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252화 (252/853)

제 252장. 소부생을 만나다

그들이 떠나간 뒤에야 두 부인은 양준과 동경연을 손짓해 부르더니, 만면에 미소를 띠고서 숙소를 마련해 주었다.

운은봉은 오랫동안 그녀들과 소부생 세 명뿐이었다. 게다가 소부생은 늘 폐관하여 연단만 했기 때문에 열흘에 한번 볼까 말까였다. 다년간 서로만 의지하며 지내오다가 양준과 동경연이 오고 나서 생기가 넘치자 그녀들은 무척이나 기뻐했다.

운은봉은 다른 산처럼 특별히 주의할 것도 없고, 여러 가지 속박도 없었다. 모든 것이 매우 자유로웠다.

두 부인은 양준과 동경연의 거처를 마련해 주고 떠났다.

운은봉에서 사흘간 지냈지만 소부생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두 부인이 양준과 동경연을 자주 찾아와 살갑게 보살펴 주었다.

사흘 뒤, 동경연은 한창 소부생이 언제쯤 출관할지 꿍얼거리고 있었다.

이때, 강력한 원기 파동이 멀지 않은 곳에서 전해졌다.

양준은 얼굴빛이 살짝 변했다. 그는 동경연과 마주 보고는 재빨리 밖으로 뛰쳐나갔다.

두 부인도 이미 밖으로 나와 집 하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은 소부생의 거처였다.

얼마 안 되어 방문이 열리더니, 안에서 백발에 흰 수염을 한 예순쯤 되어 보이는 노인이 걸어 나왔다. 노인의 얼굴은 온화했다. 그러나 이 순간만큼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그는 걸으면서 손에 든 황금빛 단약을 살펴보고 있었다.

동경연은 바짝 긴장했다.

마음속으로 우러러보던 이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심정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양준도 연단계 전설이라는 인물을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그에게서는 원기 파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그냥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반 노인이었다.

그러나 소부생은 결코 일반인일 수 없었다. 그는 적어도 신유 경지의 고수였다.

양준은 저도 모르게 숙연해졌다.

‘온몸의 원기를 이 정도로 숨길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군.’

“단문이 없어. 단문이… 이것도 쓸모없게 됐군.”

소부생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두어 마디 중얼거리더니 길게 탄식했다.

양준은 그의 손에 든 단약을 힐끗 보았다. 단약은 영기가 넘쳐 몇 장 밖에서도 약 향기를 맡을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둥글고 윤택이 나는 것이 천급 이상의 좋은 단약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런 단약도 소부생에게 있어서는 아무 가치도 없는 모양이었다.

“대사님, 신입들을 데려왔습니다.”

향씨 이모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소부생은 그제야 깊은 생각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렸다. 그는 손이 가는 대로 단약을 부인에게 던져 주고는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양준과 동경연을 훑어보았다.

“오, 좋아, 좋아.”

그는 동경연 주위를 몇 바퀴 돌더니 연신 칭찬했다.

동경연은 얼굴이 굳어져 정색한 채로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

소부생은 또 양준의 주위를 몇 바퀴 돌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좋긴 한데, 살기가 너무 강하군!”

양준은 괜히 가슴이 뜨끔했다.

“둘 다 모두 손을 내밀어 보거라.”

양준과 동경연이 한쪽 손을 내밀었다. 소부생은 손가락을 두 사람의 손목에 얹고 한참 동안 살펴보았다. 이내,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더니 눈에는 빛이 은은하게 반짝였다. 그는 의미심장하게 양준을 바라보았다.

“녀석, 시험 볼 때 속임수를 썼구나.”

양준은 어리둥절해 있다가 곧 겸연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모두 꿰뚫어 보고 계시는군요.”

동경연은 깜짝 놀라 얼른 양준을 위해 변명했다.

“아니에요. 양준은 독단을 먹은 뒤에 직접 독소를 밖으로 배출했습니다. 어떻게 속임수를 쓸 수 있나요?”

소부생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 녀석이 자질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일부러 시간을 끌다가 독소를 내뱉어 실력을 감추었다는 뜻이다. 이목을 끄는 게 싫었던 모양이구나.”

“네?”

동경연은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두 부인도 아름다운 눈에 이채를 띠더니 의아한 눈초리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양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소부생은 가볍게 웃으며 몸의 먼지를 털었다.

“내가 직접 만든 관문인데 왜 모르겠느냐?”

소부생이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양준은 그제야 독단에 숨겨진 비밀을 알 수 있었다.

그 한 항아리의 독단은 제련하기가 복잡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재료도 평범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많이 만들 수가 없었다.

독단의 가장 중요한 작용은 한 사람의 원기 순도를 검증하는 것이었다. 원기가 충분히 깨끗하다면 독단을 복용한 뒤,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었다.

원기의 순도는 많은 것과 연관된다. 무인이 수련하는 공법, 무공, 복용한 단약, 체질 등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 시험을 치른 연단사들은 연단을 평생 직업으로 삼았으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체내의 원기가 혼탁해져 있었고, 그 때문에 소부생의 시험을 통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양준은 수련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오직 진양결 하나만 수련했다. 게다가 끊임없이 원기를 담금질했기에 체내 진원의 순도가 소부생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은 놀라울 일이 아니었다.

동경연의 경우도 비슷했다. 그녀가 수련한 것은 화성 공법이었다. 그리고 동씨 가문이 부유한 덕분에, 그녀가 이합 경지 절정에 이르렀을 때, 가문에서는 그녀를 진원 경지에 올리기 위해 수많은 천재지보를 구해 주었다. 그 때문에 원기가 단연 순수할 수밖에 없었다.

소부생은 말을 마치고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내가 만든 독단은 연단사들이 먹었을 때 구 할의 사람들은 통과할 수 없단다. 연단사들은 원기 순도를 크게 신경 쓰지 않거든. 그들은 연단할 때, 직접 단약을 먹어서 약성을 파악하다 보니, 체내에는 각종 약 기운이 충돌하고 쌓이게 돼. 원기가 순수할 수가 없지. 그런데 만약 화성 또는 양성 공법을 수련한, 자질이 뛰어난 이들이 복용하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양준은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

‘어쩐지 독성을 해소하는 게 동경연보다 빠르다 했더니.’

그러나 소부생의 시험에 참가하는 이는 모두 연단사일 수밖에 없었다. 양준같이 특별한 목적을 가진 무인들만이 시험에 참가했을 것이다.

연단사 중에서 이러한 후계자를 찾기란 정말 어려웠다.

동경연이 순조롭게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동씨 가문에서 그동안 그녀가 연단하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만약 그녀도 어려서부터 연단술을 배웠다면 이번에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연단사의 길을 잘못 걸었단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야.”

소부생은 길게 탄식했다. 그의 얼굴에는 말할 수 없는 쓸쓸함과 유감이 어려 있었다.

양준은 눈썹을 찌푸리고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대사님, 차라리 재능 있는 어린아이를 데려다 육성하셨으면 더 좋지 않았겠습니까?”

“어린아이… 내게는 시간이 없다.”

소부생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양준은 마음이 움찔해 의아한 눈빛으로 소부생을 바라보았다.

두 부인도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하려다가 끝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경연은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다가 놀라서 말했다.

“대사님, 설마…….”

소부생은 가볍게 웃으며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괜찮다. 아직 몇 년은 더 살 수 있으니까. 평생 현급 상품을 돌파하지 못할 것 같군. 현급 위의 영급은 어떤 차원인지 정말 보고 싶구나.”

그의 말에는 동경과 아쉬움이 서려 있었다.

곧이어, 소부생은 금방 기운을 차리더니 패기만만해서 말했다.

“나는 이루지 못했지만, 영급 연단사를 육성해 낼 거다. 세상에 영급 연단사가 없는 상황을 타파해야지. 너희들이 노력해 주길 바란다.”

이런 이유로 소부생은 제자를 거두려 했던 것이다. 그는 평생을 연단술에 바쳤지만 끝내 영급에 오르지 못했다. 유감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는 누구도 비견될 수 없는 풍부한 연단 지식이 있고, 직접 경험한 단도의 길이 있었다. 그는 꼭 본인을 뛰어넘는 제자를 육성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양준은 소부생의 다짐을 알아차리고 한참 동안 갈등하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전 연단을 배우기 위해 운은봉에 온 것이 아닙니다.”

소부생은 미간을 찌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전 무도의 정상에 오르고 싶습니다. 단도까지 배울 여력이 없습니다.”

양준은 솔직하게 말했다. 그가 이번에 운은봉에 온 목적은 이곳의 지리적 조건을 이용해 단성봉에 접근하기 위함이었다.

소부생이 흉금을 털어놓고 얘기하자, 양준은 그를 기만할 수가 없었다. 단성봉에 가려는 것까지는 밝힐 수 없지만, 그를 속인 채 연단술을 배울 수는 없었다.

양준의 말에 두 부인도 금세 양미간을 찌푸리더니 불쾌한 표정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오히려 소부생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연단의 길에 오르면 무도의 정상에 오르지 못한다고 누가 그러더냐?”

양준은 그의 말을 듣고,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

소부생은 첫 만남에서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다. 이미 반쯤 황천길에 오른 사람이지만, 여전히 패기만만한 그의 모습은 젊은이들도 갖추지 못한 것이었다.

소부생은 양준과 동경연에게 스승으로 모시라고 하지 않고, 그대로 묵게 했다.

그 뒤 며칠이 지났으나, 소부생은 몇 번 마주치지 못했다. 그래도 동경연은 여전히 그를 ‘사부님’이라고 불렀고, 양준은 ‘소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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