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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련전봉-268화 (268/853)

제 268장. 신혼기를 수련하다

곤룡골 가까이에 다가간 양준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래쪽 깊은 곳에서 검은 용들이 꿈틀거리는 것만 같았다. 이는 흉악한 기운과 짙은 살기가 모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곤룡골 밑바닥은 이미 사악한 기운이 산생되는 곳으로 바뀌어 버렸다.

“전에 네가 곤룡골에서 마기를 흡수할 때, 발견한 건 없었어?”

양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별다른 것은 발견하지 못했네. 다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마기가 더 짙어진다는 것을 느꼈지. 하지만 지금 이곳의 사마지기는 예전과 좀 다른 것 같네.”

“어디가 다른데?”

양준이 물었다.

“전보다 훨씬 짙어졌네. 원래 아래쪽에는 사마지기를 억제하는 기운이 있었네. 주인도 이곳에서 양성을 띠는 기운을 흡수하지 않았나? 지금은 사마지기를 억제하는 기운이 많이 약해졌네.”

양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도 이곳에서 느껴지던 양성의 힘이 전보다 많이 약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잠시 뒤, 몸을 아래로 날린 양준은 허공에 뜬 채로 진원을 움직여 천천히 자신이 만든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안에 있는 장식과 물건들은 모두 소안과 하응상이 조금씩 꾸며 놓은 것이었다. 동굴 입구에 있는 두 화분은 진작 시들어 있었다. 이는 몽무애가 공헌당 계산대 위에 올려놓은 화분이었는데, 지금은 사마지기의 영향으로 완전히 메말라 버린 듯했다.

두 화분 옆에 있는 작은 구멍은 음양요삼이 뿌리를 묻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것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능소각에 변고가 생긴 뒤로 소안은 그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음양요삼은 천지 영물이므로 이미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사주가 나타나는 날, 곤룡골을 뒤흔드는 마기에 겁을 먹고 스스로 숨은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도망치지는 않았을 거야.’

음양요삼은 음양이 공존하는 곳을 좋아하니 이 부근에서는 곤룡골 말고는 있을 만한 곳이 없었다.

양준은 두 눈을 꼭 감고 천천히 신식을 펼쳐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신식이 퍼져 나가자 희미하게 위험이 감지되었다. 그것은 곤룡골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것이었다. 양준은 감히 깊게 들어가지 못하고 위에서만 수색했다.

한참 뒤, 양준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가 예상한 대로였다. 음양요삼은 동굴에서 몇 리 정도 떨어진 틈에 숨어 있었다.

신식이 펼쳐지며 선의를 방출했다. 음양요삼은 곧바로 이 익숙한 기운이 누구의 것인지 발견하고 신속하게 빛으로 변해 그에게 날아왔다. 빨간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음양요삼은 빠르게 날아와 양준의 품에 안겼다.

양준은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손가락에 양액 한 방울을 짜내어 음양요삼의 몸에 주입했다. 음양요삼은 양액을 흡수한 뒤,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새집을 찾아 줄게. 앞으로 누구도 널 건드리지 못할 거야!”

양준은 음양요삼이 반응하지 않는 틈을 타서 재빨리 검은 책의 공간에 넣었다.

검은 책의 공간은 생물을 담을 수 없었지만, 꽃이나 풀을 저장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음양요삼도 식물의 일종이어서 검은 책의 공간에 넣는 것이 가능했다.

거대한 공간으로 들어간 음양요삼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텅 빈 주변을 살펴보다가 만약영액의 존재를 발견했다. 그것은 몸을 날려 곧바로 만약영액에 뿌리를 내리려고 했다.

양준은 깜짝 놀라 신식으로 다른 단절된 공간을 만들어서 보물을 숨겼다.

눈앞에서 좋은 것을 놓치자 음양요삼의 표정이 우울하게 일그러졌다. 곧이어 그것은 빛으로 변해 검은 책의 공간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만약영액을 찾아내겠다는 속셈이었다.

“열흘에 한 방울씩 줄게. 얌전히 있어!”

양준은 하는 수 없이 신식으로 이렇게 전했다. 그의 말을 들은 음양요삼은 그제야 얌전해졌다.

음양요삼을 진정시킨 뒤, 양준은 몸을 돌려 동굴 안으로 들어가서 전에 숨겨 두었던 물건들을 전부 검은 책의 공간에 넣었다. 이 물건들은 전부 은도에서 얻은 것이었는데, 각 대종문의 보물들이었다. 이것들은 모두 세상에 내놓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동굴 입구로 걸어간 양준은 아래쪽에서 소용돌이치는 마기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마는 양준의 속마음을 알아채고 조심스레 물었다.

“주인, 아래로 내려갈 생각인가?”

“응.”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래쪽에는 분명 묘리가 존재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능태허의 둘째 제자가 실력을 회복하고, 사공으로 대성을 이루었을 리가 없었다.

양준은 아래로 내려가 살펴보고 싶었다.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마기는 왠만한 사마들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양준에게는 지마도 있고, 금신도 있으니 아예 가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양준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동굴 입구에서 뛰어내렸다.

지마는 속으로 양준의 담대함에 놀라면서도 얼른 주위를 살폈다.

귓가에서 기승을 부리는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몸은 수직으로 떨어졌는데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곧이어 눈 깜짝할 새에 몇백 장 아래로 떨어져 들끓는 흉악한 살기 속으로 들어갔다.

그때, 양준은 뭔가에 찔린 듯한 느낌이 들어 다급히 양염지익을 펼치고 아래쪽에서 위로 솟구쳤다. 그는 고통이 가득한 표정으로 아래쪽을 바라봤다.

흉악한 기운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양준은 자신의 신식이 공격을 당했다는 것을 느꼈다. 이 공격은 가장 깊은 곳의 살기 속에 숨어 있었다.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아 방어할 수조차 없었다.

양준은 지금 이미 신식을 수련한 터라 이런 공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는 머리가 몹시 아파왔다.

다행히 지마는 별 문제가 없는 듯했다.

양준은 몸을 날려 암벽에 기대선 채로 잠시 숨을 고르고는, 또 곧장 내려가기 시작했다.

들끓는 살기가 그의 몸을 감쌌고, 무섭도록 짙은 기운을 내뿜었다.

특이한 공격은 또다시 사방팔방에서 습격해 왔다. 마치 개미가 물어뜯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수천 개의 침이 머리를 찌르는 것 같기도 했다. 귓가에서는 환청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요수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양준은 마치 지옥으로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곧이어 양준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또다시 신식을 공격당한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탓에 그나마 괜찮았다. 비록 신식은 여전히 고통스러웠지만 속수무책일 정도는 아니었다.

신식을 꽉 닫고 마음을 가라앉히자 온신련도 적절한 시기에 작용했다. 살짝 시원한 느낌이 머릿속에서 피어오르더니 고통이 많이 줄어들었다. 허공에서 잠깐 멈춘 양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렇게 공격에 적응해 나가면서, 그는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또 백 장 가까이 내려가자 흉악한 기운의 공격은 더욱 강해졌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다시 전해지자 양준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렇게 내려갔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며 천 장 가까이 내려갔지만, 여전히 곤룡골 밑바닥은 보이지 않았다.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점점 견디기 힘들어졌다.

신식에 대한 공격이 과거 외지에서의 하얀 안개 속보다 훨씬 강렬했다.

그때 하얀 안개 속에 있을 때에는 안개가 그의 신식만 공격했지만, 이곳의 흉악한 기운은 신식을 공격할 뿐만 아니라 각종 사악한 생각도 머릿속에 깊이 들어오게 했다. 그것은 양준의 머릿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사악한 요소를 끌어내려고 애썼다.

고통스럽긴 했지만, 이곳도 신식을 수련하고 신식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수련 장소였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수련한다면 식해를 수련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 같았다.

하지만 양준은 그렇게 오랫동안 견딜 수 없었다. 시간이 오래되면 그도 주변의 기운에 동화될까 봐 두려웠다.

한참 침묵을 지키던 양준은 갑자기 입을 열어 지마에게 물었다.

“신혼기 같은 것도 할 줄 알아? 기왕이면 수비용으로.”

“있네!”

지마가 시원하게 대답했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양준은 화가 났다.

“내가 다루는 공법은 무공이든, 신혼기든 모두 사악하다고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았잖나.”

지마는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이 신혼기도 그런 거야?”

양준이 물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곳에서 수련하려면 그렇게 잔인한 수단도 필요하다네. 이곳의 사마지기는 신혼기를 수련하기에는 최선의 선택이네.”

“그럼 쓸데없는 말하지 말고 어서 그 신혼기를 가르쳐 줘!”

“알았네…….”

지마는 기억이 혼란스러웠다. 양준에 의해 전승동천에서 나온 지 이 년 정도 되었지만 항상 이러했다. 그는 양준의 말에 대답한 뒤, 한참 생각하고 나서야 신혼기를 대충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양준에게 전수해 주었다.

미혼지궁(迷魂之宮)!

지마의 말대로면 이 신혼기를 수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 사람을 잡아서 그들을 괴롭히며 죽는 것보다 못한 괴로움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했다. 오직 공포와 소름, 절망을 느끼고 죽은 다음 나타나는 신식의 힘이야말로 미혼지궁을 수련할 수 있다고 했다.

수련자는 죽은 자의 신식을 수집한 뒤, 자신의 머릿속에 미궁 같은 존재를 세운다. 온갖 괴롭힘을 당한 원념들은 바로 이 미궁을 짓는 벽돌이 되어서 원념이 사악할수록 미궁의 위력도 강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미혼지궁 수련에 성공한 뒤에야 수련자의 식해 주변에 구불구불하고 층층이 쌓인 통로가 나타나게 된다.

이 무공의 가장 큰 용도는 수비였지만, 공격력도 겸비하고 있었다.

만약 적수가 신식의 힘으로 수련자를 공격한다면 적의 신식은 일단 이 미궁 속에 들어가 영원히 출구를 찾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이 미궁 속에서 숨겨진 원혼에 신식을 잡아먹힐 때까지 영원히 나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미혼지궁에는 경지가 없었다. 왜냐하면 수련자는 계속해서 식해 주변 궁전에 벽돌을 쌓고 기와를 얹으며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수련자의 식해가 외부의 침략을 받지 않게 보호했다. 철벽처럼 단단한 수비였다.

그리고 이곳의 짙은 사마지기는 미혼지궁을 짓는 벽돌이 되기에 더없이 적합했다.

이 신혼기는 양준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는 매우 기뻐하며 빠르게 수련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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