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24화 (324/853)

제 324장. 의외의 사태

“왜?”

“사주가 너희 능소각에서 나왔다고 하지, 중도의 추씨 가문은 너희들과 싸우다 철수했지, 게다가 추씨 가문에서 중요한 인물이 실종되었는데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지 뭐야. 그 사람들은 무례하기 그지없었는데 우리 혈전방과 풍우루도 탓하더라고. 우리 두 종문에서는 핍박에 못 이겨 결백을 증명하려고 창운사지를 토벌하는 데 참여했어. 그래서 나와 언니도 이곳으로 오게 된 거야.”

호미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녀의 설명을 들은 양준은 그제야 왜 호씨 자매가 창운사지에 나타났는지 알게 되었다. 분명 싸움에 이끌려 온 것이겠지만, 결국 다른 사람들과 흩어진 것이었다. 낯선 곳, 낯선 사람으로 가득한 이곳에서 점점 이상한 곳으로 들어가게 된 데다가, 또 소요종의 폐물들을 마주치게 되면서 결국은 흉살사동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농담한 거야. 너희 능소각을 탓하려는 게 아니었어. 다 억지부리는 그 사람들 탓이지!”

호미아는 양준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보고, 그가 화난 줄 알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응, 알고 있어.”

이내 양준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화제를 돌렸다.

“소안은? 최근에 소안에 대해 들은 거 없어?”

“없어!”

호미아는 소안의 행적에 대해 전혀 모르는 듯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희 능소각에는 이미 아무도 없어. 추씨 가문의 중요한 인물이 사라진 뒤, 트집 잡으러 온 고수들이 화가 나서 능소각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지금은… 폐허가 되었어.”

양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어.”

“기운 내.”

호미아는 양준의 안색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그의 손을 덥석 잡고 쓰다듬어 주었다.

양준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

호미아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잡은 손을 놓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얘 앞에서 이렇게 군 게 처음도 아니고, 전에는 더욱 대담하게 유혹도 했는데.’

하지만 그녀는 동기연지신공을 수련한 이후로 언니의 성격을 많이 닮아서 더 이상 예전처럼 방자하게 굴지 않았다.

*시간은 매우 더디게 흘렀다.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두려운 마음에 심장이 빨리 뛰었다. 사람들의 눈은 시시각각 진양원기로 만들어진 방어막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방어막이 한 층씩 무너질 때마다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씩 얼어붙었다.

시간이 흐르자 이십 층의 방어막은 모두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양준이 진작 새로운 방어막으로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어 그들의 감격을 샀다. 사살샘물 속에는 끊임없이 사령들이 떠돌고 있었고, 거대한 물방울들이 밑에서부터 올라왔다.

곧이어 온도가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진원 경지의 고수라 진원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어 이 정도 한기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실력이 조금 낮은 사람들은 이미 머리에 서리가 앉았다. 그들은 팔을 끌어안은 채 덜덜 떨었고,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왔다.

실력이 높은 사람들도 점점 견디기 힘들어졌다. 오로지 양준만 이 추위에 끄떡없을 뿐, 다른 사람들은 버티지 못했다. 주변을 뒤덮은 사살샘물 속에는 영혼의 깊은 곳까지 침투할 수 있는 한기가 담겨 있어 사람들의 온기를 잠식하고 있었다.

두근-

사령 샘구멍에서는 끊임없이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도 그 움직임은 아주 강렬했다. 그곳이 진동할 때마다 축대도 함께 흔들렸다.

파파팍-

주변의 거대한 물방울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그 속에서 각종 위험하고 음산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진양원기의 방어막은 한 층, 또 한 층 터지면서 양준의 표정은 점차 어두워졌다.

또 한동안 시간이 흐르자 사령 샘구멍에서는 급박한 북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가 끊기자 모든 소리가 일제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마음을 졸이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다들 멍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그들이 파악하기도 전에 아주 음산하고 짙은 기운이 갑자기 한쪽에서 퍼져 나왔다. 이 음산한 기운은 마치 만 년 동안 녹지 않는 설산에서 불어오는 바람같이 매우 차가웠고, 지옥에서 불어오는 바람 같기도 했다.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

쩌억-

축대 위를 뒤덮은 진양원기 방어막에 얼음이 끼었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차가운 기운과 사악한 기운이 모두 진양원기 방어막을 소모시키고 있었다. 방어막이 무너지는 속도는 한 단계 더 빨라졌다.

“이럴 수가!”

정영은 입을 쩍 벌렸다. 그의 두 눈에는 씁쓸한 표정이 가득했다. 원래도 그들은 마음을 졸이며 힘겹게 방어하고 있었는데, 지금 또 주변에 이런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우리더러 살지 말라는 뜻이구나.’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의 사살샘물이 일제히 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샘물 속에서 헤엄치던 사령들도 이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마치 한쪽에 커다란 소용돌이가 생긴 것처럼 흉살사동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사방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그것은 사령들이 발버둥 치면서 내는 소리였다.

축대 위의 사람들도 이 흡입력의 영향을 받았다. 다행히 그들은 방어막 안에 있어 사살샘물에 쓸려가지 않았다. 그들은 진원을 살짝 운행하여 흡입력을 방어했다.

“무슨 일이지?”

심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곳을 바라보았다. 사령 샘구멍이 있어야 하는 곳에서 음산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빛은 밝지 않았지만 시커먼 샘물을 밝힐 정도는 되었다. 바로 사령의 본원이었다.

이는 샘구멍 속에 숨겨져 있던 사령의 본원이었다!

노인이 그토록 원하던 보물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그는 이것을 보지도 못하고 죽어 버렸다. 모든 것은 사령의 본원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심장처럼 쿵쿵 소리를 내며 기운을 흡수하면서 살아나고 있었다.

팍-

진양원기 방어막이 한 층, 또 한 층 신속하게 무너졌다.

양준이 정신을 가다듬고 또 양액 스무 방울을 소모하여 방어막을 만들려고 하는 순간, 냉산이 기쁜 목소리로 소리쳤다.

“샘물이 빠지고 있어!”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그녀의 시선을 따라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정말 천지를 가득 채운 샘물이 신속하게 샘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공간을 비우고 있었다.

“하하, 하늘이 우리를 돕는구나!”

심혁은 매우 기뻐했다. 이번에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때맞춰 샘물이 전부 샘구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 추세로 봤을 때, 조금만 더 지나면 축대 주변의 샘물은 모조리 사라질 것 같았다.

양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안전해지면 바로 떠나야 돼. 이곳에 큰 변고가 생길 거야.”

“무슨 뜻이야?”

냉산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

“커다란 녀석이 모습을 갖추고 있어.”

양준은 어두운 얼굴로 샘구멍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신식이 없어 샘구멍 근처에 방대한 기운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밖에 느끼지 못했지만, 양준은 그들보다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근처의 샘물과 죽지 않은 사령들은 샘구멍에 빨려 들어가며 모두 하나의 사악한 기운으로 변해 한곳에 모였다.

샘구멍에 나타난 사령 본원은 서서히 한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잠시 뒤, 주변의 샘물들이 드디어 모두 사라졌다.

“가자!”

양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모든 사람들은 바로 축대에서 뛰어내려와 출구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겨우 도망칠 기회를 잡았으니 귀왕곡과 보기종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도망쳤다. 그들은 다리가 두 개밖에 없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다. 그들은 진원을 용맹하게 펼치며 신법이 있는 사람은 신법을, 보조적 비보가 있는 사람은 비보를 사용하며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려고 했다.

양준은 속도가 매우 빨라 맨 앞에서 날았다. 그의 옆에는 호씨 자매가 있었는데, 두 사람은 무슨 현묘한 수단을 사용했는지 진원이 한데 이어져서 조금도 숨을 헐떡이지 않고 양준의 뒤를 바짝 뒤쫓았다.

한꺼번에 십 리를 날아가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커다란 포효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는 흉살사동 전체를 뒤흔들었다. 마치 오래도록 속박되었던 괴물이 구속을 뚫고 나와 세상을 마주하는 듯했다.

곧이어 등 뒤에서 커다란 기운이 느껴졌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은 그 기운에 휘말려 들었을 것이다. 미지의 강한 공포감을 느낀 사람들은 안색이 변하더니 속도를 내는 데 더욱 힘을 쏟았다.

“저쪽이야. 출구는 저쪽에 있어!”

정영은 항상 맨 앞에서 지형을 파악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흉살사동의 지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린 양준은 몇 리 밖에서 빛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다급히 방향을 틀어 사람들을 데리고 그쪽으로 날아갔다.

다들 안도의 숨을 내쉬는 한편, 흉살사동을 재빨리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하지만 출구와 이 리 정도 떨어져 있을 때, 갑자기 앞쪽에서 몇몇 신유 경지의 고수들이 날아왔다.

양준은 실눈을 뜨고 암암리에 경계하기 시작했다.

신유 경지의 고수들은 하나같이 짙은 살기를 풍기고 있었는데 온몸으로 귀신 같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생각하지 않고도 그들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흉살사동에 이렇게 큰 변고가 나타나자 주변의 신유 경지 무인을 유혹해 온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양준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사람들이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흉살사동의 상황을 파악하려는 속셈인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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