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327화 (327/853)

제 327장. 마장 몽과

그는 거대한 고치 안에서 모든 사살샘물과 몇백 마리의 사령의 정수가 모여서 만들어진 물체였다. 그것은 사령과 다르게 온전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사지도 있고, 오관도 있어 사람과 다른 점이 없었다.

그의 몸 밖에서는 먹처럼 시커먼 기운이 휘날리고 있었는데, 그가 숨을 쉴 때마다 무시무시한 기운이 느껴졌다.

양준이 다가온 것을 느낀 마령은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훑어보기만 할 뿐, 양준을 신경 쓰지 않았다. 동시에 그의 몸 밖에 있던 검은 기운이 양준을 향해 뻗어왔다.

마기가 들끓자 양준은 태연하게 손을 뻗어 앞쪽을 막았다. 그는 진양원기로 만들어진 방패로 앞을 가렸다.

촤아악-

마기가 방패에 부딪히자 양준은 그 힘에 뒤로 몇 걸음 떠밀렸지만 방패가 뚫리지는 않았다.

마령은 놀란 눈으로 양준을 힐끗 보더니 그가 이렇게 손을 쓸 줄 몰랐는지 멍한 얼굴을 하다가, 곧이어 입을 벌리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복부에 박힌 길다란 창을 잡더니 소리를 지르며 천천히 창을 복부에서 뽑아냈다. 이 긴 창은 이매망량의 비보였다. 그들은 비보로 마령을 땅에 고정시켰고, 그로 인해 두 사람이 도망칠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창이 조금씩 뽑히자 마령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기는커녕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마령이 흘리는 피는 빨간색이 아니라 기괴한 자색이었다. 창이 완전히 뽑히기 전에 양준은 이미 공격하기 시작했다.

촤라락!

사슬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비보 하나가 양준의 체내에서 튀어나왔다. 그것은 공중에서 뜨겁고 순수한 기운을 뿜어내며 주변을 빛냈다. 이 기운의 영향을 받은 마령의 몸은 저도 모르게 떨리기 시작했다. 몸 밖에서 요동치던 검은색 기운도 주춤하면서 몸속으로 들어갔다.

촤라락!

공중에서 쇠사슬 소리는 더더욱 맑고 구성지게 울렸다. 그것은 마치 신기한 힘을 담은 것처럼 마령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쇠사슬이 완전히 풀렸다. 삼 척밖에 되지 않는 길이였는데 그 끝은 목걸이 같은 형태로 되어 있었다. 흡사 개 목줄 같았다.

이 쇠사슬은 바로 쇄마련이었다! 양준이 곤룡골 바닥에서 얻은 비보였다. 줄곧 단전 안에서 진양원기로 힘을 키워 온 그것은 아무런 작용을 발휘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반응을 한 것이다.

쇄마련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양준도 무모하게 이곳으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 쇄마련은 능소각의 선조가 남긴 비보였다. 이 비보는 곤룡골 바닥에 있던 마두의 마기도 가두었는데, 이 마령을 가두지 못할 것도 없었다.

쇄마련이 온전하게 모습을 드러내자 양준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마령이 드디어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는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곧바로 소리쳤다.

“순양지보(純陽至寶), 마기극성(魔氣克星)!”

그는 말하면서 긴 창을 잡은 손에 힘을 줘 단번에 창을 뽑았다. 그리고 상처를 아랑곳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창을 쇄마련 쪽으로 던졌다.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더니 창은 공간의 저항을 뚫고 괴이하게 쇄마련의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천지를 파괴시키기에도 충분한 이 일격은 허탕을 치고 말았다. 쇄마련이 갑자기 금빛을 뿜어내자 창이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쇄마련을 관통해 버린 것이다. 곧이어 금빛이 반짝이더니 쇄마련은 마령의 목에 나타나 그를 꽉 옥죄었다.

촤라라락!

마령의 몸은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끊임없이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몸 밖에 있던 시커먼 마기는 신속하게 몸속으로 들어갔다.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마령은 거대한 몸으로 날뛰며 두 손은 쇄마련을 붙잡고 그것을 뜯어 내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쇄마련을 잡은 두 손은 데어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는 비명을 질렀다.

쇄마련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하며 번쩍거렸다. 마령의 몸에 있는 시커먼 마기도 나타났다가 몸속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양쪽이 필사적으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양준은 신속하게 물러난 뒤,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마령이 입을 열고 말할 줄 몰랐던 것이다. 양준은 마령이 형성되는 것을 직접 보았다. 마령은 사령 샘구멍의 본원을 중추로 샘물과 몇백 마리의 사령 정수가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렇게 형성된 마령은 머릿속이 새하얗고 본능밖에 없어야 이치에 맞았다.

하지만 그는 한눈에 쇄마련이 마기의 상극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양준은 멍하니 서서 눈앞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마령과 쇄마련의 전투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양쪽에 승부가 갈렸다.

쇄마련은 마령의 마기를 완벽히 진압하였고, 마령도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 그는 몸으로 하얀 연기를 내뿜으면서 제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히죽거리며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에게는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흥미진진한 얼굴로 눈빛을 반짝였다.

“난 마장(魔將) 몽과(蒙戈)다. 내 영혼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반드시 직접 네놈을 잡아다 혼내줄 것이다. 죽는 것보다 못하게 괴롭혀 줄 것이다! 하하하하!”

*호씨 자매가 다급히 다가왔을 때는 이미 격렬한 전쟁을 마치고 남긴 참상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바닥에는 녹색 옷의 노인과 황색 옷의 노인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자매는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살펴보다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양준을 발견했다. 그는 손에 사슬 같은 것을 들고 꼼짝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그의 몸에는 차갑고 무시무시한 기운이 요동치고 있었다.

솨- 솨- 솩-

귀왕곡과 보기종 사람들도 연이어 도착했다. 그들은 양준이 괴이하게 변한 것을 보고 하나같이 낯빛을 흐렸다. 그들은 양준에게 어떤 변고가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사람들이 걱정하던 것보다 훨씬 나았다. 적어도 양준의 몸에는 눈에 띄는 상처가 없었고, 생명의 기운을 내뿜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죽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이 점을 발견한 사람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양준도 이들이 온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마령이 죽기 전에 한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단 한 마디뿐이었지만, 그중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마장 몽과! 이는 마령이 자신을 소개한 호칭이었다. 이 호칭에서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는 바, 그는 금방 태어난 마령이 아니라 내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이름도, 신분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본 마령은 그의 신식으로 형성된 형체 같았다. 이매망량 네 고수가 손을 잡고 격전을 벌여서 얼마 안 되어 두 명이 죽고 두 명은 중상을 입은 채로 도망쳤다. 하지만 그는 겨우 비보에 의해 땅에 묶여 있었을 뿐이었고, 나중에는 아무렇지 않게 그 길다란 창을 뽑아냈다. 신식 한 가닥도 이렇게 강한데 본체는 얼마나 대단하고 무시무시하다는 말인가?

‘이 마령의 진정한 실력은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겠구나!’

양준은 마음속으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또 다행스러운 것은 그가 진정한 마였다는 것이다. 쇄마련은 진정한 마에게만 반응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양준은 몇십 년이 흘러도 그를 잡아 두지 못했을 것이다. 마장 몽과는 그 말을 마치고 나서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육신을 망가뜨렸다.

결국 차갑게 들끓는 본원밖에 남지 않았다. 이 본원은 사령 샘구멍 속에 숨겨진 보물이었다. 지금은 이미 양준에 의해 경맥 안에 흡수된 상태였다.

손에 든 쇄마련도 이번 전쟁에서 영성을 잃은 것인지 빛을 잃고 거무스름해져 폐물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양준은 여전히 그 속에 숨겨진 생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잘 보양하여 힘을 키운다면 나중에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는 능소각의 선조가 남긴 보물이므로 시간이 오래되어도 손쉽게 망가지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머릿속으로 정리를 끝내자, 양준은 마음속이 개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 몽과의 늠름한 신식을 본 그는 무도의 정상을 추구하는 마음이 다시 불타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양준은 이를 악물고 눈빛에 굳센 의지를 담았다.

“양준…….”

그가 오랫동안 입을 열지 않는 것을 보고, 호씨 자매는 영문을 몰라 나지막하게 불렀다.

“난 괜찮아.”

양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쇄마련을 다시 몸속에 넣고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폐관 수련할 곳이 필요해.”

“내가 적당한 곳을 알고 있어. 이곳과 멀지도 않아!”

정영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날 데려가 줘.”

*흉살사동의 한 지하 동굴 안에서 양준은 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본원의 기운을 연화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정영이 무심결에 발견한 곳으로 은폐되어 있었다. 그리고 흉살사동은 이번 변고를 겪은 뒤, 사령이 출몰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귀왕곡과 보기종 사람들은 양준이 또 뭔가를 얻은 것을 알고, 급히 떠나지 않고 이곳에 남아 동굴 위쪽을 지키며 휴식을 취했다.

한가한 틈을 타 사람들도 질서 있게 수확한 사령 본원들을 연화하기 시작했다.

귀왕곡과 보기종 사람들은 모두 본원이 담긴 정령병을 두 병씩 얻었는데, 무려 사십 마리나 되었다. 똑같이 나눈다고 해도 그 수는 만만치 않았다.

호씨 자매에게는 더욱 많았는데 무려 다섯 병이나 되었다. 자매는 모두 마음이 착한 사람들이었다. 그녀들은 귀왕곡과 보기종 제자들에게 정령병을 하나씩 나눠 주려고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들은 이번 수확에 아주 만족하고 있는데 어찌 호씨 자매의 것을 탐내겠는가? 그것은 양준이 그녀들에게 준 것이었다.

호교아와 호미아는 하는 수 없이 더는 양보하지 않고 함께 동기연지신공을 운행했다. 그러자 사령의 본원을 연화하는 속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나 빨랐다. 비록 양준과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일반 사람들이 따라올 수 없는 속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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