진택의 눈이 시릴 때쯤, 양준의 미간에 다시 검은 기운이 나타났다.

‘무슨 상황이지?’

진택은 어리둥절해졌다. 양준의 반응은 왕제인처럼 검은 피를 토해 낸 것도 아니고, 동경연처럼 성공적으로 검은 기운을 몰아낸 것도 아니었다. 검은 기운이 양미간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사숙께서 말씀해 주신 상황이랑 맞지 않은데?’

진택이 마음을 졸이며 의문스러워하는 사이에 검은 기운이 다시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미처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검은 기운이 또다시 나타났다.

진택의 마음은 검은 기운이 나타남과 사라짐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했다. 결과를 알 수 없는 기다림은 사람을 매우 고통스럽게 했다. 특히나 아직도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피가 말랐다.

드디어 양준이 입을 벌리더니 짙은 탁기를 토해 냈다.

양준은 탁기를 토해 낸 뒤, 몸이 축 처지더니 기운이 빠진 듯했다.

‘우라질! 드디어 토해 냈군. 몇 번 더 반복했다가는 내 심장이 견디지 못했을 거야.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진택은 눈썹을 찌푸리고 깊은 사색에 잠겼다.

‘이 녀석의 자질은 사숙이 정한 표준에 겨우 합격한 건가?’

“진 사형… 어떤가요?”

동경연이 머뭇거리며 진택에게 물었다.

진택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자질이 사매보다 조금 부족하지만, 어쨌든 통과했어.”

‘또 통과했다고?’

시험대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진택의 말에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전에 그렇게 많은 이들이 도전했지만 한 명도 성공하지 못한 데다, 심지어 왕제인마저도 검은 피를 토할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범급 중품 연단사가 통과한데 이어, 그녀의 호위까지 시험을 통과하자 도저히 결과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진 선배님, 그 녀석이 속임수를 쓴 건 아니겠죠?”

아래쪽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맞습니다. 선배님, 그 녀석은 연단도 못할 뿐만 아니라, 등급도 없는 놈입니다. 어떻게 소 대사님의 시험을 통과할 수 있습니까?”

“그 녀석은 분명 꼼수를 써서 통과했을 겁니다. 저희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진택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날카롭게 아래쪽을 쏘아 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이 독단은 소 사숙께서 직접 제련하신 단약이다. 신유 경지의 무인이 먹어도 연단 자질이 없으면 똑같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강력하지. 인정 못 하겠으면 한 번 더 도전해 보든지. 그러고도 계속 의심을 한다면 이는 우리 약왕곡과 소 사숙을 욕보이는 것이다!”

약왕곡과 소부생까지 들먹이자 아래쪽은 금세 조용해졌다.

“제길, 연단을 해본 적도 없는 호위도 통과하는데 내가 안 될 리 없지.”

한 연단사가 이를 갈며 시험대로 다시 뛰어올라갔다.

많은 이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잠시 뒤, 수많은 사람들이 독단에 중독되어 쓰러졌다.

항아리에 가득 들어차 있던 독단은 적어도 5~600알 정도 되었는데, 점심때쯤 전부 바닥나 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시험을 통과한 이는 오로지 동경연과 양준, 두 사람뿐이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왕제인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해 탈락했다. 이때에 이르러서야 사람들은 소부생이 제자를 널리 받아들이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시험이 끝나자 진택은 빙그레 웃으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사제, 사매는 언제쯤 나와 함께 운은봉으로 갈 것이냐? 사숙께서도 이번에 두 명이나 합격한 걸 알면 무척 기뻐하실 거야.”

양준은 무뚝뚝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지금 신분은 호위이기에 앞에 나서서 말할 수 없었다.

동경연이 웃으며 말했다.

“오라버니한테 얘기하고 바로 입문하겠습니다.”

“오, 그럼 함께 가면 되겠구나. 얼른 작별 인사를 하고 운은봉으로 가자꾸나.”

진택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그들을 약왕곡으로 데리고 가려 했다.

*동씨 약방 3층, 동경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동경연이 소부생의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은 이미 그에게 전해진 상태였다.

그는 누이동생이 어려서부터 연단에 심취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런 쾌거를 이룰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소부생의 제자가 되다니! 이는 어느 누구도 거절할 수 없는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동경연은 어려서부터 응석받이로 자란 탓에, 갑자기 낯선 환경에 가게 되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동씨 가문이 약왕곡과 척을 질게 아니라면, 동경연을 약왕곡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동경한이 연신 쓴웃음을 짓고 있는데, 풍운쌍위가 얼굴빛이 변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와 양 공자님 그리고 약왕곡의 책임자께서 오셨다고 합니다.”

동경한은 잠깐 어리둥절해하다가 서둘러 일어났다.

“마중하러 나가지!”

그들이 미처 방문을 열지도 못했는데, 아래쪽에서 쿵쾅거리며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문을 열어 보니, 동경연이 경쾌한 걸음으로 깡충깡충 뛰어올라오고 있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나 성공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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