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267화 (267/853)

제 267장. 변해버린 곤룡골

곤룡골은 마두와 싸우면서 격전으로 인해 생겨난 것이었다. 마두가 죽임을 당한 뒤, 곤룡골 바닥으로 떨어지며 뭔가를 남겼을 수도 있었다. 몇백 년이 지난 지금, 능태허의 둘째 제자가 그 무언가를 얻은 듯했다.

보아하니 둘째 제자도 복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곤룡골에서 나왔을 뿐만 아니라 창운사지의 사주가 되었다.”

“뭐라고요!?”

양준은 깜짝 놀랐다.

“그가 바로 사주라고요?”

능태허는 양준을 바라보았다.

“만난 적이 있느냐?”

“만난 적은 없고, 얼마 전에 약왕곡이 창운사지에 의해 크게 공격을 받았는데 사주가 지시했다고 했어요!”

“어떻게 된 일이냐? 자세히 말해 보거라!”

능태허는 아직 약왕곡의 변고에 대해 듣지 못해 다급히 물었다.

이는 능소각까지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한 달 전부터 능태허가 줄곧 기절해 있어 능소각의 다른 장로들이 미처 그에게 이 일을 보고하지 못한 것이었다.

“연단 대회 마지막 날에 약왕곡이 창운사지에게 공격을 당했는데, 그들이 큰 세력들의 공자와 아가씨들을 납치하고…….”

양준은 알고 있는 것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능태허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렇다면… 그는 반년 전, 심지어 더 오래 전에 이미 곤룡골에서 나왔다는 말이구나. 다만 우리 능소각을 공격한 것은 한 달 전쯤이니…….”

능태허는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말했다.

“이거 큰일이구나!”

“뭐가요?”

양준이 다급히 물었다.

“만약 외부에서 사주가 우리 능소각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능태허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능소각은 그저 이등 문파일 뿐이었다. 사주가 이곳에서 나왔다는 것을 큰 세력들이 알게 된다면 이곳은 분명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사주가 지시하여 약왕곡을 공격하고, 단성 유상을 망가뜨린 것은 하늘이 공노할 일이었다.

“우선 너는 소안을 만나거라. 일 년이나 떨어져 있었으니 할 얘기가 많겠지. 난 며칠 폐관해야겠다.”

능태허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번 재난을 피할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세상에는 바람이 새지 않는 벽이 없다고, 사주의 출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다른 사람들이 알아낼 것이다. 그때가 되면 능소각에 큰 위험이 닥칠 것이 분명했다.

장문인이 폐관하는 곳에서 나온 양준은 한숨을 쉬었다. 종문을 지키기에 자신의 힘이 너무 미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소각 전체를 둘러보자 상태가 매우 처참했다. 점점 많은 제자들이 떠나가고 있었고, 누구도 막는 사람이 없었다.

소안의 다락방에 도착한 양준은 훌쩍 뛰어올랐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소안이 침대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빙심결을 수련하고 있었다. 그녀는 외부의 변화에 전혀 동요되지 않았다.

양준이 온 것을 눈치채고 소안이 살며시 눈을 떴다. 차가운 얼굴에 홍조가 띠었다.

그녀에게 다가간 양준은 침대에 올라가 그녀의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마음을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수십 년을 함께 존중하며 산 노부부도 해내기 어려울 거야.’

“무슨 생각해?”

소안이 의아한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당신을 갖고 싶어요.”

양준은 씨익 웃으며 느긋하게 대답했다.

소안의 새하얀 목덜미가 불게 물들더니,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이미 네 것이야.”

“하지만 난 당신의 마음을 가지고 싶어요!”

소안은 고개를 들고 의아한 눈길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그녀의 눈에 기쁨이 점차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거예요.”

양준이 미소를 지었다.

소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양준은 이제야 그와 소안 사이에 부족한 것이 뭔지 알게 되었지만, 소안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줄곧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여인은 남자의 앞에서는 언제나 열세에 처했다. 특히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는 더욱 그랬다. 자신의 남자가 하는 일이 맞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있으면서도 남자가 본질을 알아차리기 전까지는 직접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총명한 여인이었다.

남자는 오로지 스스로 터득하고 깨달아야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같이 힘써 볼까요?”

양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소안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녀의 눈이 흐려지며 글썽거렸다. 그녀는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다렸다.

남자와 여자는 달랐다. 여인은 항상 첫 남자에게 특별한 감정과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 번의 합환공과 끝없는 기다림 속에서 소안은 이미 자신의 몸과 마음을 모두 양준에게 주었다.

두 사람 사이에 부족한 것은 양준이 스스로 깨닫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드디어 양준이 깨달았으니 소안은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당장 지금이 아니더라도, 어쩌면 아주 먼 미래에서도 둘은 마음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양준은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짓고는 손을 내밀어 소안의 무릎에 올려놓았다.

소안은 천천히 두 손을 양준의 손바닥 안에 놓았다. 뼈가 없는 것처럼 부드럽고 매끈한 소안의 손을 잡으니 양준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가볍게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은 뒤, 눈을 감고 공법을 운행시켰다.

합환공은 총 세 가지 단계로 나뉘어졌다. 첫 번째 단계는 육체적으로 친밀한 접촉을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야만 두 사람 사이에서 원기가 유동할 수 있었다. 이는 가장 처음 시작하는 단계였다.

두 번째 단계는 지금의 상태였다.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이다. 이때는 조금만 접촉해도 공법을 운행할 수 있었다.

양준의 깨달음으로 두 사람은 두 번째 단계로 들어섰고, 전보다 수련의 효율이 훨씬 높아졌다.

세 번째 단계야말로 진정한 마음을 나누는 것이었다. 그때가 되면 두 사람은 몇십 장, 심지어 백 장 넘게 떨어져 있어도, 몸속의 진원이 서로 호응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협력한다면 전투력은 더욱 상승하고, 합환공의 비밀 무공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진원은 양준의 몸에서 소안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다가 또 소안의 몸에서 양준의 몸으로 옮겨졌다. 두 사람의 진원은 서로 융합되며 더욱 순수해지고 확장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의 진원이 서로 융합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서로의 의식도 한데 융합되었다.

보이지 않는 의식에 휩싸이자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접촉할 때마다, 두 사람의 몸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용의 울음소리가 은은하게 양준의 몸에서 전해지자 소안의 몸속에 있는 봉황의 울음소리가 화답해 주었다.

두 사람이 수련하는 방 안에는 용과 봉황이 내뿜는 몽롱한 빛으로 가득 찼다. 그들이 춤을 추면서 두 사람의 수련은 전보다 훨씬 강한 효율을 띠었다.

이번 합환공 수련은 무려 닷새나 지속되었다. 진원이 서로 융합하면서 두 사람의 몸에 있던 불순물을 모두 제거했다. 양준의 실력이 공고하게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소안도 마찬가지로 수확이 적지 않았다.

뜨거운 밤도 없었고 열기를 나누지도 않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만져 주는 합환공이야말로 그들이 줄곧 갈망하던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갈 때까지 양준은 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소안은 양준이 없는 동안 마음속의 그리움과 갈망을 이용하여 자신을 연마해 왔다. 만약 이때, 양준이 그녀와 운우지정을 나눈다면, 일 년 넘게 유지되었던 마음이 파괴되면서 그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양준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떠나기 전에 양준은 능태허의 건곤대를 소안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몇십 근에 달하는 만약영액, 열몇 근의 만약영유, 그리고 두 병의 만약영고가 들어 있었다.

만약영액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체질을 개선할 수 있었다. 이런 좋은 물건은 반드시 자신의 여인과 나누어야 했다. 이것만 있으면 한두 달만 지나도 소안은 환골탈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자질은 원래도 으뜸이었는데, 또 한 번 환골탈태한다면 앞으로는 무궁무진한 성과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것 말고도 양준은 세혼로와 유염액을 한 방울씩 남겨 주었다. 유염액은 소안이 지금 바로 연화할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진원을 수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혼로는 그녀가 신유 경지를 돌파한 뒤에야 쓸 수 있었다. 모두 곧 쓰게 될 것들이었다.

소안의 방에서 나온 양준은 곤룡골로 날아갔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도 양준은 사악한 기운이 곤룡골 밑바닥에서 솟아올라 위쪽에서 뭉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곤룡골에서 십몇 리 떨어진 공중에는 검은 안개가 뒤덮여 있었고, 무시무시한 살기가 느껴졌다. 장문인의 두 번째 제자가 탈출한 뒤부터 곤룡골은 이렇게 변해버렸다.

이곳은 사기가 짙었다. 당분간은 별다른 영향이 없겠지만 계속해서 이렇게 유지된다면 사방 몇백 리 범위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 근처에 있는 세 종문의 제자들도 모두 영향을 받았다.

그동안, 혈전방과 풍우루의 사람들은 모두 능소각에 따져 물으러 왔다. 하지만 능소각의 장문인이 중상을 입고 깨어나지 못하는 데다가 오대 장로 중에서 한 사람이 죽은 것을 알자 그들은 차마 능소각에게 더는 따지지 못하고 돌아갔다.

양준이 곤룡골에 다가갈수록 지마의 감정이 더없이 날뛰었다. 그는 양준이 부르기도 전에 뛰쳐나왔다. 주변의 검은 살기는 파혼추를 향해 모여들었다. 지마도 거리낌없이 마음껏 흡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마는 사악한 기운들을 모조리 삼켜 버렸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사악한 기운이 지마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보양식이었다. 능소각의 지금 상황은 그가 바라는 천당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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