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255화 (255/853)

제 255장. 이제 뭘 하면 되죠?

양준 쪽은 향씨 이모가 맡았다. 향씨 이모의 지시를 받고 양준은 윗옷을 탈의한 채, 바지만 입고 약탕 안으로 들어갔다.

“향씨 이모, 이제 뭘 하면 되죠?”

양준은 따뜻한 온도를 느끼자 온몸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소 선생님이 알려 주신 공법을 운행해 봐! 그 공법은 바로 이 약탕의 약효를 흡수하기 위한 거야. 이 약재들은 구하기 쉽지 않아. 소 선생님께서도 많은 정성을 들여서 겨우 두 항아리 준비하셨지. 세심하게 잘 운행해 봐. 약효를 낭비해서 소 선생님의 정성을 저버리지 말고.”

“알겠습니다!”

양준은 진지한 얼굴로 대답한 뒤, 눈을 감고 공법을 운행하기 시작했다.

공법을 운행함과 동시에 양준은 온몸의 모공이 모두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내, 약탕의 약효가 마치 날카로운 바늘로 변해 촘촘하게 온몸의 모공을 따라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양준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며 몸을 흠칫 떨었다.

오히려 옆방 동경연 쪽에서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곱게 자란 아가씨인 동경연이 언제 이런 고통을 견뎌 보았겠는가?

난씨 이모가 위로하는 목소리가 옆방에서 들려왔다. 향씨 이모는 이곳에서 양준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진중한 표정으로 양준을 주시하던 그녀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소부생은 이 약탕으로 몸을 씻으면 효과가 탁월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고통은 일반 사람들이 견디기 힘든 것이니 양준과 동경연이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했었다. 지금 보니 양준 쪽은 전혀 문제가 없는 듯했다.

고통은 점점 커져 갔다. 잠시 뒤, 피부 뿐만 아니라 경맥과 오장 육부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마치 수만 마리의 개미들이 그의 몸을 물어뜯는 기분이 들었다.

양준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온몸의 피부는 새빨갛게 변했지만, 양준은 공법을 운행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고통 속에서 묵묵히 한 시진을 버텨내자, 갑자기 고통이 훨씬 줄어든 듯했다.

한계에 달하자 고통이 덜해지는 느낌이 점점 강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을 짓누르고 있던 고통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오히려 아주 시원하고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양준은 깊이 한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에는 생기가 넘쳤다.

향씨 이모는 흐뭇한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웃으면서 한참 귀를 기울이다가 입을 열었다.

“소 선생님께서 너희 둘의 감내하는 능력을 낮잡아 보신 모양이야. 저쪽도 잘 버티는 것 같은데.”

그녀는 말을 하면서 각종 약재를 약탕에 던져 넣고는, 돌아서서 화로에 부채질을 했다.

양준은 더 이상 공법을 운행할 필요가 없었다. 몸속에 밀려드는 약효와 함께 공법이 스스로 운행되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준은 살이 단단해지는 느낌과 함께, 경맥이 더 견고해지고 체내에 진원이 점차 순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향씨 이모, 이 약탕을 동 아가씨께 남겨 주세요.”

향씨 이모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이 약탕은 약효가 너무 강해서 한 사람당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어. 너희 아가씨가 두 번 이용하면 경맥이 견디지 못할 거야.”

그녀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 소 선생님께서 네 능력을 높게 사고 있어. 네가 원하는 길이 연단사의 길과는 다르지만 말이야.”

“이 약탕의 효력은 뭔가요?”

양준은 호기심이 동해 물었다.

향씨 이모는 잠깐 생각하다가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소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본질적으로 한 사람의 경맥을 개선할 수 있대. 너희들이 나중에 다른 것을 수련할 때, 원기가 맑아져 더 쉽게 수련할 수 있게 해준대.”

“이게 연단과 상관이 있나요?”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가 갑자기 소부생을 처음 봤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그는 이런 말을 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연단사의 길에 잘못된 방식으로 들어섰지. 나도 마찬가지였어.”

양준은 지금까지도 소부생의 말에 담긴 쓸쓸함과 아쉬움이 느껴졌다.

향씨 이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지. 소 선생님께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터득해 내신 거야. 다만 너무 늦게 깨달으신 거지. 연단사도… 무인과 같아. 순수한 원기가 갖춰져야 좋은 단약을 만들 수 있어. 그래서 그런 식으로 제자를 뽑으신 거고.”

머리를 쓸어 올린 향씨 이모는 깊은 사색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어. 만약 제자를 들이면 꼭 알려 주고 싶은 가르침이 있으시대.”

“어떤 가르침이요?”

“신유 경지에 이르지 않으면 연단도 하지 않는 것!”

향씨 이모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게 진리라고 할 순 없지만, 소 선생님께서 평생 연단하면서 얻으신 깨달음이야.”

‘신유 경지에 이르지 않으면 연단도 가르치지 않는다. 어쩐지 소 선생님께서 지금까지 동경연에게 어떤 연단술도 전수하지 않고, 한 달간 그녀의 경지 상승에만 관심을 가지신다 했어.’

“네가 연단술을 익힐 마음이 있다면, 소 선생님께서 바라시던 인재인 셈이지!”

향씨 이모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소부생은 줄곧 연단사를 양성하기 전에 신유 경지의 무인을 양성시키려고 했다. 그리고, 양준이 가려는 무도의 길이 이 요구에 부합되었다.

“소 선생님께서 절 굉장히 아껴 주시네요.”

양준은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실력이 일정한 정도에 도달하기 전에는 다른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연단사는 존귀하고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만, 양준이 추구하는 길이 아니었다.

“참, 어제 네가 운래봉(雲來峰) 단(段) 장로의 세 제자들을 때렸다면서?”

향씨 이모는 양준이 난감해할까 봐 화제를 돌렸다.

양준은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벅벅 긁더니 대답했다.

“전 그들이 말한 대련이 연단술인 줄 몰랐어요…….”

향씨 이모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더니 한참 뒤에야 웃음을 가라앉혔다.

“지금 밖에서 운은봉에 연단술은 별로지만, 싸움 실력이 대단한 깡패 녀석이 들어왔다고 소문났어!”

“소 선생님께 누가 되지는 않겠죠?”

양준이 미안한 안색으로 물었다.

향씨 이모가 고개를 저었다.

“크게 다친 건 아니라 괜찮아. 다만 오늘 아침에 일러바치러 온 사람들이 있었어. 다음부터는 아무나 공격하면 안 돼.”

“물론이죠!”

양준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번 일을 떠올릴 때마다 창피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꼬박 하루 동안 향씨 이모는 화로 근처에서 분주히 보내며 수시로 약탕에 약재를 집어넣었다. 저녁이 되어서야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땀범벅이 된 얼굴로 양준에게 약효를 다 흡수했으니 나와도 된다고 했다. 그제야 양준은 쉬러 방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돌아온 양준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은 채, 몸의 변화를 느껴 보았다.

경지도 살짝 올랐고 몸속의 진원도 순수해졌지만, 가장 현저하게 개선된 것은 경맥이었다.

향씨 이모는 약탕의 가장 주요한 작용이 바로 경맥을 개선하여 앞으로 수련할 때 원기를 더욱 쉽게 수련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즉, 더욱 쉽게 원기를 순수하게 만들어 준다는 말이었다.

이런 이점은 당장은 느낄 수 없지만, 앞으로 수련하는 평생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진양결을 운행해 본 양준은 갑자기 진양결의 운행 속도가 전보다 훨씬 빨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또 몸으로 흡수한 천지 기운도 전보다 조금 더 순수해진 듯했다. 이런 변화는 미세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처럼 오랫동안 누적되면 그 효과는 평범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날이 밝자, 소부생은 양준과 동경연을 함께 불러들였다.

그는 연단술을 가르치지 않고, 원기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전수했다. 이는 연단술과 크게 연관되어 있었다. 연단사는 단약을 제조할 때, 자신의 원기를 자유자재로 통제해야 했다. 멀리 내다보았을 때, 좋은 단약을 제조하려면 원기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이 필수적인 조건이었다.

원기를 통제하는 수단은 무인에게도 중요했다. 무인들은 싸우는 도중에 무공을 펼칠 때마다 원기를 조종해야 했다. 모든 고수들은 자신의 원기를 정확하게 계산하여, 무공을 펼칠 때 적정량 이상의 원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정확한 계산으로 이루어진 원기만이 가장 강력한 공격을 펼칠 수 있었고, 오랜 시간 동안 원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수단은 소부생이 연단할 때 스스로 터득한 것으로서 그의 가장 소중한 경험 중 하나였다. 그는 이것을 남김없이 모조리 전수해 주었다.

이 전수는 여러 날 동안 지속되었다. 반복되는 가르침을 받으며 양준과 동경연 두 사람은 방법을 머릿속 깊이 새겼다. 이제 남은 것은 실천뿐이었다.

이때가 되자 양준은 갑자기 소부생이 처음 만난 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누가 연단하면 무도의 정상에 오르지 못한다고 하더냐?”

소부생이 이 말을 할 때 그의 얼굴에는 짙은 자신감이 흘렀다. 단순히 이 원기를 조절하는 수단만 보아도, 그의 대단한 실력을 엿볼 수 있었다.

양준은 진심으로 그에게 존경심이 들었다. 소부생이 한 말에는 모두 깊은 의미가 담겨 있어 잘 생각해 볼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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