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25화 (325/853)

제 325장. 이매망량

양측의 거리는 신속하게 좁혀졌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사람이 크게 소리쳤다.

“거기, 멈춰!”

그의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목숨이 위험한 순간이었다. 곧 도망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렇게 가로막히니 누구라도 기분이 좋지 못할 것이다.

“귀왕 산하의 이매망량(魑魅魍魎)이야!”

냉산은 표정이 변하며 낮은 목소리로 양준에게 일깨워 주었다.

“저들 네 명 모두 신유 경지 7, 8단계야. 우리는 이길 수 없어.”

그녀는 양준이 주제를 모르고 대들다가 이 네 명에게 밉보일까 봐 다급히 입을 열었다. 이매망량은 사악한 사람들이라 나쁜 일을 저지른 전력이 수두룩했다. 창운사지에서도 이 네 명은 미움 받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들은 합격지술(合擊之術)에 능통하여 신유 경지 7, 8단계밖에 되지 않았지만, 신유 경지 정상인 고수와도 겨룰 수 있었다. 그래서 원수가 천하에 가득했음에도 더없이 여유롭게 살 수 있었다. 더구나 그들은 음명귀왕의 유능한 부하이기도 했다.

그들은 성격이 오만했는데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다면 이곳의 사람들을 다 죽이고도 남을 만한 이들이었다.

양준도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을 통해 그들의 이러한 성정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양준은 멈추라는 소리를 듣고 다급히 발걸음을 멈추었다. 속으로는 매우 조급했으나 실력이 너무 차이나는 탓에 다른 수가 없었다.

네 명의 노인은 나란히 앞으로 날아왔다. 그들이 입은 옷은 모양이 비슷했으나 색깔이 각자 달랐다. 각자 입은 색깔들은 그들의 신분을 대표했다. 이매망량, 순서대로 청색, 녹색, 황색, 자색이었다.

청색 옷의 노인이 위엄이 가득한 얼굴로 양준 무리를 바라보더니 나지막하게 물었다.

“너희들은 누구냐? 이곳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아느냐?”

양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덤덤하게 말했다.

“저희는 귀왕곡의 사람입니다. 이곳에 수련하기 위해 왔지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모릅니다.”

“모른다고?”

청색 옷의 노인이 코웃음을 쳤다. 그는 단번에 양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뭐 해? 잡아가서 물어보면 되지.”

녹색 옷의 노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긴.”

청색 옷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몸을 날려 순식간에 양준의 옆으로 왔다.

양준의 몸속에 있는 진원은 본능적으로 반응했지만, 그는 다급히 꾹 눌렀다. 신유 경지 7, 8단계의 고수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목숨을 걸고 덤벼도 이길 수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네 명이나 되었다. 경거망동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청색 옷의 노인은 손쉽게 양준을 잡았지만 그의 경지를 봉인하지는 않았다. 그는 실력에 자신이 있는 듯했다. 그렇게 몸을 날린 그는 양준을 잡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

“너희들 먼저 가! 내가 나가면 찾으러 갈게.”

양준은 청색 옷의 노인에게 끌려가며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양준!”

호씨 자매는 낯빛이 변했다. 조금만 있으면 흉살사동을 벗어날 수 있었는데 어찌 이런 변고가 일어난 건지 믿기지 않았다.

청색 옷의 노인은 양준을 끌고서 흉살사동 내부로 들어갔고, 다른 세 사람도 옆에서 쫓아왔다.

녹색 옷의 노인은 고개를 돌리더니 씨익 웃었다. 그의 눈에는 짙은 흥미가 서려 있었다. 그는 갑자기 손을 휘젓더니 벽록색 빛줄기 두 갈래가 뱀처럼 뒤로 날아갔다. 곧이어 호씨 자매의 몸은 이 벽록색 빛줄기에 적중되었다.

두 자매는 빛줄기에 적중되자마자 녹색으로 변했다. 이 변고에 그녀들은 아연실색하면서 자신을 살펴보았지만 아무 데도 다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진원을 움직이는 데도 막힘이 없었다.

냉산은 낯빛이 크게 변하더니 소리쳤다.

“부골유영(跗骨幽影)이야!”

귀왕곡 사람들은 호씨 자매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왜 그래? 그게 뭔데?”

호교아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냉산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우중충해졌다. 한참 머뭇거리던 그녀는 겨우 입을 열어 설명했다.

“이매망량 중 한 사람은 녹색 장포를 입고 있는데 여색을 좋아해. 너희들 아마 그에게 찍힌 것 같아. 이 부골유영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무공인데, 일단 적중되면 그는 언제든지 너희들을 찾을 수 있고, 너희들의 마음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너희들이 순순히 말을 듣게 하는 거지.”

호씨 자매는 아연실색했다.

“그리고 너희 몸에 있는 색깔도 이 초식의 표식이야. 밖에 나가기만 하면 누구도 이 색깔을 볼 수 있고, 너희들이 부골유영에 당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어.”

잠시 말을 멈췄던 냉산은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 그는 안으로 들어가서 상황을 살펴야 하니까 이렇게 너희들의 몸에 부골유영을 남겨 놓은 거야. 안의 일이 해결되면 분명 너희들을 찾아갈 거야.”

“그가 직접 찾아오지 않아도 너희들을 잡아서 그에게 가져다주며 아부하려는 사람들도 많으니 너희 정말 큰일 났어!”

심혁도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초식을 해제할 방법은 없어?”

호교아가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

“신유 경지 9단계의 고수도 풀기 힘들어. 저 사람을 죽이거나 더욱 실력이 높은 사람을 찾아야 해!”

그녀의 말을 들은 호씨 자매는 완전히 절망했다.

*양준은 호씨 자매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녹색 옷의 노인이 날린 빛줄기와 그의 음흉한 눈빛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양준의 시선은 싸늘해졌다.

녹색 옷의 노인이 한 행동에 대해 다른 세 사람은 흔히 있는 일인 듯, 낯빛 하나 바꾸지 않았다. 뭔가를 말할 리는 더더욱 없었다.

신유 경지의 고수들이 비행하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양준 무리는 한참 걸려서야 겨우 동굴 입구에 도착했는데,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 양준 일행이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축대와 가까운 곳에 착지한 이매망량은 모두 실눈을 뜨고 양준을 세세하게 훑어보았다.

이때, 사살샘물은 이미 빠져나간 뒤였고, 사령 샘구멍이 있는 위치에는 검은색 고치 모양의 무언가가 있었다. 고치 위에는 사람의 혈관과 같은 무늬가 얼기설기 얽혀져 있었고, 안에는 방대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이 커다란 고치의 크기는 족히 4~5장 정도되었다. 그것은 온몸으로 음산한 빛을 내뿜고 있었고, 진하다 못해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사악한 마기를 띠고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촉수처럼 고치 밖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소름이 끼쳤다.

두근-

고치 안에서 강력한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이 움직이자 사람들의 마음과 신식에도 영향을 끼치는 힘이 물보라처럼 일어 양준과 이매망량이 있는 곳까지 전해졌다. 양준을 들고 있던 청색 옷의 노인은 안색이 변하더니 손을 내밀어 공격을 막았다.

“이게 뭐지?”

황색 옷의 노인은 안색이 매우 어두웠다. 그는 죽일 듯이 고치를 노려보며 막막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실력이 강하고 나이가 많아서 알고 있는 것도 많았다. 이 고치에서 방대한 압력을 느끼고 이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이 절대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지만, 누구도 이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이렇게 짙은 살기라니. 게다가 실물처럼 육안으로 볼 수도 있어.’

그들은 이런 기운을 유일하게 단 한 사람에게서 본 적이 있었다. 바로 나타난 지 얼마 안 되는 사주였다.

몇 달 전, 네 사람이 음명귀왕을 따라 사주를 보러 갔을 때, 사주의 풍채를 목격한 적이 있었다. 사주의 사기는 이미 사의 단계를 벗어나 있었다. 음명귀왕은 그것이 마(魔)라고 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마였다. 모든 사는 마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애송이,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 모른다고 말하면 영원히 이곳에 박아 둔 채 죽게 할 거야. 사실대로 말하면 목숨은 살려주지.”

청색 옷의 노인은 양준을 풀어준 뒤 덤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양준은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태연자약하게 그를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것은 사령 샘구멍에 숨어 있던 물체입니다.”

“사령 샘구멍?”

네 사람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청색 옷의 노인은 목소리가 한결 높아졌다. ‘사령 샘구멍’이라는 다섯 글자는 그들이 상당히 혹할 만한 존재였다.

“네.”

양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숨기지 않고 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네 명의 노인은 양준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가슴이 뜨거워져 눈빛을 반짝였다. 고치에 대한 거리낌도 점차 탐욕으로 변하여 하나같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고치를 바라보았다.

양준이 말을 마치자 몇 사람은 숨소리마저 달라졌다.

“어떡하겠나?”

세 사람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청색 옷의 노인을 바라보며 그의 결정을 기다렸다. 청색 옷의 노인은 고민하고 있는 듯했다. 사령 샘구멍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지만 나타날 때마다 좋은 물건이 생겼다. 많은 신유 경지의 고수들이 욕심낼 만한 보물 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사령 샘구멍에서 생겨난 물체는 그들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청색 옷의 노인은 자신의 목숨을 이곳에 걸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는 신유 경지 9단계를 돌파하기까지 멀지 않았지만 줄곧 적당한 기회를 찾지 못했지 않나. 이번에도 놓친다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른다네.”

자색 옷의 노인은 모험하고 싶어졌다. 그의 얼굴에는 짙은 흥분이 서렸다.

“그래.”

녹색 옷의 노인과 황색 옷의 노인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세 사람이 모두 모험할 결심을 한 이상, 청색 옷의 노인도 독단적으로 반대할 수는 없었다. 하물며 그도 모험하고 싶은 쪽이었다. 다만 마음속으로 조금 걸리는 게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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