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293화 (293/853)

제 293장. 신식 수련

봉환루 2층.

양준은 책상다리를 하고 침대에 앉아서 엄숙한 얼굴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몸 안에서 진양결이 운행되며 그가 먹은 양성을 띠는 영초와 단약을 연화하고 있었다.

선경라의 보물 창고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들은 모두 등급이 낮지 않았다. 적어도 지급 상품은 되었고, 대다수는 천급이었다. 요미여왕 같은 인물이 보물 창고에 넣어 둘 정도니 당연했다.

진양결을 운행하자 단약과 약초의 약효가 신속하게 순수한 진양원기로 변해 경맥 안을 가득 채웠다.

약왕곡 운은봉에서 소부생이 양준에게 약탕을 준비해 준 적이 있었는데, 양준은 지금에서야 그 약탕의 진정한 효용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전보다 진원을 더욱 잘 수련할 수 있었고, 또 더 편리했다.

하지만 아무리 진양결을 운행해도, 양액은 한 방울도 형성되지 않았다. 또한 몸속의 기운은 확장되었다가 소리 없는 파문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는 실력이 크게 늘어난 느낌이 들면서 몸과 마음이 아주 편해졌다.

진원 경지 5단계!

진원 경지로 들어선 뒤부터 경지를 돌파하는 것이 전보다 많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양준은 매일 만약영액을 한 잔씩 꾸준히 마시고 있었다. 그는 만약영액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경맥을 씻어 내려고 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하니 피와 살, 그리고 경맥까지 전보다 확연히 달라졌다. 그래서 진원 경지임에도 전처럼 손쉽게 경지를 돌파할 수 있었다.

진원 경지 4단계에 도달한지 한 달이 넘게 지났으니 지금 돌파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뜨거운 진양원기가 몸속에서 솟구치며 뜨거운 기운을 내뿜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는 온몸이 따뜻해지고 편해졌다. 경맥이 가득 차며 더 이상 진원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였다.

똑-

소리와 함께 양액이 형성되더니 단전 안으로 들어갔다. 꽉 찼던 경맥이 갑자기 텅 비자 괴로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복용한 약초와 단약의 약효는 또 금방 새로운 진원을 만들어내 텅 빈 경맥을 채웠다.

똑- 똑-

듣기 좋은 소리가 들렸다. 이것은 영혼으로 전해지는 소리였다. 모든 약효를 흡수하자 양준의 단전 안에는 양액 몇십 방울이 새롭게 형성되었다.

가볍게 숨을 내쉰 양준은 단전 안이 꽉 찬 걸 느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비록 지금 저장한 양액의 양은 많지 않았지만, 등급은 전과 비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양이 적어도 아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양준은 긴장을 풀지 않고 계속해서 눈을 감았다. 양액이 다 보충되자 그는 또 신식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선경라가 양준의 몸속에 찍은 것은 추혼인으로, 신혼기의 일종이었다. 만약 그의 신식이 충분히 강하다면 그것을 깨부술 수도 있었다.

신식이 강해지려면 천재지보를 복용하거나 신혼기를 수련해야 했다. 양준은 지금까지 신혼기를 하나밖에 수련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혼지궁은 수비용인 데다, 수련 환경에 대한 조건도 엄격했다. 그래서 당분간 그것을 수련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신식이 신속하게 자라서 그 요녀의 추혼인을 깨부술 수 있을까?’

양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한참 생각하던 그는 눈앞이 환해졌다.

그는 이전에 신식이 빠른 속도로 강해졌던 때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외지의 하얀 안개 속이었다. 그곳은 세혼로가 형성된 곳이기도 했다. 두 번째는 곤룡골이었는데 아래쪽의 살기가 신혼을 공격하면서 신식을 자극했었다.

두 번의 상황 모두, 손상되었다 복구되는 과정에서 신식의 힘이 빠른 속도로 강해졌다. 그 속도는 신혼기를 수련하거나 천재지보를 흡수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감히 이런 방법으로 신식을 수련하지 못했을 것이다.

신식의 힘이 크게 손상당하거나 그 횟수가 잦아지면 영구적인 상처로 남아 평생 회복이 안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양준은 달랐다. 양준에게는 오색 온신련이라는 신식을 치료해 주는 비보가 있었다. 그래서 영구적인 손해를 남길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양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 고민에 잠겼다가 한번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다.

신식의 기운을 보충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선경라의 보물 창고에서 가져온 약초나 단약, 만약영유를 사용하면 되었다. 신식의 기운을 소모하는 것도 쉬웠다. 양준의 머릿속에 연단진결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번에 많은 것을 관찰하고 난 뒤, 양준은 연단할 때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영진이 그를 죽을 정도로 괴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신식으로 연단진결을 관찰한다면 신식의 기운을 신속하게 소모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양준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마음을 가다듬고서 머릿속으로 연단진결을 탐색했다. 연단진결은 너무나도 어려웠고 기재가 복잡하게 되어 있어 제대로 깨달음을 얻으려면 반드시 꾸준히 지속해야 했다. 무수히 많은 시간과 신식의 기운을 사용해야만 해낼 수 있었다.

잠시 뒤, 머릿속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더니 기운이 빠지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신식의 기운이 다 소모된 것이다. 그러자 곧이어 시원한 느낌이 머릿속에서 퍼졌다. 그것은 온신련이 신식을 복구할 때 나타나는 느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증이 사라지고 손상된 곳도 완전히 복구되었다. 하지만 소모된 신식의 기운은 보충되지 않았다. 지난번 만약담에서의 경험으로 양준은 신식의 기운이 회복되는 속도가 매우 더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려면 온신련의 도움이 있어도 최소한 네다섯 시진을 기다려야 했다. 신식의 기운이 진원을 회복하는 것처럼 쉽지 않기에 신식을 수련하는 것은 더없이 힘든 일이었다.

무기력하게 신식을 키워 주는 단약을 꺼내 한 알 복용하고, 또 만약영유를 복용한 양준은 그 속의 약효를 연화하고 흡수했다.

잠시 뒤, 신식의 기운이 가득 흘러넘치자 양준도 정신이 번쩍 났다. 그는 신식을 또다시 연단진결을 탐색하는 데 쓰면서 그중의 오묘함을 찾으려고 했다.

시간이 흘러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양준은 계속해서 이런 방식으로 신식을 소모했다가 보충하기를 반복했다. 반복될 때마다 신식의 기운은 조금씩 강해졌다. 비록 강해지는 속도가 빠르지 않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효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뿐만 아니라 연단진결 속에서 얻어낸 오묘함에도 관심이 갔다. 지난번에 아무리 애를 써도 양준은 연단에 필요한 영진밖에 알아내지 못했다. 그 영진은 연단의 품급을 높일 수 있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천급 상품의 재료에 이 영진의 보조적인 도움을 받으며 연단한다면 현급의 단약을 얻을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있을 뿐이지 무조건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고품급의 단약을 제련할수록 효과는 더욱 떨어졌다.

연단진결을 깊이 연구할수록 양준은 이 안에 각양각색의 영진이 기재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최소한 그는 지금까지 몇 가지를 알아냈다. 연단의 품급을 높일 수 있는 것을 포함해 단문이 생길 확률을 높이는 것, 연단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 등의 작용이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그저 연단진결의 입문에 불과했다. 그는 뒤의 문장에 또 어떤 오묘함이 숨겨져 있을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탐색한 정보는 모두 양준의 머릿속에 낙인으로 찍혀 있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는 하응상과 소부생에게 전해줄 생각이었다.

이틀이 지나자 양준은 선경라의 보물 창고에서 긁어온 약초와 단약을 모두 소진했다. 신혼을 키우는 물건이 많지 않으니 양준이 수련하며 마음껏 소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다른 신유 경지의 고수들은 이런 단약을 한두 병 몸에 지니고 다닌다고 해도 부득이한 경우를 방비하려는 것이지 이렇게 연이어 복용하지는 않았다. 이런 단약과 약초가 없이 만약영유에만 기댄다면 신속하게 신식의 기운을 보충할 수 없었다.

만약영유는 비록 일정한 작용이 있었지만 작용이 너무 광범위한 데다가 복용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효과가 떨어졌다. 신식을 키워 주는 단약이 없다면 수련은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저기요.”

양준은 생각을 하다가 미간을 찌푸린 채,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그는 수련하는 동안, 봉환루에 생명의 기운이 세 명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아름다운 부인 운려와 약우, 약청 두 소녀인 것 같았다. 양준은 정전에 있었고, 밖에는 편전이 있었는데 세 사람은 그곳에서 지내는 듯했다. 그들은 계속 그곳에서 양준이 부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리를 지르자 바로 다급한 발걸음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운려와 약우, 약청이 걸어왔다.

“공자께서 무슨 분부라도 있으신가요?”

운려는 생긋 웃으며 양준을 바라보더니 부드럽게 물었다.

“벽락 낭자는 어디에 있나요?”

“벽락 낭자는 아마 지금쯤 자신의 처소에서 수련 중일 겁니다.”

운려가 대답했다.

“오라고 해주세요.”

“네!”

운려는 나긋나긋하게 대답하더니 고개를 돌리고 약우와 약청에게 말했다.

“벽락 낭자를 데려와.”

두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떠나갔다.

오히려 운려는 무슨 목적인지 남아서 촉촉한 눈길로 양준을 바라보며 나긋하게 물었다.

“공자께서 많이 피곤해 보이시는데 혹시 휴식을 잘 못하셨나요?”

“아니에요.”

양준은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저 수련하고 있었어요.”

부인은 생긋 웃더니 엉덩이를 흔들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며 침대에 올라와 양준의 등 뒤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하얀 손을 내밀더니 양준의 머리를 받치고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공자님께서 강한 실력을 원하신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몸을 챙겨야지요. 이렇게 지친 모습을 대인께서 보시기라도 한다면 소인들이 잘 모시지 못한 줄로 아시고 벌을 주실 거예요.”

부인은 나긋나긋하게 말하며 두 손을 부드럽게 움직였다. 때로는 빠르고 때로는 느렸으며 또 손놀림이 강하기도 했다가 가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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