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18화 (318/853)

제 318장. 죽으려고 작정했나?

“젊은이, 내가 자꾸 재촉한다고 탓하지 말게. 자네가 계속해서 나와 손을 잡지 않는다면 자네 친구들이 죽게 생겼네!”

노인은 덤덤하게 양준 일행을 훑어보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염려하지 마시죠!”

양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받아쳤다.

“흥, 건방지긴!”

노인이 화를 내더니 냉소하며 말했다.

“이따가 자네가 나한테 사정하지 않는다면 난 절대 도와주지 않을 것이네!”

양준은 더 이상 그를 신경 쓰지 않고, 허공에 떠다니는 혼사령만 꼿꼿하게 노려보았다. 보기종의 세 사람도 오용속인을 든 채로 긴장한 마음을 안고 싸울 준비에 임했다.

노인과 여경이 협상을 벌이고 있을 때, 양준 쪽도 대응책을 상의하고 있었다.

“양 형, 괜찮겠어?”

도양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손에 들고 있던 원환 모양의 신혼 비보를 건네며 말했다.

“이거라도 몸에 지니고 있을래?”

“그래, 혹시 모르니 가져가.”

냉산이 나지막하게 권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다.

방금 전에 양준이 나가서 혼사령을 죽이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양준이 미친 줄 알았다. 호씨 자매는 더더욱 당황스러워하며 그를 막아섰다. 호미아는 걱정되어 눈물을 쏟기까지 했다.

“괜찮아, 난 나를 알아. 정말 상대할 수 없다면 돌아올게.”

양준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조심해야 해.”

심혁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양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바로 이때, 혼사령이 또 한 번 입을 쩍 벌리며 신혼기를 펼치려고 했다.

“움직여!”

양준이 소리쳤다.

보기종의 세 제자는 다급히 오용속인에 진원을 주입했다. 혼사령이 신혼기를 펼칠 때, 다섯 마리의 용이 나타나 입으로 하얀 빛을 내뿜었다. 이에 혼사령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양준은 양액으로 만든 장검을 들고 쏜살같이 날아가 퍼지는 자색 빛을 맞받아쳤다.

챙-

도양도 신혼 비보를 사용하여 자색 빛 속에 담긴 신혼 공격을 방어했다.

“빨라!”

심혁은 저도 모르게 놀라움의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양준은 이미 혼사령의 앞까지 도착했다. 그는 장검을 든 채로 쉬지 않고 끊임없이 혼사령의 몸을 베었다.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또다시 들리면서 자색 빛이 한 번, 또 한 번 터져 나왔다. 도양도 끊임없이 신혼 비보를 튕겼지만, 이렇게 빈번하게 쏟아지는 공격을 모두 방어할 수는 없었다. 그는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결국 피를 내뿜고 풀썩, 쓰러졌다.

심혁이 다급히 비보를 받아 들고 앞을 막아선 채, 방어를 유지했다.

“젊은이, 죽으려고 작정했나?”

노인도 양준의 대담한 행동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날카롭게 말했다.

그가 좋은 마음으로 양준의 생사를 신경 쓸 리 없었다. 양준이 죽는다면 그들에게 방어막을 쳐줄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하지만 양준은 그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용맹하게 혼사령을 공격했다. 짧은 순간, 혼사령이 내뿜는 자색 빛이 많이 옅어졌다. 하지만 혼사령의 실력은 일반적인 자색 사령보다 훨씬 강했다. 그래서 상극인 진양원기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단번에 무너지지 않았다.

“못 버티겠어!”

조용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잠시 뒤, 보기종의 두 제자도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손에 든 오용속인의 색깔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혼사령을 속박하고 있던 다섯 마리의 용이 사라져 버렸다.

다시 몸이 자유로워진 혼사령은 이내 폭주하기 시작했다. 혼사령은 오관이 뒤틀리더니 양준을 향해 자색 빛을 마구 쏘아 댔다.

양준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자색 빛에 머리를 맞았다. 곧이어 극심한 고통이 머릿속에서 퍼졌다. 미혼지궁은 이렇게 강한 신혼 공격을 막아 주지 못했다.

양준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파래지며 동작도 느려졌다. 바로 이 순간, 혼사령이 입을 쩍 벌리고 양준을 덮쳤다.

촤락!

옷이 찢어지며 양준의 배에 길다란 상처가 몇 가닥 생겼다. 곧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양 형!”

사람들은 경악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죽으려고 환장했나!”

노인은 코웃음을 쳤지만 얼굴은 화난 표정이었다. 그는 양준이 버티지 못하고 그와 힘을 합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젊은이의 꺾이지 않는 기개가 이토록 강할 줄 몰랐던 것이다. 양준이 이렇게 나오자, 그의 계획은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

혼사령의 신혼기를 정통으로 맞으면 신유 경지의 고수라도 영혼이 망가질 것이다. 고작 진원 경지 5단계밖에 되지 않는 양준이 어떻게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겠는가?

‘쌤통이네!’

노인은 속으로 냉소를 지을 뿐, 동정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양준이 죽는다면 그도 조금 번거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양준이 덤덤하게 외쳤다. 떨어질 것 같던 몸도 금방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는 다급히 혼사령의 다음 공격을 피했다. 머릿속에서 옅은 한기가 퍼지며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웠지만, 온신련이 또 한 번 작용을 발휘한 것이었다.

“그럴 리가…….”

노인은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신유 경지의 고수로서 그도 당연히 방금 전 신혼기에 담긴 무시무시한 기운을 느꼈었다. 그라도 정면으로 적중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텐데 양준이 어찌 버틸 수 있겠는가?

귀왕곡과 보기종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하나같이 놀란 눈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양준에게 대단한 신혼 비보가 있어 방어에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양준에게 신혼 비보가 있다고 해도, 분명 자신만 보호할 수 있는 물건일 거야. 그렇지 않으면 방금 전에 안 꺼냈을 리가 없잖아.’

“한 번 더!”

양준은 혼사령과 뒤엉켜서 움직이며 축대 위를 향해 소리쳤다.

“응!”

냉산은 다급히 대답하고 조용의 앞으로 다가가 오용속인을 주워 들었다. 그녀는 호씨 자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오용속인에 진원을 주입했다. 세 여인이 진원을 주입하자 오용속인이 발휘하는 작용은 방금 전보다 훨씬 강했다. 냉산도 약하지 않지만, 호씨 자매가 함께 진원을 주입하자 그 힘이 매우 강해 보기종의 세 사람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내 다섯 마리의 용이 나타나 혼사령을 향해 하얀 빛을 내뿜었다. 혼사령은 다시 제자리에 속박되었다.

오용속인이 혼사령을 오래 묶어 둘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양준은 사정을 봐주지 않고 공격했다. 그는 양손바닥을 내밀고 백호인과 신우인을 내보냈다. 포효와 함께 진양원기로 이루어진 수혼이 용맹하게 달려들어 혼사령을 물어뜯었다.

양준은 한 손에는 검을 든 채 휘두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염양삼첩폭을 날리며 필사적으로 혼사령을 공격했다. 혼사령의 신식 공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그 모습에 깜짝 놀랐다.

혼사령의 몸은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하지만 혼사령은 한 번, 또 한 번 계속해서 신혼기를 날리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진원 경지의 무인이 혼사령을 마주쳤을 때,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신혼기를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신유 경지의 고수라도 이런 공격을 피하려면 꽤나 애를 먹어야 했다. 그래서 혼사령은 흉살사동에서 가장 번거로운 존재였다. 하지만 신식 공격만 아니면 혼사령은 그저 일반 사령보다 조금 강한 정도였다.

머릿속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점차 강해졌다. 양준은 이마의 실핏줄이 드러났지만, 손은 전혀 움직임을 늦추지 않았다. 혼사령의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이를 한참 지켜본 노인의 눈도 서서히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양준이 이렇게 강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겨우 진원 경지 5단계밖에 되지 않는 젊은이가 보여준 전투력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렇게 가다간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녀석이 정말 혼사령을 죽이겠군.’

노인은 이렇게 생각하며 몰래 혼사령을 주목했다. 아니나 다를까, 십 분 정도 격전을 벌이자 혼사령이 비명을 지르더니 몸이 자색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양준이 이토록 용맹하게 활약한 것을 보고 귀왕곡과 보기종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호씨 자매는 더더욱 기뻐하며 입을 막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혼사령이 사라진 곳에 커다랗고 솜처럼 새하얀 사령 본원이 남아 있었다. 이 사령 본원에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실이 가닥가닥 엮여 있었다. 사람들은 양준의 승리에 기뻐하기도 전에 이 본원을 보고 모두 소리를 질렀다.

“특수한 본원이야!”

노인은 교활한 눈빛을 반짝이며 탐욕스럽게 그곳을 주시했다.

특수한 본원은 일반 사령의 본원보다 훨씬 귀중했다. 누구도 그 속에 어떤 기묘함이 담겨 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노인은 이 특수한 본원을 보았을 때, 분명 신식이 이끌리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비릿한 냄새를 맡은 고양이처럼 본능적으로 갈망을 느꼈다.

순간, 노인은 특수한 본원에 신식의 힘을 키워 주는 힘이 담겨 있다는 걸 눈치챘다. 혼사령이 죽은 뒤 남긴 것이니 신식의 힘을 키워 주는 것도 당연했다. 노인은 욕심이 생겼다. 만약 일반적인 사령의 본원이었다면 굳이 넘보지 않았겠지만, 신식의 힘을 키워 줄 수 있는 물건은 많지 않은지라 모험해서 빼앗을 가치가 있었다.

노인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여경을 향해 소리쳤다.

“자리를 지키고 있게!”

그리고 바로 몸을 날려 양준에게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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