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6장. 마령
한참 침묵을 지킨 청색 옷의 노인은 눈을 빛내며 굳센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럼 시작하지!”
그는 말을 하면서 양준을 휙, 하고 백 장 밖으로 내던졌다.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양준은 몸속에서 횡포한 기운이 갑자기 폭발하는 것을 느꼈다. 이 기운은 각종 음산하고 독한 힘이 잔뜩 들어 있어 진양원기로 막아 보려 해도 막을 수 없었다.
빠각!
양준은 뼈가 몇 곳이나 부러졌다. 공중에서 피를 토하며 땅에 떨어진 양준은 꼼짝도 할 수 없었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청색 옷의 노인이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흐흐, 그래도 살려주겠다는 약속은 지켰다!”
양준은 독기 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원한과 증오가 가득 담겨 있었다. 청색 옷의 노인이 한 행위는 그를 살려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양준 체내의 진양원기가 순수하고 거대하지 않았더라면 방금 전에 이미 단전이 파괴되어 경지가 폐지되고 일반인으로 전락했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 양준은 그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 청색 옷의 노인은 양준의 경지가 폐지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만약 그가 알았더라면 노인의 악독한 성정으로 봤을 때, 양준을 바로 죽여 버렸을 것이다.
양준은 조금도 지체하지 못하고 다친 몸을 힘들게 일으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는 동시에 만약영액을 한 방울 짜내어 입에 넣고는 약효가 돌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인들이 있는 쪽에서 격렬한 전투소리가 들렸다.
이매망량의 실력은 매우 강했다. 네 사람이 손을 잡으면 신유 경지 중에서도 최고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들은 지금 커다란 고치를 향해 맹공격을 펼치고 있었다.
고치 안에서 포효가 들리더니 무언가가 속박에서 벗어난 듯했다. 곧이어 청색 옷의 노인은 두렵고도 기쁜 목소리로 소리쳤다.
“역시 진정한 마야. 이건 마령(魔靈)이야!”
전투소리는 점점 더 격렬해졌다. 커다란 고치 안의 물체는 네 사람에 의해 강제적으로 깨어나 그들과 격전을 벌였다. 순간, 흉살사동 전체에 음침한 바람이 불며 마기가 요동을 쳤다. 원래도 밝지 않은 동굴이 점점 더 어두워져 땅속에 묻힌 것 같았다.
양준은 다른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기의 영향을 받은 양준은 몸속에 무언가가 툭툭 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진원도 따라서 들끓고 있었다.
깜짝 놀란 양준은 다급히 몸속을 살폈다. 무언가가 마기에 의해 반응을 일으켰다는 것을 깨달은 양준은 이내 표정이 이상해졌다.
한참 생각하던 그는 천천히 노인들이 있는 쪽의 상황을 주시했다.
그들의 전투는 매우 격렬했다. 양준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이매망량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들로 추측할 수 있었다. 네 사람은 고치 안의 마령을 일부러 자극하여 그것을 나오게 했지만, 네 사람이 손을 잡고도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 오히려 네 사람은 열세에 놓여 있었다. 마령의 힘은 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들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지만, 몸을 뺄 수 없어 이를 악물고 각자 실력을 최대로 발휘하면서 버티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양준의 상처도 신속하게 회복되었다.
이때, 갑자기 안쪽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아마 마령이 크게 당한 듯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매망량 네 사람도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그중 두 사람의 목소리는 짧고 굵게 들리다가 뚝 끊기고 말았다.
‘죽었어!’
양준은 눈앞이 환해지며 크게 기뻐했다.
“가자!”
청색 옷의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매우 당황하는 듯했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곧이어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살아 있는 두 사람이 황급히 도망가는 모양이었다.
마령은 그들을 뒤쫓지 않고 제자리에 멈춘 채, 화난 듯이 울분에 차 포효했다.
회복을 끝낸 양준은 몸을 일으켰다. 그는 반짝이는 두 눈으로 심하게 일렁이는 마음을 느꼈다. 몸속의 그것은 아직도 뛰고 있었다. 심지어 아까보다 더 격렬하게 뛰고 있는 것이 마치 그를 재촉하는 것 같았다.
양준은 잠시 머뭇거렸으나, 이내 성큼성큼 빠른 속도로 마령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십몇 리 밖.
귀왕곡과 보기종, 그리고 호씨 자매는 신속하게 원래 그들이 있던 축대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너희들은 왜 따라왔어?”
호교아는 동생과 함께 날아가며 쓴웃음을 지은 채 물었다.
“그러는 너희들은 왜 돌아가는데?”
냉산이 되물었다.
“우리는 그와 사이가 남다르니까 그러지!”
호교아가 대답하자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그녀는 다급히 말했다.
“우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거든. 혈전방과 능소각은 이웃사촌 같은 사이야.”
그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제야 양준이 왜 그녀들과 친해 보이는지 알게 되었다.
‘그런 사이였군.’
“돌아가면 죽을 수도 있어!”
호교아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냉산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건 너희들이고. 우리는 그래도 귀왕곡의 사람들이라 음명귀왕의 관할 범위 안에 있어. 이매망량이 우리를 죽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아. 도 형 일행도 이 싸움에 휘말리지 않는 게 좋을 텐데?”
도양은 싱긋 웃고는 대답했다.
“우리 보기종은 더욱 죽을 리 없지. 저 늙은이들이 이성이 남아 있다면 우리의 가치를 알 거야.”
“너희들… 참!”
호교아는 할 말을 잃었다. 그녀라고 이 사람들이 각자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사실 다들 양준을 도와주고 싶은 것이었다. 전에 양준이 여러 번 그들을 살려주었는데, 지금 양준이 어려움에 처하자 그들은 모르는 척 이곳을 떠날 수 없었다.
그들이 한창 날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을 뒤흔드는 포효가 들려왔다. 곧 호씨 자매의 몸에 있던 녹색 빛이 갑자기 흩어지더니 사라졌다.
사람들은 다급히 발걸음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이게 어찌 된 일이야?”
호교아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 노친네가 죽어야 부골유영이 해제된다고 하지 않았어?”
사람들은 깜짝 놀라 멍해졌다. 호교아의 말을 듣고, 점점 더 경악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설마? 이제 얼마나 지났다고.”
심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매망량이 들어간 지 반 시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죽었다고?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호씨 자매의 부골유영은 왜 갑자기 사라진 거지?’
네 사람이 손을 합치면 신유 경지 중에서도 무적이었다. 도대체 어떤 위험에 부딪혔기에 이렇게 짧은 시간에 목숨을 잃는단 말인가?
솩- 솩-
이때, 두 개의 그림자가 안쪽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다급히 경계를 취하고 고개를 들어 보니 바로 이매망량 중의 두 노인이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는 게 보였다. 한 명은 청색 옷의 노인이었고, 다른 한 명은 자색 옷의 노인이었다. 황색 옷과 녹색 옷을 입은 노인은 그중에 없었다. 그리고 이 둘도 방금 전의 방자하던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몸은 시커먼 기운에싸여 있었다.
두 노인은 크게 다친 듯 보였는데, 그중 청색 옷의 노인은 한쪽 팔이 축 늘어져 있는 것이 부러진 게 분명했다. 자색 옷의 노인은 복부에 구멍이 다섯 개 뚫려 있었는데, 누군가 손가락을 넣고 파헤친 것 같았다.
양준의 모습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두 사람은 사람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람처럼 머리 위를 지나갔다. 마치 커다란 충격을 받은 듯한 얼굴이었다.
두 사람이 황급히 도망치자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더더욱 안개가 드리워졌다. 네 사람이 들어가서 반 시진만에 두 사람이 죽고, 남은 두 사람은 중상을 입은 채 도망쳤다. 안쪽의 위험은 이미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더 들어간다면 죽을 것이 뻔했다. 게다가 양준이 살아 있는지도 미지수였다. 노인들의 상태로 볼 때, 양준도 죽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언니…….”
호미아가 나지막하게 부르더니 굳센 눈빛으로 안쪽을 바라보았다.
“응.”
호교아도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자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번개처럼 안쪽으로 날아갔다. 귀왕곡과 보기종 사람들도 서로 마주 보더니 지체하지 않고 안쪽을 향해 날아갔다.
*양준은 온몸의 진원을 모아 느긋한 발걸음으로 신중하면서도 대담하게 안쪽을 향해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녹색 옷의 노인과 황색 옷의 노인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죽은 모습을 보니 양준은 저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 두 사람은 실력이 정상에 이른 것은 아니었으나 신유 경지 7, 8단계였다. 또 냉산의 말로는 네 사람이 힘을 합치면 매우 강하다고 했다.
마령이라는 작자가 짧은 순간에 그들의 합격지술을 격파하고 두 명이나 죽인 것이다.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녹색 옷의 노인과 황색 옷의 노인이 죽은 모습은 매우 처참했다. 한 사람은 반쪽 몸이 잘린 채 눈도 감지 못한 상태로 죽었고, 다른 한 사람도 육신이 피투성이가 되어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했다. 그들의 상처를 보니 분명 반응할 시간조차 없이 마령에게 일격으로 당한 것 같았다.
두근-
멀지 않은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양준은 다급히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십몇 장 거리에 기골이 장대하고 벌거벗은 남자가 긴 창에 박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마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