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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련전봉-269화 (269/853)

제 269장. 곤룡골의 비밀

하지만 그 전에 양준은 우선 어떻게 자신의 신식으로 떠돌아다니는 사악한 살기를 잡아 미궁에 기반으로 둘 것인지 익숙해져야 했다. 이건 비교적 쉬웠는데 양준은 이미 신식을 수련했으니 그것을 사용하기만 하면 되었다.

연이은 며칠 동안, 양준은 줄곧 신식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수련했다. 사악한 기운이 머릿속에 들어오면 양준은 자신만의 구상과 설계를 펼쳐 그것을 벽돌과 기와로 전환시키고 천천히 신식을 보호하는 궁전을 만들었다.

만 장 되는 높이의 건물도 평지에서 시작되듯이 머릿속으로 궁전을 짓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미궁 같은 궁전을 만들려니 더욱 정성이 필요했다.

이러한 과정이 익숙해지자 동작은 점차 빨라졌다.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양준은 줄곧 곤룡골 깊은 곳에서 미혼지궁을 수련했다.

사악한 기운들은 양준의 신식에 잡혀서 머릿속으로 사라졌다. 천신만고 끝에 미궁은 점차 모습을 드러내더니 천천히 확대되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수련하자 양준은 자신의 신식의 힘이 많이 증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신식을 펼치면 사방 이십 리의 기척은 손쉽게 살펴볼 수 있었다.

신식의 힘을 키우는 것은 원래 아주 힘든 일이었다. 신유 경지의 고수라고 해도 신식에서 조화를 이루려면 육신을 수련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그리고 수련하기 위해 가장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 바로 신혼기를 수련하거나 신식의 힘을 증가시키는 천재지보를 복용하는 것이었다.

양준은 곤룡골 아래에서 신혼기를 수련하는 데다가 또 온신련의 도움까지 받고 있으니 신식의 힘이 강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또 열흘 정도 지나자 양준은 드디어 미혼지궁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여전히 식해는 수련하지 못했지만 양준은 머릿속에 한층, 한층의 방어막이 가장 중요한 곳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방어막은 모두 곤룡골 아래서 흘러 넘치는 사악한 기운으로 쌓아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양준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못했다. 이는 양준이 수련한 신혼기 때문이었다.

미혼지궁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을 때, 양준은 미혼지궁이 어느 정도의 작용을 하는지 시험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그가 있는 곳의 기운은 오랜 시간 수련한 탓에 양준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때문에 양준은 좀 더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결국 곤룡골의 맨 아래쪽까지 내려갔지만 양준은 이곳의 살기가 자신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참을 생각한 양준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건 미혼지궁의 수비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의 신혼기가 처음부터 사마지기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양쪽이 같은 성격을 띠니 바깥의 사마지기가 어떻게 그의 신식에 영향을 줄 수 있겠는가?

“이 신혼기는 괜찮군.”

양준은 씨익 웃었다.

그는 곤룡골 아래의 사악한 기운이 위쪽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짙다는 것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만약 미혼지궁이 아니었다면 그의 신식은 순식간에 파괴되었을 것이다.

“사마지기의 시작이 이쪽인 것 같네.”

지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기의 원천이기도 하지!”

양준도 흥분된 얼굴로 말했다. 그의 가슴팍에 있는 양원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양원인의 반응으로 볼 때, 양성을 띠는 보물이 앞에 있는 것이 확실했다. 그것도 아주 귀중한 보물인 듯했다.

양준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곤룡골은 매우 길었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수준이었다.

길을 따라 걸어가자 새하얀 백골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백골을 밟자 바스락거리며 부서지는 소리가 음산하게 울려 퍼졌다. 이것들은 아마도 예전에 곤룡골에 갇혀서 죽은 능소각의 제자들인 것 같았다.

절벽 양쪽에는 높지 않은 나무가 심어져 있었는데 검은색 열매가 맺혀 있었다.

이런 곳에도 식물이 자라다니. 양준은 손을 뻗어 열매를 따서 살펴보았다. 열매에도 사기가 가득한 것이 손에 닿자마자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저도 모르게 소름이 오싹 돋는 기분이었다.

“이것은 사령과(邪靈果)라네……. 이곳에 이런 물건이 있다니.”

지마는 혀를 차며 감탄을 표했다.

“장문인의 둘째 제자가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나 했더니.”

“나도 그가 십 년 동안 뭘 먹고 지냈는지 궁금했는데.”

양준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열매를 모두 따서 검은 책의 공간에 넣었다.

장문인의 둘째 제자가 이 열매를 모두 따지 않은 것은 어떤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이 열매가 그를 십 년이나 버틸 수 있게 해줘서 떠나기 전에 기념하는 마음으로 남겼을 수도 있었다.

계속 앞으로 걸어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을 뒤덮는 사마지기 속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갑자기 양준의 앞에 나타났다.

양준은 저도 모르게 흠칫 놀라면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앞쪽을 경계하면서 몰래 진원을 운행했다. 이곳에서 그는 더 이상 신식을 쓸 수 없었다. 신식이 미혼지궁의 수호를 벗어난 곳에 놓인다면 바로 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양준도 앞에 있는 사람의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매우 기괴했다.

전혀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는데, 그의 주변에는 몇 줄기의 새까만 검은 기운이 용처럼 꿈틀거렸다. 그 사람은 검은 기운에 둘러싸여 있어 용모를 확인할 수 없었다.

“죽었네!”

지마가 말했다.

양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앞으로 다가간 양준은 한눈에 이 사람의 목에 쇠사슬 같은 것이 묶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쇠사슬은 이 사람이 목에 두른 목걸이에 이어져 있었는데 다른 한쪽은 가슴 앞에 드리워져 있었다. 그것은 일 척 정도의 길이로 길지 않았다.

곧이어 양준의 안색이 변했다.

이 쇠사슬과 목걸이가 모두 양성을 띠는 보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아주 강한 양성을 띠고 있었는데, 양준의 몸속에 있는 진양원기보다 훨씬 더 등급이 높았다.

양준은 자신의 진원과 이 목걸이가 친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었다. 그가 곤룡골에서 수련한 시간 동안 흡수한 양기가 바로 이 목걸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런 느낌이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 사람의 옷은 진작 가루로 변해 있었고, 온몸의 살도 말라 비틀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연약하기 그지없는 몸속에는 무시무시한 폭발력이 숨겨져 있었다. 곤룡골의 모든 사마지기는 다 이 사람의 몸속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의 가슴팍에는 흉측하게 생긴 큰 상처가 있었다.

양준은 멍하니 바라보다가 숨을 한껏 들이켜더니 놀라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인지 알 거 같아.”

“누구인가?”

“몇백 년 전 우리 종문 선조에게 죽임을 당한 마두야.”

양준은 능소각의 내력에 대해 잘 모르는 지마에게 간단하게 설명했다.

지마는 곤룡골이 마두가 검으로 갈라서 생긴 것이라는 말에 흥분하며 말했다.

“몇백 년이 흘렀는데도 육신이 그대로 남아 있다니. 왕년의 나만큼 대단하구만.”

양준도 은근히 놀랐다.

죽은 지 몇백 년이 되면 육신이 말라 버렸어야 되는데, 마두의 몸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고 심지어 짙은 살기가 생겨나 곤룡골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도대체 살아생전에는 얼마나 강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그런 마두를 죽인 종문 선조는 또 얼마나 강했던 걸까?

이는 지금의 양준이 바랄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적어도 단시일 내에는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양준은 놀란 얼굴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깊게 파인 흔적이 보였다. 그는 그쪽으로 걸어가서 쭈그리고 앉아 자세히 살펴보다가 눈앞이 환해졌다.

파인 흔적은 바로 장문인의 둘째 제자가 십몇 년 동안 좌선하며 수련하던 자리였다. 오랜 세월 동안 이 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흔적이 남은 것이었다. 둘째 제자는 아마 마두에게서 무언가를 알아내거나 기연을 얻어 실력을 회복하고 십몇 년 뒤에 곤룡골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듯했다.

장문인이 그의 횡포를 막기 위해 곤룡골에 가둔 것이 오히려 그의 성공을 돕게 된 것이다.

참으로 세상사는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누구인들 똑 부러지게 옳다, 그르다를 말할 수 있겠는가.

“주인, 마두의 목에 걸려 있는 비보를 흡수하면 안 되겠나?”

지마가 흥분과 기대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히 흡수해야지.”

양준은 진작 목걸이의 비범함을 알아보았다. 목걸이는 사악한 기운을 억제하는 양성 비보였다. 게다가 양준이 진양결을 수련하고 있으니 더욱이 이 비보를 놓칠 리가 없었다.

이는 마두의 사악한 기운을 억제할 수 있는 비보로, 능소각의 선조가 남긴 것이었다. 하지만 몇백 년이 흐르고, 장문인의 둘째 제자가 이곳에서 무슨 수를 부린 건지 알 수 없지만, 더는 사악한 기운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비보를 이곳에 남겨 두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근데 내가 저걸 흡수하는 게 너한테 좋을 건 또 뭐지?”

양준은 의문이 들었다. 어렴풋이 지마가 뭔가 하려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하! 주인이 저 비보를 흡수하면 내가 마두의 몸에 들어갈 수 있네.”

“탈사(奪舍)하려고?”

양준의 얼굴빛이 살짝 변했다.

“아니, 아니네. 마두의 영혼은 이미 사라졌고, 몸만 남은 셈이니 탈사라고는 할 수 없지.”

지마가 거듭 변명했다.

“자신 있어?”

“음, 조금. 마두는 생전에 나와 비슷한 성질의 무인이었던 것 같으니 육체를 조종할 수 있는지 한번 시도해 보겠네. 사실 탈사하든, 영혼이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가든 모두 주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네. 사람의 육체는 특수 재질의 용기라고도 할 수 있지. 원칙적으로 용기 하나에는 하나의 영혼만 담을 수 있다네, 다른 영혼이 공존할 가능성은 희박하네.”

지마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그때 나를 보고 다짜고짜 탈사하려고 했어?”

양준이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머금고 지난 일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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