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11화 (311/853)

제 311장. 너희들이 어떻게?

"그래.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만약 사령들에게 둘러싸이면 어떻게 빠져나오려고?"

냉산도 한마디 보탰다.

도양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양 형, 좀 더 생각해 봐."

"양성 공법과 진원으로 사령을 제압할 수 있으니 괜찮아. 사령들이 나를 어떻게 하지는 못할 거야."

양준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저 두 낭자도 여기 상황을 잘 모르면 헛걸음하는 거 아니야?"

심혁은 여전히 걱정되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 상황은 매우 위험했다. 양준의 진원이 유일하게 사령을 제압할 수 있는데, 만약 그에게 문제라도 생기면 그들의 방어력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지금 축대 아래 사령들은 어떤 위험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들이 언제 폭주해서 공격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만약 사령들이 공격할 경우, 양준이 있으면 죽기 살기로 밖으로 뚫고 나가다 보면 살길이 열릴 수도 있었다.

"그럼 아예 우리 쪽으로 데려오면 되잖아."

보기종의 소녀 조용(趙蓉)이 제안했다.

사람들은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왜?"

조용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커다란 눈을 깜박거렸다.

도양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쪽 사람들이 두 낭자와 원한 관계라서 이쪽으로 오기 곤란하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우선 성의도 보여줄 겸, 다녀올게. 실력이 좋으면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도 힘이 되잖아."

양준은 마음을 굳히고 말했다.

"그래. 네가 데려올 수 있다면 우리 귀왕곡은 그녀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을 거야. 소요종 제자가 죽든 말든,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야."

냉산의 눈이 반짝거렸다. 심혁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당부했다.

"그럼 조심히 다녀와.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바로 돌아오고."

"그래."

양준은 대답하고 나서 몸을 훌쩍 날려 곧장 그쪽으로 날아갔다. 그의 담대한 모습에 모두들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양준은 순식간에 몇십 장을 날아, 두 여인이 쉬고 있는 축대로 다가갔다.

양준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감지한 두 여인은 몸을 벌떡 일으키며 진원을 돌렸다. 그녀들은 서슬 퍼런 눈빛으로 곧바로 공격할 준비를 했다.

양준은 진원을 돌려 온몸으로 순수하고 뜨거운 원기를 내뿜는 한편, 공중에서 떠다니는 사령들을 피해 다녔다. 다행히 아직 아래쪽에 있는 짙은 살기가 사령들을 더 끌어당기는지 그는 어떤 위험에도 부딪히지 않았다.

잠시 뒤, 양준이 두 여인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오해하지 마. 잠깐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

그의 말을 듣고, 그를 경계하고 있던 두 여인은 서서히 경계심을 풀었다.

"…양준 아니야?"

이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목소리는 약간 떨렸으며 그 속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섞여 있었다.

"어……."

양준도 깜짝 놀랐다.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한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그쪽을 바라보니, 축대 위에는 기억 속의 아름다운 두 소녀가 서 있었다.

둘은 똑같은 외모에 표정, 체형까지도 모두 판박이였다. 둘 다 세속에서 벗어난 듯 청아하고 자태가 뛰어났다. 갸름한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피곤함이 배어 있었으나, 눈동자에서는 이채가 반짝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서자, 쌍방은 서로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정말 너였구나!"

소녀가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

양준은 더는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그쪽으로 날아갔다. 그는 축대에 올라서자 놀라서 물었다.

"너희들이 왜 여기 있어?"

귀왕곡 제자들에게서 소요종이 쫓는 이가 실력이 뛰어난 쌍둥이로, 소요종 제자 열몇 명을 죽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말을 들으면서도 양준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에 쌍둥이 자매가 흔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은 것도 아니었다. 그가 아는 이들 중에는 쌍둥이가 없었다. 혈전방의 자매들은 겉모습만 같을 뿐, 실제로는 몇 살 터울이 있어 진정한 쌍둥이는 아니었다. 때문에 그는 소요종이 쫓는 이가 그녀들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호교아, 호미아! 참 오랜만이네.'

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전승동천에서였다. 그 당시 셋은 나란히 만 개의 계단을 걸었다. 그때 함께 고생했던 일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고, 그때를 떠올리면 온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벌써 거의 이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양준도 그 사이 개원 경지에서 진원 경지 5단계로 성장했고, 혈전방의 두 자매도 눈에 띄게 실력이 향상되었다.

두 소녀 중 한 명은 방글방글 미소를 지으며 양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오랜만의 재회로 인한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이를 갈며 매서운 눈초리로 양준을 노려보더니 다짜고짜 물었다.

"나야말로 묻고 싶군. 어떻게 네놈일 수가 있어?"

양준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교아 낭자구나!"

방금 전에 말하던 소녀는 얼굴이 확 붉어지더니 더욱더 이를 갈았다.

"나쁜 자식, 여전히 알아보네."

"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못 알아봤을 거야."

양준이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이, 자매는 점점 더 닮아 갔다. 둘의 성정이 다르지 않으면 전혀 구분할 수가 없었다. 호교아는 동생보다 공격적이었고, 또한 양준에게 개인적인 앙금이 남아 있어 양준을 늘 나쁜 자식이라고 불렀다.

"미아!"

양준은 다른 한 명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호미아는 붉은 입술을 깨물며 웃었다. 눈물을 머금은 눈동자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참 다정하게도 부르네. 넌 정말 철면피야."

호교아는 침을 뱉으며 말했다. 하지만 양준은 그녀도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알아챘다. 타향에서 옛 친구를 만난다는 것이 이런 감정인가 싶었다.

호교아는 양준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연신 혀를 찼다.

"못 본 사이, 몸이 많이 좋아졌네."

예전의 양준은 뼈가 앙상해서 가련해 보였지만, 지금의 양준은 잘생기고 훤칠했다.

"너희들도 더 예뻐졌네."

두 자매는 서로 마주 보더니 온몸을 흔들며 깔깔 웃었다. 얼굴의 피로도 싹 가시고 활력을 얻은 것만 같았다.

"말재주는 참 좋아. 날 수 있는 걸 보니 너도 진원 경지구나."

호교아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맞아."

양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신식을 펼쳐 그녀들의 몸을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얼굴빛이 진지해지더니 깜짝 놀란 표정으로 호미아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호미아는 양준이 쳐다보자 얼굴이 상기되었다.

"너희들 실력은……."

"진원 경지 4단계야."

호교아가 웃으며 말했다. 귀여운 표정 속에는 의기양양함이 섞여 있었다.

진원 경지 4단계는 그리 높은 경지가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자매가 똑같이 진원 경지 4단계였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양준은 동생 호미아와 비슷한 경지였다. 그리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각종 수련과 기연을 거쳐 이제 막 진원 경지 5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호미아는 지금 그와 작은 경지 하나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수련 속도가 그야말로 무서울 정도였다.

하지만 양준이 신경 쓰이는 것은 호교아의 경지였다.

그녀는 그때 당시 소안과 비슷한 경지로, 종문의 핵심 제자였다. 그런데 소안은 이미 진원 경지 9단계이고, 아직 신유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거의 일보 직전이었다. 지금쯤이면 소안은 이미 신유 경지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호교아는 지금 진원 경지 4단계로, 소안과 차이가 꽤 컸다. 동생은 수련 속도가 놀랄 만큼 빠르고, 언니는 반대로 거북이처럼 느렸다. 매우 기이한 상황이었다.

호교아는 수련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그런 그녀가 지난 이 년 사이에 실력 향상이 이처럼 느린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전승동천에서 얻은 기연 때문이야?"

양준은 문득 그 원인이 떠올랐다.

"응."

자매는 부인하지 않았다.

"우리가 얻은 기연은 동기연지신공(同氣連枝神功)이라고 해. 쌍둥이가 수련하기 가장 적합한 무공이지. 나와 미아는 비록 진정한 쌍둥이 자매는 아니지만, 얘를 내가 키우다시피 하다 보니 심적으로는 진짜 쌍둥이보다 더 통하는 거야. 이 무공을 수련한 다음부터 둘의 수련 속도가 배는 빨라졌어. 미아의 경지가 좀 낮아서 이제 겨우 진원 경지 4단계가 된 거야."

호교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단하네."

"넌?"

"진원 경지 5단계."

"너도 괜찮네."

호교아는 가볍게 웃으며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녀도 양준이 마지막 전승을 얻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셋은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호교아가 문득 얼굴빛이 바뀌더니 경계하는 눈초리로 양준을 보며 말했다.

"맞다. 내가 깜빡했네. 너 이 나쁜 자식, 여기 무슨 일로 왔어? 설마 능소각이 무너져서 소요종에 간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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