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14화 (314/853)

제 314장. 방어 장막

사람들은 우세를 점하자,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더욱 열심히 공격을 펼쳤다.

곧 양준이 상대하던 사령은 격파당했고, 비명을 지르며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사령의 본원만 남아 있었다. 양준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손을 뻗어 그것을 흡수했다. 그리고 숨도 돌리지 않은 채, 호씨 가문의 자매가 상대하고 있는 사령을 공격했다.

호교아는 놀란 눈빛으로 양준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녀는 양준이 혼자서 사령을 이토록 빨리 해결할 줄 몰랐던 것이다. 그 속도는 힘을 합치고 있는 자매보다도 훨씬 빨랐다.

‘이 년 동안 못 봤더니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 내가 너무 낮잡아 보았군.’

양준 일행은 축대 위에서 사령을 힘들지 않게 방어했다. 노인과 소요종 사람들이 있는 축대도 마찬가지였다. 노인이 신유 경지의 실력을 가진 데다 그의 옆에 있는 제자들도 실력이 나쁘지 않았다. 또 소요종 사람들도 전투력으로는 귀왕곡과 보기종 사람들보다 훨씬 강했다.

노인은 사령을 상대하는 한편, 양준 일행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들이 격파당할까 두려운 눈치였다.

양준이 펼친 진원 속성을 본 노인은 눈앞이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거기 젊은이, 우리 쪽으로 오지 않겠나? 죽지 않도록 지켜주겠네!”

그의 실력에 양준의 진원 속성까지 더한다면 실력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게다가 양준이 보여준 전투력도 나쁘지 않아서 노인은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노인의 말을 들은 귀왕곡과 보기종 사람들이 흠칫 놀랐다. 그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도양과 심혁은 양준과 사이가 나쁘지 않다고 자부했지만, 다들 우연히 알게 된 사이라 친분이 깊지 않았다. 지금 같은 때에 양준이 살기 위해 그들을 버린다고 해도 그들은 양준을 탓할 처지가 못 되었다. 그리고 양준의 입장으로 생각해 보면 노인과 협력하는 것이 더욱 이로웠다. 그렇게 생각하자 다들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양준은 호씨 가문 자매와 함께 사령을 상대하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노인은 그 말에 웃으며 말했다.

“젊은이, 이기적이지 않으면 죽게 된다네. 만약 나와 손을 잡는다면 사령의 본원을 얻었을 때, 우리 둘이서 반으로 나누는 게 어떻겠나? 난 자네를 속이지 않는다네.”

“사양하겠습니다!”

양준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 영감 보기에도 선해 보이지 않는데.’

양준이 호씨 가문 자매의 안전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늑대와 손을 잡고 싶지는 않았다. 협력했다가 나중에 그마저도 벗어나기 힘들 수 있었다.

“그러게나. 나는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네.”

노인은 전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덤덤하게 한마디 내뱉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

‘눈치도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양준이 의리를 지킨 것을 보고 귀왕곡과 보기종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눈에는 옅은 감격의 빛이 흘렀다.

오직 호씨 가문 자매만이 그에게 생글생글 웃어 보였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둘 다 오매진 출신인 데다 예전부터 알고 지냈었다. 그들은 양준이 자신들을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승동천에서 계단을 오를 때도 양준은 그들 자매를 포기하지 않았었다.

한참 뒤, 양준은 드디어 호씨 자매와 함께 사령을 격파했다. 사령의 본원이 눈앞에 떠오르자, 양준은 정령병을 호교아에게 던져 주었다.

“이걸로 사령을 담아. 직접 흡수하지 말고!”

“응.”

호교아는 정령병을 써 본 적은 없었지만, 지금은 양준의 말을 듣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본원을 병에 담았다.

양준은 이미 다른 쪽으로 가서 보기종과 귀왕곡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섯 마리의 사령은 모조리 격파당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사령들이 양준에게 공격당한 후, 자꾸만 도망치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전투를 마치고 사람들이 숨을 돌리기도 전에 아래쪽에서 또 많은 사령들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그 수가 전보다 훨씬 많았다.

사람들은 순간 당황해서 허둥거렸다. 그러다 보니 양준은 홀로 사령 두 마리를 상대하게 되었다.

빠르게 사령들을 죽이지 못하자, 양준의 진양원기에 폐단이 나타났다. 진양원기는 사령을 상대하는 데 좋은 무기지만, 바로 진양원기의 저항감 때문에 사령은 양준에게서 쉽사리 건드릴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사령들은 싸우다가 양준을 피해 다른 사람들을 공격했다.

양준은 바빠서 땀을 뻘뻘 흘렸다. 그는 사람들로 가득한 축대를 빙빙 돌다가 또 사령들을 쫓아 날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상황이 매우 불안정해졌다. 다행히 축대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실력이 낮지 않았다. 그들이 몸에 지니고 있는 비보도 적지 않아 위기의 순간마다 모면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투의 강도도 점점 더 강해졌다. 사령들을 죽이기도 전에 아래쪽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사령들이 솟아올라왔다.

“사매, 다른 두 사제와 같이 오용속인(五龍束印)으로 양 형을 도와!”

도양은 양준의 난감한 상황을 파악하고 다급히 말했다.

“알았어!”

조용은 말하면서 커다란 도장 같은 비보를 꺼냈다. 이 비보에는 다섯 마리의 용이 각인되어 있었다. 조용과 두 보기종의 제자가 진원을 주입하자 용 울음소리와 함께 다섯 마리의 용이 순식간에 실체로 변해 날아갔다.

다섯 마리의 용은 축대 위를 빙빙 돌며 입으로 빛을 뿜었다. 그들은 꿈틀거리는 사령 한 마리를 공격했다. 순간, 이 사령은 무언가에 묶인 것처럼 제자리에서 꿈틀거리며 몸부림쳤지만, 결국 벗어날 수 없었다. 오직 비명만 지를 뿐이었다.

양준은 이를 보고 기뻐하며 다급히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양액으로 만든 검을 들고 신속하게 사령을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순식간에 사령 한 마리를 죽일 수 있었다.

보기종 제자들도 영리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양준이 이토록 깔끔하게 사령을 처리하는 것을 보고, 다급히 수법을 바꿔 용들로 다른 사령을 공격하게 했다. 비록 세 사람이 따로 나와서 양준을 돕고 있었지만, 상황은 나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정리되기 시작했다.

전투가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은 진원이 부족할까 봐 모두 미리 진원단을 복용했었다.

양준은 단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었다. 호씨 가문 자매도 방금 전에 만약영액을 먹어 진원을 회복한 데다, 나중에 양준이 그들의 회복에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해 단약을 복용하지 않았다.

다른 축대는 상황이 좋지 못했다. 노인과 소요종 사람들은 힘겹게 사령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신유 경지의 고수가 한 명 있었지만 인원이 양준 쪽처럼 많지 않았고, 몸에 지닌 비보도 보기종의 비보와 달리 등급이 높지 않아 전투력이 강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령들을 상대하기 많이 힘들었다.

노인은 양준이 활약을 펼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언짢았다. 체면이 크게 상하는 기분이 든 그는 소매를 떨치며 바람을 일구었다. 그러자 그의 주변에 있던 두 마리의 사령들이 밀려났다. 사령은 자신과 가까이 있는 육신만 공격하는지라 더 이상 노인에게 달려들지 않았고, 이내 다른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노인이 이렇게 떠밀자 호씨 가문의 자매는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들은 힘을 합쳐 사령 한 마리를 대적하고 있었는데, 지금 갑자기 두 마리가 달려들자 상대하기 힘들었다.

양준은 바쁜 와중에 이를 발견하고 화가 났다.

‘노친네 심성 한번 고약하군.’

그는 다급히 눈앞의 사령을 해결하고, 신속하게 호씨 가문 자매들을 도왔다. 그는 날아가면서 손을 털어 양액 한 방울을 짜냈다. 절묘하게 진원을 통제하자 양액은 순식간에 반원 모양의 장막으로 변해 호씨 가문의 자매를 그 속에 보호했다.

소부생이 전수한 원기의 통제법이 이 순간에 그 빛을 발했다.

장막이 생기자마자 두 마리의 사령들이 달려들었다. 희미한 몸이 빛의 장막과 접촉하는 순간, 달군 기름에 빠진 것처럼 ‘파지직’ 소리를 냈다. 사령들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호씨 가문 자매가 상대하고 있던 사령도 그들을 두고 도망쳤다.

양준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이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노인이 떠민 사령 두 마리는 호씨 가문 자매가 대적하는 한 마리와 함께 호교아와 호미아를 포기하고, 귀왕곡 제자들에게 날아갔다.

“이래도 돼?”

정영이 소리를 지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심해. 사령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

냉산이 소리를 질렀다.

“양 형, 이건 아니잖아.”

심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양준을 탓했다. 비록 지금 호씨 가문 자매는 안전해졌지만, 귀왕곡 사람들은 상황이 어려워졌다.

“미안, 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네.”

양준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지금 그들의 옆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사람이 죽고 다칠 수도 있었다.

양준은 두 마리의 사령들을 공격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절묘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보기종의 세 사람과 합심하여 두 마리의 사령들을 처리한 뒤, 다급히 허공으로 날아올라서 사람들의 위에 섰다. 양준은 정신을 가다듬고, 단전에서 양액 한 방울을 짜내어 아래쪽으로 털었다. 그러자 방금 전과 같이 양액이 허공에서 반원 모양의 장막을 만들었다. 다만 방금 전의 것보다 얇을 뿐이었다. 하지만 축대 위를 전부 감쌀 수 있었다.

장막이 생기자 공격하던 모든 사령들이 뒤로 날아가더니 두려운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렇게 얇은 장막은 위협만 될 뿐이지, 사령이 공격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파열될 것이 분명했다. 양준은 쉬지 않고 끊임없이 양액을 짜내어 아래로 털었다. 한 층, 한 층의 장막이 양준의 통제를 받으며 겹겹이 축대를 감쌌다. 전부 똑같은 크기로 완벽하게 겹쳐졌다. 양액을 스무 방울 쓴 뒤에야 양준은 만족스러워하며 손을 거두었다.

양액 스무 방울로 만들어진 장막은 무쇠처럼 견고하다고 할 순 없었지만, 사령을 막아 내기에는 충분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