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21화 (321/853)

제 321장. 본원을 연화하다

‘어쩐지 양준이 쌍둥이를 저쪽 축대에서 데려왔을 때부터 뭔가 있다 싶었어.’

여기까지 생각한 사람들은 모두 양준을 바라보았다가 또다시 호씨 자매를 바라보았다.

“역시 변태 같은 녀석이야!”

냉산은 이를 갈며 양준을 노려보았다.

‘애초에 외지에 있을 때부터 양준은 나와 자맥에게 관심을 보였어. 마지막에 적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와 자맥은 이미 무슨 일이 벌어졌을 거야. 그런데 흉살사동에 와서도 그와 관계가 있는 미인을 마주치게 될 줄이야. 게다가 무려 쌍둥이잖아! 도대체 밖에서 얼마나 많은 여인들을 거느리고 다니는 거야?’

냉산은 생각할수록 점점 화가 났다. 그녀는 다시는 양준과 왕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축대 위는 모처럼 즐거운 분위기로 가득했다.

양준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사악한 기운을 금신 안으로 밀어 넣었다. 단전 안의 진양원기도 다시 경맥 안을 가득 채웠다. 사살샘물 속에 담긴 사악한 기운은 바로 금신으로 흡수할 수 있었지만, 사령의 본원은 그럴 수 없었다. 반드시 먼저 진양원기를 정화한 뒤, 흡수해야 했다.

단전 안의 본원을 살짝 살펴보니 족히 백 개는 넘었다. 그중의 하나는 특수한 본원이었다. 바로 혼사령이 죽은 뒤 남긴 것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양준은 그것을 마지막에 연화하기로 결심했다.

곧이어 단전 안의 다른 본원들을 경맥 안에 넣고 진원을 움직여 연화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준은 어렴풋이 속박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 속박감은 일정한 정도에 이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특히나 무인이 경지를 곧 돌파하려고 할 때마다 이런 속박감이 더욱 뚜렷하게 느껴졌다.

이 속박을 깨뜨려야 무인의 실력이 한층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경지는 영원히 제자리에 멈춘 채, 올라가지 못할 것이다. 실력이 강할수록 몸을 옥죄고 있는 속박도 더욱 깨뜨리기 힘들었다. 이는 무인이 뒤로 갈수록 실력이 증가하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원인이었다.

이런 속박은 신유 경지의 정상일 때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지금 세상에서는 신유 경지 이상을 돌파할 수 있는 사람이 매우 적었다. 신유 경지 이상에 도달할 수 있는 무인은 적어도 일등 세력의 책임자 정도였다. 의외라고 할 만한 이는 능태허 한 사람밖에 없었다. 능소각은 겨우 이등 종문일 뿐인 데다가 멸문의 위기에 처해 있는 상태였다.

양준은 온몸의 기운을 집중하여 몸을 옥죄고 있는 구속에 끊임없이 충격을 가했다.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지만, 구속하던 힘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전례 없이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이는 마치 갇혔던 새장 안에서 벗어난 것처럼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곧이어 보이지 않는 기운이 양준을 중심으로 주변을 향해 뻗어 나가며 파문이 일었다.

담소를 나누고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기척에 깜짝 놀랐다. 그들은 다급히 고개를 돌리고 양준을 바라보았다.

양준이 경지를 돌파하여 내는 소리라는 것을 깨닫자,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위험한 환경에서 경지를 돌파하다니, 양준의 대담한 행동에 사람들은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양준은 진원 경지 6단계였다!

성공적으로 경지를 돌파한 뒤에도 양준은 바로 일어나지 않고, 여전히 공법을 운행하며 단전 안의 사령 본원들을 완전히 연화한 다음, 금신에 흡수했다. 금신은 소용돌이 같은 흡인력으로 본원의 기운들을 삼켰다.

이제 막 경지를 돌파한 양준은 신속하게 경지를 공고히 다졌다. 그리고 단전 안에는 아직도 본원이 하나 남아 있었다. 바로, 혼사령이 남긴 특수한 본원이었다.

양준은 안색이 변하더니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도 이렇게 특수한 본원이 그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지 매우 기대되었다. 진원이 본원을 이끌고 경맥 안을 누비면서 타올랐다. 불순물이 조금씩 떨어지며 몸 밖으로 배출되었다.

역시 특수한 본원인 만큼, 일반 사령의 본원을 연화할 때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양준은 무려 한 시진을 허비하여 혼사령의 본원을 연화하였다.

연화를 마친 뒤, 본원은 경맥 안에서 흐르며 이상한 느낌을 가져왔다. 양준은 몸과 마음이 무척 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다른 본원을 연화할 때는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 기운은 갑자기 경맥을 따라 머리 꼭대기까지 솟구쳤다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다음 순간, 양준은 신식의 힘이 크게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신식의 힘을 키울 수 있는 본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또 다른 것도 함께 느껴졌다.

양준은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은 반짝반짝 빛을 뿜었다. 잠시 멍하니 생각하던 그의 입가에는 기괴한 미소가 걸렸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양준은 노인이 있는 축대 위를 바라보았다.

“양 형, 괜찮아?”

심혁이 다급히 물었다.

“응, 아주 좋아.”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서서히 음산한 빛을 띠었다.

양준의 시선을 의식한 듯, 노인은 저도 모르게 양준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단번에 노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이 괴이한 젊은이가 방금 전과 달라진 것을 느꼈다. 양준은 방금 전보다 더욱 자신만만하고 광기 어렸으며 더욱 강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겨우 작은 경지 하나를 돌파하고 날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노인은 마음속으로 냉소를 금치 못했다.

‘주제도 모르는군.’

양준은 확실히 그를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 늙은이는 방금 전 혼사령의 본원 때문에 날 공격했지.’

양준이 결정적인 순간에 양액으로 방패를 만들어내지 않았더라면, 그의 공격을 당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이자를 좀 받아내긴 했지만, 원수를 졌으면 갚아야 하는 것이 양준의 방식이었다. 참는 것은 그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양준은 눈알을 굴리다가 천천히 적의를 거두었다. 그는 아직 노인을 죽일 자신이 없었다. 노인의 경지는 너무도 높아 방금 전 터득한 수단을 사용한다고 해도, 노인을 죽일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좀 더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겠어.’

“양 형.”

도양이 무거운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방금 전 얘기를 해보았는데 여기 더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맞아.”

양준도 같은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그들이 도망치지 못했던 것은 사방에서 모여든 사령들이 너무 많은 탓에 밖으로 도망쳤다가 사령들에게 둘러싸일 것이 염려되어 높은 축대에 숨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령 샘구멍 때문에 이곳에 모여 있는 사령들이 더 많아, 오히려 바깥이 더 안전할 것 같았다.

“너희들은 어쩔 생각이야?”

“우리는 그저 이곳을 떠나고 싶어.”

심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있어. 우리가 이곳을 떠나면 사령들이 따라붙어서 벗어나기 힘들 거야.”

“내가 뭘 하면 되?”

양준은 현재 이들 무리의 핵심 인물이었다. 양준도 그들이 희망을 자신에게 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양 형이 날아가면서 큰 범위의 방어막을 쳐 줄 수 있어?”

심혁은 좀 민망했다. 그들 귀왕곡의 인원수가 가장 많고, 다음이 보기종 네 명, 그 다음이 호씨 자매였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양준 한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이니 참으로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지금 양준에게 남은 진원이 얼마나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안 해봤지만 가능할 것 같아.”

양준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큰 범위의 방어막을 유지하려면 분명 진원을 많이 소모해야 하겠지만, 단전 안의 양액은 아직 적지 않게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 한번 시도해 보자.”

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근!

사람들이 상의를 하고 있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거대한 심장이 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깜짝 놀란 얼굴로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소리는 잠깐 멈췄다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 소리가 들렸을 때, 모든 사람들이 똑똑히 보았다.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사령 샘구멍이 있는 곳이 들끓기 시작한다는 것을.

푸푸푹-

축대 아래의 사살샘물은 끓는 것처럼 거대한 기포가 생겨났다. 그 기포는 물 위에 떠올랐다가 터지면서 사악한 기운을 내뿜었다. 기포가 터지면서 아래쪽에 있는 사살샘물이 들끓으며 신속하게 수위가 높아졌다.

사람들이 위치한 축대는 지면과 대략 7~8장 정도 떨어져 있었다. 원래는 이 정도 시간이 흐르면 사살샘물의 수면은 3~4장 정도 올라와야 했다. 하지만 지금, 사살샘물은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수위가 높아지고 있었고, 이는 마치 부풀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모든 사람들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짧은 시간 동안 사살샘물은 축대와 같은 높이로 차올랐고, 점점 더 빠르게 차오르고 있었다.

“큰일났어!”

도양이 비명을 지르면서 아래쪽을 주시했다.

사람들은 모두 축대 중간으로 모여들었다. 실수로 축대에서 떨어져 사악한 기운으로 가득한 사살샘물에 빠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사살샘물의 갑작스러운 변고에, 그들은 지금 도망치기는 글렀다는 것을 깨닫고 하나같이 사색이 되어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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