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4장. 능소각의 변고
비록 세 사람은 창운사지 고수에 비해 경지가 낮았지만, 전력으로 사용한 무공은 이 고수가 당황할 정도의 위력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양준이 펼친 공격은 진원이 더없이 순수하고 위력이 강해, 맞는다면 어느 정도 타격이 있을 것이다.
다급히 손을 거둔 그는 세 사람의 공격을 손쉽게 풀고는 차갑게 말했다.
“꺼져. 너희들과 놀아줄 시간 없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는 두 손이 앞으로 날아왔다.
천지의 기운이 갑자기 흐트러지더니 꽃향기가 공간 속에 맴돌면서 공중에서는 각종 꽃잎이 나풀거렸다. 마치 하늘에서 꽃 비가 내리는 것처럼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양준은 경악한 얼굴로 이 모든 것을 주시했다. 하응상과 동경연도 마찬가지였다.
꽃 비 속에서 향씨 이모와 난씨 이모는 모습을 변화시키며 각각 왼쪽과 오른쪽에 서서 창운사지의 고수를 포위하고 공격했다. 그들의 초식은 가볍고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날씬한 몸이 흩날리는 꽃잎들 속에서 나풀나풀 춤을 추었다.
“이게…….”
창운사지의 무인은 안색이 변하면서 저도 모르게 꽃향기를 흡입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몸이 나른해졌다. 그는 겁에 질려 소리쳤다.
“이런 신법을 가지고 있었다니!”
“흥!”
소부생은 뒷짐을 지고 차갑게 코웃음 쳤다.
“여기까지 온 이상, 살아 돌아갈 생각은 말 거라.”
“이런, 당했어!”
그 사람은 처참하게 비명을 질렀다. 향씨 이모든, 난씨 이모든, 지금 이 순간 드러낸 실력은 전혀 그에 못지 않았다. 그런 두 사람이 손을 잡은 데다가 옆에서는 소부생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그가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두 부인은 아무 말없이 차가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향씨 이모가 손을 내밀더니 우아하게 공중에서 흩날리는 꽃잎을 움켜쥐고 튕겼다.
푸슉-!
꽃잎이 창운사지 고수의 어깨를 관통했다. 그는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 댔다.
난씨 이모는 두 손을 흔들며 풍만한 몸을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러자 하늘을 가르는 꽃잎이 갑자기 나비처럼 움직이며 고수를 겹겹이 포위했다.
곧이어 처참한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꽃 비가 땅에 떨어져 사라졌을 때에는 이미 그의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뒤였다. 그는 옷이 전부 찢기고, 선혈이 낭자했다.
세 젊은이는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특히 양준과 동경연이 심하게 놀랐다. 두 사람은 향씨 이모, 난씨 이모와 함께 보낸 시간이 하응상보다 훨씬 길었지만 그녀들이 무인이라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외부에서도 그렇게 알려져 있었다. 운은봉에 소부생을 제외하고 유명하지 않은 일반인 시녀 두 명이 소부생을 시중들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들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두 명의 평범한 시녀들은 순식간에 신유 경지 5,6단계의 고수로 탈바꿈했다.
변화가 너무 커서 동경연은 심지어 이 두 부인이 연약하고 우아한 향씨 이모와 난씨 이모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양준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소 선생님께서 여유 부리신 이유가 있으셨군. 옆에 두 고수가 지키고 있을 줄이야.’
향씨 이모와 난씨 이모는 창운사지의 고수가 반격할 수도 없게 손을 썼다. 꽃 비가 공중에 흩날리자 두 사람은 몸을 움직이며 매 일격마다 그의 몸에 상처를 냈다. 그렇게 그들은 완벽하게 우위를 차지했다.
긴 휘파람 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 그 소리는 급박하고 우렁찼다.
이 소리를 들은 다섯 명의 고수는 몽무애와의 접전을 멈추고,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갑자기 몸을 움직여 일제히 진법에서 나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도망쳤다.
몽무애도 추격하지 않고 허공에 머무른 채, 깊이 숨을 들이쉬며 들끓는 기혈을 가라앉혔다.
남겨진 신유 경지의 무인은 일행이 모두 떠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온몸의 진원을 맹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기가 점점 더 짙어졌다.
“저 사람을 막아!”
소부생의 안색이 변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향씨 이모와 난씨 이모가 손을 뻗어 그를 막으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진원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사지도 축 늘어졌다.
그는 경맥을 끊고 자결해 버렸다.
“하하…….”
그는 죽기 전까지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가소로운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사주(邪主)께서 돌아오실 것이다. 일찍이 창운사지에 굴복한다면 죽음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을 마친 그는 푹 고꾸라졌다.
소부생의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중얼거렸다.
“사주라니…….”
창운사지가 약왕곡을 습격하여 약왕곡 제자를 백 명 넘게 납치해 갔다. 심지어 장로 세 명도 생포되었는데, 약왕곡의 연단 대회에 참가하러 온 연단사들도 얼마나 실종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것 말고도 각 큰 세력의 제자들도 많이 죽고 다쳐, 약왕곡의 열두 산봉우리에서는 곳곳에서 시체를 찾아볼 수 있었다. 선혈이 땅을 물들였고, 산골짜기 마을에서는 수많은 집들이 무너져 손실을 따지기도 힘들었다.
곳곳에서 신음소리가 넘쳐났다.
창운사지의 이번 행동은 천하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였다. 모든 세력들은 이에 분노했다. 중도 8대 가문도 이튿날 사람을 파견하여, 창운사지에게 반격하고 연단사를 구해오자고 논의했다.
하지만 소부생이 전한 소식에 그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사주가 돌아온다!
이는 창운사지의 신유 경지 고수가 죽기 전에 했던 말이었다.
창운사지가 차지하는 면적은 너무나도 컸다. 안에는 수많은 고수들이 있었고, 사마도 곳곳에 널려 있었다. 창운사지는 구역이 너무 큰 나머지, 여섯 명의 사왕(邪王)이 각각 자신의 구역을 맡아서 통치했다. 비록 모두 창운사지에 속했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서로 건드리는 법이 없었다. 육대 사왕 위에 있는 것이 최고 수령인 사주였다.
이 사주의 자리는 이미 백여 년이나 비워져 있었다.
사주의 자리는 쉽게 차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육대 사왕은 실력이 강했고, 중도 8대 가문의 으뜸가는 고수들에 비해 실력이 못하지 않았으며, 수하들도 많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창운사지를 통치해 온 그들도 감히 사주의 자리를 넘보지 못했다.
백 년 전, 창운사지에는 사주가 한 명 있었다. 그는 실력이 뛰어나고 신수가 강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결국 중도 8대 가문이 손을 잡고 무찔러서야 겨우 그 사주를 죽일 수 있었다.
그때의 전쟁으로 8대 가문의 고수들도 많이 죽고 다쳤다. 백 년이 지나서야 겨우 원기를 회복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창운사지에 또 사주가 나타난다고 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다른 사람이 이 소식을 전했더라면 믿지 않았겠지만, 소부생이 한 말이니 상황이 달랐다.
세상 전체가 떠들썩해지고 분위기가 긴장되었다. 각 큰 세력에서 첩자를 보내 창운사지에서 믿을 만한 정보를 캐내려고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믿기 힘들었다.
창운사지에 정말로 내력이 신비한 사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나타나자마자 절대적인 실력으로 육대 사왕을 수복하고, 창운사지 전체를 손에 움켜쥐었다고 했다.
상황이 위태롭게 돌아가자 인심이 흉흉해졌다.
*운은봉. 양준과 소부생은 작별을 고했다.
양준은 약왕곡에 온 목적을 이루었고, 이미 오랫동안 능소각으로 돌아가지 못했으니 지금 돌아가는 것이 당연했다.
소부생은 이미 이렇게 될 줄 알았는지 크게 안색을 바꾸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
“네가 약왕곡에 다른 목적으로 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운은봉에 들어온 이상 넌 우리 운은봉의 제자다. 나중에 시간 되면 자주 놀러 오너라.”
“네.”
양준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진지하게 작별을 고했다.
하응상은 아쉬웠으나 양준이 마음먹은 것을 보고 잡지 않았다.
더구나 양준은 어젯밤에 이미 그녀에게 이 사실을 미리 말해 주었고, 유염액 한 방울과 세혼로 한 방울, 그리고 만약영액도 많이 건네주었다. 하응상은 이미 진원 경지 7단계로 실력의 발전 속도가 아주 빨랐다. 양준이 그녀에게 건네준 것들은 그녀가 손쉽게 신유 경지에 오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보물들이었다.
양준은 동경연에게 유염액 한 방울을 남겨 주었다. 그녀는 곧 진원 경지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염액 한 방울은 그녀의 진원이 더욱 순수해지게 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양준은 전에 연단진결에서 엿본 영진도 하응상에게 알려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통해 소부생에게 전해주었다.
이 영진의 도움이 있다면, 소부생은 현급 이상의 단약을 제조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진정한 그의 실력은 아니겠지만, 소부생의 평생 소망을 이룰 수 있었다.
소부생과 향씨 이모, 난씨 이모는 모두 양준을 잘 대해 주었다. 그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 영진밖에 없었다.
운은봉에서 내려온 양준은 진원을 아낌없이 소모하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능소각을 향해 뛰어갔다.
7~8일 뒤, 양준은 드디어 종문에 도착했다.
능소각에 발을 들이는 순간, 양준은 이곳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능소각 전체에서 옅은 사기가 느껴졌다.
양준은 낯빛을 흐리더니 발걸음을 빨리하면서도 길을 살피며 걸었다. 그러자 능소각 전체에 수심의 구름이 가득 낀 것을 발견했다. 곳곳에는 전투가 남긴 흔적으로 가득했는데, 능소각의 많은 제자들이 다급히 보따리를 들고서 종문을 떠나고 있었다.
“사형!”
양준은 아무리 보아도 그 영문을 알 수 없어 다급히 그중 한 사람을 잡았다.
“뭐야!”
그 사람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자신을 잡은 사람이 양준인 것을 발견하고 순식간에 표정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양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