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298화 (298/853)

제 298장. 날 막는 놈도 모조리 죽이겠어!

“넌 이제 죽었어. 하하!”

낙욱은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음산하고 광기 어린 눈으로 양준을 쏘아보았다. 그는 랑아방을 들고 천천히 걸어왔다. 그가 다가올 때마다 양준은 억눌릴 것 같은 압박을 느꼈다.

양준이 손을 내밀자 새빨간 수라검이 그의 손에 나타났다.

장검을 휘두르자 갑자기 몸 밖에는 하늘을 뒤덮는 검기가 드리워졌다.

“천급 비보다!”

신유 경지의 고수들이 또 호들갑을 떨었다.

천급 비보는 쉽게 볼 수 없는 보물이었다. 신유 경지 고수들이라고 해도 천급에 이르는 비보를 몇 개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양준이 든 것은 천급 장검 비보였다. 가치가 일반 비보보다 훨씬 높았다.

장검이 나타나자 소년의 살기는 전보다 더욱 짙어지고 난폭해진 듯했다. 젊은 나이에 실력도 강하고 천급 비보도 있으며 요미여왕의 손님이기도 하다니…….

‘이 녀석… 대단한데…….’

이것을 눈치챈 낙씨 가문의 신유 경지 고수들은 순식간에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어느 사왕의 후손은 아니겠지? 만약 정말 그렇다면 낙욱이 그를 건드렸으니 낙씨 가문은 앞으로 번거로워질 거야.’

“벽락 낭자, 벽락 낭자!”

낙씨 가문의 고수가 몰래 벽락의 옆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공자는 정체가 뭔가요?”

벽락은 새하얘진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요염한 얼굴은 이미 완전히 혈색을 잃었다.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대인이 데려온 사람이라고요. 대인이 초대한 귀한 손님이라고 했잖아요.”

“조금도 모른다는 말이에요?”

고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캐물었다.

벽락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동안, 낙욱과 양준은 이미 겨루기 시작했다. 자기(紫氣)에 뒤덮이고 손에 커다란 랑아방을 든 낙욱은 일격마다 강한 힘이 담겨 있었다. 양준은 어두운 검기로 그것을 한 번, 또 한 번 깨부쉈다.

낙욱은 몸집이 큰 데다 커다란 랑아방을 손에 들고 있으니 난폭한 기세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랑아방을 휘두를 때마다 엄청난 범위를 뒤덮었다.

양준의 몸 밖에는 몇천 갈래의 검기가 있었는데 작용을 발휘하기도 전에 낙욱이 휘두른 랑아방에 의해 모조리 사라졌다. 그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손을 움직였다. 진원으로 응결된 검은 붉은 빛을 뿜으며 낙욱을 향해 날아가 허공을 반으로 갈랐다.

낙욱은 웃으며 피하지도 않고 랑아방을 들고 세게 내리쳤다.

촤락!

어두운 검망이 부서졌다. 낙욱은 몸만 살짝 비틀거렸을 뿐, 전혀 다치지 않았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용맹하게 양준을 향해 랑아방을 휘둘렀다. 그 모습은 마치 미치광이 같았다.

칠흑같이 어두운 사기로 몸을 감싼 양준은 두 눈으로 칼날처럼 날카로운 빛을 쏘았다. 두 손바닥 사이에 검은색 기운이 감돌더니 용맹하게 앞으로 내밀었다.

백호인, 신우인.

호랑이와 소가 울부짖는 소리 속에서 두 거대한 수혼이 나타났다. 하나는 이를 으르렁거리며 낙욱을 물어뜯으려고 했고, 하나는 웅장한 기세로 부딪히려고 달려들었다.

쿵- 쿵- 쿵-

땅이 맹렬하게 흔들렸다. 그는 놀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네 피를 모조리 마셔버리겠어!”

랑아방이 양쪽을 가로지르며 날아가자 두 수혼을 떨쳐버렸다. 그들은 울부짖으며 허공에서 종적을 감추었다.

하지만 약간의 시간을 번 양준은 이미 다른 초식을 불러냈다. 세 갈래의 검기가 앞에서 길을 열며 살기로 변한 손이 낙욱의 머리를 치려고 했다.

두 달 전까지 양준은 이렇게 마음대로 자신의 기운을 통제하지 못했다. 하지만 운은봉에 있을 때, 소부생에게서 원기를 통제하는 수단을 배운 후에는 이런 사악한 기운을 처음과 달리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이런 통제력은 아직 초급 단계였지만 전보다는 훨씬 강해졌다.

신속하게 접근하던 낙욱은 랑아방으로 검기 세 개를 깨부쉈다. 그는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고 자색 사기를 움직였다. 그가 자리를 피하기도 전에 검은색 손에 적중했다.

순간, 낙욱은 검은색 안개 속에서 완벽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앗…….”

벽락은 입을 커다랗게 벌린 채,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양준이 전에 보여준 실력이 이미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양준의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않은 상태일 줄은 몰랐다. 양준의 신비로움과 괴이함은 이미 벽락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도련님…….”

낙씨 가문의 신유 경지 고수들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곧이어 또 조용해졌다. 그들이 신식으로 살펴본 바로는 낙욱의 기혈이 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빠르게 들끓으며 강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 대단한데. 낙욱이 계속 당하고 있잖아. 하하하, 정말 낙무극(樂無極) 그 노친네가 이 소식을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군!”

구경하던 신유 경지 고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낙욱이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에 기분이 아주 좋은 듯했다.

낙무극은 낙씨 가문의 선대 가주였다. 그는 신유 경지 정상으로서 표향성의 장로이기도 했다.

“아쉽군. 몇몇 장로와 대인들은 다 수왕의 영지로 가서 당분간은 보기 힘들 거야!”

또 누군가 고소해했다.

낙씨 가문의 신유 경지 고수들은 얼굴을 굳히며 그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양준은 차가운 얼굴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낙욱의 변화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때, 끝없는 어둠 속에서 자색 빛이 쏟아졌다. 그 빛은 불씨처럼 나타나 다 태울 것 같은 기세로 신속하게 퍼져 나갔다.

슈슈슉-

자색 사기가 어둠을 뚫고 빠른 기세로 양준을 덮쳤다.

자색 사기는 실체화되며 불길처럼 활활 타올랐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전혀 열기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뼛속 깊이 한기가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양준의 사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흑기(黑氣)와 자기가 한데 부딪히자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고, 누구도 상대방을 어찌할 수 없었다.

잠시 뒤, 자기가 돌아가더니 어둠의 봉인을 풀었다. 낙욱의 커다란 몸집이 다시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히히히…….”

낙욱은 어깨에 커다란 랑아방을 메고서 나지막히 음산한 웃음을 지었다.

양준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자신의 몸에 불이 붙은 것을 발견했다. 그것도 자색의 사화(邪火)였다. 뼈를 찌르는 한기가 불이 난 곳으로부터 퍼져 나와 그의 몸을 감쌌다. 사화는 불타면서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차가움을 느끼게 했고, 몸의 기운도 신속하게 잠식했다.

몸의 온도가 급속히 떨어졌다. 사악한 기운을 가진 양준도 온몸이 서리에 휩싸인 것처럼 머리와 옷이 모두 하얗게 변했다.

낙욱의 입가에는 음산한 미소가 걸렸다.

“넌 이제 끝이야!”

말하는 사이, 낙욱의 몸에 있던 자색의 문신은 마치 살아난 것처럼 그의 피부에서 벗어나 공포스러운 독사로 변해 이를 드러내며 양준을 물어뜯으려고 했다.

“저 녀석 끝났군.”

주변에서 구경하던 신유 경지의 고수들은 또 한 번 흥미진진하게 평가를 내렸다. 이 사람들은 모두 세상이 조용해서 따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상대가 대인의 손님이든, 낙씨 가문의 도련님이든, 그저 싸움이 흥미로운 것이 중요했다.

만약 양준의 몸이 서리에 감싸이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낙욱과 싸울 수 있었겠지만, 지금 몸이 얼어붙어 행동도 느려졌는데 어떻게 낙욱의 초식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낙욱의 자색 문신이 독사로 변해 양준을 덮치는 동시에, 낙욱도 랑아방을 들고 양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반드시 양준을 죽일 심산이었다.

“안 돼!”

벽락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성을 잃은 채, 양준을 죽일 생각밖에 없는 낙욱에게 어찌 그녀의 말이 귀에 들어오겠는가?

바로 이때, 행동이 느려졌던 양준의 주변으로 갑자기 빨간색 꽃잎이 하늘거렸다. 동시에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꽃향기가 퍼져 나왔다.

꽃잎들이 신속하게 모였다가 해당화의 모습으로 맞춰졌다. 그것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꽃봉오리의 모습으로 양준을 빈틈없이 감쌌다.

“또 다른 천급 비보?”

신유 경지의 고수들은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전에 양준이 천급 비보를 꺼냈을 때, 그들은 양준이 만만치 않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정말 대단했다. 적어도 낙씨 가문이 상대할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어떤 세력을 가졌기에 젊은이가 몸에 천급 비보 두 개를 지닐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두 가지 모두 살상의 기운이 매우 짙은 병기였다. 이는 낙씨 가문도 불가능했다. 낙욱에게도 천급 비보는 하나밖에 없었다.

‘이 젊은이는 다른 오대 사왕과 연관이 있는 건가? 아니면 숨겨진 고수의 제자인가?’

낙씨 가문의 신유 경지 고수들은 입을 떡 벌린 채, 할 말을 잃었다.

“뭘 보고만 있는 것이야? 어서 가서 낙욱을 막아야지!”

구경하고 있던 신유 경지의 고수는 일을 너무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다급히 소리쳤다.

낙씨 가문의 몇몇 고수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머뭇거리지 않고 일제히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꽃봉오리 모양을 한 천예혈해당 앞에 선 낙욱은 랑아방을 치켜들고 온몸의 힘을 다 쏟아부어 내리쳤다. 이내 꽃망울이 산산조각 나면서 안에서 양준이 나타났다.

신음소리와 함께 양준은 뒤로 물러난 뒤 선혈을 내뿜었다. 하지만 그를 감싸고 있던 자색 사화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양준은 음산한 얼굴로 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꽃잎들이 하늘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수라검의 검기도 다시 나타나 낙욱을 덮쳤다.

낙욱은 동공이 수축되더니 비명을 질렀다. 그는 랑아방을 든 채, 검기를 가로막으려고 했다. 그런데 꽃잎이 습격해 왔다.

“다들 멈춰!”

낙씨 가문의 신유 경지 고수들이 드디어 도착했다. 한 명은 양준의 앞을 가로막고 다른 몇 명은 모두 낙욱 쪽으로 몰려들었다.

고수들이 힘을 합쳐 천예혈해당과 수라검의 검기를 모조리 막아 냈다.

“도련님, 싸우지 마세요!”

“꺼져, 죽여버릴 것이다. 난 죽일 수 있어!”

낙욱의 진원이 또 폭발하며 랑아방을 들고 신유 경지의 고수들을 내쫓았다.

“날 막는 놈도 모조리 죽여 버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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