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270화 (270/853)

제 270장. 쇄마련

지마가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봉인이 풀리자마자 주인을 만났으니 급한 마음에 어쩔 수 없었네. 그때 주인이 막지 않았다 해도 탈사가 실패했을 걸세.”

“실패했으면 어떻게 되는 건데?”

“내가 주인의 영혼을 말살하고 육체를 조종하다가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지나 육체가 썩어 문드러지면, 내 영혼도 다시 떠돌이 신세가 되었겠지.”

지마는 담담하게 탈사가 실패한 뒤의 결과를 설명했으나, 듣는 양준은 얼굴빛이 하얗게 바랬다.

‘그날 금신이 효력을 발휘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헛되이 죽을 뻔했네.’

“또한 탈사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내 영혼의 힘도 소모가 엄청날 걸세. 때문에 강자의 영혼이라도 쉽사리 누군가의 육체를 탈사하려 하지 않네. 입주 조건이 충족될 때만 시도하는 것이지.”

지마가 인내심을 가지고 자세히 설명했다.

“이 육체는 조건에 부합하나 보지?”

“그렇다네! 내가 이 육체를 장악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주인에게도 정말로 도움이 될 걸세.”

지마는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지난 이 년 동안 양준과 함께하면서 노마두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조건에 부합하는 육체를 발견하자 당연히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 기대하지!”

양준이 활짝 웃으며 지마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는 마두의 육체 앞에 가서 손으로 쇠사슬을 잡고 진원을 주입했다.

반나절이 채 안 되어 쇠사슬은 금빛으로 변해 그의 체내에 파고들었다.

양준은 살짝 놀랐다.

원래는 비보를 흡수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이곳에서 한두 달 정도 머무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너무 간단하게 흡수된 것이다.

쇠사슬이 사라지자, 마두의 몸 옆에서 일렁이던 검은 교룡이 마치 속박에서 벗어난 듯 세차게 위쪽으로 솟구쳤다. 뿐만 아니라 마두 체내에서 사악한 기운이 끊임없이 밖으로 흘러나와 주변이 온통 살기로 들끓었다. 매우 공포스러운 광경이었다.

양준은 얼른 몸을 가누고 진중한 표정으로 파혼추를 던졌다.

지마는 파혼추에 몸을 숨기고 마두의 몸에 파고들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종적을 감추었다.

지마가 제어해서인지 용솟음치던 사악한 기운이 많이 누그러졌다.

양준이 몇 번 불렀지만 지마는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마두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사악한 기운의 상황을 보아하니 지마가 한창 육체에 적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다. 이는 지마 혼자의 싸움으로 양준은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었다.

양준은 어쩔 수 없이 한쪽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악한 기운으로 가득한 곳에서 양준은 미혼지궁도 수련할 수 없었다. 신식은 일단 뇌리에서 벗어나면 소멸되기 때문이었다.

양준은 할 수 없이 방금 흡수한 쇠사슬을 다시 꺼냈다.

쇠사슬은 재질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능소각 창시자가 마두를 억제하기 위해 남긴 비보인 만큼 등급은 결코 낮지 않을 것이다.

쇠사슬은 길이가 한 자 정도 되었고, 끝부분에는 사람의 목을 묶을 수 있는 목걸이가 달려 있었다. 목걸이 안쪽에는 작은 글씨가 쓰여 있었는데, 양준은 자세히 들여다보고 읊조렸다.

“쇄마련(鎖魔鏈)!”

이는 일반인에게는 아무 효력이 없고, 오직 사악한 것을 제압하는 데 쓰이는 비보였다.

양준은 얼이 빠진 듯 멍하니 바라보았다.

장문인의 둘째 제자는 마두의 몸에서 기연을 얻어 실력을 회복한 만큼, 일찍이 쇄마련의 존재를 알아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비보를 가져가지 않았다. 쇄마련이 그에게 어떤 작용을 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기회를 찾아 이걸 그의 목에 걸면… 사주든 뭐든 아마 온몸의 진원을 모두 봉인할 수 있을 거야. 이것으로 사주를 잡을 수도 있겠는데.’

이미 사주가 된,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사숙을 떠올리자, 양준은 얼굴빛이 차가워졌다.

그자 때문에 능태허는 십몇 년간 애태웠고, 양응봉은 중상을 입어 지금까지도 완쾌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양준이 선천적으로 체질이 약했던 것도 모두 그자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이미 원수지간이었다.

양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쇄마련을 다시 체내에 거두어들였다. 쇄마련을 진원으로 잘 보관해 두고, 언젠가 그것을 쓸 기회를 기다렸다.

*며칠 동안, 지마는 줄곧 마두의 몸에 안착하느라 여념이 없어 양준이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닷새째 되는 날, 지마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

“어떻게 됐어?”

양준이 다급히 물었다.

“거의 다 됐네. 이곳에 있는 사마의 기운을 흡수해야 하네. 마두 육신의 힘만으로는 실력이 그다지 높지 않을 걸세.”

지마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영혼의 힘을 많이 쓴 모양이었다. 다행히도 이곳은 사악한 기운이 짙어 수시로 보충할 수 있었다.

“얼마나 걸려?”

“아주 오래 걸릴 것 같네. 몇 달 정도?”

“한참 걸리는군. 그럼 나 먼저 나간다.”

양준은 말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알겠네. 정리되는 대로 주인을 찾으러 갈 테니, 먼저 가 보시게.”

말하는 사이에도, 지마는 곤룡골의 사악한 기운을 삼키고 있었다. 사악한 기운은 마치 흡입력에 이끌리는 것처럼 일제히 마두의 몸으로 파고 들어갔다.

마두의 육신은 마치 밑 빠진 항아리처럼 사악한 기운을 있는 대로 다 삼켜 버렸다.

양준은 그 모습에 깜짝 놀라 더는 지마를 신경 쓰지 않고 양염지익을 펼쳐 날아올랐다.

*능소각은 적막에 싸여 있었다.

원래 수천 명이나 되던 제자들은 이미 자취를 감춘지 오래였다. 많은 이들이 곤룡골의 변화와 사주의 출현 때문에 화를 입을까 두려워 스스로 떠났다. 하지만 더 많은 이들은 장문인의 명으로 떠나게 되었다.

현재 능소각에는 백 명 정도가 남아 있었다. 모두 능소각의 주축으로 종문에 충성하는 제자들이었다. 능태허가 아무리 설득해도 이들은 남아서 종문과 운명을 같이하려 했다.

능태허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소안의 다락방, 양준의 신형이 번쩍하고 올라갔다. 거의 두 달을 보지 못하는 동안, 소안은 이미 진원 경지 9단계에 이르렀고 신유 경지를 돌파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마주 앉아 합환공을 수련하는 한편, 양준은 소안이 말해주는 두 달간 종문 내의 변화를 듣고 있었다.

그는 마음이 착잡했다. 이렇게 큰 종문이 해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니. 이런 결과는 누구든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러나 능태허는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사주의 출신이 조만간 알려질 것이고, 일반 제자들에게까지 화가 미치지 않으려면 종문을 해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능소각의 변고를 가까이 있는 혈전방과 풍우루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요즘 들어 호씨 자매도 능소각에 여러 번 찾아와 소안을 위로해 주며 양준의 소식도 물었다. 그러나 혈전방의 다른 이들은 달랐다. 전승동천이 열릴 때, 몽무애가 혈전방 10대 신유 경지 무인과 싸워 이기면서 혈전방의 체면이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 많은 이들은 아직 그 원한을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특히 용재천은 그때 싸움에서 몸의 근본을 다쳐 아직까지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 능소각에 변고가 생기자, 용재천은 모든 인맥을 동원해 곳곳에서 해를 가하고 있었다. 방주 호만도 용재천이 하는 대로 눈감아 주었다.

풍우루도 다를 바 없었다. 능소각에서 내보낸 제자들을 대량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능소각에 다년간 저장해 둔 재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종문이 해산되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소안이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줄곧 능소각에서 살아왔다. 그녀는 이미 능소각을 자신의 집으로 여기고 있었다. 지금 이런 일이 생겼으니, 그녀가 아무리 감정이 메말랐다고 해도 슬픔과 망연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양준도 마찬가지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소안을 품으로 끌어당겨 가볍게 안았다. 두 사람은 손깍지를 끼고서 서로 어깨를 기대고 상대방의 체취를 맡았다. 우울했던 마음이 천천히 진정되었다.

“정말 그런 날이 오면 약왕곡 운은봉으로 가면 돼요. 몽 주인과 하 사매도 거기 있어요.”

양준이 조용히 말했다.

소부생의 명망으로 지금 남아 있는 능소각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양준은 양씨 가문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본인도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처지였다. 물론 소안에게 어떤 약속도 해 줄 수 없었다.

소안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다가 방그레 웃으며 물었다.

“하 사매를 못 본 지 오래됐다. 둘은 지금 좀 어때?”

“아직요.”

양준은 멋쩍게 웃었다.

“그럼 분발해야겠다. 하 사매는 선녀 같은 애야. 천진난만하고 소박하고 무던하지. 애먼 사내에게 빼앗기지 마.”

소안이 입을 오므리며 웃었다.

양준은 난감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신식 하나가 뻗어 왔다.

양준은 얼굴빛이 살짝 변하더니 고개를 돌려 한쪽을 바라보면서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누군가 왔어요!”

소안은 재빨리 똑바로 앉았다. 차갑고 예쁜 얼굴에는 살짝 근심스러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어디 있어?”

“어… 제가 아는 사람 같으니 긴장하지 말아요.”

양준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그는 찾아온 이가 신유 경지 고수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신식으로 소식을 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이렇게 당당하게 신식을 펼쳤으니 능소각 내에 있는 신유 경지 고수들도 모두 감지했을 것이다.

또한 신식의 파동이 매우 익숙했다. 적어도 양준이 만난 적 있는 사람 같았으나, 정확히 누구의 신식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나가서 확인해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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