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0장. 주객전도
엄청난 양의 기운을 흡수한 덕분에 양준은 금신에게 몸보신을 시켰을 뿐만 아니라, 단전에도 백 개에 가까운 사령의 본원을 저장했다. 양준은 곧바로 이것들을 연화할 수 없어 단전 안에 두었다. 특히 혼사령이 남긴 특수한 본원은 다른 사령의 본원에 비했을 때, 남달랐다.
‘빨리 연화해야 더욱 많은 본원을 흡수할 텐데. 이 참에 지금의 경지를 돌파해야지.’
이렇게 생각한 양준의 가슴은 순식간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고 축대 위를 바라본 양준은 사람들이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호씨 자매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걱정과 염려로 가득했다.
순간, 마음이 따뜻해진 양준은 축대 위로 올라가 손을 내밀었다.
“정령병을 다 줘.”
“하하…….”
심혁은 탐욕스러운 얼굴로 히죽 웃었다.
“역시 양 형이 의리가 있어!”
말을 마친 그는 다급히 모든 사람들의 정령병을 모아 양준에게 던졌다. 정령병은 다섯 개밖에 없었다. 그중에서 세 병은 보기종이 가져온 것이었고, 귀왕곡 사람들은 두 병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호씨 자매는 그저 위기를 피해 숨어든 것이라 가지고 있는 정령병이 아예 없었다.
한 병에 본원을 스무 개 담을 수 있으니, 다섯 병은 백 개를 담을 수 있었다. 이렇게 큰 숫자에 누군들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는가?
양준은 사살샘물로 돌아간 뒤, 수많은 사령들 속에서 마음껏 누비며 끊임없이 사령의 본원을 병에 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섯 병 모두 가득 차게 되었다.
노인과 소요종 사람들은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탐욕과 부러움이 가득했다. 그들은 축대 위에서 필사적으로 싸우느라 사령의 본원을 흡수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양준은 아무 걱정 없이 샘물에서 노닐며 사령의 본원을 계속해서 거두어들였다. 이 모습에 어찌 샘이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노인은 후회되어 미칠 지경이었다.
‘저 녀석이 이렇게 대단한 줄 알았으면 척을 지지 말 걸 그랬어.’
하지만 지금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그가 양준을 공격한 순간, 이미 양준과 잘 지낼 희망을 끊어버린 것이었다.
‘젠장, 운도 없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다니!’
순간, 노인은 이도 아프고, 배도 아프고, 속도 쓰린 것이 온몸에 안 아픈 구석이 없었다.
양준은 다섯 병에 본원을 가득 담은 뒤, 위로 던졌다. 그는 급히 돌아가지 않고 사살샘물 위에 떠 있는 채로 고개를 돌려 음산한 눈빛으로 노인을 힐끗 훑어보았다.
순간, 노인은 흠칫 놀랐다. 그는 양준의 눈빛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머뭇거리고 있는 순간, 양준은 그를 향해 히죽 웃어 보였다. 이내, 양준이 느긋하고 여유롭게 날아올랐다.
축대 위의 모든 사람들은 적을 본 것처럼 긴장하며 경계했다. 지금 그들은 이미 사령들을 상대하느라 힘을 많이 소모한 상태였다. 만약 양준까지 보탠다면 그건 정말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여경은 마음속으로 방금 전 노인의 경솔한 행동을 탓하며, 멀리서 양준에게 아부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봐, 친구, 진정해. 우리 소요종은 너와 전혀 척을 진 게 없잖아. 친구, 공격하기 전에 신중하길 바라!”
여경이 이렇게 비굴하게 사정하는 것을 보자 귀왕곡 사람들은 속으로 통쾌해했다. 양준의 뒷모습은 마치 영웅처럼 듬직하고 멋있어 보였다.
양준은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상대방이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게 만들었다.
“사내라면 저렇게 살아야지!”
심혁은 선망하는 눈빛으로 양준을 보며 말했다.
냉산은 코웃음을 치더니 그에게 눈을 흘겼다.
“친구, 말로 하자고.”
여경은 양준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어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
노인의 안색은 더욱 변화무쌍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경이 비굴하게 아첨하는 것을 바라만 보았다. 그도 마침 여경을 통해 양준의 의도를 파악하고 싶었던 것이다.
“원하는 게 있어!”
여경이 초조한 마음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할 때, 양준이 입을 열었다.
“친구, 원하는 게 뭔가? 말만 해. 우리 소요종에 있는 거라면 전부 줄게!”
“정령병을 줘!”
양준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검은색 기운에 감싸인 그가 새하얀 이를 드러내자 그 모습이 무시무시했다.
“좋아, 좋아!”
여경이 어찌 모르는 척할 수 있겠는가? 그는 다급히 사제들이 가지고 있던 정령병까지 전부 내놓았다. 그들은 정령병을 두 병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양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준 정령병에는 사령의 본원이 몇 개 담겨 있었다.
덤덤한 표정으로 정령병을 받으며 양준은 고개를 돌려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히죽 냉소를 짓더니 실눈을 뜨고 음산하게 말했다.
“제가 더 말할 필요 없죠?”
노인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신유 경지 5단계의 고수였다. 양준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양준을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보살핌이 필요한 후배가 네 명 있었다. 일격에 양준을 죽일 자신이 없다면, 노인도 감히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양준이 이렇게 대담하게, 또 후배들의 앞에서 그에게 뭔가를 요구하자 노인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체면은 체면이고, 노인은 더 이상 양준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노기를 참으며 말했다.
“저 자에게 병을 내주거라!”
“하지만…….”
노인의 옆에 있던 젊은이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토록 손쉽게 정령병을 내놓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어서 주거라!”
노인이 낮은 소리로 분노했다.
“네!”
젊은이는 양준을 매섭게 노려보며 이를 악물더니 품에서 정령병 두 개를 꺼내 양준에게 던져 주었다.
양준은 손을 뻗어 받고는 싸늘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너 기억하고 있겠어. 조심해!”
젊은이는 혈기가 왕성하고 간이 컸다. 그는 윗사람이 지켜 주고 있다는 것을 믿고 냉소를 띠며 양준을 협박했다.
양준은 싸늘한 얼굴로 차갑게 그를 바라보았다. 양준이 움직이기도 전에 노인이 갑자기 그 젊은이의 귀싸대기를 때렸다.
짝-
찰진 소리가 들리더니 젊은이는 그 자리에서 휘청거렸다. 겨우 자세를 잡고 바로 서자, 한쪽 얼굴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말을 하지 않으면 죽느냐?”
노인은 일그러진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젠장, 나조차도 저놈을 더 이상 건드리지 않으려고 하는데, 감히 네가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여? 정말 그가 화나서 공격이라도 한다면 너희들은 한 명도 살아서 나갈 수 없단 말이다!’
젊은이는 얻어맞고 깜짝 놀랐다. 그는 사부님이 자신에게 손을 대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듯, 얼굴을 붙잡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의 눈에는 온통 굴욕과 분노가 가득했고,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하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안 가득 찬 피를 속으로 삼킬 뿐이었다.
“젊은이, 이젠 마음에 드나?”
노인은 덤덤한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하하하하!”
양준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음에 듭니다!”
“그럼 돌아가게!”
노인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양준이 그들의 축대 옆에 서 있으면, 그는 시시각각 양준이 갑자기 공격하지 않을까 경계해야 했고, 또 사령까지 상대해야 하니 매우 힘들었다.
“급하지 않습니다!”
양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표정은 아주 여유로워 보였다.
노인은 안색이 변하면서 표정이 오묘해지기 시작했다.
양준은 그를 향해 손에 든 정령병을 흔들어 보이고는 느긋하게 축대 주변을 떠돌고 있는 사령의 본원을 담았다. 이 본원들은 모두 소요종 사람들과 노인이 죽인 사령들이 남긴 것들이었는데 양이 적지 않았다. 그들의 전리품이었으나 줍는 사람이 없자, 그것들은 축대 주변에서 둥둥 떠다녔다.
양준이 자신만만하게 걸어가 홀가분한 표정으로 사령의 본원을 거두어들이는 것을 보고, 여경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노인도 어두운 낯빛을 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참 뒤에야 양준은 그들의 주변에 있는 사령의 본원을 모조리 거두었다. 그는 덤덤한 얼굴로 훑어본 뒤,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계속해. 조금 이따가 또 와서 거둘 거야!”
그의 이 말은 사람을 약올라 죽게 하려는 듯했다. 정령병 네 개가 다 채워지지 않자 양준은 또 멀리 가서 한 바퀴 돈 다음 돌아왔다.
사람들이 있는 축대로 돌아온 양준은 정령병 네 개를 호씨 자매에게 던져주며 입을 열었다.
“난 먼저 좀 흡수할 테니까 너희들이 내 곁을 좀 지켜 줘.”
“응.”
호씨 자매는 상기된 얼굴로 달콤하게 웃어 보였다.
비록 마지막 네 병의 정령병을 모두 호교아와 호미아에게 주었지만, 귀왕곡과 보기종 사람들은 전혀 불만이 없었다. 두 종문은 이미 사령의 본원을 두 병씩 얻었기 때문이었다.
양준은 이미 전에 귀왕곡에게 진 빚을 전부 갚았을 뿐만 아니라, 귀왕곡에게 두둑한 선물도 안겨주었다. 보기종의 도양 무리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 네 사람이 이곳에 온 것은 사부님이 사령의 본원으로 무기를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저 붉은색 사령 몇 마리를 죽이고 심부름을 마칠 생각이었는데, 지금 수확이 이렇게 크니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호미아는 방금 전, 사살샘물에 뛰어들어가 양준을 찾으려고 했다. 사람들은 양준과 이 쌍둥이의 사이가 특별하다는 것을 느꼈다. 절대 그들처럼 우연히 만난 얕은 친분은 아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